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정진을 예술로 승화시킨 김홍선 교무…"글로 짓는 마음공부" 종교적 메시지를 보편적 동화 언어로 번역…메마른 시대에 건네는 응원
원불교 교단에서 김홍선(74) 교무의 존재는 구도자의 정진과 문학적 성취가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독보적인 사례로 꼽힌다.<삼밭재의 산신령> <사월의 종소리> <연꽃의 미소> <다람쥐 대통령 & 욕심 많은 원숭이> 등 동화 5권을 한꺼번에 발간하며 ‘글을 통한 교화’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고 시절 국어교사로부터 “너는 앞으로 글을 써라”는 당부를 들었던 한 소녀의 남다른 표현력은 이후 원불교학과를 졸업하고 현장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운영하며 200여 명의 아이를 돌보는 실천적인 자양분이 됐다.
김 교무의 이력에서 주목할 지점은 신앙적 수행을 문학적 전문성으로 승화시킨 치열한 과정에 있다. 그는 낮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교당 교화에 정성을 쏟으면서도 밤이면 타자기 앞에 앉아 15년 동안 전국의 신춘문예 당선작과 심사평을 분석하며 문학적 공력을 쌓아온 침잠의 시간을 보냈다. 이러한 정진은 <파랑새와 허수아비> 작품으로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이라는 객관적인 성취로 이어졌으며 종교적 메시지를 보편적인 예술의 언어로 번역해낼 수 있는 토대가 됐다.
그의 작품세계는 원불교의 핵심 가치인 <마음공부> <인성교육>과 무아봉공(無我奉公)’과 ‘정신개벽’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구현한다. 실제 그의 동화 <삼밭재의 산신령>은 소태산 대종사의 구도 과정을 산신령이라는 친근한 존재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깨달음이 결코 대중과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동화로 표현해냈다. 또한 <다람쥐 대통령>이나 <연꽃의 미소> 등의 작품은 나를 잊고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삶의 가치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논리적으로 설득한다. 만물에 불성이 깃들어 있다는 ‘처처불상(處處佛像)’의 원리를 일상 속으로 끌어들인 결과물이다.
김 교무는 지난 24일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탈종교화 시대의 동화는 단순한 어린이책이 아닌 현대인의 마음을 채우는 ‘마음공부’의 매개체라고 정의했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동화를 읽을 수 있는 연령을 4세부터 80세라고 정의했다고 한다. 그는 환상과 현실이 접목한 서사를 통해 성인들에게도 위로와 정화의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세상의 모든 존재에게 새 생명을 부여하고, 존재의 이유를 알려주고 싶다”는 그의 다짐은 글쓰기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불공(佛供)으로 삼아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을 건설하려는 원불교의 개교 동기와 깊게 맞닿아 있는 셈이다.
그는 앞으로도 환상의 공간을 통해 자신을 정화하고,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나의 문장마다 정성을 다해 일궈낸 그의 ‘문학적 포교’는 메마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마음의 평온을 찾아주는 따뜻한 응원이 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건네는 다섯 권의 선물 같은 동화는 “오늘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고 있느냐”고 대중들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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