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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장 찍기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알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사람 마음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 선거는 사람 마음을 훔치는 작업이다. 각 후보들은 어떻게해야 자기를 지지하도록 할까 고민이 많다. 정치 신인들은 아무리 명함을 건네도 인지도가 높게 안 나온다. 죽어라 하고 명함 돌리고 인사를 하고 다녀도 막상 여론조사를 해보면 지지도가 두자리수로 올라서지 않는다. 선거에서 한표 한표가 그냥 나오지 않는다. 다 찍는 이유가 있다. 그게 속 마음인데 유권자들이 그 속내를 쉽게 드러내 주지 않아 선거가 어렵다.

 

농촌 유권자는 이해관계가 철저하다. 평상시 자기 애경사에 왔다 갔는지부터 따진다. 오지 않았으면 그건 틀린 것이다. 도시는 시골보다 낫다. 애경사 참석여부가 판단기준으로 크게 작용하지는 않다. 그러나 전혀 무시할 순 없다. 선거직에 나서려면 애경사때 봉투를 직접 들고 찾아가는 게 기본이다. 바빠서 못 갈 때는 봉투라도 전달해야 한다. 김영란법이 있지만 아직도 다다익선이다. 표시나게 넣어주면 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 마음의 표시를 돈 액수로 표시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 때도 똑같다. 상재(上梓)라고 써서 책 값만 달랑 넣어주는 사람도 있지만 5만원짜리 고액권을 두툼하게 넣어주는 사람도 있다. 좁은 지역에 살다보면 이리 얽히고 저리 얽혀 선거사무실 개소 때나 출판기념회에 가보지 않을 수 없다. 선거사무실 개소식 때 봉투를 전하는 게 위법이므로 대부분 출판기념회 때 성의표시를 한다. 봉투를 뜯어보면 그 사람의 지지여부도 안다. 마지 못해 온 사람인가 그렇지 않고 진정으로 지지한 사람인가를 알 수 있다. 90일 전까지만 출판기념회를 할 수 있어 지난주로 출판기념회는 끝났다. 여러 건이 주말 같은 시간에 몰려 돈봉투 갖고 이쪽 저쪽으로 오가느라 바빴다. 한마디로 눈도장 찍기에 바빴다. 이 체면 저 체면 때문에 안 갈 수도 없다고 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1월 20일에 열린 서거석 전 전북대총장의 출판기념회가 가장 성황을 이뤘다. 토요일 1시 반부터 전주 롯데백화점 앞에서부터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시군에서 골고루 참석한 지지자들로 전북대 삼성문화관이 행사내내 북새통을 이뤘다. 줄잡아 5000명 이상이 참석해 참석자들 스스로가 놀랐다. 민주평화당 정동영의원도 이 정도면 교육감을 바꾸는데 성공적이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전북대 총장을 두번 역임하면서 학교위상을 크게 끌어 올린 점이 작용한 것 같다. 홈 그라운드 이점을 충분히 살린 점도 있지만 평소 마당발이었다는 게 증명됐다. 다음으로 지난 1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민주당 도지사 경선에 나선 김춘진 전의원의 출판기념회도 그런대로 성황이었다. 3000명 정도가 다녀 갔지만 서 전총장 때보다 열기는 덜했다. 부안 등지에서 동원된 사람도 있었고 눈도장 찍으려고 온 사람도 많았다. 동원했든지 안했든지간에 출판기념회를 통해 세과시를 하려는 게 하나의 통과의례로 굳어졌다. 오늘도 유력주자한테 눈도장 찍기는 계속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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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일 baiksi@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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