요즘 전라북도를 보면 유비의 삼고초려하는 인내심과 절실함이 아쉽다.
예로부터 삼성그룹의 전북에 대한 투자는 전무할 만큼 인색하기 짝이 없다. 세계 최고 수준에 있는 삼성의 기업가치를 따져볼 때 전북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삼성이 지난해 평택에 15조원을 투자,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라인을 구축한다고 밝혔을 때 전북은 허탈했고, 배도 아팠다. 5년 전 새만금에 2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며 국무조정실장, 전북도지사와 함께 MOU를 체결했던 삼성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 삼성이 얼마전엔 전북도를 방문, 5년 전 MOU를 지킬 수 없을 것같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전북 민심은 아쉬우면서, 한편으로는 ’삼성 제품 불매운동’ 소리가 나올만큼 매우 불편하다. 정부와 삼성이 전북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것이냐는 격앙된 목소리도 높다.
제갈량은 유비를 처음엔 외면하고 침묵했지만 그렇다고 싫다고도 안했다. 유비의 진심, 절실함을 보고 결정했다. 삼성의 새만금투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의 투자 가능성은 약해 보이지만 공식적인 투자 철회는 하지 않았다. 전북은 삼성 투자가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 삼성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MOU는 법적 강제성이 없는 각서에 불과하다. 경우에 따라선 공수표나 다름없다. 전북이 먼저 삼성투자 철회를 공식화할 필요가 없다. 정부와 삼성이 만천하에 약속한 ‘삼성의 새만금투자’를 계속 유효한 카드로 남겨야 한다. 삼고초려 심정으로 삼성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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