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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가 나라를 구해?

이번 최순실 청문회에는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지금까지의 결과만을 놓고 보면 국회의원보다는 오히려 증인이나 참고인들이 스타로 탄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전화 지시 하나로 문화창조융합벨트 본부장에서 물러났다는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참고인으로 나와 문화창조 사업을 ‘그 끝을 알 수 없는 비리의 온상이자 문화계의 4대강 사업’으로 표현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다른 참고인인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전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점을 핵 사이다처럼 소신 있게 표현해 박수를 받았다.

 

한때 최순실의 최측근이었던 고영태씨는 증인으로 나와 최순실씨와 관련한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작심 발언해서 스타반열에 올랐다. 물론 그의 진술 일부를 두고 위증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디시인사이드에 고영태 팬카페가 만들어졌을 정도니 스타임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는 ‘최순실을 모른다’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위증을 밝혀낼 자료를 제공한 곳이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인증샷을 올린 곳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협동과 활발한 정보교류를 통해 잠적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행방을 쫓는 등 또 다른 한 건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곳에서는 최근 ‘댕댕이가 나라를 구했다’는 이상한 말이 많이 나돌았다. 고영태씨가 최순실과 멀어지게 된 동기가 정유라의 강아지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강아지가 없었더라면 둘 사이가 틀어지지 않았고, 청문회에서 작심발언도 없었을 것이라는 서글픈 평가를 담고 있다.

 

그런데 왜 댕댕이일까? 댕댕이는 멍멍이를 뜻한다. 손글씨로 쓰면 댕댕이와 멍멍이가 서로 구분이 안될 정도로 비슷해서 헷갈린다. 그래서 유저들이 유희적으로 쓰는 말이며, 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의 인터넷 신조어 목록인 야민정음에도 등재돼 있다.

 

‘댕댕이가 나라를 구했다’는 것은 장난삼은 표현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너무 씁쓸하다. 강아지 때문에 사이가 틀어질 정도라면 그들 사이는 ”양야치들의 의리’처럼 애초부터 뻔한 관계이다. 그런 사람들이 한 통속이 되어 한때나마 나라를 주물렀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영국의 BBC 방송에서 조차 이를 두고 ‘강아지가 대통령을 끌어내렸나?’라는 표현과 함께 ‘강아지 게이트’라고 이름 지었으니 국민들은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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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leesw@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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