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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에 돌 치자

 

가뭄에 관한 속담은 대개가 좋지 않은 상황을 비유한다. ‘제 논에 물대기’(자기에게만 이롭도록 일을 하는 경우를 비유), ‘삼 년 가뭄에 하루 쓸 날 없다’(계속 날이 개어 있다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할 때 공교롭게 날씨가 궂어 일을 그르치는 경우), ‘가뭄에 콩나듯’(어떤 일이 드물게 일어나거나 물건이 드물게 있다는 뜻), ‘가뭄철 물웅덩이의 올챙이 신세’(머지않아 파멸할 운명에 놓인 가련한 신세를 비유) 등이 그 예다. 가뭄철 물이 그만큼 절실한 데서 이런 속담들이 나왔을 게다.

 

영농철 논에 물대기는 예나 지금이나 농사의 시작이며 기본이다. 가뭄이라도 닥치면 그야말로 물대기 전쟁이 벌어진다. 관정이 등장하기 전만 하더라도 저수지의 물에 온전히 의존하면서 한정된 물을 놓고 이웃 간에도 곧잘 다툼이 벌어졌다. 물대기로 시비가 붙어 폭행과 살인까지 발생했다는 기사도 종종 나왔다. 논에 딸린 작은 방죽에서 밤새 용두레로 물을 퍼올렸던 시절도 있었다. 그 고단함을 달래기 위한 농요가 ‘물푸는소리’다. 물푸는 도구와 작업 형태에 따라 용두레질소리, 맞두레질소리, 무자위질소리로 불리기도 한다. 낭만처럼 느껴지는 용두레질이 그 시절에는 생존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며 힘든 노동이었다.

 

가뭄에 대한 대책은 시대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었다. 1920년대는 재해지의 세금 면제와 토목공사가 이뤄졌고, 1930년대 허드렛물은 우물을 이용할 것을 권장했다. 1950년대 발전시설확장 10개년 계획이 세워지고 제한급수와 장병 동원 모내기 등이 이뤄졌다. 1960년대 가뭄으로 인해 이농사태도 있었으며, 양수기가 처음 등장했다. 1970년대에는 간이용수원을 개발했으며, 1980년대에는 저수·소류지 개발로 대응했다. 해수의 담수화 등 대체수자원개발로 다각적인 가뭄대처 방안을 모색한 것은 90년대 이후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뭄피해는 오늘날까지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가뭄정보제공시스템 개발, 관개용수의 확보, 관정의 개발 등 여러 대책이 극심한 가뭄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 해양기상청이 20세기 최대 자연재해 중 가뭄을 상위 5위 안에 넣는 걸 보면 우리만의 문제도 아닌 것 같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경우도 기후변화로 10년 이상 가뭄이 지속되는 ‘메가 가뭄’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올들어 경기·충청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가뭄이 심각하다. 다행히 전북의 경우 가뭄피해가 아직까지 심각 수준은 아니지만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가물에 돌 친다’(무슨 일이든지 사전에 미리 준비를 해야 함을 비유)는 속담을 떠올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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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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