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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보훈용어 이대로 괜찮을까?

김형주 상명대 충남리빙랩소통연구소 연구교수

이제 곧 삼일절이다. 이날이 되면 거리 곳곳에 태극기가 내걸리고, 아마도 어느 기념식장에선가는 추모(追慕)의 대상으로 순국선열(殉國先烈)과 함께 호국영령(護國英靈)이 불릴 것이다. 그런데 삼일절에 호국영령을 추모해도 되는 걸까?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알고 쓴 것은 맞을까?

사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은 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익은 말이지만, 말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공무원도 예외는 아니다. 참고로 서울지방보훈청이 2019년에 펴낸 ‘알기 쉬운 보훈행정용어집’을 보면 순국선열은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항거하다가 순국한 사람”을 뜻하고, 호국영령은 “전쟁터에서 적과 싸워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분들의 영혼”을 뜻하는 말이다. 즉, 순국선열은 삼일절의 추모 대상이고, 호국영령은 육이오기념일의 추모 대상인 셈이다. 이처럼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은 역사적 맥락에 따라 말뜻과 지시 대상이 다르다.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봐도 삼일절은 “국권 회복을 위해 민족자존의 기치를 드높였던 선열들의 위업을 기리고 1919년의 3·1 독립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민족의 단결과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하여 제정한 국경일”로 되어 있다. 즉, 삼일절은 순국선열을 기리는 날인 것이다. 따라서 삼일절 기념식장에서 호국영령을 언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말뜻을 몰라서 언급하게 된다면 부끄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인 ‘빅카인즈(BIGKinds)’에서 1990년 1월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삼일절’과 ‘육이오전쟁일’, ‘현충일’이 포함된 기사의 연관어를 검색하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의미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사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삼일절 관련 기사에 호국영령이 등장하는가 하면, 육이오전쟁기념일 관련 기사에 순국선열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혼란의 원인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말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어를 교양인의 언어로 착각하는 비정상적인 언어관에서 비롯된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고, 상대가 내 말의 뜻을 오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자기중심적인 언어습관에서 비롯된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말을 쓰면 품위 있어 보인다는 잘못된 생각이 오히려 소통을 가로막는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순국선열’을 ‘독립유공자’로, ‘호국영령’을 ‘전쟁유공자’로 바꾸어 부르는 것이 어떨까? 자신의 지식을 과시할 목적이 아니라면, 말뜻을 이해하기 쉬운 말을 놔두고 굳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독립유공자’라는 말은 누구나 그 뜻을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고, ‘전쟁유공자’라는 말 역시 마찬가지다. 어려운 한자어에 기대지 않고도 충분히 깊은 추모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17년 국민의례 규정을 개정하여 행사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외에 묵념의 대상을 임의로 추가할 수 없도록 했는데, 이 규정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 희생된 민주화 유공자, 그리고 화재 현장이나 재난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소방관·경찰관 등 공무 중에 순직한 공무원도 공식적인 묵념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그들 모두 우리가 마땅히 기억하고 추모해야 할 국가유공자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위한 희생이 전쟁터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 추모의 언어도 특정한 방식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다. 추모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과거를 더 넓게 이해하는 일이자, 오늘을 사는 우리가 어떤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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