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영(전주대 교수)
▲ 호리병 몸매
'호리병 몸매'는 'S라인(S-line)'을 대신할 우리말이다. 'S라인(S-line)'은 말 그대로 여성의 체형을 영어 알파벳 S자로 나타낸 것이다. 'S라인(S-line)'은 여성의 몸이 가진 입체성을 강조하는 말로 아름다운 굴곡을 가진 여성의 몸매를 일컫는다. 여성의 몸을 옆에서 보았을 때 가슴이 볼록하게 솟아오르고 엉덩이가 통통하게 살집이 있으면 풍만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허리가 그리 길지 않으면서 잘록하게 가늘면 늘씬하게 보인다. 풍만함과 늘씬함을 함께 갖춘 호리병 몸매는 이 시대 최고의 미적 기준이다.
▲ 호리병 몸매와 건강 미인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급격히 달라졌다. 조선 후기 여성들은 가슴 띠로 유방을 졸라매어 평평하게 만들어야 했다.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볼 수 있듯 우리나라 사람들의 미적 기준은 여성의 체형을 상박하후(上薄下厚)로 표현했다. 여성은 상체가 좁고 하체가 넓어야 예쁘다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성들은 숨쉬기가 불편할 정도로 가슴을 압박한 반면 수많은 속치마를 통해 하체를 부풀리는 식으로 영어의 소문자 b에 가까운 실루엣을 만들었다. 서구 문명이 유입되면서 여성의 몸이 가진 입체성을 강조하는 서양식 의상이 유행, 여성의 유방은 가슴 띠로부터 해방되었다. 대신 브래지어를 통해 여성들은 퉁퉁 부은 듯 볼록하게 솟아오른 가슴을 만들어야 했고 납작한 엉덩이 대신 호빵처럼 탄력있게 부풀어 오른 엉덩이를 만들어야 했다.
▲ 호리병 몸매 권하는 사회
방송매체를 통해 호리병 몸매의 여자 연예인들이 찬사의 대상이 되고 가치가 상승하면서 호리병 몸매는 여성미의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했다. 호리병 몸매는 원래 동양권 여성들이 갖기 힘든 체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미용 체조이며 식이요법 등으로 호리병 몸매의 가능성이 점차 높아졌다. 게다가 호리병 몸매가 아닌 여성들은 '여성임을 포기한 여성' 또는 '자기 자신을 가꿀 줄 모르는 게으른 여성','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여성'이라는 말도 안 되는 혐의를 받기에 이르렀다.
▲ 이렇게 쓰세요.
여배우들은 자신의 호리병 몸매를 강조하기 위해 몸에 달라붙는 드레스를 선호한다.
호리병 몸매에 대한 찬사는 서구적인 체형에 대한 부러움의 소산이다.
미용 체조는 여성의 몸을 호리병 몸매로 가꾸는 체형 교정 운동이다.
/ 장미영(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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