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민법에서는 한번 자식에게 증여한 재산은 돌려받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아버지는 자신이 살던 집과 주식을 아들에게 물려주면서 ‘한집에 살며 충실히 봉양한다’는 각서를 받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재산 증여는 없던 일로 한다는 내용을 명기한 덕분에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아들을 상대로 승소했다.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6월말까지 작성한 효도 계약서는 모두 32건으로 이 가운데 ‘정기적으로 부모를 만나러 와야 한다’는 방문 의무조항을 담은 계약이 28건에 달했다. 그 다음이 ‘큰 병 걸리면 병원비 내라’ 등 비상시 목돈 지급, 매달 정기적인 용돈 지급, 물려준 재산의 수익에서 생활비 지급 등 이었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지난 5월부터 강제적인 효도법을 시행하고 있다. 연로한 부모를 찾아보지 않으면 나쁜 신용등급을 부과하거나 주택 구입이나 도서관 출입증 발급 때에도 불이익을 준다. 또 불효자식에 대해선 부모가 고소할 수 있도록 했다. 베이징시와 광둥성 장쑤성 등도 지난 2013년부터 노인권익보호법을 제정해 부모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자식들을 고소하거나 정부에 중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도 지난 19대 국회 때 불효자 방지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우리 민법 556조에는 증여를 계약한 상태에서 (부모에게) 범죄 행위를 하거나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민법 558조에서는 이미 증여를 이행한 때는 취소할 수 없다고 못 박아 조건부 증여 같은 효도 계약서가 없으면 소송을 해도 불효자에게 한번 준 재산을 돌려받을 수 없다. 때문에 19대 국회에서 부모를 잘 모시는 자녀는 상속세나 증여세를 경감해주는 반면 자식이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증여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불효자 방지법을 제안했지만 법사위 심의도 못한 채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부모와 자식은 천륜(天倫)이며 효는 백행(百行)의 근본이다. 그럼에도 부자간에 효도 계약서를 써야하는 세태가 너무 서글픈 현실이다. 아무리 내리사랑이라 하지만 자녀에게 하는 것에 십분의 일이라도 부모에게 한다면 모두 효자 효녀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