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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건강

지난해 치러진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건강이상설이 대선 막바지에 핫이슈가 됐다. 힐러리가 9·11테러 추모행사에 참석했다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되면서다. 트럼프 후보 진영이 그간 계속해서 힐러리의 건강이상설을 제기했던 터여서 미국 유권자들의 대선 후보의 건강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핫 이슈까지는 아니지만, 우리의 경우도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건강이상설이 나오기도 했다. 문 후보가 방송토론에서 ‘스탠딩 자유토론’방식을 거부하는 이유가 건강이 뒷받침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안철수 후보 진영에서 제기했다. 당시 국민의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라면서, “2시간도 서 있지 못하는 후보가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몰아붙였다. 문 후보는 스탠딩토론에 응하는 것으로 건강문제를 잠재웠다.

 

재임시절 유독 건강을 과시한 분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 비슷한 속도와 페이스로 조깅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에 건강악화설에 시달렸다. 신장이상설 등이 꼬리를 물며 공론화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통령 주치의가 나서서 관련 사실을 부인하는 인터뷰까지 해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는 최순실씨 이름으로 대리 피 검사를 한 사실을 두고 논란이 됐으며,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2급 국가비밀’이라는 사실도 알려졌다.

 

최용득 장수군수의 건강 이상설로 지역사회가 뒤숭숭한 모양이다. 장수군의회가 임시회에 출석하지 않은 최 군수의 직무유기를 문제 삼아 무기한 휴회를 철회하면서다. 최 군수가 취임 후 의회 임시회 및 정례회에서 의원들의 군정 질문에 단 한 차례도 답변하지 않았고, 관내외 활동에서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병세로 인해 인지능력 부족과 사리판단이 안 되면 병가를 내서 치료와 요양에 전념하라는 게 의원들의 주장이다.

 

최 군수의 건강이상설은 오래 전부터 지역사회에서 구설수에 올랐으나 지금껏 침묵하던 의회가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쟁점화 한 배경이 의아스럽기는 하다. 군정을 이끌 수 없을 정도의 상태였다면 진즉 문제 제기를 했어야 옳다. 개인의 건강을 문제 삼기가 민망스러운 일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어물쩍 넘길 문제도 아니다. 군수는 자치단체의 수장이다. 지역발전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라는 이야기다. 최 군수가 군수로서 역할과 활동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당당히 밝혀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믿고 선택한 군민들에게 취할 최소한의 의무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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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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