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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단상] 민주주의 광장에 세워진 졸속 정치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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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장수임실순창)

민주주의의 광장이자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 깃든 역사적 공간인 광화문이 선거를 앞둔 서울시장의 치적 쌓기에 의해 훼손됐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6.25 참전 22개국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다는 ‘감사의 정원’이 개장했다. 지상부의 ‘감사의 빛’ 조형물과 지하 미디어 체험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나 지상부의 조형물이 광화문을 연병장처럼 만들어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조형물은 시장이 직접 밝혔듯 ‘받들어총’형태의 6.25m 석재 조형물 23개로 구성됐으며, 이는 22개 참전국과 한국을 상징한다고 한다.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고, 당초 22개 참전국의 석재를 모두 기증받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확보된 석재는 7개국에 불과하다.

 가장 먼저, 왜 하필 지방선거를 20일 앞둔 시점에 개장했냐는 의구심이 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시가 밝힌 ‘감사의 정원’의 완공 목표 시점은 2027년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긴 까닭인지, 앞서 밝혔듯이 조형물의 핵심 콘텐츠인 석재 기증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 설치된 7개국을 제외하고, 5개국은 연내 추가 조성될 예정이라고는 하나, 나머지 10개국은 아직 기증하겠다는 의사조차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7개의 조형물에는 기증한 나라의 국기와 명패, 설명 안내문 등이 함께 설치되어 있지만 15개의 기둥은 안내문 하나 없이 비어있는 상태다. 완성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준공식을 강행한 것이고, 이로 인해 선거용 졸속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장소이다. 광화문광장은 수많은 시민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역사적 공간이다. 4·19혁명과 6월 민주항쟁의 함성이 가득했던 곳이고, 촛불집회와 ‘빛의 혁명’을 통해 시민 주권의 힘을 보여준 곳이다. 그 한복판에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대형 조형물을 급하게 설치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더욱이 불과 4~5km 거리에는 대한민국 전쟁사와 참전국 추모 기능을 이미 갖춘 용산 전쟁기념관 이 자리하고 있다. 감사와 추모라는 사업 취지를 고려하면 공간적 맥락 측면에서도 용산 전쟁기념관이 훨씬 더 어울리는 장소였을 것이다.

 거대한 총기 형상의 조형물 디자인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단순히 ‘미관을 해친다’, ‘양갈비를 닮았다’는 평에 더해 일부 시민들은 ‘미국대사관을 향해 받들어총을 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종대왕과 동상과 한글 글자마당 사이를 가로막는 위치에 설치되면서, 세종대왕이 마치 창살 안에 갇혀 있는 듯 보인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공간 연출이 단순히 이벤트성 혈세 낭비를 넘어, 시민들에게 왜곡된 역사 인식을 주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의 상징적 공간인 광화문 한복판에 군사적 상징물을 전면 배치함으로써, ‘빛의 혁명’으로 이어져 온 역사를 국가주의와 권위주의적 상징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의 역사와 기억이 축적된 광화문광장은 한 정치인의 치적을 과시하는 전시장이나 잘못된 역사 인식이 투영된 공간이 돼선 안 된다. 졸속으로 추진된 사업 전반을 점검하고, 시민 모두의 가치를 담는 열린 광장이 될 수 있도록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공론화와 숙의 과정을 거쳐 광화문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것, 그것이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을 차기 서울시장의 역할이다.

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장수임실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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