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남원 운봉초 - 106년 전 지리산 자락 객사에 설립한 사립만성학교
△학교가 걸어온 길예로부터 남원 운봉은 전쟁과 재난, 기근 등 3재가 없어 살기 좋은 고장을 말할 때 주로 인용하는 조선 십승지 중 4승지로 불린다. 여기에 해발 470~700m 고원의 드넓은 옥토가 만석꾼을 내고, 그들에게서 나온 서민적 풍류에 이웃 간 돈독한 정까지 더해졌다.최근에는 지리산 둘레길과 연계돼 관광객이 꾸준히 찾고 있는 명품 '힐링'의 고장으로 각광 받고 있다.이처럼 천혜의 자연환경과 넉넉한 인심을 자랑하는 지리산자락에 자리한 운봉초등학교(교장 김상원)의 모태는 1907년 지역 유지들이 객사 운성관 자리에 설립한 사립만성학교이다.일제강점기에 들어선 1911년 학제 개편에 따라 교명은 사립운봉보통학교로 바뀌었고, 학교 감시 및 식민지 교육 목적으로 일본인 교원이 처음 부임했다.민족문화 창달을 위해 설립된 학교는 이때부터 조선어 시간을 제외한 모든 수업은 일본어를 사용하도록 강요받았다.1920년대 학제가 4학년제에서 6학년제로 바뀌면서, 학생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조선의 역사 및 문화교육을 억압하고, 말귀 알아듣는 신민을 양성하기 위한 기초적 교육에만 몰두했다.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점차 운봉에서 일어났다.문맹퇴치와 민중계몽, 민족교육을 기치로 운봉초 출신 정운태(15회), 정운경정현수(16회) 등 세 사람은 1920년대 말 야학회를 조직했다.이들은 20여명의 아이들에게 자주독립정신과 농촌경제 성장에 대해 가르쳤다. 1945년 광복을 기점으로 식민교육은 끝을 맺었지만, 1950년 6.25를 치르면서 폭격으로 학교 건물이 모두 불에 타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이후 교육 정상화와 베이비붐을 타고 취학아동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운봉지역에는 속속 학교가 들어섰다. 하지만 지속적인 이농현상으로 이때 들어선 4개 학교(운남, 운성, 운천, 고남)은 현재 모두 운봉초로 통합됐다.2001년 강당을 새로 건립했으며, 2002년에는 유치원 교실의 현대화 시설을 완비하는 등 교육환경개선에 주력했다.2005년에는 농어촌 현대화학교 교사 증개축에 따라 현재 모습으로 학교의 내외관을 갖췄다. 교정 안 수령 400년의 느티나무는 학교가 흥망성쇠를 거치는 와중에도 굳건히 자리했고, 오늘날에는 학교를 상징하는 나무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한편 올해 101회 졸업생을 배출한 학교를 거쳐 간 학생은 모두 9594명이며, 현 전교생은 모두 145명이다.△학교를 빛낸 인물운봉초는 인근 향교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중요시했다.이 영향으로 교육계에 많은 인물을 배출한 학교로 명성이 자자하다.대표적 인물로 서정용(27회) 전 남원교육장을 꼽을 수 있다.그는 1981년 남원군교육청에서 시교육청으로 명칭이 변경된 이후 첫 교육장으로 부임, 고향의 교육 발전에 이바지했다. 모교에 대한 애정도 깊어 자주 학교를 찾아 교직원, 학생들을 격려하기도 했다.배봉기(57회) 광주대 교수는 국내 아동문학계의 거두로 불린다. 그는 1981년 소년중앙 문학상과 1985년 계몽문학상에 동화, 국립극장 장막 공모에 희곡, 스포츠서울.영화진흥공사 공모에 시나리오, 문학사상 신인상에 장편소설로 등단했다.현재까지 동화, 동극, 희곡,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동안 펴낸 희곡집으로 '잔인한 계절', '우리 시대의 사랑'이 있고, 동극집으로 '말대꾸하면 안 돼요?'가 있으며, 청소년 소설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사라지지 않는 노래'가 있다.대산재단과 문예진흥원 창작 기금을 받았으며,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거창국제연극제 장막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한국연극 100주년 기념 장막 공모에 당선했다.13.14회 서울연극제와 문화예술위원회 창작 지원 공연, 한국연극 100주년 기념 공연 등 다수의 희곡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이와 함께 1965년 모교인 운봉초 교장을 지낸 박성옥(29회) 및 강일석 전 교장(51회), 최태규(51회) 전 교감 등이 학교를 빛냈다. 진안과 부안, 완주군수를 역임하고 전주 부시장으로 정년퇴임한 박준명(30회)은 42년 간 공직에 몸담아 온 행정 전문가이면서도 서예가로 꾸준히 활동했다. 전국신춘휘호대전과 전국서예대전에 초대되기도 한 준프로급 실력을 자랑한다. 또한 수필집'돌아보며 내다보며'로 '한국시'문학대상을 받았던 문인이기도 하다.2007년 운봉읍장으로 정년퇴임한 박진기(48회)는 현재 지역사회에 남아 강살리기남원시네트워크 대표, 국민환경연합본부 대표 등을 지내며 정기적으로 환경정화운동에 나서고 있다.법조계에서는 김점동(55회) 변호사가 눈에 띈다.김 변호사는 전주고와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서울지검 동부지청과 전주지검 전주지청 등에서 검사생활을 했다.그는 1994년부터 고법유치위원회를 발족해 수많은 탄원, 성명, 서명운동 등을 통해 2006년 기어이 광주고법 전주 유치를 이끌어내는 등 도민 사법서비스 향상을 위해 힘써왔다.현재는 (사)전북행정개혁시민연합 공동대표로서 지방자치행정과 의정활동 견제하고, 관 위주의 행정문화를 개혁하는 시민참여 행정문화의 정착에 힘쓰고 있다.특히 항소법원 설치, 전주 탄소밸리 구축 사업부지 강제수용 성명, 사회복지 제도 개선, 기금운용본부 전북이전 등 전북발전을 위한 다양한 시민활동을 펼치고 있다.△도약을 위한 노력2012년 도교육청 '혁신학교'로 지정된 운봉초는 교육혁신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운영하고 있다.이는 농어촌학교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학생 수 급감, 교사 노후화 등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현재 전교생이 145명에 불과하지만, 특화작물 육성교육혁신으로 귀농귀촌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위안거리다.2009년 부임한 김상원 교장은 '참학력 신장을 위한 교육과정,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교육목표로 삼고 △신체두뇌 발달을 위한 아침놀이 활동 △시험 없는 학교 △종일 돌봄교실 △체계적 독서교육 △교사 자율성 신장 등 학교문화 바꾸기에 힘쓰고 있다.특히 민속놀이, 공놀이 등 협동심과 창의력이 필요한 운동을 매주 화~금요일 1교시 수업 전에 실시하고 있다.또한 교사들의 연구능력 신장을 위한 연수동아리 운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김상원 교장은 "배움과 즐거움이 있는 수업혁신과 민주적 학교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힘쓰고 있다"며 "교육공동체가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