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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죄와 벌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이 1000만 관객을 달성했다. 웹툰을 영화로 만든 것인데, 저승에 간 주인공의 변호를 저승차사들이 맡도록 설정이 바뀐 것 등 몇가지를 제외하면 웹툰 원작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신과 함께-죄와 벌’이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인간이 원초적으로 짊어지고 살아가는 죄와 그 대가를 치르는 벌의 문제를 다뤘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살아 생전에 자신의 이런 저런 대소허물들을 용케 감추고 살아갈 수 있다. 죄의 행각이 드러나 사법처리되기도 하지만 발각되지 않은 허물들은 그대로 묻힌다. 훗날 우연히 그의 허물이 들춰지는 경우도 있지만, 완전범죄가 된다.

 

그렇지만 그 허물들이 사후 지옥에서 49일간 벌어지는 일곱 번의 재판을 통해 낱낱이 드러나 지옥벌의 경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다. 세 치 혀를 잘못 놀려 남을 모함 하는 등의 허물을 저지른 사람은 지옥에서 혀가 뽑혀 나가는 중형에 처해진다. 혀는 농토가 되어 과수원으로 일궈진다. 세 치 혀를 잘못 놀린 죄인은 죽어서 그 고통을 받는 것이다. 일곱 번의 재판은 그런 식으로 진행된다.

 

사람은 죄와 벌의 문제를 다룬 이 영화를 외면하기 힘든 심리적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게 1000만 관객 돌파로 이어졌다고 보여진다.

 

천주교 신자들은 신부 앞에 고해성사를 한다. “나는 지은 죄가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고해성사가 있는 날이면 신도들이 방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신부 앞에서 자신이 지은 죄를 고백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고 한다. 물론 그 죄가 온전히 씻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한번쯤 자신의 허물을 되돌아보고서 죄를 부끄럽게 여기고,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불특정 다수가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는 어차피 지난 일이고, 지금 이 순간 참된 인간의 모습으로 서 있기 위해서다.

 

죄는 필연적으로 피해자를 낳는다. 원귀도 만든다. 자신이 행한 언행으로 상처 받았을 상대방에 대해 진실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또 용서를 구한다면 훗날 지옥에 가서 불지옥, 칼지옥에 떨어지거나 혀가 뽑혀 나가는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신과 함께’는 그런 말을 관객들에게 귀띔해 주고 싶은 것이고, 관객들은 생전에 죄 짓는 것을 경계하는 계기로 삼고자 할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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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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