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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울새 한쌍의 신혼 소리도 귀가 했는데 잠잠해졌네

노형, 내가 차에서 내려 맨 먼저 본 게 무엇인지 아시는가.산 그림자 위로 실려오는 잘 익은 저녁 노을이 아니라 차에서 발을 내리자마자 갑자기 익어 넘치는 고요 한 그루가 열렬히 나를 맞이하는 것이었다네. 울새 한 쌍이 가끔씩 신혼의 소리를 내기도 하였지만 어둠이 내리고부턴 그들마저 귀가를 했는지 잠잠해졌고 나는 이곳에 당분한 나만의 캠프를 치기로 했다네.스쳐지나가고야 말 것은 결국 스쳐지나가고 말겠지만 늘 그러하듯 버리는 것, 이것은 철학이고 결단이며 새로움이고 가치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았네.보이지 않는 땅속 물에 놀라 화들짝 잎을 내는 나무처럼 어두운 하늘에 놀라 장대비를 쏟아내는 구름도 우리의 생 속에 참 많았음을 알았네.산 속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지만 이렇게 생에 놀라 생에 주저 앉아버린 자신을 만나는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라네. 때마침 저 한 그루의 고요속에 나를 맡기고 한 밤은 족히 병을 칭하였더니 그 고요도 이 때를 노려 욕심을 내다버리고 눈물을 내다버리고 이름을 내다버리고 있었다네.나는 게으름을 피우며 그 놈 행세를 하기로 했다네.또 편지함세./곽진구(시인·서진여고 교사)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5.29 23:02

[딱따구리] 잘못된 진입로 놔둘건가

도로는 우리의 삶에서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존재다.이런 도로의 여러 기능 가운데 무엇보다도 가장 우선은 이용자들의 안전이다.겉으로 아무리 매끈하게 만들어진 도로라 할지라도 운전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인명 피해까지 가져오는 도로는 결코 잘 만들어진 도로라고 할 수 없다.국도 24호선 순창 민속마을 앞 교차로가 바로 그렇다.(관련보도 본보 23일자)민원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며 도로로 진입할 수 없는 진입로가 만들어져 운전자들을 현혹시키는 구조 때문에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이곳에서는 광주 방향으로 진입이 불가능하지만 진입로 차선은 마치 가능한 것처럼 만들어졌다.이 상황에 대해 그냥 간단하게 생각하면 운전자들이 사전에 안내 표시판 등을 주시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게 남원국도유지관리사업소 측의 설명이다.하지만 사고는 항상 우리 주위에서 작은 한순간의 방심에서 유발되며 특히 교통사고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그러기에 교통사고 발생 예방과 운전자들의 안전을 목적으로 도로관리사업소가 생겼고 존재한다.도로에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원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개선함으로써 이용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사업소의 본연의 업무 아니겠는가.민원을 우려해 운전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사업소의 도리가 아니다. 남원국도유지관리사업소는 이제라도 순창 민속마을 앞 진입로에 대해 철저한 점검을 통해 민원인의 불편도 해결하고 운전자들의 안전도 보호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현명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지역일반
  • 임남근
  • 2007.05.29 23:02

[딱따구리] 콩가루 집안 전북체신청

전북체신청 수장인 청장이 최근들어 6개월여만에 바뀌는 등 잘못된 관행이 지속되면서 급기야 조직의 안정성이 뒤흔들리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정식으로 전북청장 직무대리를 맡은 사람이 공모로 뽑게 될 후임 청장이 오기도 전에 자의반, 타의반 전북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나타나는가 하면, 인사불만 등으로 인해 투서가 난무하고, 일부 간부들은 정당한 업무보고조차 꺼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그 근본 원인은 바로 수장인 청장이 최근들어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22대 청장은 불과 지난 2004년 3월부터 불과 4개월만에 물러났고, 23대청장은 8개월, 24대청장은 6개월, 25대 5개월, 26대 1년 이런 식이다.우정사업본부는 27대 청장을 공모로 뽑기로 하고 신임 청장 보임때까지 H모 전 우정사업국장을 청장 직무대리로 정식 임명했으나 급기야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정식 청장이 아닌 직무대리가 수장 자리에 있게 되자 연공서열이 앞선 일부 간부들과 관계가 껄끄러워졌고, 인사문제까지 겹치면서 투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이번 사안을 보면서 정책적으로 전북청장이 자주 교체된것 말고도 뭔가 아쉬운 점이 남는다.직원들 특히 간부들 사이에 ‘우리는 하나’라는 공통분모가 다소 부족한게 아닌가 여겨진다. 미 연방의 분열을 막았던 에이브러햄 링컨이 했던 유명한 말이 있다.“분열된 집안은 살아남을 수 없다”이번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사람들은 한번쯤 이 말의 의미를 새겼으면 한다.집안 문제를 내부에서 해결치 못하고 사분오열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 지역일반
  • 위병기
  • 2007.05.28 23:02

[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사람되기를 강조하시던 그 회초리가 그립습니다

C 선생님.꽃바람 지더니만 녹음입니다.얼마 안 있으면 산자락 밤꽃이 흐드러질 것 같습니다.“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 노릇을 해야 사람이지.”선생님이 저에게 가르쳐 주셨던 ‘사람 되기’ 말씀입니다.지휘봉처럼 늘 손에 쥐고 다니시던 대나무 뿌리 회초리, 눈감으면 떠오릅니다. 지각하던 날, 회초리는 장단지에 피멍이 들게 했었습니다. 숙제를 해오지 않던 날, 회초리는 손바닥을 가만 두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업료 가지고 오지 않는 날, 그 날은 회초리 대신 눈물을 흘리시면서 ‘가난이 죄로구나’ 하셨습니다. 그 때 선생님의 인자함이 왜 이리도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지요?선생님.녹슨 자전거 뒤에 도시락 싣고 학교 운동장을 들어서시던 그 모습이 선합니다. 제 나이 세월이 무심해서 어느새 백발입니다. 이만하면 세상일 알만도 한데 아직도 철부지입니다.지난 스승의 날, 소주 한 병들고 선생님의 묘소에 갔었습니다. 무릎을 꿇고 앉아 있으려니 ‘사람 되기’를 강조하시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들려오는 듯 싶더이다. 사람 되기가 이렇게 힘듭니다.흰 밤곷 피던 여름날, 선생님은 꽃상여 타고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대나무 회초리가 그립습니다./양규태(수필가·부안예총 회장)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5.28 23:02

'이 사람, 사랑을 하고...'

한국 수필문학계의 거목이자 영문학자인 금아(琴兒) 피천득(皮千得)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25일 오후 11시4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7세. 선생은 1910년 5월 29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춘원 이광수의 집에서도 잠시 살았던 선생은 주요한의 주선으로 상해 후장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거문고 소년’이라는 뜻의 아호 ‘금아’는 이광수가 지어줬다. 해방직후인 1946년부터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75년부터는 서울대 명예교수로 활동했다. 선생은 일상의 평범한 소재를 서정적이고 섬세하면서도 간결한 문체로 풀어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1932년 잡지 「동광」에 시 '소곡'을, 1933년 수필 '눈보라치는 밤의 추억' 등을 발표하며 시인이자 수필가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선생이 열일곱 되던해 하숙집 딸인 아사코와의 세번의 만남과 이별을 소재로 한 ‘인연’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인연’을 포함한 16편의 수필이 수록된 「피천득수필집」이 일본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소년의 모습을 간직했던 선생은 2002년에는 자신의 발표작 가운데 어린이가 읽기 적당한 시와 수필 등을 엮어 「어린 벗에게」를 내기도 했다. 선생은 “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이 사람,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 주기를 바라는 게 욕심이라면 욕심”이라고 생전에 말했었다. 장례는 선생의 생일인 29일 치른다. 유족으로는 부인 임진호(89)여사와 세영(재미 사업가) 수영(울산의대 신생아과 교수) 서영(미국 보스턴대 물리학과 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 29일 오전 7시. 02)3010-2631.

  • 지역일반
  • 은수정
  • 2007.05.28 23:02

[오목대] 보리

보리고개 한가운데서 배고픈 설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보리는 곡식이 아니라 풍경이요 낭만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었다고 하면 두 눈 크게 뜨고 쳐다보는 그들에게 보리는 생명줄이 아니라 한 폭의 수채화요 추억이다. 그들은 앉은뱅이도 일어서고 곱사등이도 펴진다는 보리누름의 풍요로움을 모른다. 그들에게 보리는 오직 놀이의 대상이다. 어서 빨리 여물어 풋바심이나 해먹을 날을 기다리던 농부들의 청보리밭이 도회지에서 찾아와 낭만과 추억을 담아가는 축제의 놀이마당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올해로 4회째를 맞는 고창 청보리밭 축제에 물경 52만명이나 다녀갔다고 한다. 이들이 떨어뜨리고 간 돈도 무려 62억원이나 됐다니 축제는 가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데 한 쪽 옆구리가 허전한 건 웬 일일까. 꼭 학교 선생님이 장사를 해서 돈을 번 것 같기도 하고, 농부가 오락실에서 돈을 따온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축제가 잘못됐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곡식이 곡식 대접을 받지 못하고 엉뚱한 방법으로 돈을 벌기에 하는 말이다.보리가 곡식 취급을 받지 못하니 청보리밭 축제라도 하지 않으면 영 보리 구경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겟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보리농사 짓기가 가뜩이나 어려운 판국에 59년 보리 수매사상 처음으로 보리 수매가격을 전년 대비 4%나 깎아버렸으니, 무슨 재미로 보리농사를 짓겠는가. 더군다나 정부가 보리 수매가격을 올 해부터 점차 낮추기 시작하여 오는 2012년부터 보리 수매제도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예고를 하고 나섰으니, 정말 청보리밭 축제에나 가야 보리 꼴좀 구경하게 생겼다.지질이도 가난하고 고단했던 시절 우리 민족의 생명의 끈을 이어주던 보리가 우리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웬지 마음이 허전해진다. 반만년 동안 우리네 어버이들의 애환을 묻어온 보리밭에서 도종환 시인의 ‘보리 팰 무렵’의 시가 들려온다. 장다리꽃밭에 서서 재 너머를 바라봅니다/자갈밭에 앉아서 강 건너 빈 배를 바라봅니다/올 해도 그리운 이 아니오는 보리 팰 무렵/어쩌면 영영 못 만날 사람을 그리다가 웁니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5.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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