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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인센티브, 방역 해이해지지 않게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대한 방역 완화 등 여러 인세티브 혜택을 부여하면서 이 조치가 자칫 방역의식을 느슨하게 만들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인센티브는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으면 현재 8명 까지 가능한 직계가족 인원 제한에서 제외된다. 그동안 문을 닫았던 경로당 등 노인시설도 점진적으로 운영을 재개해 백신 접종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요양병원이나 시설에서 입소자나 면회객 중 한 쪽이 2차 접종까지 완료하면 접촉 면회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도내 노인시설에서도 대상자들이 1년여 만에 감동의 상봉을 하기도 했다. 이어 7월 부터는 1차 접종만 해도 공원 등산로 등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실외 다중시설 이용과 대면 종교활동하면서 인원 제약을 받지 않는다. 2차 접종 까지 마치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백신 접종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이같은 인센티브 제공은 긍정적으로 이해되지만 전문가들은 너무 성급한 조치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전히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400700명 대를 오르 내리고, 전파력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방역의식의 해이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은 방역의 가장 기본인데 노 마스크 허용은 큰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는 백신 접종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하나 둘 씩 늘어나면 노 마스크 모임이 많아질 수도 있다. 1일 기준 전국적으로 1차 접종자는 635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12.4%이고, 2차 접종 완료자는 219만여명으로 4.3% 수준이다. 상반기중 목표인 1300만명 접종을 마치려면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 2차 접종까지 마치고도 감염되는 돌파 감염 사례가 국내서도 확인되고 있다. 거기에 접종을 꺼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주변에 적지 않은 상황에서 노 마스크 허용은 성급하다. 긴장의 끈을 너무 빨리 놓아서는 안된다. 인센티브 가운데 방역의식을 느슨하게 할 우려가 있고, 감염 가능성이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6.02 18:08

전북도 소멸위험지역 살리기에 총력을

지난 2014년 5월 발표된 마스다 보고서가 일본 열도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상이 이끄는 일본창성회의가 낸 이 보고서는 인구감소 추세를 분석해 2040년까지 일본의 절반인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스다 보고서의 분석 기법에 따라 지난 2018년 지방소멸위험지수를 개발한 한국고용정보원은 우리나라 시군구 및 읍면동 10곳 중 4곳도 30년 뒤 없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방소멸 위기는 저출산고령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가임여성(20~39세)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2018년 전국 228개 시군구 중 89개가 소멸위험지역으로 꼽혔고 전북에서는 14개 시군 중 전주군산익산완주를 제외한 10개 시군이 포함됐다. 지난해에는 소멸위험지역이 105곳으로 늘었고 전북에서도 전주군산익산을 제외한 11개 시군이 포함됐다. 정부가 지난 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해 소멸위기에 처한 지역에 사회기반시설을 우선 투자하기로 한 것은 이같은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가 급감한 시군구를 인구 감소 지역(소멸위기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내용이다. 교통시설과 상하수도학교도서관박물관체육시설위락시설 등 각종 사회기반시설을 우선 투자하고, 농림해양수산업 생산기반 확충사업도 지원한다. 지역 특산품 홍보와 판매 촉진,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노후주택 신축과 개보수 등도 지원된다. 지역이 소멸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젊은층이 살기 좋은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기반시설을 갖추는 것과 함께 젊은층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확충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하반기 중 출생률과 고령화율, 인구 감소율, 생산가능 인구 수 등을 고려해 인구 감소 지역을 지정할 예정이다. 각 광역지자체는 인구 감소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발굴해 균형발전 5개년 계획에 반영하고 1년 단위 시행 계획도 세워야 한다. 전북도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도내 시군 지역이 소멸위험지역에서 활력이 넘치는 지역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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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6.02 18:08

군산항 발전에 파란불이 켜졌다

안봉호 선임기자 군산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민간단체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 1899년 군산항의 개항이래 처음으로 2개의 민간단체가 창립돼 군산항 발전을 위해 힘찬 뱃고동을 울린다. 오는 9일 군산항발전협의회(회장 고병수)가 군산 에이본 호텔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군산항 발전을 위해 첫 발을 내딛는다. 이에앞서 (사)군산항발전시민협의회(대표 이성구)가 지난달 해양수산부로부터 법인 설립허가를 받고 비응항에 사무실을 개소,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런 민간단체의 발족은 군산항 발전을 위해 매우 반가운 일이다. 사실 군산항은 122년이라는 깊은 역사에도 항만발전을 위해 현장 목소리를 대변하는 민간단체는 하나도 없었다. 반면 평택항과 광양항 등은 일찍이 민간단체가 구성돼 항만발전을 견인해 왔다. 평택항과 광양항은 개항역사가 짧은데도 민간단체가 지리적 이점을 이용, 자치단체및 정치권과 함께 항만발전을 외침으로써 전국 주요항만으로 자리 잡았다. 군산에는 약 20년전 항만발전을 위한 민간단체가 있기는 있었다. 하지만 사실 해양수산청의 주도하에 만들어졌다. 많은 항만관련업체들이 관(官)의 눈치를 보면서 회원에 가입했다. 그러나 피동적인데다 회원 상호간 이해관계의 갈등속에 자취를 감춰 오늘에 이르렀다. 그 결과 군산항은 민간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정부의 일방 위주로 개발과 운영이 이뤄졌다. 항만이 국가사무라는 이유로 군산시와 전북도는 군산항의 특수성을 고려한 항만개발과 운영추진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매년 그저 항만관련 예산확보만 잘 하면 그만이다는 식이었다. 도내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보니 군산항의 위상은 매년 추락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국 31개 무역항에서 8위에 랭크됐던 군산항의 위상은 12위로 추락했다. 물동량 처리측면에서 전남 목포항에 비해 항상 앞서 있었지만 이제는 뒤처진지 오래다. 해양수산부의 홈페이지가 소개하는 전국 10대 주요 항만의 명단에서조차 누락됐다. 더 이상 이 상태를 좌시해서는 안되는 만큼 항만발전을 위한 민간단체가 구성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특히 군산시와 전북도및 정치권에만 항만 발전을 기대해서는 안되겠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이 민간단체의 탄생 배경이 됐다. 이제 이들 단체는 회원들의 항만을 사랑하는 열정과 자발성에 돛을 올리고 군산항 발전을 위한 항해를 시작했다. 항만의 현안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대정부 건의항만 관련 업체의 상생 발전홍보 등을 통해 군산항의 위상을 높임으로써 지역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들 단체의 회원들은 무엇보다 상호간의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사익(私益)을 앞세우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군산항 전체 번영을 먼저 도모하면서 그 속에서 개인의 발전을 모색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불문계율을 세워 놓고 있다. 이들 단체의 창립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화이팅!~을 외치면서 거는 기대 또한 매우 크다. 이들의 활동이 밑거름이 돼 전북도와 군산시 및 정치권이 하나된다면 군산항의 발전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안봉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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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21.06.02 18:08

아오자이에 담긴 소중한 인연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요즈음 베트남과 교류가 많아서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 아오자이가 베트남의 대표적인 전통의상을 일컫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가 이 단어를 처음으로 접한 시기는 50년 전 초등학교 5학년 때이다. 임실 강진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녔었는데, 5학년 음악시간에 담임 선생님(성함: 이근종)께서 풍금을 치시면서 아오자이 아가씨로 시작하는 노래를 가르쳐 주셨다. 지금도 기억나는 노래가사는 아오자이 아가씨 야, 말 물어 보자, 나에게도 너와 같은 예쁜 동생이 있다.라는 내용이다. 그 당시에는 아오자이가 무슨 뜻인지 모르고 즐겁게 불렀으나, 내가 그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게 된 때는 한국외국어대학 베트남어과 신입생 환영회에서였다. 아오자이(Ao Dai)란 긴 옷이라는 뜻으로 우리 전통 한복처럼 주요행사나 예식 때 입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전통의상을 의미한다. 나의 초등학교 5-6학년 담임 선생님은 키가 크고 부리부리한 눈에 건장한 체격으로 다져진 아주 용감한 군인 같은 인상을 가지신 분이셨다. 그 당시 선생님께서 아오자이 노래를 가르쳐 주신 것으로 보아, 아마도 선생님은 월남전 파병용사가 아니었나 싶다. 간단한 노래이지만, 어릴 적 배운 노래이기에 지금도 가끔 그 가사를 읇곤 한다. 돌이켜 보면 이것이 나와 베트남과의 첫 인연의 시작이었고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순간들이다. 외국어대 베트남어과에 어렵게 진학하여 이어진 나와 베트남과의 인연은 천신만고 끝에 외교관이 되어 1995년 베트남 하노이로 첫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내가 처음 보게 된 베트남은 내가 어린 시절에 농촌에서 경험했던 1960년대를 연상시키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 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노이 시내는 높은 건물도 없이 한적하였고 시클로(Xichlo: 자전거 인력거),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함께 뒤섞여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또한, 하노이 시는 곳곳에 크고 작은 호수(지금은 많이 매립)가 참 많고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대부분 생머리를 한 여성들은 생활력이 강해 보였고, 삼삼오오 모여 거리에서 한가하게 차를 마시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특히, 여학생들이 하얀색 아오자이를 입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하는 모습은 참으로 평화롭고 정결해 보였다. 50년 전 나와 아오자이와의 첫 인연이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감동적인 순간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모습들이 하노이에서 볼 수 없는 추억 속에 남아있는 풍경일 뿐이다. 그 뒤로 2010년 베트남 하노이에 다시 근무를 시작하여 호치민 총영사에 이어, 베트남 대사까지 역임하면서 나와 베트남과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각별하고 소중한 인연으로 굳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서 오랜 외교활동을 하면서 베트남 사람들의 정서가 잘 이해되고 친근감을 느끼는 것도 오랜 인연의 덕이 아닌가 싶다. 한국과 인연이 되어 함께 일하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 베트남에 와서 열심히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 나에겐 모두가 소중한 사람들이고, 똑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 모두가 한국과 베트남과의 인연을 소중히 이어가길 바란다. 내가 여기서 고향을 그리워하듯이 먼 훗날 난 고향땅에서 베트남에서 보냈던 그 시간들을 그리워 할 것이다. /박노완 주 베트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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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2 18:08

전교조 후보에 대한 엇갈린 시선

삽화=정윤성 기자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전교조를 둘러싼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지금까지 이 단체를 대표하며 얼굴 역할을 했던 전북지부장 출신 차상철 완산학원 이사장과 이항근 전 전주교육장의 맞대결이 예상되면서다. 애초엔 노병섭 전 지부장도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뜻을 접었다. 어찌됐든 지부장 출신 3인방의 동시 출격은 복잡한 속사정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그 때문인지 이들과 뜻을 같이해 온 일부 시민사회단체도 서둘러 후보 단일화 작업에 나섰다. 오는 12월까지 내부 절차를 밟아 단일 후보를 내세우겠다고 최근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단일화 명분 보다는 오히려 집안싸움 양상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도 그럴것이 김승환 교육감의 최대 지원세력인 전교조야말로 내부 결속력이 강하기로 정평이 났다. 그런데 전임 지부장들이 경쟁자로 나섰다는 점은 내부 갈등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그렇다 보니 설령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표의 확장성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선거에선 강력한 김승환 당선을 위해 차상철 씨와 천호성 씨가 사퇴함으로써 단일화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에 이들 싸움은 김승환 후계자를 자처하며 벌이는 파워게임이다. 둘 다 개인기에 의한 지지층 흡수 보다는 기존 조직 표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 집안단속 효과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더욱 힘든 것은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대항마가 버티고 있어 단일화 이후 싸움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1일 발표된 뉴스1 교육감 지지도에 따르면 차상철 이항근씨가 각각 7%대인 반면 대항마 서거석씨는 30.6%로 조사됐다. 차 이사장과 이 전 교육장은 김승환 시대 황태자인 동시에 최대 수혜자로 알려져 있다. 차 씨는 누가 뭐래도 김승환 당선의 일등공신이다. 실제 그의 영향력은 교육청 전반에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거의 사문화된 인사 규정은 있었지만 교사에서 일약 장학관으로 특별 승진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런 그를 주변에서는 일찍이 포스트 김승환 으로 점찍고 눈여겨 본 것이다. 이런 차 씨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항근 씨는 군산 지역에서 주로 교편 생활을 했다. 이 씨도 학생을 가르치다 공모제를 통해 교장이 된 뒤 전주교육장으로 승승장구하며 한때는 김승환 후계자설이 나돌기도 했다. 전교조 초창기 기반을 닦으며 끈끈한 동지로 뭉쳤던 두 사람의 정면 승부를 놓고 해석이 엇갈린다. 그동안 2인자로 군림했던 차 씨에게 김승환 지지세력 일부가 반기를 들었다는 소문이다. 그런가 하면 유력한 상대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페이스 메이커를 동원, 단일 효과 극대화를 노린다는 설도 있다. 선거가 1년 남은 시점에서 단일화를 서두르는 것 자체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차 씨가 지난주 맨 먼저 출마 선언을 강행한 것도 저간의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것. 당장 출전 채비를 서둘러야 하는 데 심상치 않은 내부 공기 때문에 전교조는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6.01 20:01

황혼길, 버리고 떠나기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열흘 넘게 유품정리에 매달렸다. 2년 전 작고하신 장모님 댁이 팔리면서 집을 비워줘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다. 40년 넘게 산 단독주택인데다 대부분 오래된 물건인지라 모두 버리면 되겠지 싶었다. 그래서 잠깐 들려 필요한 것만 챙기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신경써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오래된 가구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그 중 20여 년 전에 구입한 자개농이 가장 문제였다. 전주 등 전북지역에는 자개농을 취급하는 곳이 아예 없어 고민이 되었다. 평소 아끼셨고 비교적 고가여서 보관할 곳을 물색했다. 내심 나중에 전원주택이라도 살게 되면 필요할 것도 같았다. 지인들에게 연락해보고 이삿짐센터에도 문의했다. 지인들은 하나같이 처분할 것을 권했다. 이삿짐센터는 5톤 컨테이너박스에 1년 맡는데 200만원을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걸작이었다. 천만원, 이천만원짜리 자개농도 1년 후면, 열이면 열 모두 버린다는 것이었다. 결국 어찌어찌해 서각공방을 운영하는 분이 실어갔다. 그밖에 침대, 냉장고, 책장, 식탁, 상, 어항 등은 밖에 내놓았더니 동네 분들이 들고 갔다. 나머지 것들만 주민센터에 들려 대형폐기물 딱지를 붙여 놓았다. 다음은 책이었다. 1년 반전 이사하면서 새로운 아파트가 좁아 장모님댁 작은 방에 갖다 놓았던 걸 다시 옮겨야 했다. 3000권이 넘는 책 중 잡지나 오래된 연구서, 문고본, 사전류 등은 이미 없애 절반으로 줄인 상태였다. 이중 일부는 지인에게 나눠주고 또 일부는 폐기하고 나머지는 시골 선산의 컨테이너박스로 옮겼다. 시군지, 미술전집, 서화집이나 문화재도록 등 무거운 게 많아 꽤 힘들었다. 가장 큰 난제는 옥상 장독에 있는 된장, 간장, 고추장, 매실엑기스, 소금 등이었다. 여기에 젓갈까지 있었다. 장모님이 힘들여 직접 담근 것인데다 대부분이 우리 가족을 위한 것이어서 수고스러워도 옮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특히 화단 모퉁이에 묻어 둔 장독 2개에는 가자미 젓갈이 가득 차 있었다. 몇 년 전 가자미를 사다가 일일이 손질한 후 소금과 함께 담은 것이다. 아내와 함께 퍼내어 거르는데 곰삭은 비린내가 진동했다. 오랜 숙성과정을 거쳐서인지 냄새와 달리 맛은 좋았다. 페트병에 담아 이웃집과 친지들에게 나눠주니 좋아했다. 그러나 짐을 정리하고 옮기는 과정에서 무리했는지 끝날 무렵, 허리가 끊어지게 아팠다. 화장실에도 기어 갈 정도였다. 다행히 한의원과 정형외과를 오가며 집중치료를 받은 덕에 오래지않아 회복되었다. 이번 유품정리를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쓰던 물품들은 어떻게 되지? 옷이며 책이며 침대며 은행통장이며 블로그들은? 고스란히 아내와 아이들에게 부담으로 남을 게 아닌가. 흔히 나이 들수록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젊어서는 지식도, 물품도 축적해야 하지만 노년에는 그것을 하나씩 덜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이번에 절감했다. 일본에서는 몇 년 전부터 짓카 가타즈케(實家片付け)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살아 생전 생가(生家)의 불필요한 것을 모두 정리하는 것이다. 노년 준비의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집안을 정리하지 못한 채 늙어서 간병을 받거나 요양병원 신세를 질 경우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아마도 성업 중인 유품처리업체가 들어와 모두 쓰레기로 가져갈 것이다. 무소유는 실천하지 못해도 황혼 길이 너무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1.06.01 18:15

이전기관들 전북은행을 계속 외면할 것인가

전국 혁신도시 조성의 가장 큰 목표는 지역균형발전이다. 지역균형발전은 공공기관이 혁신도시에 이전해 오는 것 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역에 이전해온 공공기관들이 해당 지역의 발전과 상생을 위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혁신도시 조성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그러나 전북혁신도시 조성 10년이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공공기관들의 지역 상생 노력은 기대 이하다.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해온 11개 공공기관들의 지난해 재화서비스 지역업체 우선구매 실적 평균은 38%에 불과하다. 한국전기안전공사와 국민연금공단은 10%에도 못미치는 한 자릿수 구매실적을 기록했다. 전북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의 공사용역에 대한 지역업체 이용률은 이보다 훨씬 저조하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통해 기대했던 지역경제 활성화가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전북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의 지방은행 이용 외면도 큰 문제다. 전체 공공기관 12곳 가운데 지방은행에 수신을 맡긴 기관은 단 3곳에 불과하고 규모도 미미하다. 국민연금공단과 농촌진흥청,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지방은행인 전북은행에 수신을 맡기고 있지만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한국식품연구원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농수산대학, 한국국토정보공사,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은 지방은행 거래 실적이 전무하다. 전국 혁신도시 조성이 수도권과의 무한경쟁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지방의 여건을 감안했듯 혁신도시 안에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무한경쟁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지역 중소상공인들과 서민들의 금융지원에 집중하고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중은행 자금이 지역 안에서 선순환되지 않고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혁신도시 조성 의미를 반감시키는 것이다. 공공기관 예산의 일정 비율을 지방은행에 예치하도록 하거나 지방은행 거래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방안이 제도화돼야 한다. 국회에는 현재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발전 계획을 수립할 때 지방은행 자금예치 실적을 포함시키도록 하는 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다. 정부와 정치권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 상생을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6.01 18:15

치솟는 아파트값, 실수요자 피해 없도록

각종 부동산 규제와 세금 폭탄에도 전북지역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된다. 수도권 부동산 투기 단속 강화 여파로 투기 세력들이 지방의 저거 아파트를 먹잇감으로 삼으면서 이상 급등현상을 보여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한국 부동산원이 발표한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북지역 아파트 가격은 5월 들어 0.4%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0.04%보다 무려 10배 폭등하면서 이상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다. 누계 변동률도 1.38%로 지난해 같은 기간 0.28%보다 5배 가까이 상승했다. 정부는 수도권 지역 투기 단속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지난해 말 전주지역을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전북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6851건에 달했지만 올 4월에는 4105건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전주지역 아파트 가격은 5월 들어서만 0.47%포인트나 올랐다. 특히 취득세 중과대상에서 제외된 공시가격 1억 원 미만 아파트에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2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살 땐 8%의 취득세를, 3주택자부터는 12%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공시가격이 1억 원 이하면 다주택자라도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재건축 가능성이 높은 구도심지역의 1억 원 미만 아파트를 대상으로 외지 투기 세력의 매매 수요가 몰리고 있다. 평소 같으면 거래가 한산했던 1억 원 미만 아파트의 매매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아파트 거래가격도 수천만 원씩 올랐다. 정부에선 지방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조정대상지역 지정과 양도세취득세 중과세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투기 세력의 틈새 투기는 막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외지 투기 세력의 갭 투기는 결국 지역에 사는 실수요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투기 세력에 의해 아파트 가격이 한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을 주고 추격 매수한 사람들 입장에선 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아 아파트값이 안정세를 찾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틈새 투기로 인해 아파트 실수요자의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빈틈없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6.01 18:15

사승마

송태규 원광중 교장 뱀 사(蛇), 노끈 승(繩), 삼 마(麻)를 쓴다. 어떤 나그네가 달밤에 길을 걸어갔다. 갑자기 길 가운데에서 시꺼먼 뱀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 급히 돌아서 도망가다 넘어졌다. 무릎이 깨지고 피가 나기 시작했다. 아프고 놀라서 주저앉아 울었다. 얼마 후 지나가던 사람이 왜 우느냐고 묻기에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사정을 들은 그가 뱀이 어디 있는지 가보자고 했다. 등불을 들고 가서 자세히 보았다. 조금 전 그것은 뱀이 아니라 끊어진 노끈의 한 부분이었다. 나그네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눈여겨보았다면 뱀(蛇)이 아니라 삼(麻)으로 만든 새끼(繩)인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면 도망가지 않았을 것이고, 무릎도 깨지지 않았을 것이다. 미혹한 우리가 마음속에 뱀에 대한 불안과 공포라는 잠재의식(선입견)을 키우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착각과 허상에 놀라고, 화내고,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이 뒤얽히고 고통과 괴로움에 시달린다. 담임을 맡았던 시절이었으니 벌써 십여 년이 훌쩍 지난 일이다. 우리 반에 2년 전 졸업생과 이름이며 얼굴이 비슷한 학생이 들어왔다. 알고 보니 친형제였다. 공교롭게 내가 형제의 담임을 맡았다. 형은 예의가 바르고 단정한 흔히 말하는 모범 학생이었다. 동생이 학기 초에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심하게 몸살을 앓았다. 그와 몇 차례 상담했다.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동생과 형을 비교했다. 동생은 서서히 열등의식이 생겼다. 밤늦도록 인터넷 게임에 정신을 팔았다. 당시 내 눈에는 장점이 보이지 않았다.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어느 날 이야기를 나누는데 녀석이 공부는 도저히 관심이 없고, e스포츠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손을 꼬옥 잡아 주었다. 이쪽에 흥미가 있으면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함께 진로를 고민하자고 했다. 공부야 하고 싶어질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 뒤로 자기 생각을 솔직하고 거침없이 표현했다.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자유분방했다. 편견을 버리고 틈날 때마다 그의 진로에 관심을 보이며 격려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서인지 차츰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였다. 3학년 2학기를 시작하면서 일찌감치 수시모집에 원서를 넣었다. 다행히 원하는 게임 관련 학과에 진학했다. 그 학생이 지닌 성품(본질)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는 단지 그 자체일 뿐이다. 앞서 형의 담임을 맡았던 내 편견이 걸림돌이었다. 애초에 내게 형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면 그를 왜곡해서 바라보지 않았을 것이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하는데 선입견이라는 상(편견)에 가려 해석하고 대했다. 내 마음 한구석에 다른 감정의 찌꺼기가 고여있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했다. 그 순간 이미 내 마음이 요란해진 것이다. 사람을 대하면서 먼저 판단(주관)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내 마음에 들 때까지 다그치기보다는 스스로 경험하고 깨우치도록 기다려야 한다. 한동안 미로 안에서 헤매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가 길을 찾고 지난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나는 여태 사람의 속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다. 어두컴컴할 때 새끼 토막을 뱀으로 보는 그런 시각을 떨치지 못했다. 사승마(蛇繩麻)라, 오늘도 새끼 토막을 뱀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예쁘다 밉다, 옳다 그르다 하는 것 말이다. /송태규 원광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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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1 18:15

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

박성수 전북대학교 사무국장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입니다. 좋은 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마음은 특히 그렇습니다. 그러나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후배가 앞으로 뒷바라지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부모로서 죄를 짓는 마음이 든다는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다른 부모들이 해주는 것을 나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 후배에게 미래사회는 사회적 품성이 제일 중요하고 사교육으로 훈련된 성적이 능사는 아니며, 무엇보다 부모의 사랑으로 잘 자라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좋은 인재가 될 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뭐가 되도 될 놈은 다 잘 된다! 라는 격려와 함께. 자식에게 남들 하는 만큼 못해준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픈 부모! 우리 사회의 보통 부모들입니다. 영어 유치원도 못 보내고, 조기 유학도 못 보내고, 국제학교도 못 보내고. 자식이 특목고나 명문 대학에 가지 못한 것이 부모가 능력이 없어서 사교육에 전력투구를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가슴을 찌르는 말입니다.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서 교육의 질이 좌우되고 성패가 정해진다면 보통의 부모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정한 교육은 열린 기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문은 열려 있으나 출발선이 다르고 사교육에 유리한 패스트 트랙이 있다면 결코 공정한 교육이 아닙니다. 사회경제적 격차에 따른 학업성취의 격차로 인하여 직업과 소득의 격차가 발생하고 다시 대를 이어 학력격차를 발생시키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상류층 자녀들이 전문직과 엘리트 지위를 독점하고 사실상 세습이 된다면 서민 대중에게는 희망이 없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2300여 년 전에 플라톤은 귀족이건 평민이건 모든 집안의 자녀들을 집에서 분리해서 별도의 장소에서 교육을 시키고 단계별로 선발 과정을 거쳐서 생산노동에 종사할 사람, 군인이나 중간 관리자, 철인(즉 통치자)을 배출하는 국가 시스템을 주장하였습니다. 플라톤의 제안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사교육비 격차가 5배가 되는 우리 현실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플라톤 주장의 핵심은 사회적 신분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질적으로 동일한 교육기회를 주고 그 결과로만 선발을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두에게 질적으로 동일한 교육기회 제공은 사적 투자를 억제하는 하향식이 있고, 공적 투자를 극대화 하여 사적 투자의 효과를 상쇄하는 상향식 전략이 있습니다. 사적 투자를 억제하는 전략은 민주국가에서 성공하기도 어렵지만 빈약한 공적투자에 대한 관심을 돌리는 대속의 역할에 불과합니다. 결국 공적 투자를 극대화 하여 사적 투자의 효과를 상쇄시키는 것이 올바른 전략입니다. 계층간 교육격차는 사적 투자의 격차에서 오지만 근본적으로는 공교육 시스템의 부실이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이 아이 키우면서 불안감과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 그 소질과 재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교육이 사회적으로 공정한 교육입니다. /박성수 전북대학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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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1 18:15

정치인 유통기한

삽화=정윤성 기자 정부가 식품에 표시되는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식품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일정 기간 섭취가 가능한데 폐기 시점으로 인식돼 그대로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소비기한 표시제는 용어만 바뀌었지 유통기한 연장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전부는 아니지만 선출직 정치인에게도 유통기한 격인 연임 규정이 있다. 3연임이 금지된 지방자치단체장이 대상이다. 지방자치법 제95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임기는 4년으로 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계속 재임(在任)은 3기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초선 또는 재선후 출마하지 않았다가 그 다음 선거에 다시 출마하는 3연임 건너뛰기의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면 단체장의 유통기한은 12년인 셈이다. 단체장과 달리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은 정해진 유통기한이 없다. 오히려 국회의원은 3선부터 중진(重鎭)으로 대접받으며 국회 상임위원장과 당내 요직에 도전할 자격을 부여받고, 4선은 넘어야 국회의장과 국회 부의장에 도전장을 낼 수 있는게 관례다. 과거와 달라지긴 했지만 지방의원도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에 선수(選數)가 우선 고려된다. 다선을 능력으로 보는게 정치권의 보편적 인식이다. 연임 규정과는 달리 모든 선출직은 출마 가능한 나이 제한이 있다. 공직선거법상 대통령은 40세, 국회의원단체장지방의원은 25세를 넘어야 피선거권이 부여된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드는 선거판에 젊은층이 도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까지 다 마치고 기반을 잡은 장년층의 선출직 도전이 적지 않다. 풍부한 경험과 경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퇴직후 재취업 도전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많다. 공직선거는 아니지만 최근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불고있는 30대0선의 이준석 돌풍은 흥미롭다. 화려한 경력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데 이어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지키고 있다. 선수 파괴, 나이 파괴의 이준석 돌풍은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에도 긴장감을 주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31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과거에는 어르신들이 애들을 설득했다라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거꾸로 우리 부모를 설득했다는 문자가 많이 온다고 전했다. 20~30대 젊은층이 장년층 표심까지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의 주장을 곧이 듣지 않더라도 오는 11일 개봉될 이준석 돌풍의 결과는 향후 정치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당내 기반이 약한 이 후보가 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본경선에서도 돌풍을 이어갈 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과정만으로도 기존 정치세력에게는 충격적 사건이다. 30대0선 이준석 돌풍이 정치인들의 유통기한을 새롭게 규정하는 계기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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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1.05.31 18:11

포스트 코로나, 선제적으로 대응하자

지난 2019년 12월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 사이 1억명이 넘는 세계인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250만여명이 사망했다. 국내서도 13만9000여명이 감염돼 1900여명이 숨졌고, 도내의 경우 2200여명이 감염되면서 58명이 희생됐다. 코로나19 사태는 역사상 처음 맞는 미증유의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비대면으로 대표되는 방역수칙이 정착되면서 그에 따른 피해는 업종과 계층에 국한되지 않았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취약계층의 고용위기로 계층간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됐다. 정부가 4차례에 걸쳐 재난지원금 지급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미국유럽 국가들에 비해 뒤늦게 백신 접종에 나선 우리나라는 지난달 말 540만여명(10.4%)이 1차 접종을 마치고, 도내도 23만6000여명(13.6%)이 1차 접종을 끝냈다. 올해 11월말 까지 집단면역 형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접종에 더 속도를 내야 하는게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시기에 전북일보가 오늘로 창간 71주년을 맞았다. 비대면(언택트)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되면서 독자와 소통의 기회가 되는 각종 행사나 이벤트가 줄줄이 단절된 점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명 학자와 전문가들은 언젠가 코로나19가 고비를 넘기고 난뒤에도 세상은 코로나 발생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 이후 많은 변화가 예상되면서 전북이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지역의 낙후와 침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정신 바짝 차려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모든 부문에서 다른 지역간의 격차가 극심한데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전북의 현주소는 참으로 암담할 지경이다. 지역내 총생산과 주민 평균소득을 비롯 자치단체 자립도 등 각종 경제지표는 전국 최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인구 수도 매년 내리막길이다. 지난 3월에는 10년 동안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180만명 선 마저 무너졌다. 코로나 여파로 출산율이 저하되고, 경기 침체와 고용시장 위축으로 젊은 층의 유출 가속화가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젊은 층 이탈로 고령화가 더욱 두드러지면서 노인문제가 심각한 지역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국회의원 수 감축으로 가뜩이나 취약한 전북의 정치력은 더욱 약화되고, 정부의 각종 정책에서도 소외되면서 경제 성장동력 확보에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발표된 정부의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초안에도 전북은 철저히 배제되는 서러움을 겪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방 소멸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위기가 피부에 와 닿고 있다. 그동안 지역경제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제조업의 부진도 뼈아픈 대목이다. 군산 현대조선소의 재가동은 요원한 싱태고, 군산 GM자동차는 폐쇄 이후 새 주인을 맞아 군산형 일자리를 통해 가동을 준비중인 전기차 생산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스럽게도 전북의 최대 국책사업인 새만금 개발이 재생에너지 메카로 방향을 설정하고 속도감있게 추진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동서도로 완공에 이어 남북도로를 비롯 항만공항철도 등 트라이 포트 구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탄소산업진흥원의 전주 유치가 확정되고,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가 세계 최초로 완주에 건립되는 등 탄소수소산업도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이와 반면 답보상태인 전주 혁신도시의 금융 중심지 지정을 비롯 남원 공공의대 설립 등은 전북 정치권이 더욱 분발해 책임지고 풀어야 할 숙제다. 전북일보는 코로나19 사태라는 엄중한 시기에도 지난해 창간 70주년을 기념해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전북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여 지역 대도약을 위한 전략과 추진 방안 등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도출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창간 71주년을 맞아 전북일보 리더스아카데미 제8기 원우회와 공동으로 국가 SOC, 전북 이대로는 안된다라는 주제로 전북 낙후 탈피를 위해 도민의 의지를 한데 모으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전북 언론의 종가(宗家)인 전북일보는 막중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71년을 한결같이 지역 및 도민과 함께 해왔다고 자부한다. 정론을 신념으로, 봉사를 사명으로, 도민을 주인으로의 사시(社是)를 상기하면서 지역발전과 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앞으로도 의제를 설정해 여론을 이끌고 대안을 제시하며, 비판과 견제를 통한 감시에도 결코 소홀하지 않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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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5.31 18:11

대한민국 수소경제를 선도할 새만금의 도전

양충모 새만금개발청장 수소의 시대가 오고 있다. 최근 전 세계는 팬데믹, 기후변화 등을 거치면서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모델로 수소를 지목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는 수소를 미래 국가 경제의 기반으로 삼으며 수소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주요 기업들도 수소 상용차와 수소 저장탱크, 수소트램, 수소 항공기 개발 등 수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맥킨지 등 글로벌 컨설팅회사는 2050년 미래 수소 시장의 규모를 약 2,000조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50 탄소 중립의 핵심으로 수소 에너지원을 우선순위에 두고, 수소 모빌리티와 수소 생산유통 인프라, 핵심 기술 개발 등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SK현대차 등 기업들도 2030년까지 43조원 규모의 수소경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범국가적 민관협력이 이뤄지는 추세다. 수소경제는 수소 연료전지나 모빌리티 산업의 구축을 넘어서 궁극적으로 수소가 삶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에너지원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미래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 정부도 수소경제에 진입하기 위한 노력으로 수소시범도시를 구축할 계획이며, 그 가능성을 크게 주목해 왔던 곳 중의 한 곳이 새만금이다. 새만금에서는 수소 중에서 특히 그린 수소에 집중하고 있다. 타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부생 수소나 추출 수소는 화석연료에 기반하고 있어 이산화탄소 발생이 불가피하지만, 그린 수소는 탄소배출이 없어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꼽힌다. 그러나 다른 수소에 비해 생산비용 등 경제성이 부족하고 수소의 생산과 저장, 운송에 따르는 기술 개발은 물론, 이를 지원할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새만금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지이면서, 현재 백지상태인 도시계획을 처음부터 그린 수소를 접목해 그려나가기에 매우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먼저, 새만금 내 복합개발용지에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유통활용하는 도시와 산단의 선도모델을 구현할 계획이다. 그린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가 도시 전체에서 활용되는 그린 수소복합단지를 조성함으로써 수소가 생산부터 최종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주기를 실현하는 탄소 중립도시를 건설하고자 한다. 또한, 수소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가종합실증단지와 그린 수소 생산클러스터를 새만금 산업단지에 구축하여 수소 기술의 고도화와 수소 생산기업을 집적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여기에는 연 1.4만 톤 규모의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설비와 기업 집적단지, 통합지원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차, LG전자 등 민간기업과 함께 그린 수소의 기술력과 경제성 검증 등을 도출하는 그린 수소 사업화 공동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수소는 세계 경제와 산업 구조를 혁신적으로 재편할 것이다. 현재 주요 선진국은 수소경제를 선점하기 위해 전략적인 움직임을 펼치고 있는 만큼 수소 생산과 공급에 대한 각축전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다만, 그린 수소를 구현해 내기가 쉽지 않은 만큼 큰 밑그림을 그리고 더욱 치밀한 전략을 세워나감으로써 새만금을 그린 수소의 거점도시이자, 대한민국 수소경제의 상징적인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 경제활동과 시민 생활이 그린 수소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수소 도시가 새만금에 만들어지면,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예고한 혁명적인 수소 에너지가 실현되는 가장 이상적인 도시가 될 것이다. 새만금은 미래 시대의 비전에 발맞춰 새롭게 디자인해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새만금에 기업들과 도민 여러분의 많은 응원과 동참을 부탁드린다. / 양충모 새만금개발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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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31 18:11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 안마의자 구매,렌탈 신중하게 결정해야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안마의자를 구매하거나 렌탈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으나, 안마의자의 품질 불만이나 계약해지를 둘러싼 소비자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2018년부터 2021년 3월까지 접수된 안마의자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44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중 안마의자를 구매한 경우가 63.7%(281건)였고 렌탈 계약한 경우는 36.3%(160건)로 나타났다. 피해구제 신청된 441건을 피해유형별로 살펴보면 작동불량, 소음, 사용자의 체형에 부적합, 안마 강도가 맞지 않음 등의 품질 불만관련이 63.5%(280건)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계약해제(해지) 22.7%(100건), 계약불이행 5.7%(25건), 사용 중 심한 통증이나 부상을 주장하는 안전 문제가 3.2%(14건)로 나타났다. 안마의자를 구매한 경우는 렌탈 계약에 비해 품질 불만 관련 피해 (72.2%)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렌탈 계약의 경우 계약해제(해지) 관련 피해의 비중(36.3%)이 적지 않았는데 이는 소비자의 개인적 사정 등으로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발생하는 위약금과 운송비 등 반품비용과 관련된 분쟁이 많기 때문이다. 안마의자를 구매한 경우 중 상품 구매방법이 확인된 267건을 분석한 결과, 오프라인 구매가 47.2%(126건), 온라인 구매가 45.7%(122건)로 비슷한 수준이었고, 방문판매를 통한 구매가 7.1%(19건)이었다. 온라인 구매의 경우 계약해제(해지) 관련 피해의 비중이 19.7%로, 오프라인 구매의 8.7% 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마의자는 고가의 제품이고 설치가 필요한 만큼 구매계약 전 매장을 방문해 충분히 체험하여 제품에 원하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지, 실사용자의 체형에 적합한지, 안마 강도가 적정한지 등을 확인한다. 소비자의 사유로 인해 렌탈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상당한 위약금, 운송비 등이 청구될 수 있으므로, 계약 전 해지에 관한 사항을 꼼꼼히 확인한다. 계약서를 교부받고, 구두 약정이나 사은품 등 계약내용이 추가변경된 경우 계약서에 기재한다. 안마의자를 설치사용한 이후에는 제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에 해당되어 청약철회가 제한될 수 있으므로, 청약철회 의사가 있을 경우 제품 설치 전에 의사를 표시한다. 제품 설치 시 계약한 모델이 맞는지, 손상된 부분은 없는지, 작동상 문제는 없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한다. 사용 중 제품의 하자나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사업자에게 즉시 통보해야한다. 안마의자 관련 피해 발생시에는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소비자정보센터(282-9898)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소비자정보센터 박민정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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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31 18:11

트롱프뢰유

천세진 (문화비평가시인)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사실이나 진실일까? 1670년경, 플랑드르 출신의 화가 코르넬리스 헤이스브레흐트는 <그림의 뒷면>이라는 작품을 그렸다. 그림을 보면, 실제의 캔버스 액자를 뒤집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 그림들을 언뜻 보기에 현실로 착각하게 하는 효과를 가진 그림이라는 뜻의 프랑스어트롱프뢰유(trompe-loeil)라고 불렀다. 당시에 유행했던 트롱프뢰유는 그림으로 착시를 만들 수 있다는 기술적인 의미가 컸다. 트롱프뢰유는 17세기 이전에도, 이후에도 있었다. 신라의 솔거가 황룡사 벽에 그린 <노송도>나, 고대 그리스 시대에 제욱시스와 파라오시스가 대결을 펼치며 그린 그림들도 트롱프뢰유라 할 수 있다.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전반까지는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이 유행했다. 유행은 지났지만, 지금도 극사실주의 그림들은 계속해서 그려지고 있다. 극사실주의 작품은 사진을 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한다. 정말 실제 같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한편으로는 왜 사진과 같은 그림을 그리는 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극사실주의는 트롱프뢰유의 현대적 재현이라는 의미만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실제처럼 보이는 허구를 굳이 만들어, 우리가 믿고 있는 어떤 것들을 뒤집으려는 것일까? 사물이나 현상을 뒤집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기술적 방식이고, 하나는 내용적 방식, 즉, 사유의 전복이다.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뉘지만, 우리 눈에 먼저 다가오는 것은 기술적 방식의 산물인 미술작품이고, 내용적 방식조차도 작품을 보고 난 후의 해석에서 끌어내어진다. 현대인들은 선호하는 매체와 정도는 다르지만 거의 모두 SNS를 하고 있다. SNS를 통해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의 대부분은 이미지다. 현대인의 삶은 이미지 속에 들어있고,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술들과 동거하고 있는 셈이다. 마셜 맥루언은 기술이 확장하는 것은 인간의 신체와 감각이라고 했다. 현대문명의 기술들은 여러 측면에서 예술의 영역을 확장했다. 극사실주의가 그 증거 중 하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확장해야 할 것은 감각과 신체가 아니라, 사유다. 삶은 비슷하다. 자신의 정체성을 상업적 사물을 통해 드러낼 경우에는 여러 범주(알고리즘)의 하나에 해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다름을 얻는 방법은 다른 이들의 것과는 다르게 해석되는 내용을 갖는 것이다. 누구도 기술적 양식들을 피해가며 살기는 어렵다. 하지만 트롱프뢰유처럼 보이는 삶은 피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예술적으로 표현했을 때 트롱프뢰유 단계인지, 그걸 넘어서 사유의 전복 단계에 이르렀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삶의 명작처럼 보이는 대중 스타의 삶을 베낀다고 해서 멋진 삶이 되지는 않는다. 가짜를 보고 날아간 참새가 될 수도 있다. 멀리서 선망하는 삶이 실제로 보일지라도, 가까이 다가가 보면 꾸민 것일 수 있고, 알맹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처럼 다를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삶이라고 내놓은 이미지가, 체험으로 일군 풍경들에서 얻은 이미지가 아니라, 누군가 만들어 놓거나 제공한 것들에서 얻은 이미지라면, 그 삶은 트롱프뢰유에 깜박 속은 시간의 이어짐일 뿐이다. 언젠가 가짜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공허밖에 남지 않는다. 삶은, 이미지를 넘어선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천세진(문화비평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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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31 18:11

미국의 아프간 철군에서 대한민국의 앞날을 본다

김유철 전북 국제관계대사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14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완전 철군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2001년 911테러로 촉발된 미국의 최장기 전쟁이 20년 만에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 2011년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제거되는 성과도 있었지만, 미국과 동맹국들 또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현재까지 아프간 미군 전사자는 2300여 명이며, 아프간 민간인을 포함하여 16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미국이 지출한 전쟁 비용은 약 2조 달러(약 2231조원)에 달한다. 2021년 우리나라 총 예산이 558조 원이니, 우리나라의 4년 예산을 몽땅 털어 아프간 전쟁에 쏟아 부은 셈이다. 외교관인 필자는 2013-14년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Provincial Reconstruction Team)의 대한민국 대표로 400여 명의 재건팀과 함께 수도 카불에 인접한 파르완주의 재건을 총괄하고 있었다. 도로, 학교, 교량 등 건설 이외에도,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아프간 우호병원을 운영하며 아프간 사람들을 치료했고, 초급대학 수준의 직업훈련원에서는 청년들에게 전기, 전자, 자동차, 건축 등 5개 과목의 전문 지식을 전수하여 아프간을 짊어질 인재들로 키워 내는 성과도 거두었다. 여러분들은 아프간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you have gained the heart and mind of Afghanistans)는 미국 고위인사들의 평가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미국의 아프간 철군 결정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왜일까? 아프간에서 힘의 소모를 막고 중국 봉쇄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에는 전쟁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차도살인(제삼자를 이용하여 적을 제거)의 노림수가 있다. 현재 아프간의 70% 정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로 보인다. 미군 철군으로, 탈레반의 칼끝은 이제 중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퀴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말레카 해협 봉쇄에 직면하고 있는 중국은, 탈레반과 신장위구르 반정부단체(ETIM: East Turkistan Independence Movement)간 연계 및 영향력 확대로 인해, 파키스탄 카라치와 신장위구르 카스를 잇는 송유관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고민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간 한반도에서 미국과 대치해온 중국은 말레카 해협에서, 미얀마에서, 그리고 이제는 와칸 회랑과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엄청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미중간 대립이 심화되고 확대됨에 따라, 한국은 양자택일의 선택지를 강요받고 있다. 10세기 송과 거란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았던 고려의 역사가 21세기 오늘날에도 재현되고 있다. 거란을 기분 좋게 달래고, 송을 이해시키며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확보한 서희 대신과 고려 조정의 지혜를 오늘날 미중 관계에서, 그리고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반드시 되살려야 하겠다. 중국을 달래고, 미국을 이해시키며 대한민국의 활로를 뚫어내는 외교가 절실한 때이다. /김유철 전북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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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31 18:11

다중이용시설 불법촬영 예방정책 시급하다

황영석 전북도의회 부의장 이른바 몰래카메라에 의한 범죄의 경우 영상물이 한번 유포되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유포된 영상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후적 처벌만으로는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현행 법률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은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촬영 및 유포에 관한 사후적 처벌을 규정하고 있어 사전적ㆍ예방적 차원의 법과 조례 제정이 시급하다. 최근 일상생활용품과 외관이 유사한 카메라를 이용해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의 민감한 신체부위를 촬영하는 성범죄나 일반 가정집을 몰래 촬영하는 등 사생활 침해 범죄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경찰청이 집계한 카메라를 이용한 디지털성범죄 현황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총 46천329건이 수사되었고 이중 43,724건을 검거했다. 특히, 2013년 이후 매년 4,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고, 2019년 불법 촬영범죄 수사건수는 5,762건으로 2011년 대비 약 4배 이상 증가했다. 관련 범죄들의 수법이 교묘해지고, 장비도 소형화 돼 일반인들은 직접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자동차 스마트키, 볼펜, 안경, 시계 등 생활 필수품으로 위장한 변형카메라를 활용하여 목욕탕, 모텔, 화장실, 병원 등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촬영한 영상들이 버젓이 인터넷 사이트에 공유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는 지적이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불법촬영 범죄는 총 4만 7천 420건이며 이 중 다중이용시설 내에서 발생한 범죄는 1만 5천 423건으로 불법촬영 범죄의 33%를 차지했다. 다중이용시설이란 공중위생영업을 하는 자의 영업소를 비롯하여 화장실ㆍ목욕실ㆍ탈의실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을 말한다. 지난 3월 진선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다중이용시설 불법촬영기기 설치 점검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며 지방자치단체들도 다중이용시설 불법촬영 예방에 나서고 있다. 충청남도와 경기도, 대전광역시 등은 관련 법안이 제출되기도 전에 다중이용시설 불법촬영 예방 조례를 제정하여 다중이용시설 불법촬영이 우려되는 지역을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합동점검반을 운영, 상시 점검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울산광역시는 공공화장실 등의 불법촬영기기 점검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안심보안관 제도를 운영할 수 있게 했으며 구ㆍ군 및 경찰, 관련 기관 단체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전북도에서도 공중화장실 등 다중이용시설에서의 불법쵤영을 근절하고 예방함으로써 안전하게 시설을 이용하도록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중이용시설에서의 불법촬영에 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차제에 불법촬영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북도의회가 준비하는 전라북도 다중이용시설 불법촬영 예방 조례 제정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은 물론 관련 정책 마련과 시행에도 선도적으로 나서기를 당부한다. /황영석 전북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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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30 20:00

여름철 수돗물 관리 만전 기해야

전주시 인후동 일부 주택에서 수돗물에 검은색 이물질이 섞여 나와 민원 대상이 된 모양이다. 전주시가 현장 점검을 벌인 결과 일단 식용에 문제가 없는 수도관 문제로 정리했으나 언제 어디서든 재발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최근 며칠간 인후동 주택가를 중심으로 수돗물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다수의 민원과 관련, 전주시는 수돗물에서 검은색 덩어리가 발생하거나 세탁물이 흑갈색 얼룩으로 착색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주로 수도관에 가라앉아 붙어있던 망간 등 흑갈색의 침전물이 주변의 진동에 의해 관에서 탈락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았다. 또 필터와 정수 장치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30초~1분간 흘려보내고 사용하면 식용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별 조치 없이 그저 괜찮다는 설명만으로 주민들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후동의 수돗물 이물질 문제는 지난해 인천을 시작으로 부산제주 등지에서 불거진 수돗물 유충 사태로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단순 경계심일 수 있다. 그러나 전주시를 비롯하여 도내 거의 모든 시군의 노후 상수관 문제를 안고 있어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언제든 이런 문제가 발생할 위험을 안고 있다. 환경부가 올 발표한 2019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전북도민이 부담하는 평균 수도요금은 1t당 962원으로 전국 평균 요금(1t당 739원)보다 223원이 더 높았다. 전국 평균 누수율 10.5%보다 두 배나 높은 23.3%의 누수율 때문이다. 상수도 노후관 교체사업은 주민 건강과 직결되고 수돗물 유수율을 높이기 위해 시급하지만 지자체들은 재정상 문제를 이유로 계속 후순위로 밀어놓았다. 다행이 올들어 전주시를 비롯 도내 몇몇 시군에서 노후관 관리와 검침 등을 실시간으로 진행할 있는 상수도 현대화사업 계획을 내놓으며 유수율 제고와 깨끗하고 안전한 물 공급을 약속했다. 공염불이 되지 않게 지켜볼 일이다. 지자체가 여러 수치를 들어 안심하고 수돗물을 먹을 수 있다고 아무리 홍보하더라도 작은 이물질이 섞인 것만으로도 수돗물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 장기대책의 노후관 교체와 병행해 여름철 혹서기와 집중호우에 대비해 수도시설물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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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5.30 17:50

도심 작은학교 통폐합 피할 수 없다면…

김종표 디지털콘텐츠본부장 피하고 싶었지만, 발등의 불이 됐다. 전북교육청은 최근 전주교육지원청에 폐교 대상 중학교 2곳 선정 절차를 추진해 달라고 통보했다. 전북교육청이 지난 2017년 교육부로부터 전주 혁신도시와 에코시티에 2개 중학교(양현중화정중) 신설 승인을 받으면서 조건으로 떠안은 중학교 2곳 적정규모화(통폐합) 계획 이행 일정이 바짝 다가왔다. 그동안 교육부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며, 작은 학교 활성화 정책을 강조해온 전북교육청의 소극적인 대응이 못내 아쉽다. 지역의 특성상 작은 학교가 다른 어느 곳보다 많고, 중학교 2곳 통폐합 조건 이행 요구까지 받았는데도 대안을 찾으려는 적극적인 노력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살생부를 작성해야 하는 교육청도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학교의 문을 닫게 하는 정책에 절대 공감할 수 없지만 학령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미 수백억 원에 이르는 교육부 교부금을 받아 택지개발지구에 학교를 신설해 놓은 만큼 당시 교육부가 내건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이번에는학교 이전재배치라는 우회적 용어조차 사용하기 어렵고 폐교 대상 학교 선정이라는 직설적 용어를 쓸 수밖에 없어 지역사회의 부정적 시각과 반발 등 후유증이 예상된다. 원도심 작은 학교를 어쩔 수 없이 폐교해야 한다면 문을 닫는 학교를 학생과 지역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교육문화 복합공간으로 조성하면 어떨까. 충북교육청이 지난해 시행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끈 정책으로, 교육기관이 지역사회와 협의를 통해 도심 폐교 공간에 도서관, 체육관, 공원, 예술센터 등의 교육문화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이다. 여기에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아동친화도시 전주시가 역점 추진하고 있는 야호놀이터, 다함께돌봄센터, 공동육아나눔터, 그리고 아동청소년 공간 등의 시설을 건립한다면 교육기관과 자치단체의 모범적인 협력모델이 될 수도 있다. 옛 학교 공간을 활용해 자치단체의 새로운 정책을 구현하면서 원도심 활성화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 같은 교육문화 복합시설 조성 학교를 선정하는 일은 그 절차가 특히 중요하다. 교육청에서 일방적으로 대상 학교를 선정할 경우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어설픈 당근책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공모 방식을 통해 학교 구성원과 지역주민이 먼저 자발적으로 결정할 기회를 줘야 한다. 교육청과 자치단체의 협력도 필요하다. 택지개발지구 학교 신설과 연계된 작은 학교 폐교, 학교를 잃게 되는 원도심지역의 문제는 교육청뿐 아니라 자치단체의 현안이기도 한 만큼 교육청과 자치단체가 긴밀하게 협력해서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공동체 도시를 지향하는 전주는 원도심 거주지 재생 정책, 그리고 야호 브랜드를 특허청에 등록할 정도로 특화된 아동교육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원도심 작은 학교 통폐합 과정에서 교육기관과 자치단체의 긴밀한 소통협력이 요구된다. 우선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업무협약을 통해 교육문화 복합시설 조성 계획과 방향을 세우고 설명회공청회를 열어 주민들에게 이를 상세하게 안내해야 한다. 이후 공모 절차를 통해 학교 구성원과 학부모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학교와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기회를 부여한다면, 작은 학교 통폐합의 부작용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교육기관과 자치단체, 그리고 지역사회가 협력소통하면서 마을교육공동체교육거버넌스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김종표 디지털콘텐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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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1.05.3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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