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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화분 하나가 바꾼 교실, 20여 년의 조용한 헌신

익산 영등중학교 오용표 교사, 식물과 함께 가꿔온 아이들의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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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표 익산 영등중학교 교사. /본인 제공

복도를 걷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다르다. 쿵쾅거리는 소리 대신, 조심스럽게 내딛는 발소리가 이어진다. 익산 영등중학교의 한 복도. 창가와 벽면을 따라 늘어선 화분들 사이를 학생들이 지나친다.

이 풍경을 만든 사람은 이 학교 교무부장 오용표 교사(56)다.

“식물을 복도에 키우니 아이들이 차분하고 조심조심 다녀요.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은 짧고 담담했다. 그러나 그 담담함 뒤에는 20년이 넘는 시간이 쌓여 있었다.

오 교사가 처음 교단에 선 것은 2003년이었다. 신임 교사 시절, 그는 창가에 앉은 학생들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백 마디 경고보다 나은 방법을 찾던 그는 창가에 화분을 놓았다. 결과는 예상을 넘어섰다. 학생들은 스스로 창가에서 물러났고, 어느새 물을 주는 아이들까지 생겨났다. 훈계가 아닌 자연이 해낸 일이었다.

그 작은 발견이 20년의 실천으로 이어졌다. 현재 익산 영등중학교 곳곳에는 오 교사가 조성한 실내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교실과 복도, 학교 현관에 이르기까지 화분과 작은 수족관이 배치된 자연생태 체험공간이 펼쳐져 있다. 학생들은 오 교사와 함께 이 공간을 직접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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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표 교사가 익산 영등중 내 교실 복도에서 키우는 화분들과 작품들. /본인 제공

“힘든 학교생활에서 선생님은 잊어도, ‘학교를 다니면서 이런 교실도 있었지’하는 생각을 갖고 인생을 살며 힘든 일을 잊었으면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20년이 훌쩍 넘겼습니다.”

그는 이 일을 알리려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밝고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것을 보는 게 좋아 한 일이지, 누구에게 알리려고 해온 일은 아니었다”고 했다. 

실제로 그에게는 개인 휴대전화가 없다. 이번 취재도 교실 전화와 아내의 휴대전화를 통해 이루어졌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봐 일부러 개통을 안 하고 있습니다.” 그는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장수 출신으로 원광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오 교사는 전북제일고등학교, 삼례공업고, 전주솔빛중학교를 거쳐 현재의 자리에 이르렀다. 그 긴 여정 내내, 화분은 그의 교실을 따라다녔다.

이영송 영등중 교장은  “오 선생님 덕분에 학교가 화사해지고, 학생들의 인성은 물론 학교생활에 새로운 즐거움이 생겼다. 학교폭력 등의 문제도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장은 “최근 각박한 학교 이야기들이 많은데, 오 선생님이야말로 학생과 학부모, 동료 교사, 지역사회 주민들로부터 신망 받는 참교육자”라고 강조했다.

훈계 대신 화분을 놓은 교사. 스마트폰 대신 아이들의 눈을 택한 교사. 그의 교실에서 식물은 오늘도 자라고 그 옆에서 아이들도 조용히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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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학교 생태환경 #교사 헌신 #오용표
백세종 103bell@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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