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가 건립 중인 ‘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의 이름을 놓고 논란이 이는 모양이다. 전북미술협회가 “작품 기증을 이유로 생존 작가의 이름을 시립미술관 명칭에 넣는다는 것은 개인미술관을 국민의 혈세로 지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남원시립미술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문제 제기를 하면서다. 그러나 이미 4년여 전에 ‘김병종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미술관 건립이 추진돼 개관을 앞둔 상황에서 명칭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가 의아스럽다.
생존 예술인의 이름을 붙인 기념관을 만드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함은 당연하다. 생존 작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생존 인물의 이름을 붙인 기념물은 절대 안 된다는 것도 편견이다. 한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물의 이름을 딴 거리나 공원, 시설물 등이 부지기수다. 도시의 위상과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병종’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문제도 생존 작가의 문제가 아닌, 그럴 만한 가치와 의미가 있느냐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남원의 간판 미술가로 내세우기에 역부족이거나, 남원 연고의 미술가 중 훨씬 뛰어난 화가가 있는 데도 굳이 시립에 ‘김병종’이름을 고집한다면 문제다. 독보적 존재는 아닐지 몰라도, 김병종 교수(서울대 미대)는 현재 세계 각국의 갤러리에서 초대를 받고 있고, 대영박물관을 비롯해 세계의 주요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할 만큼 명성을 갖고 있다. 자치단체에 있는 또 하나의 미술관이 아닌, 김병종이라는 이름과 색깔을 담은 미술관으로서 가치가 더 클 것이라는 이야기다.
전북미술계로서는 국내 화단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작고하거나 현직에서 활동하는 지역의 원로 화가들도 개인 미술관 하나 없는 실정에서 김 교수의 이름을 딴 미술관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김 교수는 더욱이 지역 미술인과 교류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지역에서 어렵게 추진하는 미술관을 놓고 이제야 명칭으로 시비를 거는 것은 대승적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작고, 원로 화가들을 기리는 미술관을 더 만들고, 김 교수의 노하우를 지역의 문화자산으로 활용하는 게 전북미술계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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