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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끓는 농민의 외침에 정부는 응답하라

쌀값 45년 만에 최대 폭락 농촌 위기
성난 농민 논 갈아엎고 볏단 불태워
대통령 농정공약 이행 대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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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논설위원

가혹한 농민 수탈로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이 됐던 정읍 이평면 만석보 들녘에서 지난달 말 농민들이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고 쌓아놓은 볏단을 불태우는 장면을 보면서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자식처럼 애지중지 가꾼 벼를 자기 손으로 불태우는 것은 목숨을 내놓고 출정하는 동학농민군의 비장함과 다를 바 없었다. 쌀은 농민에게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뙤약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땀 흘리며 김 매고 비료 주고 농약도 치면서 정성을 다해야만 가을에 수확을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그렇게 한 해 동안 애써 땀 흘려 지은 농사를 갈아엎는 농민의 마음은 굶어 죽기를 각오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농촌 들녘마다 농민들의 한탄과 울분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논을 갈아엎고 벼를 불태우는 농민들의 분노가 땅을 울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미봉책으로만 일관하고 있으니 성난 농심이 들끓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고금리 시국을 맞으면서 모든 물가가 크게 올랐다. 농사에 필요한 자재와 비료 농약뿐만 아니라 인건비도 폭등했다. 그러나 쌀값만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쌀 수확이후 올 9월까지 1년 새 25%나 떨어졌다. 정부 통계가 시작된 1977년 이후 최대 폭락이다. 45년 전 쌀값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반면 쌀 생산비는 40%나 더 늘어났다. 이러니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온다. 논 한마지기(200평) 당 대략 16만 원 정도 적자를 본다. 그렇다고 농민들이 땅을 놀리고 농사를 안 지을 수도 없다. 농사를 중단하는 것은 생업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쌀값 하락대책으로 시장격리 45만t, 공공수매 45만t을 제시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쌀 초과 생산이나 쌀값 5%이상 하락 시 시장격리 의무 시행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재정 부담 가중을 이유로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우리 주곡인 쌀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것은 정부의 잘못된 양곡정책이 원인이다. 그동안 식량 주권, 식량 안보를 내세우면서도 농민들의 쌀 생산비 보장은 등한시했다. 5000만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해온 농민에게 희생만 강요했지, 생존권 보장에는 뒷짐만 져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농업·농촌을 위해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촌, 잘사는 농민’을 제시했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대하고 소멸 위기에 빠진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농업인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농업직불금 예산을 현재의 2배 수준인 5조 원까지 대폭 늘리고 우량 농지 지원 강화, 농어업인 영농 경영비 및 금융비용 부담 감소 방안 등을 두루 약속했다. 하지만 쌀값 폭락으로 도탄에 빠진 농촌 현장에 윤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 전국 농민들의 쌀값 보장 외침에 대통령의 응답은 아직 없다. 오히려 농업·농촌·농민을 위한 농정관련 내년 예산은 줄줄이 삭감되거나 축소됐다. 고령중소농 은퇴직불금이나 청년직불금 식량안보직불금 탄소중립직불금 조건불리직불금 등 농업 직불금 확대 공약 이행을 위한 대책이나 마스터플랜 수립도 아직 없다. 지난 대선 때 제시한 농업·농촌·농민 관련 공약이 무색할 따름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 농민과 농촌 농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의 식량 주권과 식량 안보도 남의 나라 손에 맡겨지는 참담한 상황을 목도할 수밖에 없다. 우리 농업과 농촌을 살리려면 애끓는 농민의 외침에 정부는 즉각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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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st@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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