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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조장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불교 경전을 ‘담마빠다’라고 한다. 이를 번역해 ‘진리의 말씀’이란 책으로 낸 법정스님은 “진리란 더 말할 것도 없이 간단명료한 가르침이다. 따라서 그 표현도 더 없이 단순하고 소박하다. 짧은 글 속에 깊은 뜻을 지니고 있는 이 경전의 원 이름 담마빠다가 곧 ‘진리의 말씀’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 법구경의 제18장 진구품(塵坵品)은 때(塵垢) 묻은 삶을 살아가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른채 복을 원하는 이들에게 일침한다.

 

살면서 선행 하지 않으면 죽어서 악한 길에 떨어지게 되니 쉼없이 나아가봤자 헛수고 뿐(生無善行 死墮惡道 往疾無間 到無資用), 지혜를 구해 선행으로 때를 벗기고 더럽히지 않으면 괴로움도 없을 것이다.(當求知慧 以然意定 去垢勿垢 可離苦形) 애써 복을 구하기 전에 먼저 선행하면 복은 저절로 온다는 얘기다.

 

그래서 꾸준히 마음의 때를 씻어내는 사람은 마치 금을 불려 나가듯 하고, 마음의 때를 씻어내지 못해 악을 키우는 사람은 마치 쇠에 녹이 생겨 제 몸을 망치듯 하게 된다.

 

그리고 세상의 많은 때 가운데 어리석음보다 더한 것이 없다고 한다.(垢中之垢 莫甚於痴) 어리석은 사람은 구차하게 살면서 부끄러움도 모른다.(垢生無恥) 긴부리를 쑥 내밀고 교만하게 살아가는 새같은 삶, 또 철가면을 쓴 채 욕됨을 모르고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더러운 삶(如鳥長喙 强顔耐辱 名曰穢生)이라고 경고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괴로운 것이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하라고 한다. 의로움을 취하여 깨끗하게 살아가는 삶, 욕되지 않고 망령되지 않은 순박한 삶(廉恥雖苦 義取淸白 避辱不妄 名曰潔生)을 살아가라고 권한다.

 

요즘 내우외환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세의 심상찮은 움직임과 박 대통령 탄핵사건, 특검수사가 그것들이다. 엊그제 헌재 재판 일정이 종료되고, 박영수 특검도 기한연장이 불발돼 어제부로 특검수사는 끝났다. 2주일 내로 내려질 헌재 판결로써 4개월 넘게 계속된 혼란 정국이 어떤 식으로든 마침표를 찍게 되겠지만, 결국 또 다른 갈등과 대결의 시점이 될 것이다. 그게 세상 일이다. 법구경이 수천년간 세상의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세상에 쌓이고 쌓이는 때, 벗겨도 다시 끼거나 제대로 지워지지 않는 때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출세와 부를 이룬 것이 깨끗한 삶, 복된 삶은 아니다. 선과 정의는 없고 때가 낀 출세와 부는 더러운 삶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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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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