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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황인성 전 총리의 명복을 빕니다

임광순 (산외농장 주인)

 

황인성 전 총리가 세상을 떠났다.

 

문민정부의 첫 번째 총리로 비록 10개월의 단명이었지만 전북인의 위상을 한껏 높였던 분이었기에 우리들은 그를 기억속에 담고있다

 

전북출신으로 수상 반열에 이름을 올린 인사가 적지 않다. 부통령을 지낸 인촌 김성수 선생을 비롯해서 가인 김병로 전 대법원장, 김원기 전 국회의장, 김상협 전 국무총리, 진의종 전 국무총리, 고건 전 국무총리 등이 바로 그들이다.

 

황 총리는 우리에게 황 지사로 더욱 친밀하게 불리워진 분이다. 군 출신으로 보기에는 부드럽고 자상한 성품이었던 그였지만 그가 내 걸었던 국민총화의 화두로 당시 언론에서는 그에게 '황 총화'라는 별호를 헌사했다.

 

그가 지사로 재직 시 어느 날이었다. 정읍군(당시는 시로 승격되기 전이었다)을 방문했던 황 지사가 전주로 돌아가는 길에 산외를 지나게 되었다.

 

그 때 지사의 차에는 김동철 군수와 곽모 대기자가 동승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황지사가 김군수에게 물어왔다.

 

"여보, 김군수 여기 산외농장이라고 있지요?"

 

"넷 있습니다"

 

"그래 규모가 어는 정도나 됩니까"

 

순간 김 군수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김동철 군수는 산외 출신으로 나의 이른바 산외농장을 몇 번 찾은 적이 있었다.

 

"상당한 규모로 알고있습니다"

 

그러자 황 지사가 한참을 뜸들이더니 넌지시 한 말씀 던졌다.

 

"그래요 꿩 두마리에 젖염소 한 마리가 상당한 규모로군요"

 

이 일화는 그 후 산외농장의 성가를 높이는데 크게 일조했다.

 

사실 그 당시 산외 우거에 머물면서 전북일보 등에 졸문을 기고하곤 했던 나의 이름 앞에 붙이던 직명이 '산외농장 주인'이었고, 농사 규모가 농장 이라고 부르기에는 가당치 않은 것이었다.

 

먼 훗날 황 총리가 아시아나의 고문으로 있을 때 전북인사 신년 교례회에서 그를 만났다. 골이 깊어진 이마의 주름살을 훈장처럼 달고 우리들 앞에 다시 선 황 총화는 나에게 다정히 손을 내밀며 속삭이듯 말했다.

 

"그래 산외농장 잘 되어갑니까"

 

황 총리가 별세했다는 부음을 들었다. 무주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군 정 관의 요직을 두루 거치고 마침내 국무총리를 역임한 황인성 총리의 인간승리와 오래 못난 후배를 기억해준 황 총화님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나는 경건히 머리 숙여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임광순 (산외농장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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