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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 타깃... 전북 안전망은 통계 사각지대

광주 고교생 피살이 던진 경고…‘이상동기’ 가면 뒤 은폐된 젠더 폭력
일면식 없는 범죄 피해 94명, 33%는 ‘명확한 표적’... 전북도 실태조사 전무
구조적 진단 없이 가로등·CCTV 확충 급급…“통계 밖 죽음 방치 말아야” 
전주여성의전화 “지역 특성 맞는 데이터 부재가 실효성 없는 대책 불러”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연령별 현황/출처=한국여성의전화 분노의게이지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출처=한국여성의전화 분노의게이지 

광주 고교생 피살사건으로 지역사회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전북도의 치안시스템은 기초 통계조차 없는 행정공백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범행동기를 ‘이상 동기’라는 모호한 틀로 규정하는 사이, 전북도 역시 지역별 범죄 취약요소에 대한 정밀 실태조사를 외면하면서 현장 맞춤형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범행 성격에 대한 정부와 수사기관의 규정이 실제 데이터와 괴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를 범행 대상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범죄’라고 설명하지만, 피해 통계는 특정 성별과 연령대에 위험이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25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르는 사람에게 살해되거나 위협당한 여성은 최소 94명에 달했다. 특히 범행 동기가 확인된 사건 중 ‘성폭력 시도(20건)’와 ‘여성이라는 이유(11건)’가 전체의 약 33%를 차지했다.

이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분류되는 사건 중 상당수가 명확한 표적을 둔 범죄임을 시사한다. 피해자 중 아동과 청소년 9명이 포함된 점 또한 일상적인 귀갓길 안전망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전북도는 공적 공간 내 위험요소를 관리할 행정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도내 공공장소의 젠더폭력 발생 현황이나 지역별 취약경로를 분석한 독자적인 ‘성인지 치안 데이터’는 단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분석 근거가 부재하다 보니 대책 역시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가로등이나 CCTV를 늘리는 식의 장비 확충에만 머물고 있다. 범죄 발생 구조에 대한 정밀한 진단 없는 물리적 장비 증설은 예방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장에서는 지자체의 통계 방치가 대책 부재로 직결된다고 우려한다. 전주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실태조사를 외면하면서 국가가 파악하지 못하는 위험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역 특성에 맞는 데이터 없이는 현장에서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예방대책 수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현장을 찾아 보호 체계 보완을 약속했으나, 지자체 차원의 기초 데이터 구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 역시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 범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일률적인 대책은 실제 위험이 발생하는 현장과 정책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활동가는 “도민의 생명을 통계 밖으로 방치하지 않도록 범죄 위험요소를 정밀하게 데이터화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안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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