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04:18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위작 논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라오콘’은 트로이의 마지막 신관이다. 그는 프리아모스의 둘째 부인 헤쿠바의 아들 또는 안테노르의 아들이라고 전해지는데, 트로이 전쟁 때 두 아들과 함께 두 마리의 뱀에게 물려 죽었다. 로마의 바티칸 미술관에는 라오콘이 죽음을 맞았을 때 고통스러워하며 절규하는 모습을 묘사한 조각상이 있다. 헬레니즘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히는 <라오콘 군상> 이다. 기원전 1세기 경, 로도스 출신의 조각가 아게산드로스(Agesandros)와 폴리도로스(Polydoros) 아테노도로스(Athenodoros)가 공동으로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조각상은 1506년, 로마의 에스퀼리노 언덕에서 밭을 갈던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되면서 세상에 나왔다.

 

<라오콘 군상> 은 르네상스 시대의 수많은 예술가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근대의 사상가들에게도 감명을 주었다.

 

그런데 2005년 한 미술사가에 의해 이 조각상이 기원전 제작된 진품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콜롬비아 대학의 린 캐터슨 교수다. 그는 이 조각상이 위작이라는 여러 가지 증거를 제시하며 위작작가로 미켈란젤로를 지목했다.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피에타’ 등으로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거장이 된 미켈란젤로는 한순간에 위조 작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실 <라오콘 군상> 은 발견 되었을 때부터 진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땅에 묻혀있었는데도 거의 훼손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견 당시 이 조각상을 감정했던 미켈란젤로는 그 이전에도 위조품을 만든 경력이 있었다. 이후 <라오콘 군상> 은 위작의 역사에서 최악의 사례로 꼽히게 됐다.

 

우리나라 작가들의 위작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천경자, 박수근, 이중섭, 변시지 등 거장들의 작품이 그 대상이다. 이번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현대미술가 이우환의 작품이 위작논란 대열에 섰다. 그의 1970년대 작품을 위조한 화가와 유통상이 구속되면서다. 그런데 지난 29일, 이화백이 위작으로 판명된 자신의 그림 13점에 대해 위작이 아닌 진품이라고 밝히면서 위작논란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그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작가 고유의 호흡과 기법으로 그린 것”이라며 “내가 작가 본인”이라고 말했다. 위조 사실을 시인했다는 위조 작가와 위조작이 아닌 진품이라는 이화백의 서로 다른 주장은 혼란스럽다.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체계적인 미술품 진품 감정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위작논란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은정 kimej@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