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01년부터 교수신문에서 매년 사자성어로 한 해의 세태를 꼬집어 왔다. 오리무중(五里霧中). 이합집산(離合集散) 우왕좌왕(右往左往) 당동벌이(黨同伐異-잘잘못에 관계없이 같은 무리끼리 뭉치고 다른 무리는 공격함), 상화하택(上火下澤-서로 이반하고 분열함), 밀운불우(密雲不雨-구름은 끼었으나 비가 오지 않음), 자기기인(自欺欺人-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임), 호질기의(護疾忌醫-병을 숨겨 의원에게 보이기를 꺼림), 방기곡경(旁岐曲逕-샛길과 굽은 길), 장두노미(藏頭露尾-머리는 감췄으나 꼬리가 드러남), 엄이도종(掩耳盜鐘-귀를 막고 종을 훔침), 거세개탁(擧世皆濁-세상이 온통 혼탁) 등이 현 정부 전까지 선정됐던 사자성어다. 전체적인 흐름에서 매년 비판의 강도가 세졌고. 그에 걸맞은 말을 찾기 위해 어려운 고사성어도 동원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다. 2013년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가 선정됐으며, 2014년은 윗사람과 아랫사람들을 농락하여 권세를 휘두르는 것을 비유한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지난해는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극단적인 상황을 꼬집는 사자성어들이 이미 다 등장한 마당에 올 세태를 나타낼 사자성어가 궁금하다. 얼룩진 국정농락에 맞서 수백만명이 촛불을 든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사자성어가 나올수나 있을까. 교수신문은 올 처음 사자성어가 아닌 한글 ‘곶 됴코 여름 하나니’를 새해 소망으로 정했다. 춘향전에 등장하는 ‘촉루낙시민루낙(燭漏落時民漏落,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가성고처원성고(歌聲高處怨聲高,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의 원망소리 높았더라)’로 화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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