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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 있는 보물, 그 보물을 발견하자

신정일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우리 땅 걷기 대표 길을 걷다가 어느 순간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서 아! 하고 말을 잇지 못하면서 경탄을 금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 아름다운 경관이 그 순간 가슴 속에서 잠자고 있던 영혼에게 말을 건넨 것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에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파우스트 박사의 영혼을 앗아가려고 온 메피스토텔레스에게 파우스트가 말한다,내가 순간을 향하여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하고 말을 한다면 너는 나를 꽁꽁 묶어도 좋다. 그럼 나는 기꺼이 멸망해도 좋으리라. 그런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보고 경탄하면서 무아지경에 빠져 있을 때, 그때는 누가 내 목을 쳐가도 좋고, 나를 붙잡아가도 괜찮은 것이다. 일순간에 그 자신을 잊어버리는 보석같은 풍경들이 우리들 곁에 있는데, 그 보석의 진가를 아는 사람은 극히 적다. 경주시의 바닷가에 꽃처럼 펼쳐져 동해바다를 수놓고 있는 읍천리 주상절리가 있다. 그 주상절리가 온 나라에 알려진 것은 2011년 무렵이었다. 원래 군 초소가 있어서 2007년 부산 오륙도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해파랑 길을 처음 걸을 때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 땅 걷기의 제안을 통해 해파랑 길이라고 명명된 그 길을 두번 째 걷고 있다가 초소에 사람이 없어서 들어갔는데, 그 초소 앞에 통천의 총석정에 기둥처럼 서 있는 주상절리와 달리 바다에 연꽃처럼 주상절리가 펼쳐져 있었다. 그때 그 경이로움과 경탄으로 촬영한 사진이 <우리 땅 걷기>를 통해 언론에 알려진 뒤 그때까지 집 한 채 없었던 그곳이 대처가 들어섰다. 후일담이지만 그때 나와 함께 그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그곳에 땅을 샀더라면 큰 돈을 벌었을 것인데, 그 진가를 너무 늦게 알았던 것이다. 중국의 장가계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이 불과 몇십 년 밖에 안 된 것처럼 읍천리 주상절리가 있었던 것을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얼마 전에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회에서 변산의 직소폭포 일원을 국가명승으로 심의 의결했다. 국립공원안에 있던 명소로만 알려졌던 것을, 산림청 국가 신림문화자산으로 선정했다가 이번에 국가 명승으로 승격시킨 것이다. 전라북도에 그러한 곳이 여러 곳이 있다. 임실군 덕치면 구담리에서 동계면 회룡마을의 물돌이동을 지나 장군목에 이르는 구간, 용궐산과 무량산 사이의 섬진강이 바로 천하의 절경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곳이 국가 명승이라는 것을 모른다. 진안 용담의 섬바위에서 감동마을로 이어지는 금강 벼릿길이나. 조선시대 혁명가인 정여립이 꿈꾸었던 대동사상을 품고 있는 진안 죽도와 천반산 일대의 절묘한 풍경도 명승 중의 명승이다. 또한 부안 개암사는 백제 부흥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우금산성이 있고, 이매창의 문학의 산실이기도 하며 원효굴이 있는 울금암의 절묘한 풍광을 간직한 곳이다. 변산의 아름다움은 그것만이 아니다. 전나무 숲이 아름다운 천 년 고찰 내소사와 변산의 풍경. 그리고 여암 신경준의 자취가 서린 순창 강천산 자락의 강천사 주변 풍경도 훌륭한 명승 유적이다. 이런 문화유적들을 국가에서 명승으로 지정하도록 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네 눈이 미치는 곳에 네 보물도 있느니라 <마태복음> 6장에 실려 있는 말과 달리, 보물이 아니라고 여겨서 그런지 우리 곁에 있는 보물을 모른다. 사람도 역시 그러하다. 내 곁에 보물 같은 사람이 있는데, 그 보물을 알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그 보물을 찾고 있다. 우리 모두 내 곁에 있는 보물을 찾아내고 보존하자. /신정일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우리 땅 걷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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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0.03.30 16:30

총선 이후…전북 정치권의 위상

위병기 정치경제 에디터 1991년 6월 치러진 제4대 도의원 선거 때 도내 52명의 당선자 중 무소속은 진안 출신 임수진(훗날 군수역임) 단 한명이었고 나머지 51명은 모두 민주당(당시엔 신민당)이었다. 그때 민주당 공천을 받고도 도의원 선거에서 떨어진 단 한명이 바로 진안 이충국 후보였는데, 무려 30년이 지난 오늘 진안군수 재선거에 무소속 이충국 후보는 민주당 전춘성 후보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외형상 민주당 공천을 받은 전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해 보이는 상황 속에서 과연 무소속 이 후보가 어떤 파괴력을 보여줄지 관심사다. 며칠 전 무소속 박용근 도의원은 민주당 복당을 신청했는데 이는 두말할 나위없이 6월 말로 예정된 후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의장이나 부의장을 하기 위해서다. 단체장 선거가 2년도 더 남았지만 벌써부터 지역정가 일각에서는 정헌율 익산시장이나 유기상 고창군수가 당적을 어떻게 유지하고 갈지가 화두로 떠오른지 오래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뚜렷한 양강구도를 형성하면서 전북에서는 야권 인사들이 앞다퉈 민주당 입당이나 복당을 외치고 있다. 2년 전 민평당 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임정엽 후보(완주진무장) 마저 탈당하면서 총선 후 민주당 복당 의지를 공공연히 피력하고 있다. 도내에서 민주당 쏠림 현상이 얼마나 강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총선에서 전북은 민주당 후보 10명이 절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 정가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야권 후보 중 전주병 정동영(민생당), 군산 김관영(무소속), 정읍고창 유성엽(민생당), 남원순창 이용호(무소속) 정도가 나름의 경쟁력이 있을 뿐 다른 지역의 경우 집권 민주당 후보에 대적하기에는 버겁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면 과연 총선 이후 전북 정치권의 위상은 어떻게 될까. 정세균 총리가 실낱 같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전북 출신 차기 대선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전북의 정치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도내 민주당 후보 10명 중 3선 출신 이강래 후보를 제외하면 모두가 초선 또는 재선에 불과하다. 3선은 돼야 상임위원장이라도 맡는 국회 관례를 감안하면 21대 들어 도내 국회의원의 입김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설혹 정동영, 유성엽, 김관영, 이용호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당장 민주당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뚜렷한 양강 구도 하에서 제3당이나 무소속의 활동 공간은 넓지 않아 보인다. 수도권에서 활동해 왔던 유력한 정객들도 하나 둘 떠났기에 총선 이후 전북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당선권에 있는 도내 후보 중 선수(選數)는 적어도 집권 수뇌부와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퍽 다행이다. 당선 후 당이나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후보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수도권에서 활동 중인 출향 정치인의 두터운 후광을 얻어낸다면 전북의 정치적 위상이 꼭 걱정할 일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기는 하다. 이번 총선은 단순히 누가 되느냐의 차원이 아니다. 지역구 하나씩만 따져 보면 민주당 후보냐, 아니냐의 대결임에 분명하지만 유권자들은 한 가지를 더 생각해야 한다. 과연 어느 게 더 전북 전체적인 덩어리로 볼 때 도움이 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어떤 선거 결과가 나와도 총선 후 전북정치권의 중량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많기에 최종 선택을 앞둔 지역민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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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0.03.29 17:48

초·중·고 개학 대비, 학생 안전관리가 최우선

초중고 개학이 4월 6일로 예고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중대한 전환기를 맞아 학생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개학을 하는 만큼 수업준비 등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도 최근 개학후 학생들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등 큰 혼란에 빠진 싱가포르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개학일에 대한 깊은 고민에 들어갔다. 우선 등교 개학과 온라인 개학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놓고 후속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이르면 오늘중 개학일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학부모에 이어 교사들도 4월 6일 개학이 힘들다는 의견이 절대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노조연맹의 인터넷 긴급 설문조사 결과 교사 75%가 개학일을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교육 플랫폼 NHN에듀가 학부모 4만명을 설문조사 했는데 현재 수준이면 개학해도 된다 는 의견은 6.4%에 불과했다. 그런데다 시도교육감들도 28일 간담회를 갖고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개학연기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북교육청도 개학과 맞물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신속 대응감염병 관리지침 및 매뉴얼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이런 기본 예방조치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담당자의 무사안일한 근무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예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도내 유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151곳에 열화상 카메라 272대 설치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미 구매했거나 구매 예정인 카메라가 사람 체온측정에는 부적합한 산업용으로 밝혀졌다. 38.5℃의 고열이 있거나 34℃의 저체온이 있어도 정상 체온으로 측정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대두된 것이다. 예산낭비와 함께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정부에서도 초중고 개학을 앞두고 지난 22일부터 개학 전날인 다음달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코로나19 사태의 조기종식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권고하고, 위반땐 행정제재도 병행한다는 원칙이다. 교육당국도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 부응해 개학을 앞두고 있는 학생 안전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3.29 16:05

막 오른 제21대 총선, 후보 검증이 급선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서 4.15 총선의 막이 올랐다. 전북의 경우 10개 선거구에서 44명의 후보가 등록, 평균 4.4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 제20대 총선의 평균 경쟁률 4.7대 1과 비슷한 양상이다. 투표일까지 16일 남겨둔 이때쯤이면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마련인데 이번 선거는 딴 판이다. 선거답지 않은 냉랭함이 선거판을 휘감고 있다. 새로운 인물을 뽑는 기대 보다는 자칫 최악의 저조한 투표율로 이번 선거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이나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같은 분위기는 일상의 모든 분야를 마비시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유권자들과의 대면접촉이 어렵고, 다중이 모이는 공간이 형성되지 않다보니 선거운동은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후보들은 애가 타고, 유권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후보 면모도 모르고, 정책도, 공약도 모르는 깜깜이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후보와 유권자와의 직접적 대면이 어렵다면 간접적으로라도 후보를 유권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유권자들이 후보를 가장 손쉽게 검증할 수 있는 기회인 언론사등 주최 토론회가 도내 상당수 민주당 후보들의 미온적 태도로 아직까지 한 번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 아직 계획도 없다. 선관위 주최 토론회 정도만 참석한다는 복안인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여론조사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인데 굳이 토론회에나가 상대로 부터 공격당해 득표율을 감소시킬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된 잘못된 인식이다. 유권자를 기만하고 알 권리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다. 시민단체인 전북참여연대를 비롯 전북 기자협회. 도의회 출입기자단 등이 일제히 성명을 내고 민주당의 오만을 비판하고 나선 것도 그 ㅤㄸㅒㅤ문이다. 총선은 국가정책 수립과 아울러 지역현안을 풀어갈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다. 그에 걸맞는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유권자들은 공보물 등을 꼼꼼히 살펴 후보자 면모, 공약, 정책부터 검증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 올바른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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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03.29 16:05

감놔라 배놔라는 잘못

수도권 등 밖에서 보면 아직도 전북은 변방이다. 전주시의 전통문화도시와 맛고을을 빼면 농도 이미지가 진하다. 대단위 산업단지가 확충된 것도 아니고 관광권이 제대로 조성된 것이 아니어서 전북을 찾는 관광객이 늘지 않고 있다. 외부인들과 이해관계가 별로 없어 왕래도 그저 그렇다. 새만금사업이 성공하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는 고요한 아침 바다 마냥 동트기 직전 같다. 수원 성남 용인 고양 부천 등 수도권은 웬만하면 100만이 넘는다. IT산업 유통 물류 등이 발달해 전국 각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속속 모여든다. 가히 상전벽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가는 것을 느낀다. 고인 물이 없다. 밖에서 새물이 계속 유입되므로 도시가 역동적이다. 이들 주민들은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시시콜콜하게 남의 이야기 할 시간도 없고 끼어들지도 않는다. 기업가는 비지니스 경쟁을 통해 기업을 발전시키고 개인은 부를 모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에만 몰두한다. 모두가 기계적으로 움직여 사람사는 냄새가 풍기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생업으로 바삐 움직이고 IT를 바탕으로 물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도시 자체가 활기차다. 그에 반해 전주는 어떤가. 전통문화도시요 교육도시로 그 명성을 쌓아온 전주시가 산업화에 뒤쳐지면서 발전의 속도가 더디다. 시내에서 10분만 벗어나면 청정한 산으로 둘러싸여 특히 맞벌이 공직자가 살기 좋다. 각종 생활물가도 비싸지 않아 돈을 마디게 쓸 수 있다. 하루벌어 하루 사는 일당직 노동자들은 일감이 없어 무척 살기가 팍팍하다. 요즘같이 코로나19가 발병할 때는 더 힘들다. 원래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으면서 산다. 물론 어려운 여건을 극복해서 새로운 역사도 만들지만 거의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전주는 인구 65만의 도청소재지지만 농촌지역이 많아 구매력이 떨어진다. 가맥집이 많은 건 전주경제의 취약성을 반증한다. 오래동안 한곳에 머물러 살면서 형 동생 문화가 만연해 익명성 보장이 안된다. 가맥집에서 한잔 한 사사로운 일도 그 다음날이면 퍼진다. 외지인 한테 배타적이다. 생활이 어렵다 보니까 밤놔라 감놔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머리가 좋고 시간이 많다보니까 공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다. 한마디로 종합경기장 개발과 대한방직개발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분명 본질이 다르다. 종합경기장은 토지소유주가 시청이어서 얼마든지 공론화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방직은 사유재산이어서 김승수 전주시장이 다뤄야 할 행정행위다. 김 시장이 검토중이라고 한 목소리는 제대로 안들리고 사공들의 목소리만 크게 들린다. 행정행위를 놓고 정치논리가 끼어들어 감놔라 배놔라 한 것은 잘못이다. 전주발전의 단초가 될 대한방직 개발문제를 시에서 원칙대로 법대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그걸 공론화 위원회를 통해 검토한 것은 시장의 권한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주시도 산토끼를 잡으러 다닐 일이 아니라 (주)자광이 2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것부터 처리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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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0.03.29 16:05

조각가의 하루

김성수 조각가 아침 6시반, 알람 소리와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은 후 삼례에 있는 작업실로 향한다. 운전대를 잡은 왼손의 붕대 안의 상처는 전보다 많이 아물었지만, 움직일 때마다 욱신거리는 통증에 계속 신경이 쓰인다. 지난 1월 21일 구정을 앞두고 손을 다쳤다. 4인치 그라인더로 금속판을 자르던 중 회전하는 절단날이 왼쪽 집게손가락 위를 덮쳤고 깊게 들어간 날은 피부를 찢고 인대를 스쳤다. 급한 대로 작업실에 갖춰놓은 구급함 붕대로 지혈하고 허겁지겁 도착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10여 바늘을 꿰맨 후 수술은 마무리되었고 다행히 신경은 무사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작업하거나 그림을 그릴 때 왼손을 사용하기에 작가 생명을 좌우할 수 있었던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아직도 왼손 검지는 깊게 말리지 않아 불편함이 있지만, 밀린 작업 진행을 위해 오늘도 작업실에 도착했다. 지난겨울은 봄을 시샘하지 않는 듯 몹시 춥지 않아서 작업하기 딱 알맞은 온도였다. 묵직한 망치로 금속판을 두드리고 불꽃이 튀는 용접작업을 하는 필자는 더운 여름보다 시원한 겨울을 선호한다. 가끔 망치질할 때 생각을 비우기도 하지만 곧 다가오는 작업실 월세라든지, 다음 달 생활비를 생각하며 한탄 섞인 망치질을 하기도 한다. 오늘은 오전 내내 1제곱미터 넓이 분량의 금속판을 두드렸다. 농사짓는 분들이 솟아나는 볏모를 보며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려나. 잘리고 두드려진 금속판들을 보면 말할 수 없는 보람이 느껴진다. 2009년에 데뷔해서 올해로 작업 11년 차 조각가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작업실에서 시나브로 완성되어가는 작품을 볼 때 생애 첫 작품을 바라보는 것처럼 뿌듯함과 희열을 느낀다. 고된 망치질 덕에 허기를 느껴 점심을 간단히 먹고 돌아와 오후에는 용접을 진행했다. 망치질에 비하면 용접은 나름 신선놀음이지만 섭씨 1,500도의 강한 알곤가스 용접의 빛에 눈이 종종 화상을 입곤 한다. 조각가의 숙명이려니 하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차가운 물수건을 올린다. 예술의 범주에서 놀고 있지만 고된 노동력을 수반하는 작업성향 덕에 노동자의 옐로칼라가 훨씬 잘 어울리는 듯하다. 언제까지라도 이 재밌는 놀이(?)를 계속하고 싶지만 내 몸이 버텨줄까 하는 걱정과 함께 못 버티면 그때 가서 할 수 있는 작은 작품을 만들면 되지! 하고 위안을 하곤 한다. 조각가들은 고된 작업성향으로 인해 실제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은 다른 미술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요즘은 부드럽고 가벼운 재료와 오브제를 사용한 개념 위주의 작품들도 많이 볼 수 있지만, 재료의 물성을 기본바탕으로 하는 작업의 형태는 전통적인 조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북에서 활동하는 대략 40~50명 정도의 조각가들은 대부분 노동력을 수반하는 땀 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료와 숙성기간, 음식을 담는 그릇이 다르면 그 맛이 천차만별 다르듯 각각의 조각가의 신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개성 있는 작품들은 그저 경이로울 수밖에 없다. 3D프린터가 나오고 기술이 고도화되는 시대로 흐를수록 만드는 행위의 기본이 되는 시간과 땀의 소중한 가치는 오히려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작업을 마치고 어둑해진 길을 나서며 보람찬 하루를 보냈는지 자신에게 되묻는다. 난 오늘도 뜨거웠는가? 오늘도 이렇게 조각가의 하루가 지나간다. /김성수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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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0.03.29 15:19

뻔한 공약보다는 황당한 공약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장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후보들의 정책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선거는 후보가 지역이나 국가를 위해 더 나은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면 시민들은 어떤 정책이 나의 삶을 변화시킬지를 선택하는 정책경쟁의 장이 되어야 한다. 프랑스의 정치철학가인 알렉시 드 토크빌은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했다. 유권자는 후보들의 정책에 대해 엄정하게 검토하고 비판하면서 더 좋은 정책을 만들도록 심판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후보들은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더 좋은 정책으로 화답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슷비슷하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뻔한 공약보다는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황당한 공약이 낫다고 생각한다. 국내외 정치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면 처음 들었을 때는 말도 안되고 황당했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생각해보면 꽤 괜찮은 공약들이 있다. 25년 전 대통령후보로 나왔던 허경영은 결혼하면 1억, 출산하면 3000만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미래 인구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이 공약을 주목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2020년 현재 아동수당으로 월 10만원씩 9년 간 1080만원, 출산장려금 250만원, 보육 누리과정 지원금 월 30만원씩 6년 간 2160만원을 다 합하면 3000만원이 넘는다. 일시불로 지급하자는 공약은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미래의 인구감소문제를 예견하고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가치있는 공약이었던 셈이다. 일본의 참의원 선거에서는 고독 담당 장관직을 새롭게 신설하자는 이색적인 공약이 있었다. 65세 이상 노인이 30%를 차지하는 일본에서 혼자 사는 노인의 40% 이상이 고독사를 당한다고 하니 혼자 사는 노인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실제로 필요해 보인다. 이미 영국에서는 2018년에 현대인의 외로움을 사회적문제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외로움 담당 장관직(Minister for Loneliness)을 세계 최초로 신설한바 있다. 개인적 문제였던 외로움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정부의 정책적 노력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시도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대통령 민주당 예비후보였던 마이크 그레이블은 석유고갈과 고유가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전역에 풍차 500만대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에너지와 환경문제는 전세계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세계 각국은 석유, 석탄 등과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로 재생에너지 확장정책을 쓰고 있다. EU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32%, 중국은 35%, 미국은 48%까지 확대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으로 풍차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돈키호테같은 황당한 정책이지만 뻔한 공약보다는 차라리 황당한 공약이 그 심각성과 정책적 환기를 해 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현재 국회의원 후보들은 표가 안되는 정책보다는 직접적으로 표로 이어질 수 있는 조직활동에 전념하는 모양새다. 학연, 지연, 혈연을 통해 사람을 소개 받고 만나고 출근길과 퇴근길에 인사를 하는 것이 선거운동의 전부가 된 듯하다. 후보들의 공약은 비슷비슷해서 분별력이 별로 없고, 공약을 보고 후보를 선택하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정책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정치꾼은 다가오는 선거만을 생각하고, 위대한 정치인은 다가오는 세대를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후보들을 정치꾼으로 만들 것인지 정치인으로 만들 것인지는 유권자의 행동과 선택에 달려있다. /김동영 전북학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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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29 15:13

관광도시 베네치아의 운하

해마다 2천만 명이 찾아오는 관광 도시 베네치아의 운하가 맑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보도된 영상과 사진을 보니 예전의 탁했던 운하에 깨끗한 물이 흐르고 물속을 오가는 물고기들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강물이 투명해졌다. 베네치아 운하에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은 60년 만이라거나 믿기 어려운 일이라는 주민들의 인터뷰가 더해진다. 현지 주민이 아니라도 깨끗한 물을 안고 흐르는 베네치아 풍경이 놀랍고 반갑다. 물이 맑아진 비결은 코로나 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도시를 일주일동안 봉쇄한 결과다. 물이 맑게 보이는 현상이 근본적으로 수질 개선이 됐기 때문이 아니라 도시 봉쇄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운하를 드나드는 곤돌라와 모터보트 등 수상교통 수단이 줄어들어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진단이 있지만 변화된 운하의 풍경이 전하는 울림이 작지 않다. 사실 베네치아는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으로 환경 폐해를 겪고 있는 대표적 관광도시로 꼽혀왔다. 어디 환경 폐해뿐이던가. 관광자본을 끌어들여 상업적 관광을 부추기고 밀려드는 관광객들이 도시를 점령하면서 일상적인 삶을 침범당한 오래된 상점이나 주민들은 결국 쫓겨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을 맞은 지도 꽤 오래다. 한때 인구 30만 명에 이르렀던 베네치아가 5만 명 도시로 전락한 것이 그 증거다. 오죽했으면 주민들이 입항하려는 크루즈를 향해 피켓과 깃발을 흔들며 관광객을 막아서는 시위에 나섰을까. 어찌됐던 코로나 19로 일상이 무너진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베네치아 운하의 역설적인 결과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된 모양이다. 맑아진 운하 소식에 백조가 돌아왔다는 트윗이 화제를 모으더니 백조가 떠다니고 돌고래가 헤엄치는 사진까지 등장했다. 아쉽게도 이 사진들은 베네치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찍은 가짜뉴스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자연의 회복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풍경이 바로 그것일 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거리가 한산해진지 여러 날이다. 전주 시내를 걷다보니 봄 햇살이 쏟아지는 거리에서 자주 눈에 띄는 걸개들이 있다. 국가관광거점도시 선정을 축하하고 기대하는 현란한 문구들의 행진이다. 잠시 멈춤이 된 상황을 벗어나면 관광거점도시를 향한 수많은 정책이 기획되고 실행될 것이다. 그만큼 기대가 크지만 과잉관광 폐해로 되돌릴 수 없는 환경을 안게 된 세계적 관광도시들을 보면 우려가 적지 않다.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화려했던 이탈리아가 겪고 있는 오늘의 위기를 마주하니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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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0.03.26 17:28

코로나19 긴급지원, 농촌·농민은 관심 밖인가

코로나19로 농촌농민들도 큰 피해를 입고 있지만 지원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아 농민들이 크게 낙담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방향이 우선 도시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에 쏠리면서 소외된 농민들의 시름이 상대적으로 깊어지고 있다. 사각지대에 놓인 농촌과 농민들에 대한 지원대책이 절실하다. 코로나19로 도시지역에서 외식산업이 위축되고 먹거리 소비가 줄면서 그 여파는 고스란히 농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판로가 막히고, 산지 가격 폭락이 이어지면서 농민들은 일부 작물 밭을 갈아 엎고 있다. 특히 학교 개학이 한달 여에 걸쳐 세 차례나 연기되면서 각급 학교 급식에 납품하는 친환경 농산물 재배 농가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 학교나 중간 공급업체와 제대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납품 불발에 따른 피해보상도 막연한 실정이다. 설사 계약을 했다 하더라도 재난이나 다름없는 코로나19 사태에 보상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저장성이 좋은 감자 무 등은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얼갈이 열무등 저장에 취약한 엽채류 경우는 밭에서 그대로 썩힐 수 밖에 없다. 지난 졸업 입학 시즌에도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되면서 화훼농가들은 큰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따른 농촌과 농민 피해가 막대하지만 정부나 지자체는 이 분야에 대한 지원에 인색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대응을 위해 지난17일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확정했지만 농업 예산은 전혀 반영하지 않아 농업계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전북도가 내놓은 긴급재난기금도 사회적거리두기 대상업체들로 한정했고, 전주시의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지원대상 역시 코로나19로 일감이 줄어든 일용직 근로자와 대리운전 기사, 강사등으로 농민은 지원대상에서 아예 빠져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 노동자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본격 영농철을 앞두고 농촌에선 일손부족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농산물 가격 폭락과 판로난 등에 겹친 또 다른 걱정이다. 정부나 지자체는 애타는 농심을 감안해야 한다. 위기상황에 내몰린 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지원 정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소비자들도 친환경 농산물 구매등으로 어려운 형편의 농민들을 도와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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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03.26 17:28

전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방역 진단검사 역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에 코로나19 진단키트 지원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24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회담에서 미국 내 신종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국내 여유분이 있으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현재까지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 지원을 요청한 나라는 47개국에 달한다. 미국과 이란은 대통령이 직접 지원을 요청했고 덴마크는 한국 업체의 진단키트 제공을 거부했다가 뒤늦게 대국민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검사 능력과 확진자 추적 방법을 벤치마킹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독일에선 우리나라의 코로나19 검사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했고 비대면으로 신속하게 검사하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을 채택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의 혁신적인 검사전략 개발과 철저한 접촉자 추적, 검사와 격리방안 등을 소개하며 코로나19 대응의 모범사례로 한국을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진단시약 제조업체 씨젠을 찾아 업체 대표로부터 1만 명을 동시에 검사하는데 6시간이면 된다는 설명을 듣고 대한민국의 자부심이라고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진단시약 기업 대표들과 현장 간담회 자리에서 세계 각국의 진단시약 수출 요청을 거론하며 한국의 코로나19 진단법의 정확성과 기술력이 국제공조를 주도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국의 코로나19 감염증 방역시스템과 진단검사 역량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데는 정부와 민간업체간 긴밀한 공조체제와 제도적 뒷받침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를 교훈 삼아 국가적 방역체계를 구축하고 신속한 검사 키트를 개발할 수 있도록 긴급사용승인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 2주 만에 진단시약 제품이 승인됐고 지난 24일 현재 11개 업체에서 12개 품목을 승인받아 국내 사용뿐만 아니라 수출까지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전 세계로부터 대한민국의 방역체계와 진단검사 역량을 인정받는 기회로 삼게 된 것에 대해 우리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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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0.03.26 17:28

어둠 속의 희망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미래는 어두운데, 내 생각에는 이것이 대체로 미래가 띨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이다. 1915년 1월18일, 버지니아 울프가 쓴 일기의 한 대목이다.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지 6개월 정도 지났을 때이다. 지금처럼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왠지 위로가 된다. 재난과 위기에만 그런 것은 아니고 미래는 항상 어두운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근본적으로 삶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세계와 공동체에 대한, 자본과 경제에 대한, 노동과 시간에 대한 사유를 통째로 바꾸고 있다. 주변의 일상은 그야말로 대혼란과 격변의 시대이다. 모든 학교가 휴교를 하고, 대학은 온라인강의로 대체되고 있다. 영화관을 찾는 사람도 급감해서 단축 운영 및 휴관이나 폐관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공공시설은 대부분 휴관 상태이다. 문제는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예측은 있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게 보면 지금 사태는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았다. 우리의 삶 역시 언제 끝날지 모른다. 평균수명과 기대수명으로 90세, 100세를 예측할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질병으로, 누군가는 사고로 일찍 죽는다. 이 불확실성은 우리를 어둠으로 이끈다. 그 결과 불안과 두려움을 낳는다. 그 불안과 두려움은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하거나 아프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안다. 어쩌면 삶의 여정에서 어둠은 당연한 것이기에 그 속에서 희망을 떠올린다. 어둠 속의 희망이라는 책에서 리베카 솔닛은 말한다. 희망하는 것은 도박하는 것과 같다. 희망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산다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기에, 희망하는 것은 두려움의 반대다. 희망이란, 약속되거나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세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할 따름이다. 솔닛이 생각하는 희망은 세계의 상태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성취와 성공 가능성이 아니라 선한 일을 바라보고 그 일을 해나가는 능력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는 모든 것이 흔들리는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흔들리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지키는 일이다. 지금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좀 더 삶의 근본을 생각하게 된다. 개인은 홀로 살아갈 수 없으며, 우리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개인과 공동체는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갈 것인가. 우리는 노동을, 시간을, 돈을, 기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삶과 죽음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다음은 리베카 솔닛의 책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어느날 아침 비를 맞으며 케네디의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노라니 참으로 바보 같고 부질없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여성파업 소속의 그 여성은 말했다. 몇 년 후 그는, 가장 주목받는 반핵행동 중 한 사람이 된 벤저민 스팍 박사가 자기 삶의 전환점은 한 작은 무리의 여성들이 비를 맞으며 백악관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을 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어둠 속에서 희망을 만드는 일은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거대한 악을 제거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를 잘 지키고 서 있는 일이다. 누군가는 하찮은 것이라고 비웃을지라도, 비록 큰 목소리는 아닐지라도 작은 위로와 격려의 문자를 보내는 것처럼. 그 일이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선을 향해, 그렇게 선한 영향력을 하나씩 쌓아갈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만약 그것을 일상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면 비록 연약할지라도 작은 승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치와 사회 각 영역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어떤 기준으로도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서로의 마음을 살피고 배려하는 일, 서로의 필요를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 그런 것들이야말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의 미래를 향해 걸어갈 수 있는 희망이 아니겠는가.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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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26 17:07

1세대 1주택 비과세 - 주택의 범위

주택이란 주택법과 소득세법, 대법원판례 등을 종합해 보면 건축물관리대장등 공부상의 용도구분과 건축 및 용도변경에 대한 허가 및 등기여부와 관계없이 거주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건축물, 즉 사람이 상시 거주하고 있는 건물 및 그 부속 토지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무허가 주택이나 공부상의 용도에 상관없이 주택으로 또는 주택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 주택으로 볼 수 있는지의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아래의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무허가주택 원칙적으로 주택은 관할 관청에 신고나 허가 절차를 밟아서 건축을 해야 하는데 건축허가를 받지 않거나 불법으로 증축, 용도변경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주택으로 사용하는 경우, 이를 하나의 주택으로 보아 다른 주택을 양도할 때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2)공가(빈집)와 폐가 구도심이나 시골의 경우 실정법상 공부상에 주택으로 등재되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처럼 일시적으로 사람이 살지 않더라도 주거의 기능을 갖추고 있고, 향후에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주택으로 보아야 하며, 장기간 방치되어 외관상으로나 실질적으로 주택의 기능을 상실한 폐가의 경우에는 비록 주택으로 등재되어 있더라 하더라도 주택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3)실질적인 주택으로 사용하는 경우 건축물은 원래의 허가요건대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주택을 식당이나 사무실, 점포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 판단기준은 건물의 시설상태, 사실상의 용도, 사용주기 및 기간을 들 수 있으며, 건물의 시설상태란 세대원이 독립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용도에 적합하고 언제든지 주택으로 이용이 가능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또한 사용용도의 경우 세대원이 독립된 주거생활을 영위하여야 하므로 점포에 딸린 방은 주택으로 볼 수 없고, 비상시나 일시적으로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주택으로 볼 수 없습니다. / 노인환 한국미국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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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26 16:59

[금요수필] 삼라만상을 두루적시는 남고 모종

김정길 <남고모종>은 천년 고찰 남고사의 범종소리가 조선시대에 전주부성의 저녁노을을 갈라 울리며 삼라만상을 두루 적셨던 전주 10경의 하나였다. 기린봉 위로 휘영청 솟아오른 달, 전주천과 어우러진 한벽당의 정취, 저녁연기 피어오를 무렵 남고사에서 울려 퍼지는 철고소리는 옛 전주부성의 맥박처럼 느껴지는 풍취였다. 조선 선비들은 서녘하늘에 붉게 물든 낙조를 바라보며 남고사의 저녁종소리를 듣는 아름다운 승경을 즐겼다고 한다. 여기에 남고산의 어머니 산으로 일컫는 고덕산에 머물던 구름이 돌아온다ㄹ하여 고달귀운(高達貴雲)으로 묘사를 했다. 남고사는 창건 당시 고구려 연개소문이 도교를 도입한데 반발하여 명덕화상이 전주에 남고사를 세웠다 하여 남고연국사(남(南高燕國寺)로 불렸다. 그 뒤 남고사는 전주부성의 4대 비보사찰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견훤은 완산주(전주)에 후백제 도읍을 세운 뒤 도읍의 수호를 위해 동서남북에 동고진, 서고진, 남고진, 북고진을 두었다. 여기에 각 진마다 사방을 지키는 동고사, 서고사, 남고사, 북고사를 두어 외침을 막고자 노심초사하였다. 남고산성에 들면 탁 트인 전주시가지가 눈앞을 가득 채우고, 천경대, 억경대, 만경대가 버선발로 뛰어나온다. 만경대 남쪽바위 벼랑에는 고려 말 충신 정몽주가 쇠퇴해 가는 고려를 걱정하며 읊었다는 시가 새겨져 있다. 그 시에는 고려 말 이성계가 황산전투에서 왜구를 무찌르고 전주 오목대에서 전주 이 씨 종친들을 초청해서 잔치를 베풀면서 장차 고려를 뒤엎고 조선 창건 뜻을 은근슬쩍 내비쳤다. 그 때 종사관으로 따라왔던 정몽주가 우국충정의 시를 읊었다. 천리바위머리 돌길 돌고 돌아/홀로 다다르니 가슴에 메는 시름이여/청산에 깊이깊이 잠겨 맹세된 부여국은/누른 잎 휘휘 날려 백제성에 쌓였 도다/9월 바람은 나그네 시름 짙고/백년의 호탕한 기상 서생은 그릇 쳤네/하늘가 해는 기울고 든 구름 마주치는데/열없이 고개 돌려 옥경만 바라본다. 언제 봐도 남고산성의 서문을 지키고 있는 남고진사적비가 듬직하게 여겨진다. 그 비문은 1846년 조선 현종 때 최영일이 글을 짓고 조선 후기의 명필이었던 창암 이삼만이 일필휘지했다. 남고산성은 <세종지리지>에 고덕산성, 임진왜란 당시 <선조실록>에는 만경산성으로 기록되어 있다. 남고산성 축성을 완성한 전라관찰사 박윤수가 쓴 <만익주신건기>에는 남고산성과 동고산성이 서로 맞서서 돌부리가 솟아 만마동 40리 골짜기를 안고 있다는 기록도 보인다. 남고산성의 이름은 그 때 붙여진 것으로 여겨진다. 임진왜란 때 이정란 장군이 남고산성을 보수하여 왜적을 물리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남고사의 전방에 남장대, 후방에 북장대, 남장대 아래 서쪽 골짜기에 진창(진(鎭倉), 군기고, 화약고 등을 설치하여 1,500명의 병사들로 하여금 지키게 했던 군사적 요충지였다. 남고사를 품은 남고산성은 후백제의 얼이 살아 숨 쉬는 문화유적의 보고다. 백제의 얼을 계승하려고 고심했던 견훤이 백제의 옛 땅 완산주(전주)에 후백제를 창업하고 전주부성의 수호를 위해 쌓았던 유서 깊은 유적이다. 그런데 전주에 살면서도 남고산성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전주에 산재한 역사문화유산을 많이 찾고 사랑하는 것이 전주 사랑의 지름길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 남고산성을 더욱 아끼고 보존하며 사랑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 김정길 수필가는 전주상공회의소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영호남수필문학협회장으로 있다. 후백제 천년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고 있으며 <어머니의 가슴앓이> 등 다수의 수필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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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26 16:59

코로나19 극복, 우리 모두 힘·지혜 모아야

권익현 부안군수 지난해 연말 시작된 중국 우한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자체 집계하는 코로나19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37만 8000여명으로 집계됐으며 누적 사망자는 1만 6300여명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도 지난 25일 기준으로 9137명이 확진판정을 받았으며 126명이 안타깝게 사망했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인 대유행)을 공식 선언했다. 코로나19가 특정지역이나 국가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제시장까지 패닉상태로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와 국가간 무역은 물론 외교, 관광, 국방 등 모든 분야의 교류가 전면 중단되고 있으며 각 국가 내에서도 내수경제가 크게 침체되면서 사회 전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경우 신속한 검진시스템과 선진화된 의료기술, 국가가 아닌 국민 개개인의 예방적 방역 솔선 등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대응 모범사례로 평가받으며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우리 부안군 역시 코로나19 전국적 확산 추세에서 군민 안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선제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부안군에는 확진자나 확진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자가 단 한 명도 없다. 부안군은 지난 1월 27일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 위기경보가 3단계 경계단계(현재 4단계 심각단계 격상)로 격상되자 부안군수를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또 방역사업을 위한 예비비 3억 여원을 편성해 마스크 11만 4000개, 손소독제 1만 2000개, 일반소독제(살균제) 1만개 등을 확보해 군민과 유관기관, 경로당, 식품접객업소, 다중이용시설 등에 보급했다. 군민 1인당 마스크를 1개 이상씩 보급했으며 사회적 취약계층과 임산부, 중증질환자, 외국인근로자 등 마스크를 구매하기 힘든 군민들을 위해 행정에서 마스크를 구입해 지속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극복의 가장 큰 힘이자 희망은 바로 군민들의 자발적인 지원과 희생이었다. 부안군자원봉사센터와 부안군 행복학습센터 재봉옷만들기반, 부안 계화면 적십자봉사회 등에서 손수 제작한 마스크를 기탁할 때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다는 부안군민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부안군 여성단체협의회와 새마을운동 부안군지회, 남부안농협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각계 각층의 격려품 전달도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서로의 아픔과 희생을 위로하며 코로나19 극복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부안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부안사랑상품권 특별 할인판매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지역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또 소상공인 공공요금 지원사업과 사회보험료 지원사업, 카드수수료 지원사업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분명 극복할 수 있는 위기이며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우리 모두의 힘과 지혜다. 부안군민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는 많은 분들을 따뜻하게 보듬고 지역경제를 다시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다. 힘내라 대구경북! 힘내라 대한민국! /권익현 부안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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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26 16:59

취약계층 일자리 사업, 활동비 미리 지급해야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어렵다. 음식숙박업을 비롯해 항공, 문화예술 산업에 이르기까지 주름살이 가지 않은 곳이 없다. 사업장 축소나 폐쇄로 해고 위험에 직면해 있는 근로자도 꽤 있고, 실업급여 신청율도 크게 높아졌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방역은 물론 경제도 비상이다. 전 인류의 5분의 1이 발이 묶여 세계대전 못지않은 경제 대충격이 예고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후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고 우리 경제도 휘청거릴 조짐이다. 이처럼 재난이 닥쳐오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게 사회적 취약계층이다. 노인과 장애인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두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벼랑 끝에 몰려있다. 생계 위협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힘들다. 일자리가 끊겨 불안한 삶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자치단체마다 재난기본소득, 긴급생활안정자금 등 재난생계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번 기회에 보편적 재난소득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우선 급한 것은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이다. 65세 이상이 대상인 도내 노인일자리사업은 5만4108명으로 이중 90%인 4만8750명이 코로나사태로 일자리가 중단되면서 한 순간에 갈 길을 잃었다. 노인일자리사업 중 가장 대표적인 공익형의 경우 1월 중 교육을 받고 11개월 간 한 달에 30시간 일하고 참여자 활동비로 27만원을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4월 5일까지 사업이 중지된 상태다. 또 사회서비스형도 전면 중단되었으며 시장형사업단 일부만이 소규모 인원으로 가동될 뿐이다. 장애인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도내 장애인 일자리사업에 1234명의 장애인이 참여하고 있지만 복지관 휴관 등으로 10%인 120여명만 돌봄,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공공일자리 뿐 아니라 민간 일자리도 크게 위축되었다. 경제활동이 거의 멈추면서 노인이나 장애인 일자리지원센터 등을 찾는 발걸음도 거의 끊겼으며 전화 상담마저 크게 줄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공익형의 경우 어려움에 처한 취약계층을 위해 참여자 활동비 또는 인건비를 미리 지급하는 것이다. 이후 남은 기간에 더 많은 시간 일을 하면 된다. 전주시의 경우 이 방안을 발표했으나 아직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세밀한 방법을 보완하면서 14개 시군으로 확산시켰으면 한다. 긴급처방은 신속성이 중요하다. 그래야 효과가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3.25 17:13

디지털 성범죄 이번 기회에 엄벌하고 뿌리 뽑자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N번방과 박사방 사건을 계기로 신종 디지털 성범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디지털 성범죄는 상대방이 찍힌 사진이나 영상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촬영 및 유포하거나 이를 빌미로 협박하는 행위,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된 조주빈(25) 등은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하면서 미성년자 등을 상대로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유포했다. 텔레그램 채팅방에서만 피해 여성이 70여명에 이르고, 채팅방 내부에서는 여성을 상대로 각종 디지털 성범죄가 이뤄졌다. N번방 박사방은 텔레그램 메신저 채팅방 이름이다.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가입비를 내고 참여하는 채팅방인데 조씨는 100억원대 수익을 챙겼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용의자 등의 신상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청원이 300만명에 육박할 만큼 국민적 공분과 지탄 대상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전북지역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도부터 올해 3월까지 210건의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했고, 204명이 검거됐다. 유형은 일반 음란물을 업로드하거나(140건) 아동음란물 유포(45건), 불법촬영물 유포(4건) 등이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10대에서 20대로, 가해자로부터 불법촬영 유포, 협박 등을 당한 사례도 상당수였다. 이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고 사회 공동체마저 위협하는 반인륜적 범죄다. 그런데도 솜방망이 처벌이 많았다. 지난 2017년 기준 불법 촬영 및 유통을 포함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중 64.2%가 집행유예를 받았고,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6.4%에 불과했다(여성가족부 자료)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 소비에 관여한 사람은 중범죄자로 처벌 받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과 대조적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갈수록 지능화, 음성화, 상업화되고 있고 확대 일로에 있다.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발 붙이지 못하도록 영상제작자 뿐 아니라 회원으로 가입해 영상을 유포한 자 등 참여자 전원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엄벌해야 마땅하다. 이 기회에 디지털 성범죄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도록 관련 생태계 참여자를 엄벌하고, 강력한 제어장치를 만들기를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03.25 17:13

n번방 추적단 불꽃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 초등생을 포함한 미성년자와 여성을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유인, 성착취 영상물을 찍도록 협박해서 텔레그램을 통해 공유한 n번방 사건은 너무나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말초적 욕구 충족과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어린 여아와 여성들의 인격과 삶을 짓밟고 파괴하는 잔인한 행태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중대 범죄이다.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등록 6일 만에 256만 명이 동의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생긴 이래 최다 기록이다. n번방 사건 관련자 모두에게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5건에는 무려 560만여 명이 동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경찰에 철저한 조사와 대응을 지시했고 법무부와 대검찰청도 n번방 가담자 전원에 대한 엄정 수사를 시달했다. 대법원에선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아동 성착취 영상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경찰은 n번방의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을 검거하고 성폭력범죄 특례법에 따라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고 n번방 최초 운영자와 가담자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n번방 사건의 실체를 처음 밝혀낸 것은 검경 등 수사기관이나 언론이 아니었다. 정의감과 모험심이 강한 두 명의 대학생이 스스로를 추적단 불꽃이라고 칭하며 잠입 취재를 통해 n번방 실상을 세상에 알렸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이들은 지난해 7월 뉴스통신진흥회가 주최한 제1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취재에 나섰다. 아동 청소년 대상 불법 음란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의 존재를 경찰에 미리 알리고 직접 채팅방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들은 박사방을 비롯해 8개의 파생방에서 5000~6000명의 이용자가 미성년자를 협박해 제작한 음란물과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돈을 주고 공유유통하는 실태를 파악하고 채증했다. 추적단 불꽃의 n번방을 고발하는 미성년자 음란물 파나요?텔레그램 불법 활개 르포기사는 지난해 9월 뉴스통신진흥회를 통해 처음 보도됐고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렇지만 추적단 불꽃의 n번방 고발기사는 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올 1월 국회 청원사이트에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해결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면서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용기 있는 두 대학생의 펜 끝을 통해 알려진 악질적인 디지털 성범죄가 더는 발붙일 곳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무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03.25 17:13

공공의대법의 국회 통과가 절실하다

윤지홍 남원시의회 의장 전쟁이다. 숫자는 나날이 늘어갔다. 우리는 두려웠다. 탓할 대상을 찾았다. 중국, 대구, 때로는 종교, 어느 날은 반대당이었다. 오직 두려워서, 라면 하나를 더 샀고, 마스크에 줄을 섰다. 필요한 것을 구할 때마다 애가 탔다. 그 사이, 거리는 한산해졌다. 손님보다 사장님들이 더 많았다. 학교와 회사에 가지 못했다. 버스는 기사 혼자 다녔고, 비행기는 날지 못했다. 누군가는 움직여야 했다. 바이러스를 뒤쫓고, 미열을 탐색하고, 접신을 막기도 했다. 세를 낮추고 기본소득을 소환했다. 대구로 달려가기도 했다. 날이 길어지고 그들도 지쳐갔다. 어떤 이는 의사와 병상을 기다리다 속절없이 죽었다. 천장만 바라보며 죽음을 향해 지나갔을 하루 이틀. 생각만 해도 참혹한 그 두려움과 외로움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구야 실언과 비난으로 그쳤지만, 남원 같은 소도시는 정말 봉쇄했을 지도 모르니까. 병상도 없고 인력도 없는 지방에서 사태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상. 광주와 세월호로 이어지는 고립의 기억도 새로웠다. 이러한 상상이 망상이 아님은,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치료대상을 선별해야 하기도 했다. 우리가 대응을 잘했을 수는 있어도 체력이 좋다 말할 순 없다. 우리나라 공공병상의 비율은 10%이다. OECD 다른 나라는 73%이다. 비율로 따져서 의사는 OECD 다른 나라의 절반 조금 넘고, 간호 인력은 절반 수준이다. 이마저도 모두 수도권에 몰려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항상 답은 단순하다. 지역거점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공공병상을 확충하고, 의료 인력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의대법이 이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보류중이다. 혹자는 말한다. 효율적이지 않다고. 그렇게 해서 진주의료원은 폐쇄되었고 전국에서 가장 공공병상수가 적게 된 경남은 전전긍긍해야했다. 그러나 돈이 되지 않더라도 꼭 필요한 그런 일을 하라고 국가가 있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일은 민간이 더 잘하기 때문이다. 누구는 또 말한다. 특정 지역만을 위한 대책이라고. 그렇게 해서 정치인들은 너도 나도 요구를 하고 물타기를 한다. 5월 임시회도 불안한 이유다. 이번에도 보았듯이 감염병에 있어 1차 대응기관은 지자체이고, 의료인프라는 모든 지역에 필요하다. 그러나 전국 동시에 갖출 것이 아니라면 어딘가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그렇게 시작하면 된다. 사람들은 말한다. 선거철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해 같은 주장을 반복한다고. 그렇게 해서 공공의대법도 2월 국회에서 보류되었다. 그러나 4년에 한번이라도 국민들 마음을 얻으라고 선거가 있는 것이다. 그 때나마 국민은 주인이 된다. 평소에는 전문가 논리와 경제 논리에 따라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태는 끝나지 않았지만 선거는 다가왔다. 의료 문제는 하루 이틀 걸리는 문제가 아닌 만큼 공동체의 의지를 확인해야 하는 문제이고, 이는 곧 정치의 문제로 돌아간다. 의료나 감염의 문제는 최소한 국가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공동체의 의지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거주이전의 자유니 평등이니 지방자치니 헌법적 가치들도 보편적 의료가 확보되지 않는 한 껍데기라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음을 표현해야 한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더 쉽게 죽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해야 한다.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 공공의대법의 국회통과를 촉구한다. /윤지홍 남원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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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25 17:13

모든 이야기는 길에서부터 시작한다

박천택 (주)솔트앤파트너즈 대표이사 등산, 트레킹, 트레일 등 두 발로 걷기를 즐기는 인구가 2600만명이 넘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한국인 여행자만 6년 새 4배 가까이 늘었고, 제주 올레길은 한 해 방문자가 100만명이 넘는다. 힐링, 자연, 여유, 건강 등의 이유로 걷기 인구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걷기 여행 참여 경험이 있는 사람은 60%, 최근 1년 기준으로는 전체의 30.9%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걷기여행길이용자실태조사) 2018년 걷기여행길 이용자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걷기여행길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길은 제주 올레가 53.8%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내륙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걷기 여행길은 어디였을까? 바로 지리산 둘레길이다. 지리산을 차치하더라도 전북에는 아름다운 길이 아주 많다. 아름다운 순례길, 천년 전주 마실길,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로, 진안고원길 등 수많은 아름다운 길이 준비되어 있다. 바쁜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느린 여행, 가장 기본적인 이동 수단에 집중해 자연과 교감하고 내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여행객이 늘어가고 있다. 세상이 더욱 빠르게 돌아가고 디지털화 되어가면서 다시금 원초적인 방식의 여행이 각광을 받고 있는 듯하다. 사실 모든 여행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는 바로 <길>이다. 이 길을 걷는 다는 것은 그 장소를 가장 온전히 즐기고 이해하는 여행 방식이다. 길에는 역사, 문화, 경제, 과거, 현재, 미래 모든 요소가 녹아 들어 있다. 전북을 방문한 여행객이 전북의 길을 오롯하게 느끼고 돌아간다면 그들은 이미 전북의 팬이 되어있을 것이다. 전북의 아름다운 길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걷기 여행길이 될 수 있도록 전북도민과 지자체가 함께 노력해야한다. 길은 걷는 사람들이 꾸준하게 걸어야 유지된다. 산길을 봐도 그렇다. 사람들의 발길을 따라 새로운 생기고, 또 발길이 끊긴 곳은 길도 끊기게 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아름다운 길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많이 걸어줘야 더 많은 발걸음을 이끌어 올 수 있다. 지금 가장 가까운 아름다운 길을 사진 찍어 자신의 SNS 올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타지역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해서 주변의 아름다운 길을 자랑하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일 것이다. 지자체는 방문객의 경험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길을 관리하고 보존해야 한다. 또한 길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을 지속적으로 관리운영해야 한다. 교통편, 편의시설, 코스정보, 볼거리와 즐길거리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찾아내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야 방문객에게 살아있는 경험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걷기 여행 희망자들은 필요한 관련 정보 1위에 대해 걷기여행길 추천 코스라고 답하였다. 결국 좋은 길을 널리 알리면 방문객은 길을 따라 찾아오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가 사회적, 정신적으로 위축되어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있으면서 신체적정신적으로 위축되어 우울감을 느끼는 증상을 뜻하는 말이다. 이러한 시기에 집에서 코로나를 무작정 피하기 보다는 사회적 거리를 지켜내는 한도내에서 야외활동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정부에서도 충분한 거리를 둔 야외활동은 안전하다는 방침을 내렸다. 지속되는 실내활동으로 코로나 블루를 경험할 수 있는 이 때, 사회적거리를 지킬 수 있는 한적한 길들을 찾아 걸으며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벗어나 보길 추천한다. /박천택 (주)솔트앤파트너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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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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