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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깝게 전북연극판을 누빈 연극인 전춘근씨(49)는 올해 참 행복하다. 두 달 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세계인형극 카니발에 극단'까치동'을 이끌고 한국대표로 출전한 것도 행운이었는데, 카니발에서 2등상까지 안았기 때문이다. 2등상 상금으로 5000달러를 받아 어려운 극단 살림에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전씨는 85년 전주시립극단 입단한 후 창작극회와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까치동 등을 통해 150여편의 연극무대에 올랐고, 20여편의 연극 연출을 맡았으며, 전국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런 그이지만, 극단을 꾸려가면서 쪼들리는 생활에 이골이 났다. 7명의 '정예'단원을 이끌고 있는 그는 단원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뒷받침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단원들에게 고정적으로 월급을 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며, 작품의 흥행에 따라 개런티를 지급하지만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에도 턱없이 적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드는 인형극에서 올린 수익을 나눠 쓸 수 있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연극인 150여명. 그중 전주시립극단에서 활동하는 20여명의 연극인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민간 극단에서 활동하는 연극인들은 기본적인 생활도 버거울 정도로 고정 수입이 없다. 4대 보험의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연극인 역시 제한적이어서 질병이나 사고라도 나면 속수무책이다.실제 지난해 전북연극계 중견 배우인 김준씨(45)가 뇌종양 수술을 받았을 당시 지역 연극인들은 자신의 일처럼 여겨 김씨 돕기에 팔을 걷었다. 콘서트 등을 통해 2000만원의 성금을 모아 김씨의 수술비 등에 보태 일단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현재 김씨는 귀가 안 들려 인공 달팽이관을 달아야 하는 수술과, 간병인 등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호주머니가 얇은 연극인들의 동료애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모두들 안타깝게 여기는 상황이다.80년대부터 20년 넘게 연극이라는 한 우물만 파온 중견 연극인의 고단한 삶에서 한 연극인만의 아픔이 아닌, 연극계 전반의 어려움을 보여준다.전춘근씨는 지역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만이 아닌, 사람을 가장 중요한 재원으로 여기고 문화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육성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종합예술 장르인 연극과 연극인들을 여러 분야의 기획과 연출자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랐다.
다코타 패닝이 주인공이다. '나우 이즈 굿'은 그 자체로 봐야할 영화로 입에 오르내렸다. 2001년 작인 '아이 엠 샘' 이후 특별한 작품 없이 '가능성 있는 배우'로만 불리는 오명을 썼지만 이 영화가 다코다 패닝의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점쳐본다.도둑질이든 뭐든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17살 소녀 테사(다코타 패닝)는 사실 백혈병 환자다.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남은 순간들을 보내는 것. 학교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또래들의 경험을 쉽게 공유하지도 못하지만, 단짝친구 조이(카야 스코델라리오)와 일탈을 즐기고 시간을 채워 나간다. 그렇게 자신만의 위시리스트를 하나둘씩 실행해가던 어느 날, 테사는 착하고 따뜻한 심성을 지닌 옆집 소년 아담(제레미 어바인)을 만나게 되고 곧 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데.'버킷리스트'라는 영화가 있었을 정도로 시한부 인생과 그 시간들의 의미를 담은 작품은 많다. '나우 이즈 굿'도 그래서 변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항상 보는 풍경에도 감명을 받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나우 이즈 굿'은 단풍이 진 가을녘 같은 모습이다. 주인공이 어린덕에 그의 상황은 더 가슴 아프고 사무치지만 또, 그래서 그녀의 사랑이 아름답고 달콤하다. 어른들이라면 죽음 앞에서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테사에게서 앞으로의 인생을 배울 것이고 이제 막 시험을 마친 10대라면 현재를 다잡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영화의 제목인 'Now is good'은 '지금 이 순간이 좋다'는 의미도 있지만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좋은 때'라는 의미도 있다. '지금'은 우리 모두에게 그런 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주 한옥마을 내 온고을소리청에 위치한 여명카메라박물관(관장 한재섭)이 12월1일까지 '인도 영화의 달'을 운영 중이다.(사)한인교류회가 주관하고 인도문화원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매일 오후 4·7시 여명카메라박물관 야외공연장에서 여섯 편 영화가 무료로 상영되는 방식. 이번주(10~13일) 초청작은 가난한 소년의 성장담을 그린 '나는 칼람'(감독 닐라 마드합 판다)과 조로증에 걸린 아들이 정치인 아버지의 뒤를 잇는 감동 드라마'아빠'(감독 R. 발키)는 두 주연 배우가 실제 부자지간이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주 상영된 '지상의 별들 - 아이들은 모두 특별하다'와 '조다 악바르'(감독 아슈토시 고와리케르)는 다음주(14~16일)에도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은 '인도 영화의 달' 상영을 기념해 관람권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행운의 추첨을 준비했다. 10·17·24일과 12월1일 영화 상영이 끝난 뒤 한재섭 관장이 직접 그린 한국화 1점(4호)과 박물관 관람권(2매씩 2명)을 선물한다. 영화는 무료 상영되나, 소액의 입장료(3000원)는 있다. 월요일은 휴관. 문의 063)232-5250.
우진문화재단(이사장 양상희회장 김경곤)이 10일 오후 7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음악으로 떠나는 세계 여행'을 준비한다.글로리아스트링오케스트라(단무장 양영은)는 한국의 '아리랑', 미국의 'Summer time', 브라질의 '리베르 탱고', 이탈리아의 '시네마 천국' 등을 연주해 토요일 밤의 낭만을 책임진다.글로리아스트링오케스트라가 문화예술교육사업 일환으로 아마추어 연주자 등으로 조직한 '아마토' 글로리아스트링 오케스트라는 11일 오후 5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제1기 연주회를 갖는다. 모차르트 교향곡 25번부터 김동률의 '거위의 꿈'까지 국적장르 불문한 곡들을 소화한다. 10일 공연은 유료(1만원), 11원 공연은 무료. 두 공연은 전북도의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일환으로 마련됐다. 문의 063)272-7223. woojin.or.kr
국립오페라단(단장 김의준·사진)의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출연하는 오페라 갈라콘서트가 9일 김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이번 갈라콘서트는 성악가 한경미 씨 해설로, 1부는 오페라 '세빌리야의 이발사' '나는 이마을 최고의 이발사' 오페레타 '메리위도우' 등을 선사하고 2부에서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등 우리 귀에 익은 명곡들을 모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오페라 아리아를 중심으로 매혹적이고 경쾌한 선율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나는 '화가이되 회화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손끝에서 나오는 붓질이 갑갑하기만 하다. 내 몸 깊숙한 곳에서 솟아나는 에너지이지만, 어떤 질서감을 갖고 있는 무엇이 나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걸 꺼내어 어떤 형태로든 드러내 놓는 것, 그게 내겐 '작업'이었다. 아니 차라리 '노동'에 가까울 수도 있었다. 몇 년 전에 찾아낸 것이 나무판과 손도끼였다. 나무판을 거칠게 손도끼로 찍어냈다. 나무판은 순하게 도끼를 받아들여 골을 깊고 얕게 내기가 수월했으나, 섬세한 터치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내가 찾는 바였다. 깊은 골을 내면서 산골짜기로부터 산마루로 치달리는 터치들이 나와 주었던 것. 질서감을 갖고 달리는 거친 터치들을 그라인더로 다듬은 후, 바인더를 입혀 마감을 했다. 그리고 그 위에 깊은 코발트블루, 원색에 가까운 주황, 연두색 아크릴 물감을 칠하다 못해, 먹이다시피 했다. 도끼로 찍어내고, 쪼아내고, 그라인더로 다듬고, 바인더를 입혀 마감하고, 아크릴 물감을 먹이고. 그러길 십 수 번 반복했다. 거친 '작업'이자 고된 '노동'이었다. 마지막 작업은, 스펀지에 프러시안 블루와 같은 짙은 색 물감을 묻혀 나뭇결의 볼록 부분에 스치듯 칠해나간 것이었다. 그러자 굽이치는 산줄기들이, 깎아지른 듯 암벽들이, 산에 내재된 골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결과물 중에는 정연한 질서 안에 거친 에너지를 가둬버린 것들이 아쉬웠다. 개중에는 질서 밖으로 팽팽하게 터져 나오려는 에너지들이 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다음 전시를 기약해본다.※ 서양화가 나종희씨는 용산참사평택미군기지반대 등 사회적인 이슈들을 작업의 중심에 삼아왔으며, 최근 독도와 백두산 여행을 계기로 '산'작업에 손을 댔다. 서울에서 활동을 하다 동학농민혁명에 관심을 갖고 동학 관련 유서가 깊은 김제 원평에 둥지를 틀고 작업을 하고 있다.△나종희 제8회 개인전 '산 산 산'= 전주 서신갤러리에 이어 12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의 행사가 있으면 그 과정과 결과를 빠짐없이 기록하여 의궤로 편찬했다. 그런데 행사가 끝나면 한 부의 의궤만 만든 것은 아니었다. 보통 다섯 부에서 아홉 부를 만든 것이다. 그 중 한 부는 반드시 왕이 보는 '어람용' 의궤로, 나머지는 행사와 관련된 중앙 관청이나 지방사고 보관용으로 만든 '분상용' 의궤였다. 한 행사 때 만들어진 의궤에는 같은 내용이 수록되었지만, 어람용 의궤는 왕이 보았던 의궤였기 때문에 분상용 의궤와는 다르게 특별하게 제작되었다. 우선 표지에서부터 어람용 의궤는 분상용 의궤와는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어람용 의궤의 표지는 초록색 비단을 사용하였다. 초록색 비단은 구름무늬, 봉황무늬, 연꽃무늬 등으로 짜여진 것도 있고 아무 무늬 없이 제작된 것도 있었다. 책의 가장자리에는 여러 장의 종이를 철하는 변철이라는 긴 막대와 같은 금속이 사용되었는데 변철은 고급 놋쇠로 만들었다. 이 변철은 머리가 둥근 박을못 5개로 고정하였고, 박을못도 역시 국화 모양의 판으로 고정하였다. 어람용 의궤의 종이는 초주지라는 고급 종이를 사용하였다. 사실 초주지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방법이 전해지지 않아 현재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현재 남아 있는 의궤를 통해 본다면 초주지는 다른 종이에 비하면 매우 두껍고 발색이 잘되며 오랜 세월이 지나도 쉽게 변색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의궤 중에는 만든 지 300년이 지난 것도 있는데 이를 보면 바로 얼마 전에 제작된 것이라도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여서 초주지의 질이 얼마나 좋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이에 비하면 분상용 의궤의 표지는 베로 만들고, 초주지보다는 질이 떨어지는 저주지를 사용하였다. 행사의 내용을 기록한 의궤의 속지 역시 어람용 의궤는 분상용 의궤와는 달리 제작되었다. 우선 속지의 각 면에는 붉은 색 테두리와 세로 줄이 그어져 있는데 이를 인찰선(印札線)이라 한다. 그 간격과 굵기가 일정하여 마치 판으로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조선시대 그림을 담당한 관청인 도화서 화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그은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글자도 당시 공식문서나 외교문서의 작성을 담당한 사자관이 해서체로 단정하게 써내려갔다. 수백 페이지에서 많게는 만 페이지가 넘어가는 어람용 의궤의 인찰선과 글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흐트러짐 없는 것을 보면 어람용 의궤 제작에 들어가는 공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림 역시, 분상용 의궤가 반복되는 인물이나 기물은 도장으로 찍고 일부 그림이나 색채는 생략한 반면, 어람용 의궤는 도화서 화원들이 반복되는 인물을 일일이 손으로 그리고 색상 또한 선명하게 채색하였다.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의 반차도에는 등장 인물이 총 1299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많은 인물을 도화서 화원들이 일일이 붓으로 그린 것이다. 이렇듯 어람용 의궤는 그 재료에서 제작 방식에 이르기까지 분상용 의궤와는 달리 많은 공력을 들어 정성껏 제작되었다. 즉, 어람용 의궤는 조선시대 각 분야의 최고의 역량을 보여준 결정체였던 것이다. 황지현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사
전주 한지가 중국 북경의 한복판에 선다. 주중 한국문화원이 주최하고 (사)천년전주한지포럼(회장 강진하)·한지산업지원센터(센터장 정창호)가 주관하는 '2012 북경 한지문화제'가 10~11일 주중 한국문화원에서 열린다. 올해 한지문화제가 공을 들인 대목은 전주 한지 상품을 구매 가능한 북경 업체들과 주선에 있다. 현지 업체로 참여한 지리산한지(남원), 천양제지(전주), 아르텍스디자인연구소(군장대) 등이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한다. 강진하 대표는 "한지를 한류의 또 다른 문화콘텐츠로 내세워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오려는 행사로 현지에 한지의 대중화·세계화로 이끌기 위한 전초전"이라면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지 상품의 수요를 유도하고 기업에 연계시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매년 진행됐던 전시 대신 (사)전주패션협회 회원들이 특별 디자인한 한지 의상 60여 점이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 대신한다. 더불어 한지 벽지·포장지를 비롯해 인테리어 소품 등을 소개하고, 한지 공예품을 만드는 체험도 진행된다. 전주 한지를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조직된 (사)천년전주한지포럼이 지난 2007년부터 중국 상해, 독일 베를린과 체코 프라하, 캐나다 밴쿠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터키·이스탄불 등에서 이어왔다.
1996년 5월, 서울 명동과 홍대 앞에 난장판이 벌어졌다. 거리에 무대가 세워졌고, 행인들은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밴드'크라잉 넛','옐로우 키친' 등이 록 공연을 펼친 것. 결국 공연 후반부에는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어져 난장판이 됐다.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드럭에서 밴드들이 벌인 이 공연의 이름은 '스트리트 펑크 쇼'. 록 음악에 열광한 청춘들이 대거 홍대 앞으로 몰려들면서 한국의 인디 문화 붐이 이뤄졌다.'제2의 홍대 거리'를 표방하는 지자체의 문화예술의거리사업의 첫 테이프를 익산에 이어 전주가 끊는다. 동문예술거리추진단(단장 이강안)·동문예술거리협의회(대표 홍석찬)가 주최·주관해 10일부터 18일까지 전주 동문예술거리 일대에서 여는 '동문예술거리 페스타'. 이강안 단장은 "지난 9월 '동문예술거리협의회'를 구성하고 페스타의 방향과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면서 동문거리 내 문화예술인들이 힘을 모아 거리공연에서는 보기 드문 다양한 장르를 아울렀다"고 했다.홍대 앞처럼 혈기왕성한 인디 뮤지션들이 펼쳐내는 라이브 콘서트의 향연까지는 아니더라도 창작지원센터 1호점(풍전콩나물국밥 옆) 앞에 마련된 간이무대에서 동문거리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예술인들의 품을 아우른 공연으로 준비된다. 동문거리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창작극회, 인형극단 '까치동', 전통문화마을, 인형극단 별'Puppets theater', 한스타일 장돌뱅이 등 실험정신이 펄떡이는 공연으로 10일을 책임진다. 같은 날, 극단 T.O.D랑은 루이엘모자컬처센터 1층 카페에서 카페 연극을, '차라리 언더바'와 창작지원센터 2호점이 인디 밴드 공연으로 '클럽 데이'를 꾸린다. 동문거리 내 작업실을 갖는 작가들은 17~18일 작업실을 공개하고 안내한다. 서양화가 조해준씨가 신청을 받은 관람객들과 동행해 투어 프로그램으로 숨은 동문거리를 만나도록 주선한다. 창작지원센터 1호점에서 18일까지 이어지는 콩나물국밥집·헌책방 등 상점의 의미있는 물건을 모아 펼치는 '동문 사물 집합'展, 동문 토박이 사진작가인 장근범의 '동문 프로젝트'展, 유기준 아트샵에서 작가·시민들의 눈으로 본 동문을 옮겨놓은 '동문 상가 풍경'展 등도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16일 오후 4시 창작지원센터 1호점에서 열리는 동문포럼'미술인들이 말하는 동문예술거리'는 지역 예술인들이 문화예술의거리조성사업의 안착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자리. 차라리 언더바는 10일 문화예술교육과 디지털체험관'끌림'은 10~18일 디지털체험을 준비한다. 개막식은 10일 오후 1시 동문예술거리 창작지원센터 앞에서 열린다.
전북투자유치사무소장과 무주부군수를 지낸 유영만씨가 에세이집 '무주에서'를 냈다(선우미디어). 유씨는 부군수로 재직했던 무주군에서의 2년 반 동안이 삶의 폭과 깊이를 더해 준 제2의 고향이자 추억의 샘터가 됐다며, 또 하나의 인생목표로 잠재해 있던 글 쓸 계기와 터전이 됐다고 했다.
정읍 출신의 소설가 한지선씨(58)가 장편소설 '여름비 지나간 후'를 출간했다(개미 출판사). 2007년 소설집 '그때 깊은 밤에' 이후 5년만이다.한씨는 전주교육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 사서직을 그만두고 작품활동에 전념해왔다. 1995년 단편 '겨울 이별'로 문단활동을 시작했다.저자는 "오래 감춰놨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며, "내가 만든 작은 연못처럼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시간 속에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책 제목의 장편과 함께, '이층방의 연가'작품이 한 권의 책으로 묶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작가로 유명한 허균(1569~1618)이 미식가인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쓴 '도문대작(屠門大嚼)'은 1611년 우리나라 팔도의 별미음식을 소개한, 현존하는 국내 가장 오래된 향토음식 품평서다. 도문은 푸줏간의 문을 뜻하고, 대작은 크게 씹는다는 뜻이다. 이 책은 허균이 유배지 익 산 함라에 머물며 집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KBS전주방송총국(총국장 김영선) PD와 방송작가, 음식칼럼니스트들이 뭉쳐 '허균이 탐한 新도문대작'을 냈다(이상 출판사). 청주·대구방송총국과 함께 공동으로 제작한'3道3味'방송 내용중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55개 아이템을 엄선해 정리한 책이다.음식기행 '3道3味'는 2010년 5월 13일 고창 바지락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00회를 넘기고 있으며, 그간 다룬 아이템만해도 지역마다 200여개에 이른다. 정읍 구절초 음식, 진안 호박, 순창 호두, 전주 미나리, 군산 물메기탕, 남원 시래기, 진안 꿩, 전주 남부시장 피순대·팥죽, 익산 황등엿, 정읍 떡갈비·녹두죽, 군산 도다리, 부안 백합·표고버섯, 익산 죽순요리, 남원 추어탕, 임실 민물고기·청둥오리, 완주 진달래 화전, 군산 꽃게요리, 무주 찰옥수수 등 계절별 별미들로 정리됐다. 음식의 맛과 비법, 마을에 얽힌 사연 등이 푸짐한 인심과 구수한 입담까지 얹어 소개됐다.음식칼럼니스트 송영애씨, KBS전주방송총국 김정기 편성제작국장·방송작가 진경은·최재희씨가 공동 집필했다.
대한민국 발'말춤'이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 나가며 열풍을 일으킨 데에는 쉽고 재밌는 노래, 소위 'B급 문화'를 통한 카타르시스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 성재민 본보 문화전문시민기자(29)가 '소셜 캠페인 마음까지 마케팅하라'(북 카라반)를 펴낸 이유 역시 '데이터 쓰나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팁(Tip)을 주기 위해서다.그는 "소셜 미디어 등장과 함께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의 주체였던 기업·브랜드의 힘은 약화되고, 소비자 힘은 강해졌다"면서 "기업이 소셜 미디어에 주목하는 것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아가는 통로로 활용되기 때문"이라고 했다.그가 꼽은 성공하는 소셜 캠페인의 7가지 코드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요소를 분석해놓은 것.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 깜짝 공연 선물을 안긴 코오롱,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축구 경기 대신 클래식 공연장에 갈 것을 유도해 그곳에서 짜릿한 반전의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한 맥주 브랜드'하이네켄' 등은 '뜻밖의 행운'(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첫 번째 지침으로 제시됐다.사람들이 명품에 열광하는 것은 선택받은 소수가 누리는 특권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오직 100명만 누릴 수 있는 포드의 신차 탑승, 페이스북 포토 태깅만 하면 신제품 가구가 내 손에 들어오도록 하는 세계적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특별한 경험'은 두 번째 코드. 싸이가 월드 가수로 자리매김하게 해 준 '강남 스타일'의 돌풍은 세 번째 코드 재미의 힘에서 찾았다.소셜 미디어를 통한 지역의 재발견을 시도한 성공 요소'로컬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전라북도가 블로그를 만들고, 트위터·페이스북으로 연결한 홍보 정책이 우수 사례로 소개됐다.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뜻밖의 행운, 특별한 경험, 재미, 공익성, 지역성, 진정성 등을 적절하게 가미해 사람들이 소셜 캠페인에 매력을 느끼고 스스로 참여하고 싶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 급변하는 소셜 미디어 시대에 커뮤니케이션 변화를 요구받는 이들에게 딱 '안성맞춤'인 책이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말마따나 "정치는 먹는 것을 나누는 행위다." 누가 더 먹고 누가 덜 먹을 것인가, 누가 좋은 것을 먹고 누가 나쁜 것을 먹을 것인가가 정치에 의해 결정된다. 대기업의 값싼 먹을거리를 선택하면서 소비자는 재벌 중심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게 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 간편한 식사 대용으로 먹는 김제 '찐 쌀'(올벼쌀)밥은 한국 음식의 중심이다. 주변의 짜고 맵고 강한 맛이 나는 반찬들을 곁들이자면 이 중심이 잘 서야 한다. 맛있는 밥을 짓자면 맛있는 쌀을 고르는 것이 순서. 지역품종재배 방법에 따라 쌀의 등급을 나누고 가격을 차별화해 놓았으나 이 맛의 차이를 당최 알 수가 없다. 불변하는 사실은 '갓 도정한 쌀'이 밥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이유라는 것. 싱싱한 재료일 수록 맛있다는 것은 쌀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치다. 전북은 김제의 '지평선' 등과 같은 브랜드로 고품질 쌀 생산을 주도해왔다. 김제 일부 농가는 2001년부터 '올벼쌀' 생산을 통해 우리 쌀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다. '올벼쌀'은 일찍 수확한 햅쌀을 주 원료로 약 80~85% 정도 익었을 때 가마솥 수증기로 쪄서 현미로 도정해 고소한 맛을 내고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도록 한 것. 일부 농가가 설립한 '벽골제영농조합법인'은 명맥만 이어오던 올벼쌀을 다양한 시행착오 끝에 농약을 전혀 하지 않은 '무농약 올벼쌀'로 특허 출원(2002)까지 해놨다. 임경식 벽골제영농조합법인 대표는 "현대인들의 간편한 아침 식사는 물론 등산골프 등 야외 운동을 하는 나들이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연간 매출액은 환산할 순 없으나, 김제지평선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만도 매출액이 3500만원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북은 무농약 올벼쌀 생산을 선점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남 보성의 올벼쌀 생산에 밀리고 있다. 전남은 1990년대부터 올벼쌀 생산에 눈을 돌린 뒤 2002년부터 지자체 지원으로 보성농업협동조합을 통해 최첨단 설비를 갖춰 연간 520톤을 생산, 연간 매출액은 20억에 이른다. 보성 올벼쌀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지리적 표시(제71호)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 인증 등을 토대로 전국 농협을 통해 판매망을 확대해나가는 한편 2005년부터 식품연구원과 연구를 거듭해 '항충치 올벼쌀'과 '올벼 스낵바' 등을 내놓기도 했다. 올벼쌀에 충치를 막아주는 물질을 코팅한 '황충치 올벼쌀'은 고소하고 쫀득거리던 기존의 맛에 단맛이 첨가됐고, '올벼 스낵바'는 간편한 식사 대용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제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 보니 생산이 중단됐다. 최근엔 1회용 커피믹스처럼 휴대하면서 먹도록 10개 씩 묶음 상품으로 내놓는 '부드러운 백자골 올벼쌀'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자연 건조해 더욱 달고 쫀득쫀득한 흑곶감완주군의 특화 작물은 뭐니뭐니 해도 감이다. 완주 동상비봉화산운주 등은 연평균 온도가 적당하고, 토질이 비옥하고 물 빠짐이 좋아 떫은 감의 재배지로 최적으로 꼽힌다. 또 일교차가 심한 날씨는 감을 말리고 숙성하는 데 유리하다. 완주 감 산업의 8할은 고부가 상품인 곶감이 차지했으나, 지자체와 식품 연구소가공업체 등이 손을 잡고 감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 개발에 나서면서 감잎차조청감식초 등 감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하지만 농가의 고소득 작물은 여전히 곶감이 차지하고 있다. 완주 고산비봉면 등에서 나오는 '두레시'는 크기가 크고 당도가 높아 연시(홍시) 혹은 곶감으로 이용되는 반면 완주 동상면의 '고종시'는 크기가 작고 씨가 거의 없는 것으로 곶감 및 감식초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전국의 곶감 시장을 상당 부분 접수한 상주의 곶감은 곰팡이가 피거나 색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유황 훈증'을 한 곶감이라는 점에서 완주의 흑곶감과 대비된다. 감을 유황에 쏘였을 때 나오는 아황산가스가 표면을 코팅하면서 병균 침입은 물론 산화까지 막아 색이 검게 변하는 것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주에서는 기후에 따라 곶감 품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색도 검게 변해 소비자의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연 건조를 고집하고 있다. 고산농협 이동원 과장은 "'완주 흑곶감'은 물이 많은 두레시를 깎아 자연 상태에서 건조하기 때문에 보기에는 검붉은 색을 띠지만 겉이 얇고 말랑말랑해 젤리를 씹는 것처럼 쫀득쫀득한 것이 특징"이라며 "이 곶감은 조선시대 임금님에게 진상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계 건조 곶감은 당도만 높을 뿐 곶감 고유의 향이 없는 반면 자연에서 건조한 곶감은 곶감에서 나는 발효의 향이 있다고도 했다.
"지역 식재료의 재발견은 반갑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식자재를 브랜드화 하기엔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단 행정에서 국가 공모 사업을 응모해 보면,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가공상품이 나올 수 있는 산업에만 지원이 이뤄지거든요. 그러다 보니, 수효가 많지 않아 시장이 좁아질대로 좁아진 식재료의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킬 개연성이 줄어듭니다."한국조리기능장인 차경옥 전주시청 한스타일관광과 한식 담당 주무관(49)은 지역 식재료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키는 것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국가 혹은 지자체 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주시가 농림부의 향토산업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여러 차례 도전한 미나리가 대표적인 예. 그는 "농가들이 자부담까지 감수하면서 미나리를 활용한 가공상품을 비롯해 미나리 꽝을 이용한 썰매장, 미나리 체험 등을 제시했으나 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적었고, 정작 농가가 필요로 하는 인프라 사업과는 거리가 있었다"고 했다. 농림부가 향토자원을 산업화하기 위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자원 보다는 다양한 시도로 발전 가능한 식재료 혹은 향토자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차 주무관은 "각 지자체가 생산하는 식재료가 전국적 유통망을 통해 보급되면서 그 지역에서만 나는 특산물이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어떤 식자재이건 선점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면서 "결국 이 주도권을 유지하는 길은 지역 식재료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여기에 스토리텔링을 입혀 문화상품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라북도문학관(관장 이운룡)이 처음 주최한 '꿈을 수놓는 중·고등학교 학생 백일장'에서 이왕진(아중중 1년)·김윤영(전주 한일고 1년) 학생이 중학부와 고교부에서 각각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백일장은 지난달 26일 전주시내 중고교 재학생 150여명이 참가, 신현근 작가의 '좋은 글쓰기의 집중 상상력·마음의 자세'를 주제로 한 특강과 함께 전라북도문학관에서 치러졌다. 심사위원장인 이운룡 시인은 "이번 참가한 학생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말은 있으나 쓸 만한 말을 찾기 힘들었다. 어떤 사물이든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존재 의미가 있다. 그게 사물의 이야기가 되어 나오려면 사물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중학부 우수상=문은숙(덕진중 2년), 임다정(성심여중 2년) △고교부 우수상=최은제(전주한일고 1년), 공나윤(전주한일고 2년)
남원과 전주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해온 방수미 명창(37, 국립민속국악원 단원)이 문화관광부가 선정하는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장관 표창) 수상자에 뽑혔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은 문학 등 8개분야에 걸쳐 20~30대 젊은 예술가들을 선정해 93년부터 시상하고 있으며, 방씨는 전통예술 부문 수상자에 선정됐다. 수상자에게는 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방 씨는 KBS 서울국악대경연대회 판소리부문 차상(2003)을 수상했으며, 올 우진문화재단과 전주문화재단이 마련한 판소리 완창 무대에서 4시간 30분에 걸친'심청가'완창 무대를 갖기도 했다.
한국예총 전주지회가 주최하는 제20회 전주예술제가 9일부터 3일간 전주 풍남문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예술제는 전주국악협회의 길놀이(호남풍물패)와 연극협회의 뮤지컬 갈라 공연(극단 명태)을 식전 공연으로(오후 1시20분), 퓨전타악 '환희'(타울림)·연화무(늘마루무용단)·합창(늘푸른합창단)·뮤지컬 '캣츠'(극단 명태)로 예술제의 문을 연다.이틀째인 10일에는 다문화가족 노래자랑과 모듬북 공연 '개벽', 한울림 어코디언합주단 연주·아미고스 솔리스트 앙상블의 연주 등으로 진행된다. 마지막 무대는 소프라노 오현정·금관앙상블·판소리·민요·밸리댄스·빅밴드 연주로 늦가을을 수놓는다.
미디어아티스트 송대규(35사진)씨가 10일 오후 5시 전주 향교에서 깜짝 결혼식을 올린다. 그가 직접 만들어 보낸 모바일 초대장'아름다운 소유'는 송대규의 '송'과 아내가 될 유성례(35전주 서신초 교사)씨의 '유'를 따서 지은 것. 그는 야외 결혼식을 핑계 삼아 전부터 찜해둔 전주 향교를 배경으로 한옥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를 준비했다. 미디어 파사드는 빌딩을 작품의 벽면으로 삼아 LED(발광 다이오드)나 빔 프로젝트의 밝기와 색상을 조절해 형태와 움직임 등을 표현하는 방법."결혼을 왜 저녁에 하느냐","주차하기 힘든 향교를 선택했느냐"는 어르신들의 점잖은 불만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중요한 출발점을 알리는 다소 늦은 결혼을 단순히 손님을 맞기 위한 '식'이 아닌, 결혼의 의미를 함께 되새겨보는 '축제'로 만들고 싶어서였다. 더욱이 한옥 미디어 파사드의 종착점은 향교여야 된다고 믿었던 탓도 있다.1시간 동안 진행될 이들의 결혼식은 12부로 나뉘어 치러진다. 1부에서는 미디어 파사드로 등장해 주례 대신 신랑신부를 아끼는 지인들의 영상을 관람한 뒤 혼인서약을 한다. 2부에서는 해금을 연주하는 전북도립국악원 단원 고은영씨와 대금연주자 이창선씨, 타악연희원 '아퀴'에서 활동하는 강형우씨 등이 축제의 분위기를 이끌 듯. 한옥 미디어 파사드로 인한 그의 결혼식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잔치가 될 것 같다.
전주시립극단의 '열하일기만보'(연출 류경호·3~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는 기이함을 일상 코드로, 일상의 당연함을 기이함의 코드로 버무린 사유 담론 놀이극이다. 연암이 말로 태어나 겪는 기이한 이야기, 그 안에 소통을 가로막는 기이한 언어 담론 놀이가 펼쳐진다. 말도 아닌 것이 노새도 아닌 것도 그렇다고 개보다 약간 큰 암컷 말로 태어난 자, 그런데 그 동물이 기이한 사연들을 인간의 언어로 쏟아낸다. 주변의 반응은 놀랍다. 그러나 통치 질서를 어지럽힌 죄목으로 사형 혹은 추방형이라니, 말 주인 창대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겨우 금언령이 내려진다. "히히히잉 부르르르", "히히히잉 부르르르", 인간의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동물로 되돌아가야 한다. 말 고유의 모습으로의 길들이기, 그런데 극존칭을 요구하는 황당함이 벌어진다. '주인님 제발 간청하오니 인간의 말을 버리시고 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말 고유의 언어를 써주세요'. 말 '미중'의 황당한 요구, 터트림의 정서와 억제의 정서, 곱게 키우고 사랑했기에 자존심을 구기며 맘에도 없는 존칭 언어로 대해야 하는 아이러니, 여기에 미묘한 비틀림 정서가 버무려지면서 진한 능청 놀이의 맛이 우러나온다. 안세형의 농밀한 육체 언어가 관객을 놀이 우화의 아우라 안으로 자연스레 이끌어 들인다. 어둡고 칙칙한 복색에 머리 위에 안경을 걸쳐 쓴 마을 사람들(김영주 외), 동일 복제 이미지로의 반복 컨셉은 획일 문화에 길들여진 자들에 대한 통렬한 패러디다. 기이한 것을 찾으러 온 어사(홍지예)의 등장으로 뜻밖의 반전이 시작된다. 미중에게 말을 금했던 자들이 거꾸로 애원하는 자가 된다. 동물의 마음을 달래려는 자들(정경림 외), 좌정하고 앉아 있는 동물에게 읍소하며 술을 빚어 갖다 바친다. 극은 게임이요 전략이다. 획일 독재를 해왔던 마을 장로들(염정숙 외)이 동물에 의해 농락되어가는 장면은 이 우화 놀이극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동물 미중에게 애걸해하며 비굴해 하는 자들(최균 외), 이들을 제압해 나가는 동물, 개인과 집단의 반전 놀이극 구도, 이를 창의적으로 소화해낸 류경호의 연출 컨셉은 조롱 정서와 사유 쾌감을 동시에 유발시켜 낸다. 극 해설자 '연암'에서 말 '미중' 역할로 변신하는 과정, 어슬렁어슬렁 인생 담론을 펼쳐가며 또 다른 미지의 곳을 향해 사라지는 연암의 유유자적함, 이를 비유적으로 조망케 한 서형화의 농익은 게스투스 배우술은 무대 전후좌우 빈 공간을 충분히 제압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더욱 진한 서사 놀이 맛깔을 유도해 낸다. 청년들의 집단 정사와 재치 있는 상징 놀이 컨셉, 창대의 사설 타령 언어와 마을 사람들의 화답 코러스가 신선미와 역동성을 유발하지만 공연 중후반부는 템포와 속도와 이미지 창출 측면에서 변별성이 약화된다. 술집작부 이미지의 어사, 그의 괴이한 놀이 언행, 비 본질에 종속된 자들의 우화 행진 그림들, 이를 예측 불허의 상징 퍼포먼스로 펼쳐 놓았다면 더욱 풍성한 놀이 우화 묘미가 우러나왔을 것이다. /김길수(연극평론가·순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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