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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의 비적들

최근 한 방송사의 드라마가 인기 탤런트 부부를 잇따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지성과 이보영이다. 지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드라마에서 지성은 딸과 아내를 살해한 누명이 씌워져 사형수가 되는 검사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 후속작에서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보영은 사형수 누명을 쓰고 수감중인 아버지 구출을 위해 열연하고 있다. 인기 탤런트 부부가 특정 방송사 드라마 작품에서 릴레이로 주인공을 맡아 열연하는 것은 관심을 끌 수도 있겠다. 방송사 측에서 드라마를 기획하며 노린 상업적 포인트이기도 할 것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드라마가 적지 않지만 이번 지성·이보영 주연 드라마는 소위 ‘법비(法匪)’를 응징하는 내용이다. 지성이 친형을 살해한 엄기준의 공격을 받고 살인범 누명을 썼을 때 동료 검사와 교도소장 등이 법비로 등장한다. 이보영의 부친이 살인범으로 몰렸을 때 대법관과 대형 로펌 등 공룡 법비의 위협에 굴복한 판사역의 이상윤(결국 이보영과 힘을 합해 법비 응징에 나서지만)은 정의를 버렸다.

 

이런 종류의 드라마나 소설 따위를 접하는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순수 픽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판사와 검사, 변호사 그리고 경찰과 사법경찰리, 세무사, 일반 공무원 등 민간의 이익과 직간접적 접촉면이 큰 직업 종사자들이 ‘법비’가 돼 민간을 억업하고, 겁박하고, 빼앗고, 직간접적 살인에 가담하는 경우가 더 이상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나 있음직한 일이 아니란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결국 권선징악 결말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권선징악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사건에서 흑막이 벗겨지며 드라마같은 권선징악 결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법비 드라마가 세인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은 그 원한을 간접적으로나마 풀고 싶은 민초들의 작은 바람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일 전북도교육위원회 의장을 지낸 박규선씨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낙선한 후 대전의 한 평생학습기관을 인수, 만학도들을 위해 노력했지만 학내 분규에 휘말렸고, 심한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서에서 “설동호 교육감님, 한을 품고 갑니다”라고 했다. 설 교육감 등 관계기관 등은 이번 사건에 내재한 교비(敎匪)의 실체를 밝혀내고, 고인의 한을 풀어주기 바란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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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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