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신흥중·고 - 호남 최초 근대교육…전북 기독교 선교 이끈 '맏형 학교'
전주 신흥중과 신흥고 졸업생들에게 '당신이 꼽는 모교의 자산은 무엇인가'라고 물어봤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답변은 인성교육이다. 기독교 신앙을 근간에 둔 예배, 채플 수업 등을 통한 인성교육이 개교 113년 학교의 저력을 대변해줄 수 있다는 것. 신흥고 김영기 교장과 조재승 교감은 물론 신흥중 소병은 교장과 김동수 교감도 학교폭력, 왕따, 학습부진 등과 같은 부적응 학생이 다른 학교에 비교해 적은 수준이라고 자신했다.△호남최초 근대교육 요람 '신흥학교'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셀 수 없이 많다. 호남 지역 최초로 근대교육을 시작한 학교, 전북의 기독교 선교를 이끈 '맏형' 학교, 항일민족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학교 등 113주년이란 역사만큼 파란만장한 부침을 거듭해왔다.신흥학교의 첫 삽은 1900년 9월 미국남장로교회 선교회가 떴다. 이것이 호남 지역 최초의 근대교육 시발점이다. 선교사 이눌서(William Reynolds)가 자신의 집에서 학생들을 차곡차곡 배출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졸업생 2만1142명(2월 기준)에 이른다.개교 이래 '하나님을 경외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사람을 기른다'는 건학이념은 지금도 꾸준하게 이어져 내려온다. 일제 식민주의에 나라의 안위를 염려한 교사와 학생들은 1919년 319 운동과 1930년 광주학생항일운동 등을 통해 전주의 항일민족운동 불씨를 당겼다. 1937년 다가공원에 있는 일본 신사 참배를 거부하다 해방 때까지 폐교되는 아픔도 겪었다. 625 당시 수많은 학생들이 학도병으로 참전했고, 1980년 신군부의 강압에 맞선 527 시위는 고교생이 벌인 전국 최초의 시도였다. 개교 100주년을 맞는 2000년은 신흥인들을 하나로 모은 해였다. 총동문회가 힘을 모아 개교 100주년 기념 행사를 연 것을 계기로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동문회 활동이 탄력을 받았다. 그 해 31 운동 기념탑을 건립했고, 동문들로부터 20억원을 모아 100주년 기념관 겸 기숙사를 짓게 됐다. △종교정치교육계 인재 배출신흥고 인맥은 짱짱하기로 유명하다. 종교계를 비롯해 정계, 재계, 교육계 등 폭넓게 포진해 있다. 해방 전 초대 서울시장을 지낸 김형민(10회), 반일 저항시인 김해강(22회), 조선대 총장을 지낸 박철웅(30회), 거창고를 설립한 전영창(37회), 차병원을 만든 차경섭 등이 눈에 띈다. 기독교 신앙에 관한 애정과 존경을 담은 건학 이념은 세계적인 민중신학자로 평가받은 서남동 목사, 국제종교문제연구소를 연 탁명환 등의 배출로 이어졌다. 국내 최초 하버드 졸업생이 된 하경덕은 연희전문대 교수로 재직하다 흥사단에 가입해 독립운동에 불을 지폈으며, 815 광복 뒤 코리아타임즈와 서울신문 창간에 주춧돌을 세웠다. 재경동문회를 활성화시킨 장두원 전 KBS 전주총국장, 홍성주 전 전북은행장, 송계일 전 전북대 교수는 신흥고 58회 동기. 신일균 신경외과원장(59회)은 1982년 동문회를 조직한 산증인이다. 김수곤 전 전북대 총장과 전주군산시장을 거쳐 행정부지사를 지낸 김인식, 전 안디옥교회 목사를 지낸 이동휘 목사(56회), 오세영 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정옥동 중국 연변대학부설복지병원 이사장(60회)도 이곳 출신이다. 최인 CBS 상무, 임채청 동아일보 상무, 송호성 전주MBC 특임국장, 한제욱 전북일보 이사, 김정기 KBS 전주방송총국 PD도 76회 동기로 언론계 파워인맥이다. 정계는 신흥고 출신이 접수한 지역이 수두룩하다. 민주당 대표를 지낸 정세균 국회의원(69회)을 필두로 김생기 정읍시장(66회), 이환주 남원시장(79회), 도의원 노석만(69회), 전주시의원 박병술(72회)김남규(77회)송성환(88회), 김제시의원 온주현(68회), 장수군의원 김홍기(66회), 부안군의원 장공현(67회)오세웅(68회), 진안군의원 김현철(85회)까지 화려하다.재계는 70회 동기인 오공균 (사)한국선급 회장, 이중길 전 KCC 사장이 중심이다. 전일환 전 전주대 부총장(64회)과 은희천 전주대 교수(68회), 이철량 전북대 교수(70회), 이태영 전북대 박물관장(74회), 이용승 서해대 총장과 황금택 서울대 교수(75회), 김동문 완산교회 담임목사(77회), 강신재 한국탄소융합기술원장(78회)이 신흥 인맥을 잇고 있다. 변호사 이종기(86회) 김수태(92회) 조하영(77회) 등은 법조계 신흥인이다.강세인 신흥고에 비해 신흥중은 약세다. 서거석 전북대 총장을 비롯해 유성엽 국회의원, 진성준 국회의원 등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