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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연설

 

미국 남북전쟁. 4년에 걸친 이 전쟁으로 북부와 남부의 크고 작은 도시들이 안은 상처는 컸다. 그중에서도 펜실베니아주의 작은 도시 게티즈버그는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격전지였다.

 

전쟁이 한창이던 1863년 11월 19일, 이곳 게티즈버그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국립묘지 건립 봉헌식과 죽은 장병들을 기리는 추도식이었다. 링컨 대통령도 헌사를 위해 참석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의 중심은 링컨 대통령이 아니었다. 세계적인 명연설가로 꼽혔던 에드워드 에버렛의 추모연설에 쏠린 군중들의 기대 때문이었다. 에드워드 에버렛은 관중들의 관심에 부응하듯 장장 1시간에 걸쳐 연설을 이어갔다. 그 뒤를 이어 링컨이 단상에 섰다. 그의 연설은 단 2~3분 만에 끝이 났다. 간결하고도 명료한 메시지. 연설이 끝났을 때 관중들은 환호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링컨의 연설은 분열의 위기에 처한 국가를 통합하고 반목으로 갈라선 국민들의 마음을 이끌었다. 이 연설문이 바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로 신화가 된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이다.

 

링컨은 애초 이 추도식에서 내전의 의미와 앞으로 지향해나갈 정치적 목적을 분명히 밝히는 기회로 삼기 위해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내전의 원인이 된 노예제도 등 정치적 이슈 대신 미국의 건국정신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병사들을 추모하며 그들의 뜻을 이어받아 민주주의 이념을 굳건하게 지켜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간결한 내용으로 전했다.

 

이 짧은 연설문은 링컨의 천재적인 영감에 의해 즉흥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링컨대통령의 연설을 철저한 자료와 고증으로 분석한 저서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게리 윌스는 ‘272개 단어에 구현된 링컨의 문화적 지적 정치적 노력이 바탕이 된 이 연설문이야말로 내전이라는 극단적인 정치상황을 전환시키기 위한 오랜 고뇌의 산물이었다 ‘고 밝힌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화제(?)다. 연설을 하는 내내 유엔총회장의 분위기는 싸늘했으며 41분이란 긴 연설동안 중간 박수는 고작 여섯 번에 불과했다는 보도가 있다. 대부분의 세계 언론들의 혹평도 이어진다. ‘미국대통령의 유엔연설 중 역대 최악’이란 비판을 받는가하면,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깡패두목의 연설처럼 들린 것 중 하나로 기록될 것 ‘이라는 평도 있다.

 

리더십연구가 게리 윌스의 명언이 있다.

 

‘리더십의 반은 대화이며, 나머지 반은 지지자들의 몫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없다면 서로 존재할 수 없다. 훌륭한 지도자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효율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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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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