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에서 ‘쉬었음’ 청년이 늘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발표에 따르면, ‘쉬었음’ 인구는 264만 1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 3000명 늘었고, 15~29세 청년층도 44만 6000명에 이른다.
숫자만 놓고 보면 청년이라는 단어가 지닌 생기와 ‘쉬었음’이 주는 의미가 선뜻 맞물리지 않는다. 청년은 가능성과 도전, 성장의 언어에 가깝지만, 쉬었음은 멈춤과 좌절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더더욱 이 단어가 청년을 향한 낙인이나 비난의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쉬었음’은 게으름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삶을 감당하기 버거운 순간에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일자리는 부족하고 주거비는 높다. 경력의 단절로 불안이 커지면 누구나 멈출 수 있다. 개인의 의지로만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 앞에서 청년에게만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이 시들어간다는 말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도시의 방향 전환은 더욱 중요하다. 청년이 떠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머물러야 할 이유를 정책으로 증명해야 한다.
결국, 청년 정책의 핵심은 성공한 청년만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려는 청년에게 출발선을 만들어 주는 데 있다
익산도 ‘GREAT Iksan with Youth’라는 슬로건 아래, 떠나는 도시에서 머무르는 도시로 체질을 바꾸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익산의 30대 청년 인구가 지난해 493명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11월 기준 680명 늘어 2만 7000여 명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그 변화를 보여준다. 주거·일자리·양육을 함께 따져 정착을 결정하는 30대가 다시 지역을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더욱 주목할 변화도 있다. 2023년 900명 초반에 머물던 출생자 수가 2025년 11월 기준 연간 1000명을 넘어섰다. 경제활동이 활발한 30대가 정착하며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익산은 청년의 마음을 붙잡는 대신, 청년이 머물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생활권 곳곳에 대단지 주거 공급이 이어지고 있고, 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을 확대해 내 집 마련의 부담을 낮추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더불어, 청년시청과 같은 통합 창구를 중심으로 흩어져 있던 정책과 정보를 한 곳으로 연결해 청년이 길을 잃지 않도록 행정의 문턱을 낮추었으며, 취·창업 지원과 정착 패키지를 통해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다.
청년이 머무는 도시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이어져야 한다. 신혼부부가 출발선에서 주저앉지 않도록 돕고 돌봄·교육, 일과 생활이 끊기지 않게 이어야 한다.
사회의 역할은 청년에게 “머물라”고 말하는 데 있지 않다. 떠나지 않게 붙잡는 것이 아니라, 떠날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주거 부담을 줄이고 일의 연속성을 높이며 돌봄 공백을 메우는 정책들이 같은 방향으로 작용할 때 청년은 비로소 머묾을 현실로 선택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청년의 삶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삶이 이어지도록 제도를 촘촘히 잇는 일이다.
익산에서 보이는 이 작은 변화가 일시적인 성과가 아닌, 더 많은 지역이 본받아야 할 기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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