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 학대치사와 암매장 사건에 관한 엊그제 검찰의 수사발표 내용이다. 검찰이 브리핑과 함께 공개한 생전의 준희 모습이 너무 순진무구해 더 아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이리 예쁜 아이를 그리 비참하게 죽게 한 게 친부와 내연녀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준희양 사망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문제가 지역사회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2016년 전북에서 발생한 아동학대가 1446건으로, 서울과 경기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높다는 통계도 있다. 인구 대비로 볼 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아동학대를 가한 오명을 안았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동학대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 흔히 친부모가 맞는지 확인하려고 한다. 친부모라면 도저히 그리 잔혹하게 아이를 대하지 않았을 것이란 선입관에서다. 그러나 2016년 전국에서 발생한 1만8700건의 아동학대를 분석한 결과 가해자의 80.5%가 부모였다. 자식을 소유물처럼 여기는 부모들의 잘못된 인식의 산물이지 싶다. 아이도 엄연한 인격체며, 내 자식이 아니더라도 한 인격체로 여긴다면 결코 못할 짓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이상한 정상가족> 을 읽고 저자 김희경씨(문화관광부 차관보)에게 직접 격려편지를 보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저자는 전주에서 고교를 졸업한 후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아동구호 NGO인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활동했다. 대통령이 편지를 보내기 위해 비서실을 통해 출판사에 저자의 주소를 문의했다는 걸 보면 차관보로 임용될 것임을 몰랐나 보다. 문의 전화와 차관보 임용이 지난 19일 같은 날 이뤄졌다. 이상한>
대통령이 특정 책의 저자를 격려했다는 것은 책에서 말하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어서였을 게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 소개를 보면, 가부장제를 근간으로 한 한국의 가족주의와 특정한 가족 형태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면서 이러한 가족을 둘러싼 문제로 아이들 또한 고통 받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거나 포장되어온 다양한 유형의 폭력을 중심으로 가족의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그 기저에 한국의 가족주의가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소개가 곁들여졌다.
“국가가 모든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해버린 탓에 가족이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에서 가장 약한 자인 아이들이 늘 피해자가 된다”는 저자의 지적이 따갑다. 준희의 죽음에 우리 사회의 책임이 없는지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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