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마감된 6·3지방선거 후보 등록 결과 전북에서는 도의원 25명, 기초의원 21명이 경쟁후보 없이 무투표 당선을 확정했다. 이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으로 유권자의 선택조차 받지 않은 채 당선이 결정됐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호남정치의 고질적 구조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선거는 본래 정책과 비전, 후보자의 자질을 놓고 유권자가 선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 속 지방선거는 경쟁보다 결과가 먼저 정해진 듯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권자들은 후보 개인보다 정당 간판을 보고 투표하고, 선거는 민주적 경쟁이 아닌 사실상의 확인 절차로 변질되고 있어서다.
특히 시·도의원 선거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방의원은 주민 생활과 밀접한 예산과 정책을 다루고 행정을 감시해야 하는 자리다. 그럼에도 상당수 선거구에서는 민주당 공천 여부가 당락을 좌우하면서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 의정역량에 대한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경쟁후보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유권자의 선택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이러한 정치구조가 또 다른 왜곡 현상까지 낳고 있다. 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정치인들이 다시 시·도의원 선거로 체급을 낮춰 출마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같으면 기초단체장급 정치인이 지방의원 선거로 내려오는 것을 정치적 후퇴로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 아래 전략적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원직이 주민 대표성과 정책 역량 중심의 자리라기보다 공천 경쟁만 통과하면 안정적으로 당선될 수 있는 정치적 안전지대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지방의회의 기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지만, 특정 정당 중심으로 의회가 구성될 경우 비판과 토론 기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정치적 기반 안에서 움직이는 의원들이 행정을 날카롭게 견제하기보다 안일한 의정활동에 머무르는 사례도 반복된다.
유권자들의 정치적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호남에서는 “어차피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과 기대 역시 낮아지고 있다. 주민들은 후보 간 정책 차이나 능력을 비교하기보다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 또는 정당만 보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는 자유로운 선택이라기보다 사실상 강요된 투표에 가깝다.
물론 특정 정당에 대한 호남 지역민의 지지는 역사적·정치적 경험 속에서 형성된 결과라는 점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특정 정당 독점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 또한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경쟁이 사라진 정치권은 긴장감을 잃고, 공천권만 바라보는 정치문화가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지방정치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정당은 지역독점에 안주하기보다 책임 있는 공천시스템과 경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유권자 역시 정당이 아니라 후보 개인의 정책과 역량을 보다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단순히 당세를 재확인하는 무대가 아니다.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지방선거의 주인은 정당이 아니라 유권자인 만큼, 이제는 공천만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구조를 넘어 경쟁과 검증을 통해 주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정치구조를 되돌려줘야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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