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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힐 노릇

 

뜻밖의 일을 당하면 어처구니없다고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도 한다. 사람이 기막힐 일을 당하는 것은 비극이다.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 자동차를 구입해 멋진 드라이브를 즐기던 젊은이가 한순간에 일어나는 교통사고 때문에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면? 그야말로 기막힐 노릇 아닌가. 자동차 운전자에게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 바로 교통사고다.

 

약 20년 전 대한민국에 IMF 구제금융 위기가 있었다. 훗날 IMF측의 과도한 조치 때문에 한국이 피해를 봤다는 분석이 나왔고, IMF측도 이를 인정했다. 어쨌든 1997년 11월4일 IMF 외환위기가 공식 발표되면서 우리 국민은 혹독한 고초를 겪어야 했다. 도산하는 대기업이 속출했고, 큰 시중은행들이 무너지면서 은행합병도 많았다. 그 당시 대표적 은행은 국민은행 외환은행 한일은행 상업은행 주택은행 등이었다. 지방은행은 광역단위로 있었다. 하지만 IMF 구제금융 사태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돈 장사하는 은행들이 돈이 부족해 망하는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대마불사 신화는 없다’는 것을 비로소 보여준 사건이 많았다.

 

은행이 망하는데 그 보다 규모가 작고, 불량 채권도 훨씬 많은 서민금융기관들이 온전했겠는가. 당시 전북의 대표적 제2금융권은 전일상호금고 등 수두룩했지만 당시의 것들은 대부분 망했다. 이자 불려 목돈 마련하려던 서민들이 하루아침에 수천만원을 날린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피눈물을 흘렸다.

 

전북은행처럼 꿋꿋하게 살아남아 종합금융업에 진출하고, 나아가 해외까지 진출하는 사례에서 보듯 세상은 흥망성쇠가 뚜렷하고 가혹한 채찍 속에서 굴러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최근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책으로 한진해운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부실기업 대우조선해양은 기사회생했다. 정부가 새롭게 2조9000억 원 이상을 지원하는 연명책을 썼기 때문이다.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그 엇갈린 운명이 그야말로 기가 막힌다.

 

오는 7월 폐쇄가 예고된 군산조선소 사례도 기가 막힐 일이다. 빚더미 대우조선은 살리고, 경영상태가 좋은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는 가동이 중단돼 2만5000여 명이 거리에 내몰리고 있으니 기막힐 노릇 아닌가.

 

전북도와 정부, 정치권이 관심 가져주는 군산조선소 사태는 ‘양반’이다. 익산 넥솔론 파산 앞에 선 직원들이 휴지조각 된 우리사주를 구겨쥐고 아린 가슴 쓰다듬고 있는 건 더 기막힐 일 아닌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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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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