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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들릴까?

소희야 가을이다. 우리 학교에 가을이 오면 좋지. 학교 뒤 밭 감은 해와 바람을 따라다니며 얼마나 붉게 익니? 그래, 덕치초등학교는 영원한 '우리 학교'지. 너희들을 떠난 후 어느 날 학교에 가 보았더니, 살구나무가 없어졌더구나. 다 산 거지. 서운했지만, 어쩌겠니. 내가 평생 보고 산 나무였다. 살구꽃이 피면 나는 늘 살구꽃잎이 내리는 꽃 잎 속에 앉아 글을 썼지. 살구나무는 내 지붕이었고, 내 책상이었고, 내 연필, 내 공책이었단다. 소희야 할머니는, 언니는 어떻게 지내시느냐. 궁금하구나. 현아야, 할아버지 할머니는 잘 계시느냐. 네가 처음 전학 온 날을 난 기억한다. 다리가 아픈 너를 업고 점심을 먹으러 다녔지. 네 얼굴에서 네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놀랐단다. 네가 처음 쓴 글'바스락 소리/ 뭘까?' 는 내 삶의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았단다. 세상을 향해 처음 귀를 번쩍 뜨던 사랑의 소리를 너는 잡아냈지. 승진아, 지금도 그림을 그리는지 모르겠구나. 도화지에 코를 박고 그림을 그리던 기억이 새롭다. 어머니는 언니는 잘 있고, 아버지는 지금도 그림을 그리러 다니시느냐. 승진아 네 옆에 앉아 네가 그려내는 세상을 바라보며 나는 행복했단다. 두환아, 새로 얻은 세 번째 동생은 잘 크느냐. 큰 형인 네가 동생들을 잘 돌보는 너른 마음을 나는 좋아했지. 형다움을 키워가는 너는 착했지. 잘 울었잖아. 잘 운 사람은 착한 사람이란다. 동생의 쉬아 소리를 비오는 소리로 생각한 네 글을 보며 우리 웃었지. 강산아, 지금은 어느 공사장에 있는지? 네 머리통을 보며 나는 강호동을 생각하며 웃곤 했다. 어쩌면 그렇게 강호동을 닮았는지, 성민아 할머니, 아버지는 잘 계시지. 어느 날 할머니를 만났더니, 성민이가 요즘은 집에 와서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놀랐다. 자연을 보고 네가 하는 일에 대해, 마을과 산과 들과 곡식을 보며 생각하는 힘을 키우도록 너희들을 돕고 싶었단다. 날아가는 새를 보면, 내리는 눈을 보면 어찌 생각이 일어나지 않겠니? 생각은 세상을 바꾸고 가꾸는 힘이지. 머리통이 돌 같던 체환아, 어느 날 머리로 유리창을 받아 깼지. 참 내, 유리창이 깨지는지 안 깨지는지 머리로 받아보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니? 그게 너였다. 잘생긴 민성아, 어느 날 너의 집 앞을 지나는데, 네가 나를 보고 달려와 나를 크게 껴안았지. 그 때 나를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던 네 모습과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던 네 어머니기 생각나는구나. 연희야, 아버지는 지금도 포클레인을 가지고 일 다니시느냐. 언젠가 밥집에서 보았다. 순하고 예쁜 연희야, 나는 네 아버지와 고모들과 작은 아버지들을 가르쳤지. 얼굴들이 다 동그란 모양인데, 너만 갸름한 얼굴이었지. 희진아, 머리를 깎고 선생님과 친구들과 학원 선생님과 엄마가 다 다르게 너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글을 쓴 일이 생각나니? 내가 학교를 그만 두었을 때 너는 이런 글을 썼다. '김용택 선생님, 저 희진이예요. 항상 같이 지냈는데 헤어질 생각을 하니 벌써 보고 싶어집니다.' 그래 그렇구나. 희진아 보고 싶구나. 재영아, 나는 너에게 많은 잘못을 했다. 내가 어른인데 왜 내가 너를 더 이해해주지 못했는지 모르겠구나. 재영아, 네가 커서 우리가 어디에서 만난다면 나는 너에게 용서를 빌겠다. 나의 잘못은 어쩌면 너와 나만 아는 일인지도 모른다. 너를 생각하면 나는 늘 이렇게 속으로 말한단다. 재영아 나를 용서해다오. 너는 어느 날 이런 시를 썼다.'거미줄에/이슬이/동글동글/바람에 흔들린다.//가만히/들어보면/음악이 들릴까?'샛노란 가을 들녘을 바라보고 있자니, 너희들이 보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썼다. 모두 건강하게 잘 있거라. 방황이 있을 것이고, 슬픔이 있을 것이고, 고통이 있을 것이니, 그 걸 알 나이에 이르면 아이들아 그 것이 삶이니, 네 마음이 시키는 말을 따라가며 잘 다스리고 가다듬는 법을 터득하길 바란다./본보 편집위원

  • 문화일반
  • 기고
  • 2012.10.09 23:02

권해효·유키스, 日·동남아 관광객 입맛 유혹

배우 권해효는 일본에 남다른 애정이 있다. 그는 한류 열풍의 단초를 제공한 드라마'겨울 연가' 출연으로 인연을 맺은 뒤 애정을 갖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일본이 대지진 참사를 입었을 때 모금 운동에 앞장서는가 하면, 일본이 계속 묵과해온 위안부 할머니 보상 문제와 재일 조선인 학교 지원에 목소리를 높여 일본인들에게 인지도가 높다. '2012 한국음식관광축제'가 '2012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일본을 비롯한 중국 등 동남아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배우 권해효와 최근 동남아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그룹 '유키스'를 초청했다. 일본에서 '가정에서 만들 수 있는 간단 레시피 권해효의 한국요리교실'(2009)을 출간한 바 있는 권해효는 '음식 명인 쇼 - 맛의 비밀을 찾아서'를 통해 숨겨진 실력을 발휘할 예정. 신인 그룹'유키스' 역시 특별한 재료 없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야식 혹은 간식을 선보인다. 영화 '플라잉 위드 유' 개봉을 앞두고 찾는 홍보대사 장나라를 비롯해 배우 윤손하 역시 중국일본 관광객들을 껴앉기 위해 한국음식관광축제가 '찜'해 둔 스타. 배우 윤손하는 아쉽게도 출산을 앞두고 음식관광축제를 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 일본에서 활동한 권해효가 홍보대사와 같은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한국음식관광축제 기획추진단이 올해 목표로 삼은 관광객 50만 명. 해외 여행사 관광객 1만 5000명 중 중국(58%), 일본(20%), 동남아(18%), 유럽(2%) 등으로 나타나 중국일본 관광객들을 붙잡기 위한 홍보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국음식관광축제 기획추진단은 올해도 해외 관광객들을 겨냥해 동남아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미국러시아 등 20개국 대사관을 비롯해 일본과 MOU를 맺어 연구 개발을 통해 공동 상품을 내놓는 한국 음식 업체, 일본 후쿠오카 식품 관계자 등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09 23:02

'집밥'으로 엿보는 한국인 밥상의 뿌리

2012 런던 올림픽 챔피언들이 손꼽은 최고의 보양식은 바로 '집밥'이었다. '2012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한국음식관광축제 추진기획단(단장 문윤걸)이 여는 '2012 한국음식관광축제'(18~22일 전주 월드컵경기장)가 주목한 게 '집밥'. 삼국·통일 신라 시대부터 2000년대까지 총 7가지 집밥을 토대로 한 '한국인 밥상'이 우리나라 식문화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올해 음식관광축제가 내건 콘셉트는 음식의 뿌리와 기억을 담아내는 '코리안 푸드멘터리'.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문화·역사를 접목시켜 '한국인의 맛'을 찾아가는 음식관광축제는 지역의 맛집을 끌어들여 그들이 축제의 또 다른 축이 되도록 신경 썼다. 문윤걸 단장은 "세상의 모든 음식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면서 "한식을 매개로 한 잃어버린 기억과 후세에게 전해줄 기억을 찾아내는 지역의 다양한 '푸드멘터리'를 완성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별 기획전에는 '한국인의 밥상'(한국의 집밥)을 중심으로 50년 넘게 전북의 음식에 관한 열정과 정성으로 전주비빔밥·콩나물국밥·순대의 맥을 이어온 '대를 잇는 전북의 맛집', 전북의 음식 명인들이 속 깊은 이야기를 펼치는 푸드쇼'맛의 비밀을 찾아서' 등이 이어진다. 우석대·전주대 학생들이 한식의 변신을 핑거푸드 등으로 풀어내는 '차세대 쉐프가 차리는 K - 푸드', 적문·우관·정관 스님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사찰음식으로 내놓는 '힐링 밥상'도 준비된다. 상설 체험으로는 음식맛은 바로 장맛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며느리도 모르는 장맛의 비밀', 동네 골목의 들뜬 추억을 찾아주는 '내 손으로 만드는 잔치 음식' 등이 마련된다. 맛있고 가격까지 착한 길거리 음식(B급 음식)의 반란도 엿볼 수 있다. 호떡·떡볶이·순대 등을 소재로 한 '생활의 달인 열전', 케밥·프랑크 소시지·타코야키 등에 우리 지역에서 나오는 재료와 소스를 접목시켜 전혀 다른 맛을 내는 '세계를 요리한 K - 드레싱' 등은 이색 코너.천일염으로 만든 미끄럼틀 등을 선보일 어린이들을 위한 '맛있는 놀이터', 축제 현장 곳곳에 숨겨놓은 보물을 찾게 하는 'KFF 런닝맨', 한국인의 자랑인 젓가락질을 뽐내보는 '젓가락 달인을 찾습니다' 등이 오감을 만족시킨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09 23:02

'제2회 혼불문학상'내일 시상식…수상자 박정윤씨

'제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최문희씨의 '난설헌'은 전국 150여 곳 공모전 중 가장 많은 부수인 10만부가 넘게 팔리면서 전국적으로 이목을 끌었다. 16세기 조선 중기의 천재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삶을 그린 '난설헌'의 예상 외의 선전은 지역 방송사가 주최하는 공모전이라는 딱지를 떼고 전북 문단의 뿌리를 확인시켜 준 의미있는 사건이었다. 전주MBC(대표이사 전성진)가 故 최명희 선생(1947~1998)의 작품과 시대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장편소설 공모전 '제2회 혼불문학상'(상금 5000만원) 주인공으로 소설가 박정윤씨(41·사진)의 '프린세스 바리'(다산책방)를 선정했다. 9일 오후 4시 남원 혼불문학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는 혼불음악제가 대미를 장식하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 혼불문학기행도 곁들여진다. '프린세스 바리'는 버려진 일곱 번째 딸이 결국 아버지(왕)을 구한다는 제주 바리데기 설화를 바탕으로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인천 변두리 지역의 밑바닥 인생을 그린 작품. 아들만 나오길 바랬던 어떤 집안의 일곱 번째 딸이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눈을 감게 해달라는 유언으로 소외되고 상처받아 세상에 등을 돌린 이들을 죽음으로 안내하는 과정이 담겼다. 죽은 자를 살려내는 생명의 무속 설화인 기존 바리데기와는 달리 박씨의 바리데기는 누구에게나 '죽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논쟁거리를 남긴다. 강릉 출신으로 2005년 소설 '길은 생선 내장처럼 구불거린다'로 작가 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박씨는 지난해에도 혼불문학상에 도전한 바 있다. 시상식에 앞서 남원국립민속국악원·시립국악단이 '혼불'을 테마로 창작한 창작음악극 '초혼','혼불 밝게 빛나네', 단편 창극'흡월' 등이 어우러지는 음악제가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최명희문학관·혼불문학관이 참가자들의 신청을 받아 진행되는 혼불문학기행에서는 '혼불'에 나온 전주와 남원을 돌아보면서 '나를 감동시킨 '혼불'의 한 구절''을 낭독하며, 2004년 혼불학술상 수상자인 서정섭 서남대 교수의 '최명희와 '혼불', 그리고 남원'을 주제로 한 특별 강연도 기다리고 있다. 이화정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0.08 23:02

문턱 낮아지니 관람객도 작가도 '만족'

지난 7일 오후 1시 전주 한옥마을 내 태조로 쉼터에서 열린 '제1회 전주 한옥마을 아트페어 - 청년작가 미술장터 Yaaf'(Young artist art fair). 서양화가 김가혜씨(30군산대 대학원 조형예술디자인학부)는 그간의 작품을 노트북을 담아 관람객들을 맞고 있었다. "직접 올라가서 보셔도 돼요." 가까이 다가간 캔버스엔 붓 끝으로 끊임없이 찍어낸 나비가 있었다. "자세히 보시면 몸통은 파리에요. 흉물스럽고 지저분한 모습의 파리에 나비 날개를 붙여줬더니, 정말 나비가 되더라고요. 우리가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 사는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맞은 편 한국화가 이보영씨(27전북대 대학원 미술학 박사과정)는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 사는 현대인들의 삭막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린을 통해 따스함을 전하는 작품을 내놨다. 이씨는 "계속 아파트를 작업해오다 자연과 접목시킬 소재를 찾았더니, 기다란 기린 밖에 안 떠올랐다"면서 수줍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림을 둘러보던 관람객들은 작가들의 이같은 설명에 귀를 기울이면서 사고 싶은 작품을 '찜'해뒀다. 작가들이 개인전을 통해 아무리 좋은 작품을 내놔도 관람객들이 전시장에 오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관객들과 폭넓게 소통해야 진짜 좋은 작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게 바로 아트페어. 밝고 화사한 색채, 때론 일러스트 같은 젊은 감수성이 살아있는 작가 14명, 단체 2곳이 한옥마을 아트페어에 내놓은 소품 가격대는 1만원~100만원. 접근성가격 면에서 문턱이 낮아진 아트페어 덕분에 벌써 18점이 팔린 상황이다. 서양화가 장우석씨(31)는 "솔직히 관람객들이 얼마나 올까 반신반의했으나, 관람객들이 너무 많이 보고 가서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작가들끼리 내년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좋은 취지의 사업에도 불구하고 과연 전주문화재단이 직접 나설 일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른 장르에 비해 더 열악한 회화 부문에 관한 재단의 지원이 간과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재단이 직접 아트페어를 열기 보다는 다른 단체에 간접 지원을 해 미술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는 게 더 타당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반면 전북미협이 매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어온 전북아트페어가 관람객으로 보나 작품 판매로 보나 '흉작'이었다는 점에서 이같은 역할을 해야 할 미협 단체에게 한옥마을 아트페어를 믿고 맡기기 어렵지 않느냐는 반론도 타당해 보인다. '그들만의 잔치'도 못 된 이벤트성 전북아트페어가 작지만 젊은 작가들을 창작의욕을 고취시키는 미술장터로 시도된 한옥마을 아트페어를 보고 쇄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해 한옥마을 아트페어에 코디네이터로 참여한 심홍재씨는 "내년에는 현장에서 뛸 수 있는 인력들을 토대로 한 전담조직이 좀 더 일찍 만들어져 아트페어가 체계적으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한옥마을 아트페어는 10일까지, 2차 전시는 12일부터 14일까지 태조로 쉼터에서 이어진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08 23:02

김제'아리랑 문학마을'10일 개관

소설 아리랑의 주무대인 김제시 죽산면에 '아리랑 문학마을'이 10일 개관한다.김제시는 지난 2009년 죽산면 화초로 180번지 일대 부지 2만9316㎡· 연면적 3067㎡규모의 소설 아리랑문학마을 착공, 이날 개관한다고 밝혔다.아리랑문학마을은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의 주요 배경인 김제지역을 역사와 문화의 고장으로 발전시키고 일제강점기 선조들의 민족혼과 얼을 고취시켜 암울했던 일제치하의 박제된 역사에 생명의 힘을 불어넣는 시대적 소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추진했다.아리랑문학마을 홍보관 1·2층에는 소설의 주요 내용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민초들의 애환과 투쟁, 처절한 삶과 혼을 느낄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꾸며졌다. 내촌·외리마을에는 일제강점기 선조들의 수탈, 아픔, 이민과 항쟁을 소설속의 주인공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초가동 마을을 연출했다.또한 민중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시설이라는 미명하에 민초들을 착취하고 탄압하던 주재소, 면사무소 등 전위기관을 표현한 근대전시가로 4동이 꾸며졌고, 안중근 의사의 의거와 조국 독립을 위한 끊없는 항쟁사를 표현한 하얼빈역사 등을 조성함으로써 김제평야를 중심으로 집필된 소설 아리랑의 이미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여 표현한 점이 핵심이다.이건식 시장은 "아리랑문학마을은 일제수탈과 강제징용, 소작쟁의, 독립운동 동 등 구한말 부터 해방기까지의 가장 암울했던 근대사를 후손들에게 알려 역사 등을 총체적으로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생생한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면서 "하시모토 농장사무실 및 원평천 고수부지 등 김제평야와 소설의 배경이 된 지역을 탐방할 수 있는 아리랑길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제=

  • 문화일반
  • 최대우
  • 2012.10.08 23:02

"컨테이너 미술관 와 보실래요?"

완주군과 이코리아 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회(대회장 임정엽위원장 류일선)가 '제1회 이코리아 전북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컨테이너를 활용한 미술관을 선보인다.9일 본격적인 전시에 앞서 완주군청사 앞 녹지공간에 5개의 컨테이너로 구성된 이 미술관은 비엔날레 종료 뒤에도 완주 군민을 위한 이동 미술관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어서 시설의 효율적 사용과 예산 절감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사례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이 미술관에는 외부에 나무 조형을 활용한 이성웅 작(作)의 '꼭두각시' 등 조형물 11점과 함께 5개 컨테이너 안에 20~30점 정도로 수준높은 친환경적인 작품이 전시된다.언제 어디서든, 누구든지 찾아와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컨테이너식(式) 미술관은 이코리아 비엔날레 개막일인 9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운영될 계획이다.임정엽 군수는 "이번 행사가 생태, 친환경의 중요성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인 만큼, 별도의 공간보다는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향후에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컨테이너에서의 전시를 생각해냈다"며 "행사기간에는 수준 높은 예술작품이, 이후에는 소박한 주민의 끼와 솜씨가 발휘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전북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7일 완주군청 문예회관에서 50여 명의 국내외 작가들을 환영하는 환영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작가들과 지역 주민이 어우러지는 퍼포먼스 드로잉을 비롯해 전북도립국악원의 실내악, 민요, 부채춤 등이 선보였다. 또한 국내외 작가 홍보대사 위촉, 공로패 수여 등이 이어졌다.앞서 비엔날레에 참가한 외국작가 62명은 6일 완주군청 문예회관 야외작품 설치미술 광장에서 '움직이는 완주 이동미술관 그림그리기 행사'를 가져 눈길을 끌었다. 완주=

  • 문화일반
  • 백기곤
  • 2012.10.08 23:02

14. 부안 죽막동 유적 출토품 - 고대 해양제사 가장 확실한 증거

변산반도의 서쪽 끝 해안 절벽 위에 있는 부안 죽막동 유적. 전라북도의 서해안 지역에서 발굴조사 된 최초의 유적이다. 이 곳이 국립전주박물관의 조사를 통해 학계에 알려진 지도 벌써 21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고대 해양제사의 가장 확실한 증거로서 그 입지를 더욱 넓혀가고 있다.바다의 두 가지 얼굴에 대해 우리는 무척 잘 알고 있다. 생명을 잉태하고 풍요를 안겨주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때로는 무자비하고 사나운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 삶의 터전과 인명을 무로 돌린다. 과학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대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은 늘 무력함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현대인들도 예외가 아니거늘, 고대인들은 거대한 바다 앞에서 어떻게 용기와 희망을 복 돋을 수 있었을까?바다의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었다. 항해의 안전을 위해 정성스레 기원을 올렸던 것이다. 그 근거는 죽막동 유적에 남아있었던 유물들이다. 서해 바다로 돌출된 절벽 위에 위치하여 바다를 조망하기 가장 좋은 위치이지만 사람이 상시 거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이곳에 무수한 그릇 조각들이 겹겹이 퇴적되어 있었다. 쇠로 만든 칼과 거울, 흙을 빚어 만든 사람과 말 인형, 갑옷이나 칼의 석제 모조품과 같은 특별한 유물들도 빼놓을 수 없다. 유물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삼국시대인 4세기~7세기에 걸쳐 이곳에서 제사행위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통일신라시대~조선시대의 유물들도 적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유적을 둘러싼 신앙의 역사는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유구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출토된 그릇들 중에는 백제산이 많지만 암자색의 표면에 빗 모양의 도구로 파도 무늬를 시원하게 그린 긴목항아리는 이곳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형태이다. 옛 죽막동 주민들의 솜씨일 것이다. 쇠창들은 커다란 항아리에 담긴 채로 발견되었다. 무기는 제물의 품목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석제 모조품은 일본 후쿠오카현 오키노시마섬, 오카야마현 오오히시마섬 등 일본의 해양제사유적에서 더욱 많이 발견되고 있어, 고대 한일 교류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유물이다. 중국 남조에서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약을 입힌 항아리들 역시 죽막동 유적의 국제성을 여실히 알려준다.죽막동 유적의 고대 제사 모습을 상상해 본다. 바람을 항해에 활용해 먼 바다로 나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절, 육지와 섬을 이정표 삼아 노를 저어 연안을 도는 항해술이 고작이었다. 노를 젓는 수부들에게 죽막동은 소중한 휴식처이자 피난처였다. 좋은 계절이 되자 죽막동의 항구는 각국에서 온 배로 북적였다. 상인들이 즉석에서 흥정을 벌이고 정보도 교환했다.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죽막동을 찾아온 내륙 사람들이 적당한 배를 찾아 부두를 기웃거리는 사이, 지체 높은 관리들은 일꾼들에게 제물로 쓸 물품의 하역을 재촉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자 절벽 위에서 성대한 제사가 시작됐다. 백제인, 가야인, 왜인 등 다국적으로 구성된 참가자들이 각자 가지고 오거나 현지에서 장만한 물품들을 차례대로 헌공했다. 출신지나 언어는 다양했지만 그곳에서 만큼은 소망하는 바가 다르지 않았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제사에 쓰인 기물들을 깨뜨렸다. 이미 신에게 바쳐진 물건인 만큼 사람의 손을 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항해가 시작됐다. 어떤 배는 백제의 수도를 향해 북쪽으로, 어떤 배는 왜인이 산다는 땅을 찾아 남쪽으로 떠났다. 고대의 역사서에 남아 있는 수 많은 국제교섭 기록의 숨은 공로자는, 어쩌면 죽막동을 거쳐 위험한 바다와 맞서며 길고 고된 항해를 이겨냈던 이름 모를 사람들일지도 모른다.최경환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 문화일반
  • 기고
  • 2012.10.05 23:02

30년 우정의 트로트 라이벌 전주 온다

때로는 티격태격, 때로는 도란도란. 국내 트로트 양대 산맥 송대관(66)과 태진아(59)는 만나기만 하면 업치락 뒤치락한다. 태진아는 "형보다는 먼저 죽지 않을 것"이라고 이를 가는 시늉을 하고, 송대관은 "노래는 울고 시작하면 그건 통곡"이라고 동생의 창법을 비꼬는 시늉으로 맞선다.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드는 농담을 서슴지 않고 하면서도 무대에만 오르면 찰떡 궁합을 발휘하는 덕분에 둘의 싸우는 모습이 진짜인지 연출인지 헷갈릴 정도. 송대관과 태진아는 "이상하게 서로 붙어다녀야 수익이 좋다"고 너스레를 떤다. 이들의 '수익'을 관리해주는 효자 상품은 바로 송대관 태진아의 라이벌 콘서트 '쏭의 전쟁'. 이제는 대표적인 트로트 공연이 된 '쏭의 전쟁'이 전주를 찾는다. 한편, 전북문화바우처사업단이 송대관 태진아 라이벌 콘서트 '쏭의 전쟁'의 티켓 지원(전석 5만원)과 바우처 이용자들의 관람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차량 지원(단, 30명 이상 공연장 30분 이상 거리일 경우)을 해준다. 5일 문화카드를 소지하고 있지 않은 문화바우처 대상자 2700명에게 공연 관람을 지원하며, 문화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이용자는 온라인(티켓마루)과 6일 현장에서도 이용 가능하다.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송대관 태진아 라이벌 콘서트 '쏭의 전쟁' = 5일 오후 1·4시, 6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VIP석 9만9000원, R석 8만8000원, S석 6만6000원. 문의 1588-0766. 바우처 문의 063) 227-1288.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05 23:02

타버린 적벽강과 허망한 조조의 꿈 춤으로 만난다

'우노 챔버 앙상블과 무주군 반딧불어린이오케스트라가 초대하는 행복한 무주를 위한 가족 초청음악회'가 5일 저녁 7시 무주군 예체문화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연주회는 사단법인 대한문화예술인협회가 주최하고 '무주군반딧불어린이 오케스트라'와 '우노 챔버 앙상블'이 함께 참여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비롯해 오카리나 합주로 듣는 '하늘나라동화, 연가', 무주군 반딧불 어린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에델바이스'등을 들려준다.무주군 반딧불어린이오케스트라는 예술교육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인성발달에 도움을 줘 훌륭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시킨다는 취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무주=김효종기자널마루무용단(단장 장인숙)이 무용극'타고 남은 적벽'을 다시 올린다. 전라북도 상주단체 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된 우진문화공간(회장 김경곤·이사장 양상희)과 널마루무용단(단장 장인숙)이 마련한 소극장 시리즈의 네 번째 테마. '춤으로 풀어내는 판소리 다섯 바탕' 일환으로 '적벽가' 의 중요 대목을 소극장 무대에 맞게 각색했다.삼국지의 적벽대전을 소재로 한 이번 무대는 '적벽가는 삼국지가 아니다','조조적벽에서 무너지다','광대들의 더늠 춤으로 다시 태어나다'로 이어지는 무대는 선이 굵고 큰 동작의 몸짓들로 연출됐다. 첫 무대는 하얀 복사꽃이 환히 핀 나무 한 그루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적벽가를 연희하는 아(我·김대일 역)가 등장하면서 시간여행을 시도해 수천 년 전으로 돌아간다. 조조 군사들로 환생한 이들은 조조(박명숙 역)의 욕망을 대신에 싸우게 되는 서글픈 운명. 백만 군사가 몰사당해 도망치다 만난 장승을 장비로 착각한 조조는 그제서야 욕망의 허상을 바라본다. 특히 '조조 군사들의 설움대목', '죽은 조조 군사들의 원조타령', '장승타령' 등 '삼국지'에는 없었으나 동편제 박봉술 바디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은 이야기는 판소리 광대들이 민중적 요구를 수용해 집어넣은 더늠으로 아주 빼어나다. 적벽가 이수자 지기학 국립민속국악원 지도단원이 연출을 맡은 '타고 남은 적벽'은 '2010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선보여 현대인 아(我)와 과거의 '조조'가 시간여행을 시도하는 형식이나 영화 '쌍화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음악을 맡은 젊은 작곡가 김백현씨의 음악적 완성도 면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널마루 무용단 '타고 남은 적벽' = 6일 오후 7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 문의 063)272-7223. woojin.or.kr 전석 1만원.'우노 챔버 앙상블과 무주군 반딧불어린이오케스트라가 초대하는 행복한 무주를 위한 가족 초청음악회'가 5일 저녁 7시 무주군 예체문화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연주회는 사단법인 대한문화예술인협회가 주최하고 '무주군반딧불어린이 오케스트라'와 '우노 챔버 앙상블'이 함께 참여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비롯해 오카리나 합주로 듣는 '하늘나라동화, 연가', 무주군 반딧불 어린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에델바이스'등을 들려준다.무주군 반딧불어린이오케스트라는 예술교육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인성발달에 도움을 줘 훌륭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시킨다는 취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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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2.10.05 23:02

달 항아리에서 배운 비움의 미학

아뿔싸. 개인전을 앞두고 달 항아리를 깨뜨렸다. 하필이면 잘 빚어졌다고 흡족해했던, 가로 60cm나 되는 큰 달 항아리였다. 평소 키우던 강아지가 새끼를 낳자 손수 미역국을 끓여줄 만큼 마음 씀씀이가 넉넉했던 그도 짜증이 머리끝까지 났다. 항아리가 머릿속에 어른거려 뒤척이기를 며칠 째, 아내가 "이제 마음 비우라"고 일침을 놓았다. 지난 3일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일곱 번째 개인전을 연 도예가 이병로(45도화지 도예문화원 대표)씨는 "달 항아리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비움의 미학을 몸으로 익힌 것 같다"고 했다.그러나 이번 달 항아리는 좀 수상쩍다. 달덩어리 같이 둥글고 큰 며느리처럼 수더분하던 그 달 항아리가 아니다. 그는 차갑고 미끈한 항아리가 아닌, 알처럼 기다란 달 항아리를 빚었다. "지난번 개인전에서 남들 다 하는 것처럼 둥글게 말아 올렸더니 아무래도 제 것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알이 새로운 것의 탄생을 뜻하잖아요. 달 항아리가 커다란 발((鉢) 두 개를 만들어 붙인다는 점에서 전통과 현대를 이어가는 의미도 전달할 수 있었구요." 이 길은 아니다 싶어 한국화부터 조소, 서양화까지 이곳저곳을 다 기웃대본 그에게 그걸 느낄 만한 세월이 흘렀을 때 달 항아리가 가슴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달 항아리가 보여주는 형태의 멋은 단순히 깎아서 외부의 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기운에 의해 안으로부터 배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넉넉하고 담백한 멋은 도예가의 땀과 노력에 의해 불로 완성되면서 다양한 백색의 묘미가 드러났다.500년이라는 시간 속에 태어난 달 항아리를 교과서 삼아 겸손하게 작업하는 작가는 묵묵히 물레를 돌리며 옛 것을 오늘에 되살린 새로운 달 항아리를 고민한다. 전시장에 가면 뽀얀 달 항아리가 의젓하게 솟아난 전시장이 정월 대보름처럼 두둥실 떠오를 듯. 원광대 도예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홍익대 대학원 디자인 공예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도예가 이병로 개인전 = 8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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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0.05 23:02

전주 문화1번지 한옥마을서 '아트페어'

전주 문화의 1번지 한옥마을. 갤러리와 서점, 소극장 등 문화공간이 밀집된 이곳에서 또다른 예술이벤트가 생겼다. 전주문화재단이 전주한옥마을 아트페어를 만들어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행사장은 전주한옥마을 태조로 쉼터 특별부스. 한국미협 전북지회전주지부, 전북민미협, 전주공예품전시관이 공동 후원하는 아트페어는 '청년작가 미술장터 Yaaf!!(Young artist art fair)'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5일~10일, 12일~14일).만 40세 미만 전북지역을 연고로 한 젊은 작가를 초대해 전북 미술계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젊은 작가들에게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취지. 이를 위해 지난달 공모에 참여한 작가 중 전문가의 심사에 의해 16명이 선정됐다. 선정된 작가는 개인 14명, 단체 2팀. 강소이 권아리 김가혜 김미라 김수현 김태이 송지호 오유미 유기준 이보영 이봉금 장우석 조계환 최지선씨와, 사색녀혜윰 단체가 참여한다.이들의 작품들은 행사기간 한옥마을 태조로쉼터에 마련된 특별 부스에 전시되며, 해당 작가들이 전시장에서 작품설명회도 가질 예정이다.전주문화재단 유광찬 이사장은 "이번 전시회가 지역 미술발전의 산실역할을 하길 바란다"며, "침체된 경기분위기 속에서도 도민들의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가 전해주는 행사기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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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2.10.05 23:02

수필과 함께한 나의 인생 이야기

"방송생활 33년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해 주었다면, 정년퇴직 이후 생활은 수필이 마련해 준 삶이었습니다. 수필이 열어 준 배움 마당에서 다양한 선남선녀들을 만나 교유할 수 있었고, 수필이 인연의 다리를 놓아 끈적끈적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수필가 김학씨가 고희 기념으로 낸 수필집 이름도 그래서 '나는 행복합니다'다(도서출판 북매니저). 직전의 수필집 제목 역시 '수필아, 고맙다'였다. 저자의 수필 예찬론은 끝이 없다. "수필은 인간 100세 시대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입니다. 수필과 친해지면서 컴퓨터와 함께 노는 시간이 매우 길어졌고, 수필이 컴퓨터와 사귀게 했으니 이 역시 수필이 가져다준 보너스가 아닙니까."전북대 평생교육원에 수필을 지도하고 있는 그는 이번 수필집에서 자신의 '수필학'을 꺼냈다. "수필의 소재를 생활주변에서 찾습니다. 처음 수필집을 내고나니 이제는 소재가 없어서 더 수필을 쓸 수 없겠구나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우수마발이 모두 수필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그는 또 수필가는 조물주와 동격이라고 말한다. 무생물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살아가는 존재로 바꿀 수도 있는 수필가라는 생각에서다.그는 자신의 수필이 전주비빔밥 같기를 바란다고 했다. 비빔밥이 시각적미각적영양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고희 기념 수필집의 의미를 담아 7부에 걸쳐 70편의 글을 수록했다.임실 삼계출신으로 198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전북수필문학회 회장, 임실문인협회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펜클럽 창립 회장,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등을 역임했다. 한국수필상, 전라북도 문화상, 전북문학상, 백양촌 문학상, 신곡문학상 대상, 목정 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수필집이 12권째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10.05 23:02

문학과 담 쌓았던 시인, 20년만의 고해성사…유천리 첫 시조집 '천마비상도'

책을 편다. 목차가 나온다. 그 다음은 서문 혹은 '들어가며'다. 그래야 독자가 책을 볼 엄두를 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걸 거치고 나면 비로소 본문이 시작된다. 그런데 유천리(본명 유광일) 시인의 시조집'천마비상도'(화암출판)에는 그런 게 없다. 목차 다음에 바로 시조 '설목'이 불쑥 독자를 끌고 갔다.'가지 끝 하늘 열어 앵겨도는 부신 빛살 / 앙가슴 꿈을 붉힌 새들도 불러 앉혀 / 온 종일 속 타는 이야기 / 귀가 먹듯 벙근다.'김제에서 태어나 법원에서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아오던 그는 20년 넘게 시를, 시조를 쓸 수가 없었다. 시집'꿈꾸는 철마를 위하여'(화암출판), 시조집'천마비상도'는 그간 문학과 담을 쌓아온 스스로를 위한 문학적 고해성사.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시조 부문으로 등단한 이후 줄곧 '슬럼프'를 겪은 그에게 비로소 숨통을 트여준 것일 게다. 그는 "내 속 가슴의 비밀한 영토에서 혼자 핏무늬의 꽃을 피우던 그 날들의 목타는 영가를 부끄러운대로 내어 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당분간 나이도, 사진도 공개하지 않겠다던 이 기인은 출간 준비 중인 장편소설'달이 뜨는 호반'이 나올 때엔 모든 걸 다 밝히겠노라고 했다. 우리 역사의 뿌리를 제대로 담은 시를, 시조를 쓰고 싶어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유교경전학을 전공했을 만큼 역사의식이 깊다. 그간 역사의식과 호흡하면서 침묵으로 소통해왔던 작가가 이제 자신을 치유했던 작품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침묵과 절제, 고요로의 초대 같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10.0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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