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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과 수요의 균형

복분자가 남아돈다는 보도가 있다. 농가소득을 보장하는 작목으로 인기를 끌었던 복분자 재고 물량이 쌓여 수급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6월 복분자 수확철이 바로 코앞이니 농가나 기관의 근심이 깊을 것 같다.

 

전북은 ‘복분자의 고장’인 고창을 비롯해 인근의 정읍과 순창에도 생산농가가 많다. 자치단체가 밝힌 자료를 보니 이들 지역 모두 엄청난 양의 재고 물량이 농협의 저온창고에 쌓여있다. 원인이야 여럿이겠지만 복분자가 소득을 보장해주는 작목으로 알려지면서 너도 나도 생산에 나선 이유가 가장 클 터다.

 

수요를 넘어선 과잉생산의 부작용이 넘쳐나는 시대, 눈길을 끄는 사례가 있다. 일본 오이타현 벳푸의 도자기를 만드는 마을 이야기다. 이 마을은 전통적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들이 모여 살았다. 장인들이 만드는 이곳의 도자기는 일본 전역에서 인기가 높았다. 인기가 높으면 수요 또한 높을 터이니 자연스럽게 도자기 생산양은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이 마을의 장인들은 수요의 한계와 변화를 고려해 마을 단위의 도자기 생산량을 수요에 맞게 조절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장인이 여럿 있는 마을이라 하더라도 수요가 한정되어 있으니 서로 욕심을 내어 생산을 늘려 경쟁을 하다보면 재고가 쌓이고, 그렇다보면 빚이 늘어 결국은 도자기를 만드는 역량까지도 잃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선택하기까지는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었다. 도자기 생산으로 얻는 수입이외에 다른 방식으로 경제적 여건을 충당해야 하는 과제였다. 이들은 ‘반농반도 ‘(半農半陶)’의 가치를 선택했다. ’반농반도 ‘는 말 그대로 농사를 지으면서 도자기를 함께 굽는 일이다.

 

마을 사람들은 일 년에 필요한 도자기 수요를 미리 측정해 그것보다 상회하는 생산능력을 다른 부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농사를 짓고 도자기를 만드는 일에 노동력과 역량을 나누어 쓰면서 자급자족의 환경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이 마을 사람들의 고유한 삶이 되었다.

 

주목되는 것이 있다. 이들의 선택이 단순히 노동력을 분할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마을 사람들은 생태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며 얻은 가치와 지혜를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도자기에 응용했다. 식기를 비롯한 일상에서 쓰이는 그릇들이 더 효율적이고 적합한 형태로 개발되면서 이 마을의 도자기는 더 특별한 가치를 갖게 되었다. 수요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게 생산량을 스스로 조절하는 지혜가 가져온 결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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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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