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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록유산이 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61)  법부래문, 법부래거문, 내각법부래거문

이번에 소개할 법부래거문 등은 1894년이후 갑오개혁과 대한제국시기 정부의 법률 관계 공문 중에서 법부가 생산하고 각부서에 보낸 공문을 모아 놓은 것이다. 법부에서 기안한 공문을 기안(起案)이라고 하는데, 본 자료는 법부와 관련 타부서 사이에 오고 간 통첩이나 지령 등을 포함하고 있다. 먼저 ‘법부래문(法部來文)’은 1894년(고종 31)~1902년(광무6) 사이에 법부가 자체내의 인사·봉급·후생 등과 기타 법률 문제를 내각(內閣) 혹은 의정부에 문의한 문건을 모은 것이다. 그 중에서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문건은 1895년 7월 26일자 문건으로 법부에서 작성한 죄인방질책(罪人放秩冊) 1책을 보내어 관보에 계속하여 게재해 달라는 통첩 제349호다. 이는 갑오개혁 1주년을 맞이하여 주요 유배형에 처해진 관료들과 죄질이 낮은 죄수들을 석방하는 조처를 보여주는 자료이다. 후속 문건으로 8월 1일자 관보 중에서 석방한 죄인들의 기록에서 온양에 유배한 김덕여(金德汝)는 덕현(德鉉)의 오기(誤記)라는 문건(통첩 제366호)도 있으며, 9월 12일 임천(林川)의 비적괴수 김재홍(金在洪)은 인명을 살해한 죄로 교형(絞刑)에 처하고, 문화(文化)의 비적괴수 이동엽(李東燁)은 여러 마을의 관사(官舍)를 모조리 불사르고 민인들의 전곡을 강탈한 죄로 역시 교형에 처한다는 내용(통첩 제14호)이 실려있다. 11월 8일은 지평(砥平) 살옥(殺獄) 죄인 안치홍(安致弘)을 모살죄(謀殺罪)로 교형에 처하고, 고덕인(高德仁)은 살인하고 재물을 빼앗은 죄로 교형에 처하며, 홍소사(洪召史)는 간부(姦夫)가 자신의 남편을 죽인 것을 알면서도 고하지 않은 죄로 교형에 처한다는 내용(통첩 제46호)이다. 11월 12일에는 지난 6월 27일자 조칙에 따르면 동년 4월 1일 이전에 수감된 죄인들 중에서 모반, 살인, 절도, 강도, 통간(通奸), 편재(騙財) 등 죄를 저지른 자를 제외한 나머지 죄인들을 전원 석방하라고 하였는데, 이에 법부는 법부 도유안(徒流案) 중에서 이상의 6가지 죄를 저지르지 않은 자들은 전부 석방하였다고 하면서, 각 부(府)에 도유안에서 누락된 죄인들과 본도 감영에서 유배만 보내고 미처 보고하지 못한 자의 죄안과 유배 월일에 대해 자세히 살펴 보고하라고 훈령을 내린다고 하면서 대구부, 평양부, 남원부, 나주부로부터 보고한 내용을 관보에 게재해 달라는 내용(통첩 633호) 등을 수록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법부 문건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제4책에 수록된 동학교단의 지도자인 최시형, 황만기(黃萬己), 박윤대, 송일회 등에 대한 판결선고서이다. “최시형(강원도 원주군 거주, 평민, 72세), 황만기(경기 여주군 거주, 평민, 39세), 박윤대(충청북도 옥천군 거주, 53세), 송일회(충청북도 영동군, 33세) 등 안건을 검사 공소로 심리하였다고 하면서, 피고 최시형은 1866년(본문에서는 병인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 1861년이라는 설도 있음)에 간성 거주 필묵상 박춘서(朴春瑞)라는 자에게서 소위 동학(東學)을 받아들이고, 선도(善道)로 병을 낫게 하고 축문으로 신(神)을 내린다며 열군 각도를 돌아다니면서 ‘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라는 13자 축문과 ‘지기금지원위대강(至氣今至願爲大降)’이라는 8자(字) 강신문(降神文)과 동학 원문(原文) 제1편 포덕문(布德文), 제2편 동학론(東學論), 제3편 수덕문(修德文), 제4편 불연기연문(不然其然文)과 궁궁을을지부(弓弓乙乙之符)로 인민을 선동하고 혹하여 도당을 체결하였다,”는 판결 선고서 전문을 수록하고 있다. 당시 관헌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점은 동학의 조직으로서 교장·교수·집강·도집(都執)·대정(大正)·중정(中正) 등의 6임과 집회 조직으로서 포(包)와 장(帳)의 회소(會所)를 설치였으며, 최시형의 죄목과 처형에 대한 사유로서 최시형이 교조신원운동을 위해 계사년에 대궐 상고와 보은장내에 집회를 소집했다는 점을 들면서도 갑오년에 전봉준과 손화중이 고부에서 봉기했을 때 화응(和應)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지만, 정부는 그의 혹세무민 행위에 주목했다. 이 선고서를 통하여 최시형의 원주에서의 체포 경위와 함께한 이들의 행동을 소상히 알 수 있다. 결국 최시형은 ‘대명률 제사편 금지사무사술조(禁止師巫邪術條)’를 들어 교형(絞刑)에 처하고 황만기 등 위종자(爲從者)들에 대한 처벌을 선고하였다(1898년 7월 18일자 판결선고, 7월 20일(음력 6월 2일) 형 집행). 이 자료는 법부에서 고등재판소에 지령하는 건(제73호, 74호)와 비교하여 연결된 문서이다(『(법부)기안』 규 17277의 2, 32책, 참조). 다음으로 ‘법부래거문(法部來去文)’은 1895년부터 1906년까지 외부(外部)에서 외국인의 형사·민사 관계의 적용사례를 법부에 문의한 조회와 그 조복을 모은 것이다. 1895년 4월 12일자 조복에서는 옥사(獄事)는 사법의 권한과 관계되어 비밀은 비록 각의에서도 발설하지 않는 것이고 만국정부의 통례이므로 공문으로는 답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외국공사가 외부대신에게 사적으로 물어본다면 가능할 수도 있으나 공문으로 옥사를 탐색하고자 하는 것은 공법이 불허할 뿐만 아니라 법부대신의 권리와 관계되는 것이라고 거절하는 내용이다. 특히 성형일관(省刑一款)은 법부대신이 혹형(酷刑)의 도구를 불허한다는 뜻으로 대군주의 재가를 받았으니 자신의 권한내에 있으며, 아직 특별법원이 개청하지 않았으니 외국인의 회심(會審)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는 당시 이종정경(李宗正卿-이준용)의 모반사건 재판에 관한 외국의 문의에 대해 답변한 내용으로 추정된다. 그해 7월 5일자 조회의 경우, 한산군에 거주하고 있는 김선재(金善在)와 서가량(徐可良), 오응노(吳應老) 등이 원래 동학난류로서 활동하다가 무휼 귀화시키는 조령으로 면죄하였으나 이후 서학(西學)을 칭하면서 다시 작폐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공주지역의 경우 소요를 거치고 환산하여 흩어진 자가 과반이었으나 동도의 여비(餘匪)들이 서학에 다시 붙어 도당의 세를 늘리고 잔민을 구타하고 전재(錢財)를 침탈하는 현상을 비판한 것이었다. 이때 문제가 된 것은 당시 프랑스 전도사 남일량(南一良 : 본명 퀴를리에(Jean Jules Leon Curlier))에 의탁하여 서학을 칭탁하여 폐해를 일으키고 있으므로, 각국과 체결한 조약 약장에서 전도인을 보호할 뿐이므로 죄를 범한 것은 엄칙하여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조회 16,18,19 등 참조). 1901년 4월 4일 <조회>에는 동비 이후 양규태(梁奎泰), 안종학(安鍾學) 등이 길정당(貞吉堂), 안병태(安炳泰) 등과 부동하여 가칭 희랍교(그리스정교회)라 하면서 전도하여 내포와 완북지역에서 십자기를 들고 동비의 여당을 모아 방포하고 향리에 도육하고, 부인을 겁탈하고 인재를 빼앗으며 인총(人塚)을 이굴하고 사채를 늑봉하는 등 지역의 사대부와 부민에게 침학하고 있다는 사태를 고발하고 있다(조회 제5호, 법부거래문, 7권). 이들은 프랑스나 러시아와 연관된 종교의 포교를 빙자하여 내지의 침탈을 일삼는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1894년 이후에도 여러 지방에서 동학의 참여자들이 서학, 영학, 희랍교 등을 활용하여 여전히 민중들의 권익보호와 세력 신장을 도모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내각법부래거문(內閣法部來去文)은 1906년이후 1909년까지 내각과 법부 사이에 오고간 지령과 조회 등 공문서를 모아놓은 자료이다. 이 중에서 1907년 7월 16일에는 법부에서 동학의 교주 최제우(崔濟愚)와 2대 교주 최시형(崔時亨)의 제명을 없애는 효주(爻周)를 명하는 지령을 수록하고 있다(지령 제238호). 고종초기부터 혹세무민의 종교로서 탄압을 받아온 동학의 교주들이 사면됨으로써 신원과 포교의 자유를 동시에 획득하게 되어 동학 탄압의 전환을 이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렇지만 당시 관료 정치인으로서 김윤식의 특사, 안경수의 사면, 이준용의 사면 등과 함께 이루어졌으며, 조칙은 일제의 침략이 본격적으로 강화되어 준식민지로 들어가는 1907년 정미년의 국면에서 취해진 유화적인 조치였다. 따라서 일제에 항거하는 정미의병이 새롭게 재편되어 치열하게 고조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동학 교주에 대한 사면의 정치적 의미는 반감될 수 밖에 없었다. 왕현종 연세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

  • 기획
  • 기고
  • 2025.09.17 18:23

도전 직면한 대한민국 삼권분립…균형발전정책 영향은?

대통령실(행정부)과 국회(입법부)가 사법부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법원이 ‘새만금 신공항’이라는 지역 최대 숙원사업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특정 지역의 공항건설 기본계획 취소를 넘어, 판사의 재량에 따라 사법부가 행정부 정책의 ‘최종 심판자’ 역할을 넘어 지역 발전의 성패까지 쥐는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 7부(재판장 이주영 수석부장판사)의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은 정치권의 사법개혁 공방 속에서 삼권분립의 긴장을 재확인했고, 동시에 헌법이 부여한 균형발전 책무가 사법적 통제와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느냐는 근본적 과제를 남겼다. 표면적으로 이 판결은 행정 절차적 문제와 환경 문제, 지역 발전을 위한 대형 공사와 관련한 사법부와 환경단체의 견제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그 내막을 잘 살펴보면 입법부와 사법부의 긴장감을 나타내는 삼권분립 충돌의 전형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 122조는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새만금 공항 소송에서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실제 이 헌법 조항은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삼권분립 충돌의 여지는 ‘예타 면제’를 바라보는 사법부 시선에서도 가늠할 수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예타 면제’를 제도화했다. 여기에는 경제성 평가로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소멸 위기를 걷는 비수도권의 기반시설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했다. 전북에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토부 장관까지 새만금 공항 사업에 호의를 보이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제동을 걸자 큰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김민석 총리가 새만금을 찾아 빠른 사업 진행을 주문한데다,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김윤덕 의원이 주무부처 장관이 되면서 올해에는 착공이 무난할 것이란 전망도 완전히 뒤집혔다. 이는 곧 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국가책임조차, 사법부의 해석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는 불안정성으로 이어졌다. 정치권과 법조계 관계자들 역시 “균형발전은 국가적 약속인데, 그 약속이 법정에서 무너진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국민적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국회에서 예산을 통과시키고 행정부에서 균형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해도 사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다”며 “앞으로 인구소멸 시대 균형발전은 사법부의 해석 변수에 종속되는 입장이 됐다”고 판결의 여파를 분석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판결은 또 하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 판결’이다. 헌재는 당시 "서울이 대한민국 수도라는 것을 규정한 명문은 없다"면서도 "서울=수도라는 사실은 관습 헌법이다"는 개념을 끌고 와 노무현 대통령의 대표적인 균형발전 시책에 제동을 걸었다. 이 두 판결은 지방소멸 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지역민들에게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들 사건 모두 ‘수도권 집중 해소’라는 큰 그림이 사법부에서 멈춰선 사례여서다. 전북 정치권 관계자는 “헌법은 균형발전을 국가책임으로 명시했지만, 사법부의 판단으로 균형발전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회의감이 지역 내부에서 일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출신으로 수도권에서 당선된 A 국회의원은 “지금 논의되는 ‘사법 개혁’은 단순히 법관 책임 추궁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며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이 포함돼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 정치일반
  • 김윤정
  • 2025.09.17 18:22

전북, 올가을 문화·체육·관광 성과 잇따라…‘문화올림픽’ 비전 기반 강화

올 가을 전북에서 문화·체육·관광 전반에서 굵직한 행사들이 펼쳐지면서 ‘문화올림픽’ 비전 실현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17일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오는 26일부터 전주와 완주 일원에서는 대형 문화행사가 잇따라 개최된다. ‘제15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고요 속의 울림(靜中動)’을 주제로 열려 45개국 작가들이 참여하고, 학생공모전·국제학술대회·청년작가전 등 17개 프로그램램도 펼쳐진다. 같은 기간 완주 고산자연휴양림에서는 전주·익산·완주·고창 4개 법정 문화도시가 공동 참여하는 ‘전북권 문화도시 박람회’가 열린다. 전국 최초로 시도되는 공동 문화도시 프로젝트로, 각 도시들은 성과와 정체성을 공유하며 상생 협력의 장을 열 예정이다. 관광 분야에서는 추석맞이 ‘전북 관광굿즈 팝업스토어’가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 간 도청 로비에서 운영돼 전북관광기념품 100선과 굿즈 공모전 작품이 전시된다. 전북투어패스 외국인 전용상품도 글로벌 플랫폼 ‘케이케이데이(KKDAY)’를 통해 출시됐다. 모바일 바우처와 카셰어링 연계로 편의성을 높여 인바운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체육 분야에서는 26일에서 28일까지 고창군에서는 18개 종목, 2200여 명이 참가하는 ‘제19회 전북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대회’가 열린다. 아울러 전북은 전국 최다인 8곳이 ‘국가유산 야행’ 사업지로 선정돼 15억 원의 국비와 총 36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현재까지 11만여 명이 달빛 속에서 전북의 역사·문화를 체험했으며, 향후 전주·남원·부안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이정석 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하반기에도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어가겠다”며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와 연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정치일반
  • 이준서
  • 2025.09.17 18:22

전북도의회, 2025년 제2차 추경예산안 의결

민생회복지원금 매칭 예산 등을 포함한 전북특별자치도의 올해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의회에서 삭감없이 대부분 반영돼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 통과됐다. 전북자치도의회는 17일 오후 제421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를 열고 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명지, 전주 11)에서 상정된 '2025년도 전북특별자치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및 각종관리기금 운용계획 제2회 변경계획안'을 의결했다. 앞서 지난 12일과 15일 의회 예결위는 2차례 회의를 거쳐 11조 4781억 원(예산 10조 5531억 원, 기금 9250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심사하고 의결해 본회의에 상정했다. 예결위는 심사에서 ‘전북사랑도민증 활성화 운영’ 사업에서 9750만원을 삭감해 내부 유보금으로 반영토록 한 것 외에는 대부분 예산안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부대의견으로 예결위는 문화체육관광국 소관 ‘김대중 평화공원 조성사업 기본구상 용역’의 용역비는 편성하되, 향후 조성사업비는 국비 확보 상황을 고려해 예산 반영 여부를 결정하도록 주문했다. 건설교통국 소관 ‘장수군 참샘골 행복주택 건립사업’은 사업명이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에 따른 청년,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대상인 ‘행복주택’과 혼동될 우려로, ‘장수군 참샘골 임대주택 건립사업’으로 변경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 자치·의회
  • 백세종
  • 2025.09.17 18:22

[현장 속으로] 심야 음주운전 단속 동행해보니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4초 정도 강하게 내뱉어주서야 합니다." 17일 오후 10시 50분께 전주시 완산구의 한 도로. 평일 밤이었음에도 도로는 전주서부신시가지에서 빠져나와 귀가하는 차들로 붐볐다. 그때 도로 위에 경찰차 1대가 정차했고, 차에서 내린 경찰관들은 차로 하나의 통행을 제한한 뒤 차선 위에 라바콘을 세우기 시작했다. 곧 진행될 심야 음주운전 단속을 위한 준비였다. 이날 전주완산경찰서 교통안전계 직원들과 기동순찰대 대원 10여 명은 전주서부신시가지와 평화동 일대에서 음주단속을 진행했다. 경찰들은 간격을 두고 도로에 진입하는 차량을 통제하며 운전자들의 음주 여부를 확인했다. 김하경 완산경찰서 교통안전계 2팀장은 “먼저 음주 감지기로 음주 여부를 확인하고, 감지가 됐을 경우 운전자를 차에서 내리게 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한다”며 “수치를 납득하지 못하는 운전자는 채혈을 통해 다시 측정하는데, 호흡 측정보다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음주 단속이 시작된 지 20여 분이 지나자 도로 위 경찰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측정기가 운전자의 음주를 감지하고 붉은 빛을 내뿜었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운전자 A씨를 차에서 하차시킨 뒤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술을 얼마나 마셨냐는 경찰의 물음에 A씨는 “친구들과 근처에서 소주 한 두잔 정도 마셨다”고 답변했다. 이후 경찰은 A씨에게 술을 마셨던 시간과 장소, 이동 거리 등을 확인하고 측정 기계에 바람을 강하게 불도록 했다. 측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0.026으로 훈방 수치인 0.03 미만이었다. 이에 경찰은 그를 훈방 조치하고 대리를 불러 가거나 택시를 타고 갈 것을 안내했다. 이형훈 완산경찰서 교통안전계장은 “훈방 수치가 나오더라도 당연히 운전하지 못하게 조치한다”며 “당장 측정에서는 낮은 수치가 나왔더라도, 술을 마신 후에는 30분 정도 상승기가 있기 때문에 잠시 후 측정에서 더 높은 수치가 나올 수도 있어 절대 운전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후 약 5분여 간의 소강상태가 지나자 도로 위는 또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단속 중인 운전자 앞의 음주감지기는 다시 한번 붉은 빛을 보이고 있었다. 측정된 운전자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0으로 면허 취소 수치였다. B씨는 면허 취소 수치가 나왔다는 말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속을 진행한 경찰관은 B씨에게 경찰서 방문 후 면허 취소 절차를 밟으라고 안내했다.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진행된 심야 음주운전 단속 결과 총 3명의 운전자가 면허 취소 수치로 적발됐다. 이형훈 계장은 “매일 불시에 장소를 계속 바꾸면서 전주시 일대에서 음주운전을 계속 단속하고 있다”며 “음주운전은 다른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중대 범죄 행위이니 술을 마신 후에는 꼭 대리운전이나 택시 등을 통해 이동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북경찰청은 차량 통행이 많아지는 가을 행락철을 맞아 오는 11월 14일까지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진행할 예정이다.

  • 사회일반
  • 김문경
  • 2025.09.17 18:22

광역 역할 떠안는 기초지자체⋯"불합리한 재정 구조 개선해야"

전주시처럼 광역지자체 역할을 하는 기초지자체의 불합리한 재정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용철 전주시의원은 17일 제423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광역지자체 행정 수요를 감당하는 기초지자체에 대한 보통교부세, 일반조정교부금 산정 방식의 개선을 촉구했다. 최 의원은 "전주시 주민등록인구는 64만 명에 불과하지만, 의료·교육·문화 수요를 포함한 생활인구는 161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교부세, 일반조정교부금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전북 중추도시 역할을 수행하는 데 뒤따르는 전주시의 재정 부담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전주시는 현재 광역 필수 기반시설 9개를 건립·운영하고 있다. 광역소각장, 광역매립장, 장사시설 등으로 건립비만 5450억 원, 연간 운영비만 327억 원을 부담하고 있다"며 "컨벤션센터 3000억 원, 육상경기장과 야구장 1421억 원, 실내체육관 809억 원 등 전북도민과 함께 이용할 시설도 추가 건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최근 5년간 전주시 보통교부세 비율은 예산 대비 18∼20% 수준에 불과하다. 시 단위 지자체 평균이 23%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매년 600억∼800억 원을 덜 받는 셈이다. 도내 13개 시군 평균과 비교해도 17% 낮은 수치다. 일반조정교부금의 경우 전주시는 도세 수입의 31%를 차지하고 있지만 교부율은 18%에 머물고 있다. 징수와 배분 사이의 괴리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이 문제는 지방재정 전반의 구조적 불균형에 비롯된 것"이라며 "그 불이익을 전주시가 집중적으로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주시의 불합리한 재정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광역지자체 행정 수요를 감당하는 기초지자체에 대한 보통교부세 산정 시 생활인구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광역 기반시설 건립·운영 시 전폭적인 도비 지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자치·의회
  • 문민주
  • 2025.09.17 18:21

전북 5년간 소방활동 방해 14건 발생

전북 지역에서도 소방활동 방해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을)이 17일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소방활동 방해 사건은 총 1341건으로, 이로 인해 총 22억 9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이 중 14건이 전북에서 발생했으며 벌금은 총 6건 부과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지난 7월 군산에서는 구급차를 파손하고 경찰관에게 침을 뱉은 20대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지난 5월 29일 남원에서 구급대원에게 술에 취한 상태로 폭언과 폭행을 가한 30대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현행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출동한 소방대의 소방활동을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처분을 분석한 결과 전체 전국적으로 발생했던 소방활동 방해 1341건 중 벌금형 처분이 639건으로 절반 수준이었고, 징역은 단 102건(7.6%)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한병도 의원은 “소방활동 방해는 응급현장에서 골든타임을 놓치게 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심각한 행위”라며 “소방청은 소방활동 방해가 사회와 시민 안전을 해치는 중대 범죄라는 인식을 확립하기 위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는 구급활동 방해 관련 처벌에 대한 홍보와 만취자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병수 대구가톨릭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재 구급대원 폭행이 발생했을 시 소방청과 일선 소방서에서 강력하게 대처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에 대한 홍보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며 “소방대원 폭행 등 구급활동 방해 시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례를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취자가 소방활동을 방해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응할 구체적 매뉴얼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사회일반
  • 김문경
  • 2025.09.17 18:21

"제2의 자임추모공원 사태 막아야"⋯전주시의회, 봉안당 유족 보호 대책 촉구

전주시 납골당 사태와 관련해 전주시의회가 유족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주시의회는 17일 제423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장사시설 제도 개선 및 유족 보호 대책 마련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전주시의회는 건의안을 통해 "전주시 봉안시설 운영 중단 사태는 민간시설의 경영 문제를 넘어 재단법인 설립·감독 체계의 미비와 유족 보호 제도의 법적 공백을 드러낸 중대한 사건"이라며 "이는 특정 시설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인근 장사시설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두 시설을 포함해 3000기 이상의 유골이 영향을 받고 있어 피해 규모는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주시의회는 "이를 감독해야 할 전북도는 법적 다툼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보건복지부 역시 유족 보호에 관한 명확한 지침이나 제도적 대응 체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시의회는 전주시 봉안시설 사태에 대해 재단법인 설립에 대한 사전 검토 부족, 장사시설의 법적 책임 주체 불명확, 감독 권한의 분산 등 제도적 한계가 드러난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전주시의회는 복지부에 "장사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상 재단법인 설립·운영 요건과 감독 기준, 재정 안정성 심사 기준을 명확히 하라. 폐쇄 시 유족 보호 절차와 피해 구제 방안도 제도화하라"고 요구했다. 전북도에도 "재단법인 설립 단계부터 장사시설 운영 계획에 대한 실질적 사전 검토 기준을 마련하고, 장사시설 관리·감독 매뉴얼과 감독 체계를 조속히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건의안을 대표발의한 최서연 시의원은 "장사시설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시민의 추모권과 인격권이 실현되는 공공적 공간"이라며 "재단법인 설립 시 기본재산의 재정 안정성과 장기 운영 가능성에 대한 실질적 검토가 이뤄져야 하고, 폐쇄 시 유족 보호 및 피해 구제 절차 또한 명확히 마련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전주시 봉안시설 사태는 자임추모공원 1층에 있는 봉안당 소유권이 재단법인 자임에서 유한회사 영취산으로 넘어가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시설 소유와 유골 관리 책임이 이원화되며 봉안당이 일시적으로 폐쇄되는 등 유족들의 피해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 자치·의회
  • 문민주
  • 2025.09.17 18:20

[건축신문고]바른 건축 용어 사용이 건축의 품격을 높인다.

무슨 일 하세요? 노가다 합니다. 건축시공 기능직도, 시공기술자도 아닌 건축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았다. 자기 업에 대해서 자신이 비하하는데 어느 누가 존경심을 갖고 존중 할까? 물론 우스갯소리로 자신을 낮춰 말했을 거라 추측한다. 노가다뿐만이 아니라 헤베, 루베, 갑빠, 다루끼, 구배 ,데코보코, 메지, 반생, 보르방, 방통, 바라시 등 무수히 많은 용어들이 대부분 일본어에서 파생된 용어이다. 처음 건축에 입문하고 이러한 현장 용어들을 모르면 무시당하고 초보 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해 오히려 전문가인양 앞장서서 많이 사용하기도 했다. 필자가 건축에 입문하여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고등교육을 받은 무수히 많은 고급 인력들이 해마다 설계, 시공, 시행, 구조 등 다양한 건축 분야에 새롭게 참여하지만 바뀌지 않고 오히려 고급인력들이 그대로 답습하며 물들어 간다. 이러한 비속어는 일제 강점기 민족의식과 정체성 약화를 목적으로 일본어 사용을 의무화하고 일본어로 교육받은 산물이다. 갈수록 퇴색하는 민족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바른 건축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건축 설계와 시공에 대한 인식도 바꾸어야 한다. 설계와 시공도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 어찌 보면 한배를 탄 동업자다. 건축시공은 건축물과 주변 환경에 생명을 불어 넣는 직업으로 자긍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인식을 건축사가 나서서 불어넣어줘야 한다. 건축사의 시공자 존중에서 건축사의 위상은 높아질 수 있으며 타인의 존중 없이 자신의 존대는 있을 수 없다. 건축사는 국가가 인정한 공인이다. 공인은 걸 맞는 행동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비로소 존경받을 수 있는 것이다. 여러 번 반복하지만 바른 건축 용어 사용으로 건축의 품격이 높아지면 건축사의 품격은 자동 올라간다. 품격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며 격에 맞는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다. 자 이제 시작하자. 지금 맡고 있는 현장에서부터 시공자의 존중과 바른 건축 용어를 지도하고 사용해 보자.

  • 경제일반
  • 기고
  • 2025.09.17 18:20

전주생명과학고 김지찬, 대한민국 인라인 개인종목 7년 만에 금메달

한국 인라인 기대주 김지찬의 메달 사냥이 계속되고 있다. 인라인 스피드 국가대표 전주생명과학고 김지찬이 세계대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13일 중국 베이다이허에서 개막한 ‘2025 세계스피드선수권대회’ 1일차 주니어 남자 듀얼 타임트라이얼 200m 결승전에서 대만과 이탈리아 선수를 제치고 18초04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선수가 개인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금메달에 이어 2일차 주니어 남자 500m+D 결승전에도 진출한 김지찬은 2관왕을 노렸지만 이탈리아 선수와 0.023초 차이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 김지찬은 지난 7월 충북 제천 송학로드경기장에서 열린 ‘제20회 아시아 롤러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도 스피드 트랙 듀얼 타임트라이얼(DTT) 200m 금메달, 3000m 계주 금메달, 500m+D 은메달, 100m 스프린트 동메달을 획득하며 4관왕에 올랐었다. 대한체육회는 현지 경기장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선수단을 조기 파견하고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금, 은, 동메달에 각각 포상금 500만원, 300만원, 100만원을 내걸기도 했다. 대한롤러스포츠연맹 김경석 회장은 “주위의 의견을 많이 수렴해 선수들이 더욱 경기에 집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전북자치도롤러스포츠연맹 정영택 회장도 “어린시절 생활체육으로 인라인을 시작해 2020년 전주중학교에서 엘리트 선수로 전향했던 김지찬이 세계무대에서 7년 만에 금메달을 이끌어내며 엘리트와 생활체육 통합의 결실을 보여줬다”며 “귀국하는 대로 남은 전국체전에서도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과 포상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 스포츠일반
  • 오세림
  • 2025.09.17 18:20

발랄한 영혼의 위로⋯ 이송희 시인 ‘내 말을 밀고 가면 너의 말이 따라오고’

“네 얼굴은 수시로 표정을 바꿨어/ 내 말을 밀고 가면 너의 말이 따라오고/ 한동안 어지러워서 한 곳을 맴돌았지/ 깍지 낀 연인들이 눈 밖으로 사라지면/ 가끔씩 멀리서 봄냄새가 흘러왔지/ 아침을 지나오다가 납빛이 된 네 얼굴/ 별들이 떨어져도 컵 속 물은 고요해/ 싸늘한 눈빛이 어제를 돌아 나올 때/ 모른 척 낯선 얼굴로 너는 또 문을 민다”(시 ‘회전문’ 전문) 어둠 속에서 발랄한 영혼의 시를 쓰는 이송희 시인이 시집<내 말을 밀고 가면 너의 말이 따라오고>(작가)를 펴냈다. 시집은 모두 4부로 나뉘어져 총 64편의 시조로 구성됐다. 이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마음을 불들이고 싶다”며 “시는 내게 다리 같고, 낡은 책 같고, 지울 수 없는 염료 같다”고 고백하며 시인의 삶과 시 쓰기가 결코 떼어 놓을 수 없는 일체(一體)임을 증명한다. 이번 시집에서도 시적 화자는 어떤 대상을 응시하며 주관적인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을 반복하며 시를 쓴다. 눈에 들어온 사물과 풍경은 모두 화자의 개인적인 기억을 자극하는 매개체가 된다. 작품 속 배꼽, 철길, 꽃꽂이 같은 일상의 사소한 대상들은 시인의 내면을 자극하며 ‘나’와 끝내 함께하지 못한 ‘당신’을 불러낸다. 시집 곳곳에는 “우리는 약속처럼 간격을 유지했다”는 고백처럼, 좁혀지지 않는 거리와 어긋남의 슬픔이 번져 있다. 동시에 시인은 네트워크로 대체된 현대의 관계를 응시한다. 블로그의 ‘서로이웃’, 유튜브의 댓글, AI 쇼핑몰 같은 가상적 소통 속에서 드러나는 단절과 허망함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독과 결핍은 오히려 생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고, 발랄한 영혼의 숨결로 다시 태어난다. 이정현 문학평론가는 “시인의 발랄한 시들을 읽으며 느껴지는 희미한 슬픔은 결국 삶의 필연적 어긋남에서 비롯된다”며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자의 슬픔, 그것이 이 시집이 품은 비애”라고 평했다. 이 시인은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가람시조문학상신인상, 오늘의시조시인상, 제20회 고산문학대산 등을 받으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9.17 18:19

홍철기 시집 ‘사랑한 후에 마시는 요쿠르트는 맛있다‘

익숙한 삶의 장면을 낯설고도 새로운 이미지로 포착하는 홍철기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사랑한 후에 마시는 요쿠르트는 맛있다>(더푸른)을 펴냈다. 첫 시집 <파프리카를 먹는 카프카>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서정적 감수성과 서사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시 세계를 펼쳐 보인다. 시집에 수록된 56편의 시들은 정밀한 이야기 구조와 구체적인 언어들로 촘촘하게 엮었다. 더욱이 시인의 활달한 상상력은 시적 사유의 발효와 성숙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섬세한 관찰력으로 별것 아닌 것에서 시작해 끝내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되는 경이로움이 있다. 특히 시인은 ‘끝’이라는 이미지에 대한 울림을 시를 통해 보여준다. 끝의 실체는 소멸이 아닌 언어적 표현물의 사실과 관련되어 있음을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끝을 입에 물었다/안에 머물러 나오지 않는 하루를 보낸다//혀를 반쯤 접어/읽지 말아야 할 오늘//그대는/부산행 밤기차를 타고/만날 수 없는 객실 번호를 쥐고 있다//무작정 펼친 치장 사이로 김이 서리고/사라지는 건 풍경이 아닌 이야기//도착 대신 끝이란 말을 적어 본다/물방울로 맺혀 흘러내리는 끝/안부가 그렇게 멀어졌다 (‘끝’ 부분) 시인은 끝의 이미지를 차용해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전개 방식을 택했다. 단순히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시인의 깊은 사유를 독자들이 오래 곱씹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황치복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시인은 다양한 방황과 일탈의 경험을 통해서 어떤 가치에 도달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도 또한 하나의 시적 진화이자 극적 드라마와 같은 현상으로 읽힌다”며 “두 번째 시집이 이룩한 시적 사유의 성숙과 시적 진화의 모습은 인식의 전환에 이르러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한다”고 설명했다. 201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고 2017년 <시와표현>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9.17 18:17

조용한 용기를 건네는 송경숙 시집 '시간의 강 위에 핀 꽃'

계간 표현으로 등단한 송경숙 시인의 첫 시집 <시간의 강 위에 핀 꽃>(신아출판사)이 출간됐다. 자연을 향한 진득한 응시와 인간에 대한 웅숭 깊은 탐색으로 빚어낸 이번 시집에는 송 시인이 독자에게 건네는 ‘조용한 용기’가 담겨 있다. 시인의 시는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그리움과 서글픔을 정갈한 언어로 형상화한다. 78편의 시들은 환상과 현실을 부지런히 오간다. 능소화, 민들레, 닥나무 같은 소재를 활용해 생명의 신비로움과 모성을 노래하고, 슬픔을 끌어안으며 인간의 상실과 애환을 담담히 읊는다. 시인이 끈기 있게 써내려간 서정의 세계는 따뜻하고 선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오늘이 내 생일이야/누군가의 축하를 기다리다/깜박 잠이 들었어/꿈속에서 혼자 흐느끼고 있었지//한 때는/나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려/줄을 서서/사람들이 나를 찾아 왔었어//(…중략…)//사람들 손엔 뭔가 들려 있어서/아무도 나에게 귀 기울이지 않았어" ('공중전화' 부분) 시인은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그리운 이들에게 편지를 띄운다. 궁핍하고 모질었던 생애와 평화롭던 순간들을 추억하기도 한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보며 인간과 자연, 사물과 사물이 교감을 이루는 조화로운 풍경 속에서의 삶의 존재를 파고든다. 평론가 소재호는 해설에서 “송경숙 시인의 시는 맑고 깨끗한 소녀적 정서를 노래하면서도 인생철학을 내재한다”며 “그의 시에서 진실은 서늘한 논변이 되고 목소리는 카랑카랑하게 울려 퍼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성의 대량 방출은 절제하여 가만히 그리움이나 서글픔 정도의 정조로 시의 맥을 이끈다”고 덧붙였다. 완주에서 태어난 송 시인은 현재 신아문예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9.17 18:17

김근 시론집 '다른 시간에 관한 몽상' 출간

김근 시인의 시론을 묶은 <다른 시간에 관한 몽상>(도서출판 기역)이 출간됐다. 시집 <뱀소년의 외출>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끝을 시작하기> <Beginning the End> <에게서 에게로> 등 한국적 신화 상상력을 집요하게 파고든 시인의 시작노트와 일상 단상 등이 수록되어 있다. 김근 시론의 핵심은 ‘몸과 마음’이다.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고 마음으로 낳은 말들이라고 정의한다. 서울 변두리 판잣집과 골목, 호수 곁에서 보낸 유년의 기억들은 온통 흐물거리는 시로 가는 머나먼 여정을 풀어놓는 질료가 된다. 김근 시의 가장 큰 특징은 ‘모호성’이다. 시인은 자명하고 확고한 것들이 지금, 여기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목도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다만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몸으로 시를 읽고, 의미를 유추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쓰는 동안 수 없이 흥분과 좌절과 회의를 반복하면서도 그는 끝까지 쓰기의 우연과 즉흥을 유지하려 한다는 자신의 철학도 고백한다. 책에는 시론과 함께 시집을 준비하며 후배들과 나눈 대화록과 시집 <에게서 에게로> 출간 이후 인터뷰, 시 '분서' 연작을 마친 뒤 시를 모아 소설로 풀어낸 '소설 분서' 까지 다채로운 글들이 담겨있다. 시인은 펴내는 글에서 “시에 관한 산문들을 모았다”며 “시론을 의식하고 시를 쓰지는 않았다. 시론은 언제나 사후적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론이 써지는 순간, 시는 또 그 시론을 저만치 벗어나 있다. 이것이 시론의 운명이다”며 “나로서는 지난했던 이 여정 속에서 독자들이 내가 이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근 시인은 고창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마쳤다.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신화적인 상상력과 위력적인 리듬, 풍성하고 섬세한 시어로 평단과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9.17 18:17

[전북체육 종목단체 탐방] (6) 전북자치도탁구협회

152.5×274cm의 작은 녹색 테이블 위로 하얀색 공이 ‘핑~퐁’ 소리를 내며 연신 상대 코트를 넘나든다. 1952년 제1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참가를 시작으로 국제 대회에 참가한 한국은 더욱 발전해 1973년 옛 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에서 열린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사라예보의 기적’으로 기억되는 이에리사와 정현숙이 여자 단체전에서 중국, 일본의 강호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하며 탁구는 전 국민의 스포츠로 발돋움 했다.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에서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탁구는 남자단식 유남규, 여자복식 현정화·양영자의 금메달을 비롯해 남자단식 김택수 은메달, 남자복식 유남규·안재형이 동메달까지 획득하며 올림픽 탁구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올림픽대회 이외에도 각종 국제대회에서 상위권을 유지해 오던 대한민국은 2004년 제28회 아태네 올림픽 남자단식에 출전한 유승민이 16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탁구의 부활을 알렸다. 유승민은 올해 제42대 대한체육회장에 취임하며 탁구를 넘어서 대한민국 체육 발전을 위해 헌신하며 2036년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의 활약으로 탁구 인구의 증가와 함께 여가생활을 도모하고 선수 육성을 위해 1968년 전북자치도탁구협회가 설립됐다. 통합 3대·4대 회장으로 연임 중인 신정헌 회장을 비롯해 5명의 부회장, 17명의 이사와 14개 시·군 협회장이 전북 탁구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군산대야초, 김제만경중·고, 군산대학교, 한국마사회 남자팀 등 전문체육 7개 팀과 전주스포츠클럽 등 스포츠클럽 4개 팀을 운영해 77명의 선수와 23명의 지도자가 활동하고 있다. 또한 탁구는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생활체육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어 193개 클럽에서 6,167명의 등록 생활체육인도 활동하고 있다.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대회를 비롯한 국제대회 유치와 제17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축전의 전국대회도 2년 연속 주관 운영하고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복식 금메달 양영자 선수 및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단체 금메달 박지현, 은메달 홍순화 순수 등 역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도 전북 출신 선수들이 활약했다. 제105회 전국체전에서 군산대가 대학부 남자 단체전과 혼합복식(남건우, 김희정)에서 은메달, 개인전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고 남자 일반부 개인전에서도 한국마사회 강동수가 동메달을 추가했다. 장수군청팀도 2025 실업탁구챔피언전에서 단체전 3위, 개인전 3위를 기록했고 2025 춘계회장기 실업탁구대회에서 혼합복식 2위, 개인전 3위, 복식 3위에 올랐다. 신정헌 전북자치도탁구협회장은 “탁구동호인 1만명 회원등록을 추진해 언제, 어디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으로 활성화 시키겠다”며 “전문체육 또한 현재 도내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상태여서 우수 선수 발굴 및 유·소년팀 육성에 중점을 둬 제2의 전북탁구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스포츠일반
  • 오세림
  • 2025.09.17 18:1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오은숙 소설가-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한 세상에서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겠다던,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내 고장 시인이 있었다. 그는 시의 이슬에 튄 몇 방울의 피를 훈장 삼아 문학을 길러냈다. 스물몇 해였던가. 그 마음을 닮겠다고 다짐하였으나 내가 마주한 것은 언제나 늪이었다. 이제 와 돌아보니, ‘자기 위안’만 남는 한계였다. 이럴 때 환기(喚起)의 시간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른 시기에, 내 고장을 거쳐간 수인이 있었다. 전주교도소에 머물며 “녹두장군의 농민군이 전주성을 공략할 때 넘었다던 완산칠봉”을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았다던 실천가이자 사상가. 1968년, 스물네 살에 강단에 선 신영복 선생은 어떤 이유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해 겨울, 선생은 ‘빙광’에서 희망을 찾았다. 빙광은 얼음에 비친 빛이 공중으로 반사되는 현상이다. 기온이 일정 온도 이하로 내려가야만 자기 숨결로 만들어진, 벽에 달라붙은 성에에 비친 빛을 볼 수 있다. “빙광이 날카로워지면서 파릇한 빛마저 내뿜는 때를 가장 좋아한다”고 선생은 말했다. 선생은 혹한이 주는 고통조차 진실을 마주하는 창으로 여겼다. 날이 풀려 자기 입김이 만들어낸 성에가 “느릿느릿 벽을 타고 기어내리”는 것을 보면 공포스럽다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첫 장에서 고백한다. 염치없는 ‘자기 위안’이 만연한 시대에 물리적 한계를 넘어 실천적 의지가 만들어내는 용기와 통찰을 느낀다. 진실을 마주하는 자에게 따라다니는 한없이 깊은 사유를 본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이 평범한 능력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이다. 따라서 문화는 이러한 능력을 계발하여야 하며, 문명은 이를 손상함이 없어야 한다.” ‘사랑은 경작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선생은 인간에게서 희망 찾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수감자라는 이유가 학문에 대한 열정을 식게 만들 수 없음을 발견한다. 감옥 안에서 서예와 독서를 이어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쇠창살 안에 갇힌 몸이지만 부모, 형제는 물론이고 형수나 계수, 조카와의 소통을 소홀하지 않은 것 또한 페이지 마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청구회 추억」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키워 간 선생의 한없는 인본주의의 극치를 엿본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정서를 대변하는 시대에도 오롯이 느껴질 키득거림과 들뜸, 애잔함이 뒤엉킨 장면에서 느껴지는 선생의 정신은 오히려 더욱 드높다. “기쁨과 마찬가지로 슬픔도 사람을 키운다는 쉬운 이치를 생활의 골목골목마다에서 확인하면서 여름 나무처럼 언제나 크는 사람을 배우려 합니다.” 슬픔 또한 선생을 좌절시키지 못한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 주체로 남고자 했던 선생에게 어찌해도 지지 않는 의지를 배운다. 세속적⸳물리적 공간에 매인 선생의 환기는 빙광을 통한 무한한 우주로의 사유 확장이었다.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던 내 고장 시인과 달리, 선생은 숙고의 시간을 거쳐 자신과 세상의 관계를 새로이 쓰고자 했다. ‘자기 위안’ 대신 날마다 새로운 성좌를 키웠다. 어떤 이에게 희망은 오래된 고성에서나 피어나는 작은 풀, 납작 찌그러진 채 구르는 페트병 같다. 허리를 숙여야만 겨우 닿는다. 선생이 찾은 혹한의 빙광처럼 절박한 환기다. 그것은 냉철한 예지의 날을 세워 선생의 글을 마음에 새기는 용기다. 머리맡에 두고 날마다 실천적 의지를 다지는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오은숙 소설가는 202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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