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약 누군가의 모함을 받아 모든 것을 잃게 된다면?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3일 만기 출소했다. 그는 “짧지 않았던 2년 동안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을 언급하며 한 전 총리의 ‘억울한 옥살이’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추대표는 “꽃다운 젊은 날이 지난 후에 재심으로 무고함이 밝혀졌지만 한번뿐인 인생을 누가 보장해주겠나”라며 “정권에 순응해온 사법부가 이번 기회에 그 치부를 드러내고 양심 고백을 해서 다시는 사법 적폐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억울하다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재심은 이뤄질 수 있을까.
과거 군사독재시절의 인혁당 사건, 오송회 사건 등으로 인생을 망친 이들이 어디 한 둘인가. 법 보다는 납치와 고문, 협박, 강요 등으로 멀쩡한 인생을 망친 일은 군사독재시대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 최근 전북지역에서 있었던 삼례 3인조 강도 치사 사건과 익산 약촌오거리살인사건은 독재정권을 딛고 일어선 민주사회 벌건 대낮에 자행되었다. 피해자들은 모두 형기를 마친 후 이 시대의 영웅 ‘박준영 변호사’ 등 주변 도움 등으로 재심을 이끌어냈고,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수사와 기소, 판결에 참여했던 ‘가해자’들은 아주 멀쩡한 삶을 누리고 있다. 오히려 인생을 망치다시피 했던 삼례3인조는 형사보상금의 일부를 사회에 기부했다. 이런 게 정의로운 민주주의 사회인가.
요즘 전북교육계가 교사 등에 의한 성추행 및 성추행 의혹사건으로 시끄럽다. 과거 김제 영광의집과 자림원 등 장애인 시설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으로 시설이 폐쇄되는 일까지 벌어졌는데, 이제는 여고에서 교사에 의한 학생 성추행 사건이 터져 교사 2명이 구속기소됐다. 중학교에서는 성추행 낙인 찍힌 것이 억울하다며 교사가 자살했다. 이에 유족 등은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한다. 장수의 한 사립고 이사장이 기간제 여교사를 성추행했다는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됐다. 이사장은 부인하고 있다.
억울하다. 이는 형사적으로 무고 당한 것이다. 억울하다는 사람들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최초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중학생과 이들을 조사한 교사, 그리고 이들의 주장만 진실이라고 판단하고 자살교사에게 불이익을 준 전북교육청과 학생인권센터 등이 무고한 것이다. 사건이 간단치 않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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