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떨어지면 끝장이다. 절호의 기회를 잡아 동력을 얻었다. 하지만 어긋나면 파국이다.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형국이다. 길을 헤매다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판세는 단번에 뒤집혔다. 그렇다고 마냥 기세등등할 일은 아니다.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거나 긴장의 끈이 풀어져 등에서 떨어진다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스스로 내려와도 마찬가지다. 정해놓은 궤도를 벗어나서는 안 되는 길이다.
지금 새만금이 그렇다. 30년 넘게 전북도민에게 희망고문으로 남아있던 새만금이 올봄 대전환의 기로에 섰다. 지난달 말 현대자동차그룹의 9조원 투자 발표로, 새만금이 미래 첨단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이를 계기로 중앙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구성된 범정부협의체 ‘새만금·전북 대혁신 TF’도 출범했다. 그야말로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다. 이제는 멈출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 거침없는 질주의 시간이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성과로 만들어내야 한다.
‘2026년, 전북의 봄’이 새롭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 이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거듭 읊조려야 했던 지년 몇 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지만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으로 또 다른 희망도 키우고 있다. 상처입었던 지역의 자존심도 회복되는 모습이다. 그토록 매달려왔던 대규모 투자유치 과제를 풀어냈다. 30년 넘게 이어져온 ‘희망고문’을 끝낼 기회를 맞았다. 새만금의 시간이 다시 시작됐다. 이전과는 다르다. 시곗바늘을 잠시 세워놓거나 뒤로 돌릴 수 없다. 이번에는 정말 기회를 현실로 바꿀 수 있을지, 전북의 역량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제 관건은 구호나 선언이 아니다. 과감한 실행이다. 대규모 투자 선언이 실제 산업 생태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재차 길을 묻거나 머뭇거릴 여유는 없다.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성과로 답해야 할 시간이다. 이 희망의 봄을 결실의 계절로 이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지역 정치권의 행보가 실망스럽다. 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지역의 미래 비전이나 정책 경쟁 대신 네거티브 공방이 난무하고 있다. 또 최일선에서 새만금 개발사업을 지원해야 할 정부기관의 수장은 개인의 정치적 행보를 위해 직을 내던졌다.
지금 전북에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다. 내부 갈등과 분열은 공멸의 길이다. 뜨겁게 달아오른 6·3지방선거 국면에서 전북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이끌 적임자’를 자처했다면 갈등과 분열이 아닌 해법을 보여줘야 한다. 모처럼 ‘희망의 봄’이다. 천신만고 끝에 틔운 꽃망울을 활짝 피워내 열매를 맺게 하는 일은 결국 전북의 몫이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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