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역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 역 주차장도 얼마 전까지 주차비를 받는 근무자가 있었으니 기계식으로 바뀐 것은 최근일 터다.
문득 이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졌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주차장이니 파견되었던 공무원이라면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겼을 테지만 혹시 일용직으로 근무했던 사람이라면 일자리를 잃지 않았을까.
꽤 오래전 일본의 NHK 방송국 관련시설을 둘러보았다. 그때 들른 자료실에서 인상 깊은 풍경을 만났다. 릴 테이프로 보관해오던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그 자료실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었다. 알고 보니 젊은 시절 NHK에 근무했거나 관련 분야에서 일하다 은퇴한 원로들이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인간의 손을 선택한 전략은 분명 이유가 있어 보였다. 은퇴자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게 된 것도 그렇거니와 일의 전문성을 더할 수 있으니 좋은 선택이다 싶었다.
통계청이 내놓은 최근의 고용동향을 보면 역대 최고치를 넘나드는 청년 실업률은 개선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사실 일자리의 절박함은 청년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1순위가 ‘일자리 대통령’이었을까. 그 여파를 몰아 자치단체들도 일자리 정책을 내세우고 나섰다. 그러나 공공일자리를 늘린다는 정책의 면면은 그 대부분이 공무원 일자리를 보충하는 쪽에 중심을 두고 있다. 그 성과야 어떤 형식으로든 드러나겠지만 최근 늘어나는 공공주차장의 기계식 계산기를 보면서 공공기관의 일자리 만들기가 혹 형식적 치레에 매어 있지는 않은지 궁금해진다.
주차장은 단적인 예지만 편리함과 경제성만을 내세워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로 대체하면서 없어지는 일자리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별도의 예산을 쏟아 공공 일자리를 만들기에 나선 공공기관의 사업도 늘어나고 있다. 모순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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