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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지하철 환승음악 ‘풍년’

우리나라 수도 서울의 지하철은 세계적으로 여덟 번째로 긴 도시철도망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가 중국 상하이, 여섯 번째가 미국 뉴욕의 지하철이란 순위에서 보듯 여덟 번째의 대한민국 서울 지하철 또한 국토에 대비하여 넓은 교통편을 자랑하고 있으며 가장 많은 서울시민이 애용하고 있는 교통수단으로 세계적인 메트로시티로서의 자부심을 담고 있다. 지난 13일이었다. 서울교통공사는 16일부터 2월까지 순차적으로 지하철 1~8호선의 환승 안내방송 배경음악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 귀에 익은 “다 딴 따다 다다 따다 다 단 따다 닫, 단!”의 가야금 소리. 즉 ‘얼씨구야’라는 제목의 음악이 바뀐다는 것으로 궁금하고도 내심 기대가 되는 소식이었다. 국악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도 그리고 해외에서 온 외국인도 이제 지하철 환승음악 소리만 들으면 한국 전통음악이라는 반가운 화답을 나누던 우리 지하철. 이제 또 다른 신비로움으로 화려한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환승 안내방송 배경음악은 2009년 3월 작곡가 김백찬의 ‘얼씨구야’란 곡으로 14년간 사용해 왔다. 이번에 변경되는 환승 안내방송 배경음악은 국립음악원이 무상으로 제공한 것인데 지난해 10월12일부터 2주간 공사 누리집을 통한 시민 선호도 조사를 거쳐 작곡가 박경훈의 ‘풍년’이 최종 선정되었다. 선정된 ‘풍년’은 경기도 토속민요 풍년가를 소재로 원곡의 주선율인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4박자 구조의 단순하면서도 흥겨운 곡조로 재해석된 국악 창작곡이다. ‘얼씨구야’에서 ‘풍년’이란 음악의 순환은 우리 민족의 흥과 희망을 담은 현실 삶의 변곡점이라 생각된다. 바쁘게 정신없이 달려가는 현대 사회의 구조 속에 하루 출·퇴근 시작과 끝을 알렸던 흥겨운 우리 민족의 선율. 그 짧은 1분여 남짓의 국악 선율이지만 우리네 희망은 그렇게 지하철 속에서 설레는 기쁨을 담고 또 다른 애환과 역경도 이겨냈다. 이제 아픈 시련은 털어버리고 흥겨운 풍년가 소리를 함께 부르며 우리의 맘을 넓은 대지와 하늘로 보내어 보자.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로 지친 고객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고 변화하는 트렌드를 반영하고자 새로운 환승음악으로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무서운 전염병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힘찬 미래의 찬가가 될 수 있게 우리 귀와 마음도 희망찬 기대와 설렘으로 새로운 지하철 환승 음악 ‘풍년’을 맞이하자. 모든 사회가 풍년을 이뤄 부자가 되는 그날을 기약하며 우리 수도 서울의 지하철은 힘을 내어 달린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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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26 16:29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어전광대 모흥갑과 가왕 송흥록

모흥갑 명창은 순조 2년(1802년) 전라북도 김제군 주산면에서 출생했다. 그는 가창에 있어서 천부적인 재질을 타고났으며 성음이 월등하여 출중했고 12세에 입산하여 10년간 소리공부를 마치고 바로 대성한 명창이었다. 특히 모흥갑은 적벽가에 출중했는데 그 누구도 그의 앞에서는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할 정도로 당대의 독보적이었다. 모흥갑이 10년 공부를 마치고 세상에 나오자 그의 명성은 빠르게 퍼졌다. 헌종 13년(1847년) 헌종의 부름을 받고 상경한 것은 그의 나이 45세 때의 일로 조정 관리가 다 모인 자리인 어전에서 모흥갑은 적벽가 중 ‘적벽대전’을 불렀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모흥갑의 완숙한 기량에 헌종 임금을 위시하여 삼정승 육판 이하 어전에 나열한 대신들은 지위와 체면을 잊어버리고 흥과 탄성을 자아내며 그의 소리에 열광하였다고 전한다. 헌종 또한, 탄복하여 출중한 기량을 가상히 여겨 모흥갑에게 종이품(宗二品) 동지(同知)의 벼슬을 제수하였다. 상민으로서는 왕 앞에 나설 수 없었으므로 비록 명예직 일지언정 임금의 총애를 받고 벼슬까지 제수받은 것은 모흥갑 명창이 최초였다. 모흥갑은 각 양반가의 부름을 받고 소리를 하며 수천 금을 벌었다. 특히 평양감사의 부름을 받고 평양으로 내려갔던 모흥갑은 연광정에서 소리를 할 때 그의 통성이 10리 밖까지 들렸다 하니 그러한 명성과 소리의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모흥갑은 헌종의 윤허를 얻어 전북 김제 주산(현재 완주군 난전면 귀동. 지금의 구이 부근)으로 이사를 한다. 그 당시에는 모흥갑과 더불어 송흥록의 명성도 대단했는데 모흥갑은 송흥록의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자신과 더불어 송흥록의 실력을 비교하고 싶었던 모흥갑은 마침 전라감사 생일 연 때 감영에서 두 명창을 동시에 초청하는 일이 생겨 소리 경쟁을 펼치게 된다. 모흥갑은 적벽가를 불렀고 송흥록은 춘향가를 불렀다. 청중은 모두 두 명창의 소리에 감탄했으나 송흥록의 뛰어난 인물 치레, 격조 높은 창제, 그의 고매한 기예 등에 탄복한 사람이 더 많았다고 전한다. 이후 송흥록의 절륜한 소리에 모흥갑은 머리를 숙였고 그는 각 산청의 대방들을 소집하여 전주 신청에서 송흥록을 가왕(歌王)이라 칭하는 봉대식을 거행하게 된다. 훗날 수백 관중은 두 경합과 상관없이 모흥갑과 송흥록, 두 명창 모두를 뛰어난 국창이라 불렀으며 곧은 인격과 절세의 명창으로 현재까지 그들의 일화는 전해오고 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3.01.12 17:41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국립국악원 분원의 역할

새해가 밝았다. 계묘년 첫 주 전통예술계의 뜻깊은 소식을 전하니 그것은 지난 28일 강릉시가 추진한 '국립국악원 강원분원 건립 연구용역비' 예산 2억 원이 국회 본회의에 통과되어 올해 정부 예산이 되었다는 보도이다. 국립국악원은 1951년 부산 용두산에서 개원하여 현재 서울을 포함 전라북도에 두 곳, 전라남도 한 곳, 부산광역시 한 곳 등 네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소속된 분원들은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담은 콘텐츠로 전승과 보급, 연구, 발굴에 매진하고 있으며, 지역의 다양한 거점을 확보하여 지역문화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온전한 지역 전통문화의 균등한 거점을 두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강릉시는 이러한 지역문화 발전의 초석 마련을 위해 국립국악원 강릉분원 유치 목적을 두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립국악원 강릉분원의 설립은 수도권과 더불어 지역 균등의 국가발전 주춧돌이 될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지역경제 회복,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균형발전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자생력을 만들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전통문화의 중심을 음악에 두고 예악 사상과 연결하여 인격 수양의 방편으로 삼았으며 민족의 심성과 정서를 그대로 투영하여 존재가치를 잇는 중요한 정책의 주체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중심에는 국가예술기관인 국립국악원이 있으며, 전통예술의 연구, 보급, 진흥 그리고 공연이라는 큰 역할과 기능을 두고 문화 국가발전 전략으로 매진하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그러한 국가발전 전략을 기반으로 분원을 설치하여 지역의 전통예술 진흥에 힘쓰고 있으며, 설립된 각 분원은 지역의 특화된 전통예술 기반을 바탕으로 많은 공연과 연구가 진행 중이다. 1992년 전라북도 남원을 근거로 처음으로 국립민속국악원이 개원되었으며 이후 2004년 전라남도 진도에 국립남도국악원, 2008년 부산광역시에 국립부산국악원이 개원되었다. 강릉시에서는 미래세대를 겨냥한 ‘미래 교육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미래형 국악원을 목표로 의지를 다지고 있다. 통일 한국 및 전 세계 한민족의 문화동행을 위한 ‘한민족예술종합자료관’ 운영, 국악의 현대화, 세계화를 위한 ‘국악 3.0시대의 플랫폼’ 운영 등 타 분원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건립할 예정이다. 특히 분원 건립은 강릉단오제, 강릉농악 등 지역 국악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며 2026 ITS 세계총회 등 강릉시에서 유치하는 각종 국제행사에서 국악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등 지역 전통문화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현대의 전통공연예술은 각각의 특색을 지닌 지역성과 정체성이 존재하는 전통 콘텐츠에 의해 재창조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 강원도 강릉시는 다양한 국가 문화예술 운영기관의 거점 지역으로, 또한 전통공연예술의 허브로 그 전통과 맥을 이어 나가고자 하는 시작점에 서 있다. 지역의 특수성은 한국 전통공연예술의 세계화에 있어서 중요한 요건이 되며, 고유한 우리 문화유산의 예술적 가치와 더불어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중요한 핵심이 될 것이다. #국립국악원 #강릉시 #강릉분원 #국가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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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5 17:03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전국 문예회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은 전국에 퍼져있는 문예회관을 활용하여 지역 주민에게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서 주관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사업 중 큰 예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공연되는 전통예술분야를 살펴보면 다양한 기획과 제작으로 실험성, 보편성, 희소성, 대중성 등 각각의 가치를 추구하는 작품들이 전국을 무대로 펼쳐지고 있으며 내년에도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고 있다. 필자 또한 사업과 관련해 2023년도 최종 민간 작품선정 심사를 하는 기회가 주어져 많은 고민과 설렘, 그리고 작품을 만드신 분들에게 향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 시간이었다. 방방곡곡 사업을 심의하면서 가장 먼저 판단했던 것은 어떤 작품을 선정하면 관객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흥미로운 공연으로 기억될까 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지향점이었다.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작품. 그것은 특별함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전문예술가로서 풀어야 할 어려운 작업 중 하나이다. 우선 지역은 수도권과 문화향유의 접근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 선택된 작품은 지역 주민이 쉽고 편하게 그리고 친근감 있게 유도할 수 있는 대중성에 주안을 두고 다가서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 예술성을 생각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 접근이란 가치에 더 가까이 생각해야 하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작품선정에 대한 판단 기준은 그래서 상이하다. 예술성과 대중성. 물론 이 두 토끼를 잡는다면 성공한 수작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세상의 창작은 목표를 위해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목적을 위한 방편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지역에도 많은 민간 예술 창작과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넉넉지 못한 예산이지만 열정과 성의를 다해 만드는 작품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전통예술 작품은 더욱 그렇다. 서두에 거론한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을 예로 들자면 매년 창작되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공모에 참여하는 전국 민간 전통예술 작품만 해도 140여 건이 넘는다. 하지만 선출되는 작품은 30여 건에 불과하고 이 또한 문예회관의 선택을 받아야지만 그나마 예산을 지원받아 공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결코 쉽지않은 과정인 것이다. 국공립예술단체도 이제 관객이 없는 작품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 창작의 고뇌는 자신만의 싸움이 아니다. 우리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각과 이해도 중요한 요건임을 다시금 깨닫자. 창작의 실험성에 놀라움과 특별함으로 다가올 수 있는 관객도 있겠지만, 창작의 대중성에 즐거움과 행복함으로 다가오는 관객도 많다는 것을 잊지 말자. 다가오는 2023년 우리 전통예술가들의 기쁨과 행복을 기원하며. 활기찬 검은 토끼를 잡는 계묘년 한 해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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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29 16:10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전주 행원

전주 풍남문을 뒤로하고 30m쯤 걷다 보면 우측 골목에 "행원"이란 나지막한 전통 한옥 카페가 있다. 필자에게도 36년 전 어설픈 국악을 뽐내며 드나들던 추억이 담긴 곳. 지금은 전주 미래유산 제1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국악인의 음악회가 열리는 전주 전통예술이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94여 년 전인 1928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행원은 원래 '낙원권번'이란 전주국악원이 있던 자리였다. 그러한 건물을 1942년 전주의 여류 화가인 남전(藍田) 허산옥(1926~1993)이 인수하였고 전주를 대표하는 요정(料亭)으로 탈바꿈하여 오랜 시간을 보냈다. 건물 앞마당에 정원을 둔 행원은 우리나라 전통 구조와 달리 ‘ㄷ자’ 건물 안쪽에 작은 연못과 정원을 둔 일본식 한옥으로 설계되어 독특한 일본식 한옥 구조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전주 풍남문 인근에 있어 서울의 '삼청각'처럼 지방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기업인 등 지역 유지들의 연회 장소로 많이 활용되기도 했다. 정치인과 기업인 등 지역 유지들이 자주 애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주의 대표적인 요정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던 '행원'은 한편으로는 예술가들의 슬픈 역사가 담긴 곳이기도 하다. 국악 활동 중 생계 자체가 어렵거나 피난을 온 내로라하는 당대의 예술인들을 후원하였고 창작활동에도 도움을 주었다. 덕분에 행원은 많은 예술인의 방문이 있었고 식객들이 줄을 이었다. 1983년 무렵, 전북무형문화재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 성준숙 명창으로 주인이 다시금 바뀌면서 2000년대 중반, 사라진 요정문화를 현대에 맞게 되살린 한정식 음식점으로 탈바꿈한다. 전통음악과 춤의 명맥을 이으며 옛 전통문화를 복원한 한정식집 행원은 건전한 국악공연을 보며 식사할 수 있는 '전주의 풍류 명소'로서 그 명성을 이어갔다. 그러한 요정에서 한정식집으로 이어온 행원은 이제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장소에서 벗어나 전통문화의 시대정신으로 잇고 있는 한옥 카페로 현재 변모해 있다. 과거 요정이란 의미를 돌이켜보면 어원적 의미인 "고급 요릿집"을 별개로 우리는 은밀하고 퇴폐적인 장소로 인식하여 참으로 부끄러운 역사의 장소로만 그 뜻을 알고 있다. 일제강점기, 우리 말과 역사를 말살하던 일본은 한민족 전통예술의 가치도 펌하하려 조선 궁중의 음악 및 무용을 관장하던 장악원이란 조직을 이왕직아악부란 명(名)으로 축소,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게 했던 슬픈 과거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궁 밖의 민간 전통예술도 식민사관에 의해 하대하기에 이르렀으며 그러한 이유로 민간 전통예술가들 또한 설 자리를 잃고 경제적인 이유로 요정이란 장소에서 삶을 유지하기에 이른다. 전문 극장이나 동네 판의 무대를 떠나 어려운 삶을 전전했던 시대 그리고 전통예술가들의 고된 삶이 녹아있는 ‘요정’이란 슬픈 역사의 현장. 이제 그러한 역사와 현장 속에서 녹록지 않은 차 한잔을 마시며 우리 전통예술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다시는 그러한 역사와 현장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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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22 17:13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솥뚜껑이 날라다녀

“솥뚜껑이 날라다녀”란 제목은 SF 마당놀이의 작품명이다. 너무나도 궁금했다. 명명(命名)한 주제 콘텐츠가 기존 전통공연 형식을 깨는 신선한 소재이고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과학적 주제 요소를 빌렸기 때문에 작품의 궁금증은 이내 큰 기대감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SF’란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과학 소설 또는 영화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일반적으로 SF 영화는 미래가 배경이 되기 때문에 고도의 특수 효과를 이용하며 때론 미래의 공상적인 장면을 위해 특별한 배경, 무대, 조명 등 차별화된 제작과정을 거친다. 지난 14일 전주 한벽문화관에서 공연된 SF 마당놀이 “솥뚜껑이 날라다녀”는 창의적 가상 현실에서 우리 전통생활의 일부를 투영하여 극으로 만든 작품이다. 특히 202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중장기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이라 타 사업의 심의위원으로 참여했던 필자로선 바라보는 애정이 컸다. 지역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연사업으로 선택받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전통문화 창작 가능성의 신선한 바람이 될 수도 있으며 전라북도 전통예술가를 대표하며 지역창작의 미래를 논할 수 있는 좋은 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극을 이끌었을까? 마당극의 내용은 조선 시대 어느 시골 마을의 미확인비행물체인 UFO 불시착 장면으로 시작된다. 전통 마당이란 장소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모아 외계인의 동력원으로 사용한다는 작품의 시놉시스는 가히 출중한 스토리의 전개였다. 하지만 작품의 관건은 스토리와 함께 나타나야 할 예술성이었다. 제작자인 합굿마을은 본 작품에 대해 대사를 최소화하고 전통연희와 민속공연의 동작을 재구성하여 극의 재미에 중심을 두었다고 공연 전 소신을 밝혔다. 일찍이 일렉트로닉과 국악의 만남은 종종 있었지만 두 종목의 정체성을 모두 온존케 유지하며 존재감을 함께 부여하기엔 무리수가 많았다. 창의융합 작품에 대한 성공 여부는 예술적 접목과 포용이란 핵심에서 좌우된다. 작품에 나타난 전통예술의 유희성. 그리고 융합하는 과학적 기법의 친근감과 유대감이 어떠한 울타리 안에서 얼마만큼의 감각적 울림으로 표현되는지가 중요하며, 전통예술의 가치를 SF란 동력으로 상승시킬 수 있느냐? 또한, 중요한 제작의 역량으로 나타난다. 더욱이 해당 작품에 대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선정 기준은 대중성이 아니고 예술성이었기에 바라보는 관객으로의 시각은 높고 컸다. 특별한 소재와 창의적인 구성에 따른 스토리는 매력을 끌었지만, 외계인과 마을주민 사이에 펼쳐지는 음악 구성 및 예술성은 이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외계인과 마을사람의 만남, 다툼, 화합 등 줄거리의 핵심은 마임(mime)보다는 일렉트로닉과 융합된 전통음악으로, 후반부의 전통연희 부문은 극의 말미보다 중심에 두어 그 화려함을 더 빛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도와 시련, 실패와 역경도 있었을 것이다. 같은 전통예술 공연물을 제작하고 평가받는 동종업의 선배로서 애정의 마음이 앞선다. 누구도 걷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외로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름다움이 있다.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즐거움도 있다. SF 마당놀이는 그대들의 특별함과 믿음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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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5 17:39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슛돌이 이강인

지난 2022년 11월 마지막 주를 보내며 각 언론매체에서는 한 남성의 열띤 취재 경쟁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스페인 소속 프로 축구 클럽 “RCD 마요르카” 미드필드이자 2022 월드컵 가나전 후반 주전 공격수로 참가하여 동점골에 도움을 준 축구선수 이강인이다. 그는 이미 2007년 TV 속 우리의 “슛돌이”로 익히 알려진 꼬마 골잡이였다. 그의 활약은 우리에게 투지와 열정을 다시금 만들어 냈으며 비록 가나전의 결과는 안타깝게 졌지만, 멋진 행복을 국민에게 안겨 주었다. 자. 그럼 우리 슛돌이 이강인은 태어날 때부터 축구 천재였을까? 우리가 잘 아는 모차르트는 클래식의 거장으로 가장 많은 음악 애호가들을 클래식으로 입문하게 만든 위인이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독창적인 작품을 작곡한 천재는 아니었다. 어릴 적 그에게는 뛰어난 교육자이자 매니저인 아버지가 있었고 신동에게 호의적이었던 귀족 사회가 있었다. 그리고 모차르트는 음악 공부와 연습에 매진한 노력파였다. 성인이 돼 그가 작곡한 작품들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기울여 온 엄청난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모차르트는 자신이 쓴 편지들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손가락이 휘어질 정도로 밤낮으로 연습에 몰두했다. 모차르트의 작품들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모차르트는 최소 10년간의 연습 기간을 거치면서 조금씩 작곡 실력을 늘리고 작품의 질을 높였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상상하는 천재는 없다. 엄청난 재능을 갖고 태어나 배우지 않고도 알고 사회적 환경과 관계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세상을 바꾸는 그런 천재는 없다. IQ도 천재를 식별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천재라고 불린 사람들은 모두 환경의 도움을 받으면서 많은 노력을 한 사람들이다. 이강인의 아버지 또한,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축구공을 선물했고 이강인의 축구 유학을 위해 스페인에 먼저 가서 태권도장을 열었다고 한다. 더불어 소년 이강인의 노력과 투지도 그 깊이를 더했으리라 생각된다. 몇 년 전 유럽의 일간지 르몽드는 <유럽을 덮친 한류>라는 기사에서 “일본과 중국에 끼인 것으로만 알려졌던 나라, 자동차와 전자제품 수출로만 알려졌던 나라가 이제 자국의 문화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있다”라고 보도된 바 있다. 이제는 K-문화, 스포츠가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다. 이제 우리는 ‘made in’<제조국>보다는 ‘made by<제조자>로 더 생각할 때가 됐다. 수많은 문화와 기호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러한 제조자의 역할은 더욱 커져만 갈 것이며 제조자의 천재적 교육과정은 그렇게 후대에 전해지며 다양한 문화의 국가경쟁력으로 표출될 것이다. 월드컵 기간 중 우리에게 투지와 정열을 안겨준 슛돌이 이강인과 태극 전사들에게 다시금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며 소중한 대한민국 천재들의 귀향에 감사의 마음도 전한다.

  • 문화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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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8 17:13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2023 동아시아문화도시 전주

지난 11월 24일 전주에서는 향후 치러질 “2023 동아시아문화도시 전주” 한·중·일 문화예술 교류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동아시아문화도시 추진위원회’ 출범식이 있었다. “동아시아문화도시”란 2012년 ‘제4회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 합의에 따라 매년 각 나라의 전통문화 도시를 선정해 연중 문화예술 협력 및 교류 행사를 개최하는 것으로 지난 2018년엔 부산, 2019년 인천, 2020년 펜데믹으로 2021년 순천, 2022년 경주 등 선출 과정을 거친 도시들이 우리나라 역사적 현장에서 그 성대한 축제를 치렀다. 다가오는 2023년에는 1년간 대한민국 전주, 중국 청두(成都)와 메이저우(梅州), 일본 시즈오카현(静岡県) 등 3국의 도시들이 문화교류사업을 이끌게 됐다. 향후 각 나라를 대표하며 자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문화 역량과 미래의 문화가치를 제시할 것이다. 개인적으론 2018년 동아시아문화도시 부산 폐막식 축제 조연출로 소중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어 내년에 개최될 우리 전주의 역사적인 문화교류사업은 누구보다도 감격스럽고 감회 또한 더욱 새롭다. 문화는 수백 기업의 부가가치 경제 이윤보다 더 효율적이며 자국 위용을 높이는 무가지보의 가치가 있다. 나라 안팎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의 리더들은 국민을 위한 정책과 복지로 고난의 매듭을 풀고 있으며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정진하고 있다. 더불어 문화가 지닌 그 수용성과 가치를 활용하며 그 힘을 불어넣고 있지만 아직은 아쉬움이 많다. 일만 대의 자동차보다 잘 만든 한 곡의 음악이, 수만 드럼의 석유보다 잘 그린 한 편의 그림과 영화가, 월드컵 축구의 한 응원이 우리를 더욱 하나로 만들었고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향후 그러한 문화정책의 설계와 구체적인 방안이 더욱 효율적으로 수립되고 실현하여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백범 김구가 적은 <백범일지> 중 문화에 대한 소신(所信)의 글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백범 김구는 그 무엇보다 문화를 소중하게 생각했으며 문화의 힘을 가지려 노력했다. 그렇게 해야지만 우리 민족이 행복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그러한 행복을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찾으려 한다. 문화를 알면 경제도 함께 보인다. 다가오는 2023년 동아시아문화도시 전주 축제는 우리에게 상생의 문화를 알리고 나아가 행복과 경제적 여건도 함께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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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1 17:22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전라감사 교귀식과 망궐례

며칠 전 전주 전라감영과 풍패지관에서는 전라감사 교귀식, 순력 행차 및 망궐례가 있었다. 행사 사업 초기 예식 의례음악에 대해 자문을 했던 터라 그동안 준비가 잘 되었는지 궁금하고 기대 또한 컸다. 행사는 모두 4부로 나뉘어 있었다. 1부는 전라감사의 교귀식, 2부는 전라감사의 순력 행차, 3부는 전주 객사의 망궐례. 그리고 4부에는 전통예술공연으로 치러졌다. 먼저 생소한 단어부터 풀어보면 교귀식(交龜式)이란 오늘날로 치면 도지사의 이·취임식이자 업무 인수인계식을 뜻한다. 조선 시대 교귀식은 대부분 그 도의 경계에서 만나 진행되는데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왕의 교서를 확인하고 감사의 관인(官印)과 군사 지휘권인 병부를 주고받는 일이었다. 당시 관인에는 거북 모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러한 거북의 모양에 착안하여 의식을 교귀식이라 불렀다. 이러한 옛 고서의 그림 속엔 왕의 행차를 알리는 취타대 모습도 함께 그려져 있다. 그것은 절대 군주로서 하명한 교서의 존엄을 나타냄이기도 하며 예를 지키기 위한 예악(禮樂)의 식순이기도 하다. 전라감사의 순행은 도내 각 고을을 도는 제도를 뜻한다. 감사의 순력(巡歷)이라 논하기도 하는데 마을의 풍속과 민생 고락을 잘 살피고 임금의 덕을 널리 알리게 함이 그 목적이다. 도내 감사를 따르는 이가 백인이 넘었고 말 100필을 두는 등 웅장한 위용은 백성에게 큰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다. 한편 다산 정약용은 자신이 쓴 목민심서를 통해 본래의 목적과 달라진 순력의 폐단을 논하기도 했는데 그 내용은 공역의 면제, 뇌물수수 등 그로 인한 어두운 면이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망궐례(望闕禮)는 왕과 궁궐의 상징인 궐(闕)과 전(殿) 글자 새긴 패를 만들어 모시고 왕과 왕비의 생일, 설, 단오, 추석 등 명절에 만수무강을 대신하여 올리는 예이다. 당시 찰사, 목부사, 군수, 첨사, 만호, 우후, 절도사, 통제사 등 지방의 관리는 직접 왕을 찾아뵈울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러한 행위와 의식을 통해 군신의 도를 올렸다. 또한, 전라삼현육각이란 음악도 함께 의식을 도왔으리라 추정되는데 전라삼현육각은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서 연주되던 향제 풍류로 그 음악의 종류로는 관아 행사나 무용 반주에 사용하던 농삼현, 민가에서 연주한 계면조의 민삼현이 있다. 전라감영과 풍패지관. 우리나라 역사에 영원히 간직될 이 두 유산은 의례를 통해 공경, 신의, 믿음의 예악과 함께 거듭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무가지보(無價之寶)의 가치는 보존과 함께 활용되어야 하고 그 뜻은 더욱 공유하여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힘들고 어려웠던 재현 사업이었지만 추진하신 분들의 의지와 투혼에 감사드리며 보람과 신명이 함께하시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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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24 17:27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2022 전주대사습뎐

지난 13일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는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2022 전주대사뎐’이 많은 관심과 국악 애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진행되었다. 전주시는 고유한 전라북도 문화유산인 전주대사습놀이의 문화재 등재와 그에 필요한 자료 수집을 위해 지난 2021년 5월 전주대사습청을 개관했다. 개관과 함께 차별된 전통예술의 향유를 위해 ‘전주대사습뎐’이란 공연을 기획하였는데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전주대사습뎐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펼치며 전라북도 전주의 문화예술 위상을 드높였다. 전주대사습놀이는 숙종대의 마상궁술대회, 영조대의 통인전 물놀이, 철종 말기의 판소리 백일장 등을 근본으로 고종원년 서기 1864년 국가적인 행사로 시작했던 민족의 대축제로 임오군란(1882년 고종 19년), 동학혁명(1894년 고종 31년) 등 국가적인 대변란으로 인하여 열리지 못했던 다섯 차례를 제외하곤 총 35회의 대성황을 이뤘다. 이후 일본 초대 통감 이토오 히로부미의 명령에 의해 강제폐쇄를 당했던 원각사와 때를 같이하여 전주대사습놀이도 1905년 서글픈 종말을 고하고 일제의 문화 말살 정책의 제물이 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란 국운의 슬프고 억울한 역사를 안고 전주대사습놀이도 단절의 시대적 역경을 거쳤다. 이후 1975년 전주의 국악인과 애호가들에 의해 역사적 부활을 이루어 냈고 2022년 현재 대한민국 국악 최고 등용문으로서의 명성과 그에 따른 소명을 다하고 있다. 13일 흐린 오후, 국립극장의 하늘극장. 현장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창, 명인, 명무가 함께 모여 있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의 보유자 정명숙 명무. 무려 88세의 춘추에도 공연장을 압도하는 “살풀이춤”의 기운은 하늘을 치솟았다. 전주대사습놀이 가야금병창부 1회 장원과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병창 및 산조 보유자이신 강정숙 명인의 “호남가, 방아타령”, 제15회 전주대사습놀이 명창부 장원과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수궁가 보유자이신 김수연 명창의 “수궁가”, 제10회 전주대사습놀이 민요부 장원과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전승 교육사이신 이호연 명인의 “정선아리랑, 신고산타령”, 제12회 전주대사습놀이 무용부 장원자이며 중앙대학교 교수인 채향순 명무의 “승무”, 제35회 전주대사습놀이 시조부 장원 장영이 명인의 “완제시조”,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이며 전국대회 대통령상 수상자인 이서윤 명무의 “한량춤”. 어느 한 곳에서 이러한 분들의 소리와 춤을 함께 볼 수 있을까? 또한,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이며 전북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 송재영 명창, 국립창극단 김차경 명창, 김학용 명창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현시대의 내로라하는 명창이 함께 단막 창극으로 관객과 호흡했으며 올해 대사습 명창부 장원자인 박현영 명창이 대사습 판소리 일반부 장원 출신 남성 소리꾼들과 함께 남성만으로 구성된 남도민요를 열창했다. 이는 현시대에 쉽게 들을 수 없는 값진 소리의 한 판이었다. 지금도 그날의 여운은 서울 하늘아래 남아 전라북도 전주의 예술혼을 드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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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7 18:03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씻김굿

지난 9일 전주에서는 전북도립국악원의 초청으로 남도의 대표적인 전통예술 ‘씻김굿’이 국립남도국악원에 의해 공연되었다. 지난해 전북도립국악원과 국립남도국악원은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예술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상호 지역의 예술을 선보이는 사업을 추진하였는데 미리 계획되었던 국립남도국악원의 ‘씻김굿’은 안타까운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젊은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의식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굿에는 참으로 많은 종류의 굿이 있다. 드넓은 바다와 바다로 나간 이들을 위한 별신굿, 지역의 수호신을 모시고 마을의 평안과 생업의 번창을 기원하는 대동굿 그리고 돌아가신 망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씻겨주는 씻김굿. 모두 각각의 특성과 예술적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지정되어 그 음악과 행위가 보존하고 있다. 씻김굿은 특히 돌아가신 분을 위한 굿으로 돌아가신 분의 액을 풀어주고 축원을 담은 해원의 주술적인 의식으로 알려져 있다. ‘씻김굿’은 서남 해안지역에서 행해지는 굿으로 전남 지역의 깊은 소리와 한의 정서를 담은 남도전통예술의 정수이다. 불교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굿의 내용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르게 행해졌다. 초상이 났을 때 고인의 옆에서 하는 곽머리씻김굿, 돌아가신 후 1년이 되는 날 하는 소상씻김굿, 돌아가신 후 2년이 되는 날의 대상씻김굿, 집안에 병자나 좋지 않은 일이 많을 때 벌이던 날받이씻김굿 등 여러 갈래의 씻김굿은 각각의 소원을 담아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고 산자의 희망을 바랬다. 씻김굿의 순서로는 조상께 굿하는 것을 알리는 ‘안땅’을 시작으로 길에서 죽어 떠도는 혼을 불러들이는 ‘혼맞이’, 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들이는 ‘초가망석’, 불러들인 영혼을 즐겁게 해주는 ‘쳐올리기’, 천연두 신인 마마신을 불러 대접하는 경우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 즐겁게 해주는 ‘손님굿’, 불교적인 ‘제석굿’, 원한을 상징하는 고를 풀고 영혼을 달래주는 ‘고풀이’, 이승에서 맺힌 원한을 모두 풀어주는 ‘넋풀이’, 죽은 사람의 한이 풀어졌는가를 보는 ‘넋올리기’, 좋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깨끗이 닦아주는 ‘길닦음’ 등 돌아가신 영혼의 아픔을 달래주고 살펴주는 사설과 선율로 한의 예술을 절실히 담고 있다. 씻김굿의 음악은 육자배기토리 선율로 슬픈 계면조 중심으로 되어있다. 피리와 대금, 해금, 장고, 징으로 구성된 삼현육각 반주로 이루어지며 아쟁이 60년대 함께 편성되면서 한의 소리를 더욱 깊게 자극하게 되었다. 무녀는 흰색 옷, 다홍색 띠를 걸치고 죽은 사람의 한을 풀어주는 소리와 애절한 춤도 춘다. 무녀의 소리는 홀로 부르는 통절(通節)형식과 선소리를 메기고 뒷소리로 받는 장절(章節)형식으로 되어있지만, 악사와의 교감을 통한 한(恨)의 소리 구성은 여느 타 지역 굿보다 애절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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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0 17:31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한국의 탈춤

지난 1일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탈춤'(Talchum, Mask Dance Drama in the Republic of Korea)의 '등재 권고'의 내용을 알렸다. 보통 평가기구는 등재 신청서가 제출되면 유산을 심사한 후 그 결과를 '등재'(inscribe), '정보보완(등재 보류)'(refer), '등재 불가'(not to inscribe) 등으로 구분하여 발표하는데 우리의 '한국의 탈춤'은 '등재' 판단을 받았다. 참으로 기쁘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가기구는 이를 무형유산위원회에 권고하는데, 등재 권고 판정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최종 등재 여부는 11월 28일∼12월 3일 모로코에서 열리는 '제17차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인류의 유산에는 자연유산과 기록유산 외에도 특별한 유산이 존재한다. 그것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UNESCO)는 1989년 전통문화 및 민속 보호에 관한 유네스코의 권고, 1994년 인간문화재 사업, 1997년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선정 사업을 거쳐 2003년 인류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의 근간이 되는 '무형문화유산 보호 국제협약'을 채택했다. 그것은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가치를 찾아 보존, 유지, 전승하기 위한 세계인의 약속으로 이에 필요한 지정 및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여 2022년 현재 139개국 629건의 무형문화유산이 지정돼 있고 한국은 21건이 등재되어 있다. 한국의 등재 내용으로는 가곡, 강강술래, 강릉단오제, 김장(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 농악, 대목장, 매사냥, 씨름, 아리랑, 연등회, 영산재, 남사당놀이, 제주 칠머리당영등굿, 제주 해녀문화, 종묘제례·종묘제례악, 줄다리기, 줄타기, 처용무, 택견, 판소리, 한산모시짜기가 있다. 한국의 탈춤은 조선시대에 유행한 놀이로 탈을 쓰고 연기와 춤, 사실적 재담을 통해 시대를 풍미했던 서민들의 해학적 춤판을 말한다. 그 당시 놀이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서민이었다. 서민에게는 평소에 말하지 못하고 속내를 풀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는데 그러한 속내의 내용을 담아 탈을 쓰고 극과 춤으로 시대 상황을 풀어낸 것이 바로 탈춤이다. 그러므로 탈춤은 서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놀이였다. 근대에 들어 더욱 발전하여 거침없는 행동과 재미있는 말솜씨로 양반과 고관대작의 허위와 가식을 풍자하고 억압받는 자신의 울분을 알려 해결하고자 하는 전통예술로 표출되기도 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대학가의 민중운동과 더불어 널리 알려져 많은 젊은이가 놀이를 배우고 즐겼는데 현재에는 쉽게 관람할 수 있는 문화환경까지 잘 조성되어 탈춤은 전 국민이 많은 사랑을 받는 민속놀이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한국 문화유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바탕으로 우리 탈춤의 우수성은 한국을 넘어 세계 속의 문화 가치임을 확인했다. 향후 더 많은 관심과 애정으로 한민족의 무형유산들이 소중히 더 등재되기를 소원하며 다시금 한국 탈춤의 기쁜 소식을 오늘 독자에게 알려 드린다.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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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03 16:23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녹두장군 전봉준

10월 28일 저녁 정읍의 전봉준 고택에서는 창작 판소리 "녹두장군 전봉준"의 공개 시연회가 예정되어 있다. 그동안 동학에 관련된 많은 학술 세미나, 예술 공연 등이 있었지만 오늘 행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전통예술의 고장이자 동학혁명발상지 정읍에서 현대 문화운동의 거목인 창본 작가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리꾼이 함께 자리하며 판을 이끈다는 사실이다. 창작판소리 창본 집필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 마당극의 창시자 임진택 이사장. 작창과 완창을 도울 이는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 송재영 명창, 국립민속국악원장 왕기석 명창이다. 그들은 3시간 동안 동학에 대한 이해와 진실을 소개하며 소리판으로 이끌 것이다. 오늘의 공연은 누구나 평등 하고자 했던 동학농민혁명의 사상과 더불어 급변하고 있는 국제정세 속에 한반도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정읍 전봉준 생가에서의 시연회를 시작으로 11월 4일 정읍 연지아트홀, 10일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 19일 서울 돈화문국악당에서 뜻깊은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 동학혁명은 1894년 신분제 중심의 오래된 체제를 개혁하고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일어난 혁명이다. 또한, 일본 국권 침탈에 맞서 싸운 민족의 봉기로써 큰 의미도 있으며 애국이라는 민족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한 역사적 사실과 위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방 이후에도 정치적 혼란으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고 왜곡, 축소되어 왔다. 그러던 중 1960년 4.19혁명 이후 동학혁명의 재조명이 시작되었고 1993년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과거사 정리를 위한 '역사 바로 세우기' 사업이 추진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혁명을 주도했던 전봉준은 전라북도 고부(정읍시의 면) 전창혁의 아들이었다. 당시 전라 고부 군수 조병갑은 악랄한 탐관오리였는데 그는 만석보란 대형 저수지를 축조하여 사용료를 부과하였고, 자신의 아버지 공덕비를 세우겠다며 양민들로부터 엄청난 조세와 잡세를 걷고 양민들에게 강제적 노역을 부여하는 등 백성들을 괴롭혔다. 결국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정읍 고부 고을의 백성들은 전봉준의 아버지인 전창혁을 대표로 뽑아 탄원서를 제출하게 하였으나 군수는 그를 모진 곤장으로 형벌을 내렸고 보름도 안되어 사망하기에 이른다. 이에 분노한 전봉준은 봉기를 계획하고 실천에 옮겼고 탐관오리의 수탈, 부정부패를 알리며 첫 동학혁명의 계기를 만들었다. 오늘 그러한 과거 민초의 역사가 판소리란 민족예술로 만들어져 국민에게 다가선다. 판소리는 조선말 가장 민중의 애환을 잘 표현하고 즐겼던 대중음악이었으며 현대 창작판소리는 계몽운동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오늘 목놓아 부르게 되는 창작 판소리 '녹두장군 전봉준'이 진정 하나의 불씨가 되어 현 어려운 정국의 희망 밀알이 되고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동기부여가 되기를 필자는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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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7 17:53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진경進慶

진경(進慶)은 "경사스러운 일을 끌어들인다."란 뜻으로 드넓은 호남평야 속에 영그는 풍요의 밀알처럼 전라북도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며 만든 전라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의 정기공연 작품 제목이다. 탄탄한 주제로 풀어낸 해당 작품의 플롯(plot)은 호남평야란 모티브와 연결되어 광활한 토지 그리고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농악 연희, 소, 물, 고깔 등 다양한 전통의 교합을 통해 성대히 펼쳐졌다. 벽사, 푸른 볏골, 지평선, 초로, 뜰볼비굿, 농악 그리고 Epilogue. 진경이란 작품 흐름은 고전적 의지를 그려내는 아크 플롯(Arch-plot)의 미학적 효과로 나타났다. 사람과의 거리를 염두해야 하고 적정 온도를 걱정해야 하는 현 펜데믹의 현실.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다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벽사의 모습은 한민족 농악 가락과 창의적 춤사위로 표현되었다. 숨죽여 이어지는 영롱한 물의 흐름 동작은 간결한 몸 사위와 지팡이의 미학적 교합으로 나타났으며, 지평선에 펼쳐진 아낙의 춤사위는 애처로움보단 애정이란 감성의 호흡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우리네 어머니는 호남평야에서 삶을 녹였다. 드넓은 평야에서의 타고난 숙명. 부정하고 싶지 않은 초로 농부의 모습들. 여전히 어렵고 여전히 힘들지만, 누군가는 쇠를 치고 누군가는 북과 장구를 울렸다. 액을 쫓고 복을 비니 공동체는 신명으로 하나가 되었고, 고된 삶은 희망의 기원으로 승화되었다. 그들은 노란 고깔에 순정을 바치고 마음을 기댔으며, 흐드러진 춤사위로 아픈 마음을 가슴에 품기도 했다. 장구가락, 쇠가락, 북가락에 눈물짓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흐느껴도 보았다. 그렇다. 호남평야에서 우리의 부모님은 그렇게 마음을 다했고 진경이란 축복에 힘쓰며 삶의 풍요로움을 추구했다. 무용의 작품 플롯과 함께 다가온 매력의 요소는 음악과 의상, 영상과 조명이었다. 강렬한 가야금의 탄성, 장구의 리듬분할과 더불어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 팀파니의 교묘한 화합. 편종, 튜블러벨 사운드의 놀라운 등장과 음역에 따른 장면의 이입과 몰입. 장석진 작곡가의 신들린 국악, 양악 어울림은 진경이란 작품을 한층 더 완성시켰다. 간결하지만 매혹적인 의상, 조명의 김철희 감독과 영상의 황정남 감독은 이미 오래전부터 호흡을 다져온 명불허전. 그들의 전통무용과 연계된 작품은 이미 국립국악원에서 펼쳐진 "화무"와 "벽파 박재희의 춤"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렇듯 음악과 의상, 조명과 영상은 냉철한 조주현 연출가의 원칙 아래에 큰 명화로 그려졌다.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을 이끄는 이혜경 단장의 "진경"은 반문(反問)을 변화시키는 반향(反響)의 매력으로 관객에게 다가왔다. 전라북도의 콘텐츠를 잘 끌어낸 작품으로 우리 지역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한 춤사위로 만들어냈다. 공연을 마치고 로비에 모인 많은 수도권 춤 평론가들의 모습이 반가웠던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이유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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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0 18:01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바른 덕목德目의 길

주어진 삶을 살아감에 있어 상대방을 배려하고 함께 생각하며 바른 이치로 인연을 만들면 그르칠 리 없으며 타인과 다툴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웃에게 자신의 모습이 모순과 잘못으로 비추어진다면 다시금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글을 쓰는 필자도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으려 항상 주의 깊게 돌아보며 주변을 살펴볼 때가 많다. 항상 바른 성현들의 글을 읽고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보아야 하며 바른 덕목의 길이 무엇인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장자莊子는 사람들이 흔히 습관적으로 저지르는 여덟 가지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 자기 할 일이 아닌데 덤비는 것은 ‘주착做錯’이라 하였다. 자기 일이 아닌데 덤비는 것은 개인의 이익을 얻기 위함이니 잘못된 판단이며 들어내 보이는 꼼수이다. 둘째, 상대방이 청하지 않았는데 의견을 말하는 것은 ‘망령妄靈’이라 했다. 이는 타인의 의견보다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섣부른 이기심에서 나온 허세이다. 무릇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듣고 숙지해야 한다. 셋째, 남의 비위를 맞추려고 말하는 것을 ‘아첨阿諂’이라고 한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여 다른 쉬운 방법으로 이득을 얻고자 함에서 나오는 편법이다. 스스로 능력을 학습하고 정진하여 실력을 쌓고 더불어 격에 맞는 상대방을 향한 예의와 처신을 공부하자. 넷째, 시비를 가리지 않고 마구 말하는 것을 ‘푼수分數’라고 한다. 주어진 일에 수행할 능력이 있고 지식을 갖고 있다 해도 상대방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행동하고 말하면 섣부름에 무시당하고 있는 지식도 폄하 당한다. 다섯째, 남의 단점을 말하기 좋아하는 것을 ‘참소讒訴’라고 한다. 자신의 장점을 더 나타내기 위해 상대방의 부족함을 더 과장하여 쉽게 말한다면 그것은 자신도 모르게 습관이 되며 고칠 수 없는 병이 된다. 여섯째, 남의 관계를 갈라놓아 버리는 것을 ‘이간離間질’이라고 한다. 자신의 행동에도 믿음과 책임성이 없기에 주변인의 마음을 교란해 판세를 갈라놓으려는 치졸한 처세술의 한 방법이다. 누구에게나 진실하고 친절하게 대하라. 일곱째, 나쁜 짓을 칭찬하여 올바른 사람을 타락시키는 행동은 ‘간특奸慝’하다고 한다.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패覇를 얻기 위해 위선적인 배려를 함과 같다. 그러한 위선의 배려는 헛된 당위성으로 포장하여 더 나쁜 길로 타락시킬 뿐이다. 덕이 없음을 뜻한다. 여덟째,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비위를 맞춰 상대방의 속셈을 뽑아보는 것을 ‘음흉陰凶’하다 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면 먼저 자신의 속을 가감 없이 보여주어야 한다. 소통함에 있어 거짓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상대방의 마음도 이미 함께 거짓으로 포장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여덟 잘못은 밖으로는 남을 어지럽히고, 안으로는 자기의 몸을 해치기 때문에 군자는 이런 사람을 친구로 사귀지 말고, 성군은 이런 사람을 신하로 삼지 말라고 하였다. 더불어 공동체에서도 무릇 여덟 가지의 잘못을 자주 보이는 자를 경계하고 주의해야 하며, 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서로 상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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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13 17:11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젊은 그대에게

욕(跨下之辱)이었던 것 같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또한 바로 이 고사성어로 일만의 자존심은 잠시 내려놓고 스스로 버팀목을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그것은 "공동 사회" 중심에 젊은 그대의 말과 행동이 훗날 성공의 동기부여로 나타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고사성어 과하지욕이란 대장군이었던 한신(韓信)의 처신에서 나온 말로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도 참는다>란 의미이다. 과거 한신은 진나라를 무너뜨리고 한나라를 세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장군이었다. 그의 집안은 진나라 진시황 밑에서 멸문지화를 당한 가문으로 젊은 시절 그가 생존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스스로 어리석은 척하고 용기 없는 이처럼 생활했기 때문이다. 사실 한신에게는 높은 뜻도 있었고,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을 만큼의 무술 실력도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재주를 숨기고 괄시받으며 이유 있는 삶을 지탱했다. 과하지욕에 대한 일화를 살펴보자. 진나라 회음의 시장 거리에 불량배 한 명이 있었는데 백정의 아들로 아주 포악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는 한신 앞에 시비를 걸며 “칼을 차고 다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겁쟁이구나? 네놈에게 사람을 죽일 만한 용기가 있다면 너의 칼로 나를 한 번 찔러 보아라. 그렇지 못하겠다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나가라!”라고 하자 한신은 불량배의 말처럼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 나왔고 황당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훗날 왕의 자리에 오른 한신은 이 일에 대해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만약 그를 죽였다면 죄인으로 쫓겼을 것인데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도 참아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과하지욕은 바로 그러한 일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많은 이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돌이켜보건대 과거 중국 월나라의 구천은 다시 일어설 발판을 찾고자 오나라 부차의 대변을 찍어 먹었으며, 조선의 흥선군은 투전판과 저잣거리의 파락호 노릇을 하며 온갖 수모와 모욕을 견디고 계획한 대로 자신의 둘째 아들을 왕위에 올려 대원군이 되기도 했다. 자신의 고된 인내와 기다림은 삶의 큰 변화를 만들고 버팀목이 될 수 있으며 그대에게 값진 기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나라 안팎의 전쟁, 범죄, 논쟁 등 관용과 타협이 없는 시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굽힘은 그리 어렵고 괴로운 일만은 아니다. 우리는 그대가 힘과 지략이 없는 약자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굽힘이 의지를 꺾는 굴종이 될 수 없듯 정의를 아는 젊은 그대는 우리 시대 포용과 협치의 주인공으로 굳건히 바로 설 대한민국의 소중한 보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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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6 17:13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헛간의 도리깨도 춤을 추게 한다

필자에게는 네 분의 스승이 계시다. 국악을 처음 알게 해주시고 판소리를 통해 우리 음악의 흐름과 멋을 알려 주신 전라북도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명예 보유자, 이날치의 외손녀 이일주 명창, 아쟁이라는 전통악기를 가르쳐주시고 민속악의 논리와 바탕을 세워주신 서울시무형문화재 아쟁산조 보유자 박종선 명인, 한민족 별신굿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알려주시고 굿의 신명과 흥을 전해주신 국가무형문화재 남해안별신굿 보유자 정영만 명인. ‘헛간의 도리깨도 춤을 추게 한다’란 전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 바로 전통춤과 구음의 고故 김수악 명인이시다. 이일주, 박종선, 정영만 선생님께는 직접 소리와 악기, 굿을 배우며 가르침을 받았지만, 김수악 명인에게는 춤을 배우지 않았다. 배우지 않고 스승님의 가치와 존엄을 잇는 이유는 십여 년간 선생님의 춤 반주를 통해 춤의 자세, 기량, 정신과 가치관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김수악 명인은 국가무형문화재 진주검무의 예능 보유자셨다. 또한, 경남 진주교방에서 전해온 교방굿거리춤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여 경남무형문화재로 만드신 분이기도 하다. 김수악 명인과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대화의 시간이 많았다. 특히 예술에 대한 애정은 깊으셔서 어린 시절 공부하실 때의 상황이나 속내를 말씀해 주시곤 하셨다. 선생님은 어릴 적 춤보다 먼저 유성준과 이선유 명창에게 소리를 배웠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유성준 명창은 본인의 외삼촌이라 특별하셨고 그분의 성미는 워낙 급하셔서 하나하나 가르침에 빨리빨리 터득해야만 했다고 추억하시며 웃으신 적도 있다. 그 덕에 소리의 근본을 알게 되고 이렇게 구음도 할 수 있다고 하셨으니 유성준 명창이야말로 김수악 선생님의 최애 스승이자 가족이 아니었을까? 이후 김수악 명인은 많은 스승에게 가, 무, 악을 고루 익히게 된다. 김수악 명인이 전수한 예능 중 진주교방굿거리춤은 특별해서 항상 제자와 악사에게 애정 어린 말씀을 많이 하셨다. 특히 전통악기의 반주보다 선생님의 구음으로 많은 교방춤이 추어졌는데 “헛간의 도리깨도 그 구음에 춤을 춘다.”란 소문이 있었다. 하루는 필자가 “선생님, 왜 교방굿거리춤은 악기 반주보다 선생님 구음으로 해야 더 맛이 날까요?” 여쭸더니 “전라도엔 악사가 많은데 이쪽(영남)엔 없잖아, 그래서 내가 장구치고 소리로 춤을 가르쳤더니 습관이 되어서 그런가?”라고 먼 곳에서 오는 반주자인 필자를 보며 넌지시 웃으신 적이 있다. 물론 지역에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 없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춤을 만들고 느끼며 함께한 스승의 목에서 나오는 구성진 소리만큼 진정한 반주가 또 있을까? 이후 필자는 교방굿거리춤의 구음은 반주가 아니라 교방춤과 호흡 자체란 것을 느꼈고, 교방굿거리와 구음은 춤과 하나란 교훈을 갖게 되었다. 교방굿거리춤은 교방이라는 이름 때문에 기생의 춤이라 잘못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를 보내며 더욱 그러했다. 그러한 암울한 시대를 보내며 교방굿거리춤은 굳건히 숨을 지키고 소중히 전통예술의 명맥을 보존하고 있다. 헛간의 도리깨도 춤을 추게 했던 김수악 명인의 구음 그리고 교방굿거리춤. 그것은 과거 지역의 문화적 산물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의 삶이자 숨결로 소중히 이어 나아가 할 가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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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29 16:55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2022 군산국제무용축제

지금 예향 군산에서는 의미 있는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군산항. 그곳에서 길을 묻다”란 주제로 인문학, 춤을 통해 군산항을 비롯한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드러내고 있으며 시민과의 예술적 교감으로 문화도시 군산의 역사성, 창의적 문화 지향점을 찾고 있다.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군산지부(지부장 최재희)는 지난 2021년 4월 군산 팔마예술공간에서 창립식을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첫해에는 군산의 대표적 무용가인 육정림, 장금도 명인 소개를 시작으로 전통춤, 발레, 현대무용 세 장르의 공연을 개최하여 큰 호응을 얻었는데, 특히 군산 전통예술의 국제무대 진출 모색, 신진 안무가 발굴육성 및 국내외 활동 지원을 위한 방안 추진, 국제 무용교류 및 공동창작 예고, 국제무용축제 창설, 무용예술 대중화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 많은 비전을 제시하며 군산의 문화가치를 높이고자 노력했다. 조직이 가진 CID-UNESCO(Conseil International de la Danse)는 지난 1973년 창설된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산하 무용분야 국제기구로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 사무국이 있으며 약 180개 회원국을 두고 있는 단체이다. 1996년 출범한 CID 한국본부에서는 매년 가을 개최되는 아시아 최대 무용행사인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를 포함, 한국 무용인들의 해외 진출, 국제공동제작 및 레지던시, 무용분야 학술사업 및 대중화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2022 군산국제무용축제는 '춤으로 시작하여 마음으로 하나 되는 자유로운 몸짓'을 표방하며 기획되었다. 특히 군산항이라는 콘텐츠를 주제로 두었는데 이는 군산이 가진 역사적 현장의 가치와 더불어 순수예술의 교감을 통해 민족혼을 찾고자 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첫째 날인 20일에는 '군산무용 변천사'란 주제로 인문학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됐다. 육정림, 장금도 예인을 통해 바라본 군산 무용의 100년사를 논하고 예향의 고장임을 확인하였으며, 둘째 날인 21일에는 110년 동안 군산의 근대화를 함께한 세관창고의 역사와 숨결을 현장의 춤사위로 풀어내며 축제가 주어진 역사성, 동시대성을 충실히 실행했다. 특히 셋째 날인 22일엔 군산항을 주제로 무용 창작작품을 실연하였는데 지난 과거 지역 삶의 가치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축제가 지닌 문화의 정체성과 수용성은 지극히 순수하며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즐거움이 있었고 때론 아픔과 슬픔을 나누고 희망이란 미래를 곱씹었던 우리 지역 삶의 현장들. 춤으로 그러한 문화유산을 돌아보고 가치를 찾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글쓴이는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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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22 16:44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구절초의 맛

푸르른 9월이 돌아오면 전라북도 정읍에는 구절초의 향기가 넘쳐난다. 특히 가을이 무르익을 때면 구절초는 마치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며, 단아한 풍경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온 천지를 덮는다. 구절초(九折草)란 명칭은 음력 9월 9일에 채취하고 약으로 많이 유용하게 쓰였다는 유래에서 전해지고 있다. 9월은 구절초 꽃이 만발하는 시기로 9월 9일이면 ‘중양(重陽)의 날‘이라 하여 통일신라 시대에는 안압지(雁鴨池)란 곳에서 연례 향연을 가졌다고 한다. 구절초는 맛이 쓰며 성질이 차고 독이 없으며, 열을 내리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어 약제로 쓰이는 귀한 식물이었다. 한방과 민간에서는 건위, 신경통, 정혈, 식용촉진, 강장, 부인병 등의 약재로 쓰였는데 본초강목<명나라의 이시진이 질병의 치료에 쓰이는 약물을 관찰·수집하고 문헌을 참고하여 저술한 의서>에 따르면 구절초는 간장을 보호하고 눈을 밝게 하며 혈액순환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꽃으로 차(茶)를 만들어 마시거나 말려서 베개 속에 넣어 사용하면 머리를 맑게 하여 두통을 없애고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도 논의되어 있다. 구절초는 음식으로도 특별한 가치를 갖고 있다. 그 맛의 첫 번째는 구절초 막걸리로 여느 막걸리와 마찬가지로 찹쌀가루와 멥쌀가루 그리고 밀로 만든 누룩을 넣고 발효시켜 만든다. 평범한 재료들이 그렇게 합을 이룰 때면 구절초 원액을 넣고 본연의 구절초와 함께 항아리에 담고 물을 부어 보름 동안 그늘진 곳에 발효를 시작한다. 향이 우러날 때쯤이면 구절초 막걸리는 완성되고 맛은 단아하고 청초한 구절초의 향기와 함께 시금털털한 막걸리 참맛을 느끼는 행복 그 자체로 남는다. 참으로 신통한 맛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구절초의 맛은 바로 식혜에 있다. 구절초는 음력 9월 9일이 되면 9마디가 생기는데 이때 채취해야 그 약효가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그런 꽃을 생리불순과 산후에 먹으면 약효가 좋고 임신에도 도움이 된다하여 우리의 선조들은 구절초를 바로 식혜로 만들어 곁에 두고 음용했다. 구절초 고장 정읍의 특별한 제조 방법을 살펴보면 우선 엿기름에 구절초 원액을 넣고 손으로 합을 잘 만든 후 삼베보자기로 걸러주고 지에밥<찹쌀이나 멥쌀을 물에 불려서 시루에 찐 고두밥>과 함께 넣어 두어 그 천혜의 맛을 준비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후다. 8시간을 삭히는 그 정성, 기다리는 준비의 시간은 마치 구절초의 꽃말 “어머니의 사랑”과도 같다. 그렇게 구절초 식혜는 우리네 어머니의 마음과 함께 다가왔다. 더불어 구절초에는 화전(花煎)이라는 음식도 있었으니 꽃 수술 부분은 빼고 이파리 부분만 먹는데 그 맛이 부침개와 함께 입안에 퍼지면 마치 입안에 구절초를 키우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화전은 봄꽃으로만 만드는 줄 알았는데 구절초는 참으로 신묘한 꽃이 아닐 수 없다. 풍성하고 복된 9월의 중순, 우리네 정읍의 구절초를 생각하며 전통의 멋과 맛을 음미해 본다. 멋으로 보이기에도 그 기운이 넘쳐나 우리 천혜 자연의 맛으로 승화시킨 우리 한민족. 전통문화유산의 멋과 더불어 맛도 영원하기를 소원하며 구절초의 청초한 모습을 행복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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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15 18:28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현現 국악교육의 단면

지난 8월 12일과 21일. 일주일을 사이로 전라남도 광주와 전라북도 전주에서는 큰 국악계의 이슈가 있었다. 먼저 광주의 일을 소개하자면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광주지역 국악인 연합은 8월 12일 성명을 내고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국악이 삭제돼서는 안된다"고 집회를 열고 현행 "교육부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있어서 국악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전면 삭제하려는 시도가 사라지지 않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집회 이유의 전모는 이렇다. 교육부가 공개한 문제의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을 살펴보면 ‘성취 기준’ 항목에 국악 관련 내용이 하나도 없다. 여기서 '성취 기준'이란 교육 목표를 의미하며 향후 변경되는 학교 수업과 평가, 교과서 편찬의 가이드라인 속엔 국악이란 단어가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논란에 교육부는 "서양음악, 국악 등 장르를 구분하기보단 실생활 위주의 교육을 위한 개정 과정에서 국악이란 표현이 빠졌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전통공연예술을 제작하고 알리는 필자로서도 이해가 어려운 논리였으며 설득력이 부족했다. 또 다른 우리 지역의 이슈를 살펴보자. 전라북도는 지자체 최초로 지역 문화예술의 계승과 발전 그리고 미래 예술 재원의 발굴, 육성 목적으로 전라북도어린이국악관현악단과 전라북도어린이교향악단을 분리, 독자적인 어린이예술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전통예술인 국악과 서양음악 본연의 전문적이고도 심도 있는 어린이 영재교육을 통해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이 더욱 빛을 발하여 세계 문화 선진국을 모색한다는 지역 문화정책의 중요한 아젠다라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우리 전라북도어린이국악관현악단의 제18회 정기연주회가 지난 8월 21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코로나19가 심했던 지난 3년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온·오프라인으로 정기적인 실기교육을 운영하였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연주회를 성대히 치를 수 있었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보람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이러한 두 이슈를 살펴볼 때 현 교육부와 지자체는 왜 이토록 상반된 지향점을 갖게 된 것일까? 포용하여 준용하고자 하는 의미와 드러내어 독자적인 수용으로 교육하고자 하는 의미는 다르다.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지혜롭게 끌어내며 담아 가느냐는 것이다. 지난 칼럼에도 밝혔듯이 전통은 불온한 혁신과 수용 속에 본질을 잃을 수도 있고, 섣부른 융합과 무관심 속엔 사라질 수도 있는 정서적 매개체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전통은 혁신보다는 관심 속의 수용과 포용 그리고 올곧은 전승으로 소중히 지키고 이어가야 할 유산인 것이다. 교육은 우리 민족의 중요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기도 하다. 특히 민족의 예술교육은 더욱 그렇다. 새로운 교육정책의 방안이 공론화된 검토 없이 채택된다면 국가가 운영하는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지자체의 전라북도 산하 전라북도어린이예술단, 대구시교육청 산하 대구예술영재교육원, 전라남도교육청 산하 예술영재원, 경상북도교육청 예술영재 김천교육원 등 국악과 음악을 분리하여 영재교육을 시행하거나 연주단을 운영하는 기관들 모두 음악이라는 단일화된 예술교육 정책으로 바꾸고 지향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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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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