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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약식을 보낸 숙종 임금 - 강병원

강병원(칼럼니스트)

 

1670년 대 전후에 서울 남산골에는 가난한 양반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었다. 이서우(李瑞雨)라는 선비도 가난하여 끼니 있기가 곤란한 처지였다.

 

어느해 정월 보름날 밤, 조선왕조 29대 숙종은 남산골을 잠행하다가 쓰러져 가는 초가집에서 글읽는 소리가 들려서 엿보니 허기진 모습이라 글읽는 소리가 잘 나지 않을 정도였고, 선비의 모습은 초췌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도 가긍하여 별감을 시켜 약식을 떨어뜨려 주었다.

 

이서우는 시장하였지만 누가 던졌는지 사례나 하려고 창문을 열었으나 아무 인기척도 없어 하는 수 없이 "참 고마운 분도 있구나!" 혼자말로 고마움을 치하하면서 그 약식을 먹고 힘을 얻어 공부에 열중하였다.

 

그 선비는 이듬해 과거에 급제하였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숙종임금을 모시게 되었다.

 

숙종은 보름날 잔치를 베풀고 놀다가 문득,

 

"짐이 잠행을 하여 남산에 이르러 쓰러져 가는 초가집에서 글읽는 소리가 듣고, 하도 애석하여 별감을 시켜 약식을 떨어뜨려 주었는데 지금은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이 말을 듣고 있던 이서우가 별안간 부복하면서 "그날 밤에 약밥을 받은 것은 바로 소신이었습니다. 천은이 망극하옵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서우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숙종은 기쁜 표정으로 이서우를 보고 말했다.

 

"약식 속에 다른 것도 있지 않던가?"

 

"예, 마제은(馬蹄銀)이 한 덩어리 있었사옵니다. 그것은 누구의 것인지 몰라 지금까지 간직해 두고 있습니다."

 

"경은 과연 청렴결백한 인물이로다."

 

숙종은 크게 칭찬하고, 이서우의 벼슬을 더욱 높여 주었다.

 

/강병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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