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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수필을 다른 문학 장르보다 쉬운 영역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 문학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수필을 쓸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강남대 종교철학과 황필호 교수는 '수필과 일상적 - '일상성'의 철학적 해명'에서 여기에 바로 수필의 고민이 있다고 말한다. '수필과 비평' 2004년 3·4월호 가 '현대수필의 난제 - 수필과 일상성'을 특집으로 마련했다. 황교수는 수필은 일상성으로 일상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수필의 대상은 절대로 시시한 것들이 아니고, 큰 것, 위대한 사건, 웅장한 심포니 등을 쉽게 표현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덧붙였다.그 밖에도 제주대 국문과 안성수 교수와 문학평론가 장세진씨가 각각 '수필과 일상성의 미학', '수필과 일상적 현실'을 통해 수필이 가지고 있는 일상성의 성격을 분석했다.이번호 화제작가 특집은 자전적 수필집 '한 장의 흑백사진'을 펴낸 박영자씨의 작품들로 엮었다. 수필가 앤 린드버그의 '소라'를 소개한 '미국수필여행'과 '의약에세이', '서예가 있는 에세이'는 주제가 있는 수필의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지역의 정체성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남원은 하늘이 고을을 정해준 땅이라 해서 '천부지지(天府之地)'라고 해요. 자연의 이치와 순리를 존중하고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고 살고 있어요.”남원이 그렇다. 백두대간의 정기가 서려있는 지리산을 접한 천혜의 자연환경과 따뜻한 기후, 비옥한 토지로 예전부터 살기 좋은 고장으로 유명하다. 밝고 온순한 사람들 역시 진국이다. 역사와 문화자원, 전통생활민속을 잘 간직하고 있는 남원의 문화를 지켜가고 있는 남원문화원(원장 노상준)이 남원 사람들의 삶의 풍경과 그들만의 문화를 담아내는 작업에 나섰다. 그 첫 결실인 2003년을 돌아보는 '天府之地 沃野百里, 남원의 삶과 문화' 창간호가 나왔다.이사회의 토론을 거쳐 소식지의 방향과 큰 줄기를 잡고, 기획부터 발간까지 사무국장 이석홍씨(44)와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양원석(58·전 남원시 문화관광과장)·서정섭씨(43·서남대 국어국문과 교수)가 주축이 돼 첫 정기간행물의 산고를 치러냈다.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했어요. 종합소식지 발간은 재작년 연말부터 꾸준히 논의돼 왔지만, 여건이 어려워 이제 시작하게 됐어요.”1년 네차례 발간을 계획했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간으로 바꾸고 그해 남원의 문화변동 사항을 중점적 이슈로 다루기로 했다.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횟수가 잦다보면 내용의 충실도가 떨어질 우려도 작용했다. 지역 상황과 관련된 주제를 선정하고, 원고를 청탁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창간 특집은 우리나라 최고의 전통문화 축제로서 연륜과 전통을 이어왔지만, 그동안 많은 진통을 겪어온 '춘향제'를 택했다. 해묵은 논쟁거리였지만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춘향제'에 본질적으로 접근하도록 노력했다. 이 사무국장은 "계층별 시각도 다르고, 남원의 지역적 특성과 현황을 잘 알고있는 필자를 택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남원의 삶과 문화'라는 제호 서체도 남원문화의 전통을 계승하는 의미에서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에서 집자(集子)했고, '춘향제' 특집 외에도 남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포착하는 '포토에세이', 착공 3년여만에 모습을 드러낸 남원향토박물관을 다룬 '시선집중', '남원 리포트', '2003 남원문화원 활동' 등 남원 문화의 1년을 담아냈다. 표지 그림의 소재가 된 화로는 '화로 속에서 잘 다독여진 불씨는 급박하지 않은 은근함으로 영겁의 세월을 기다려온 남원의 문화며, 화로 속의 숯불의 속성과 같이 이 책이 따뜻하면서도 영속적인 남원문화의 창달 도구가 되길 바라는' 편집자들의 마음이다."역사 문화 속에서 우리의 정체성과 관련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짚어 재정립해 볼 생각입니다. 그 속에서 지역에 관한 여러 문화적·사회적 이슈를 기록해 나가야죠.”1964년 설립된 남원문화원은 40여편의 향토문화자료집을 간행했고, 홈페이지를 통해 남원 역사를 데이터 베이스화하고 있다.현재 남원문화원은 '잃어버린 남원의 주산(主山) 백공산(百工山)을 찾자'운동을 벌이고 있다. 백공산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보호와 복원운동을 전개해 나가는 이 사업은 '남원의 삶과 문화' 2004년 호의 주 테마가 될 것 같다.
김재황(金載晃)시인을 만나본 적은 없다. 지난 10여년간, 그의 시집과 에세이집으로는 자주 만나고 있었다. 받아 본 시집만도 열권 가까이 이른다.최근의 시집으로는 《넙치와 가자미》(문예촌, 2004.1)가 있다. 90편의 수록작품을 김시인은 '동시조'라 했다. '동심여선'(童心如仙)이란 말이 떠올랐다. 시집이름에도 마음이 이끌렸다.더러 횟집에 가면 가자미네 넙치네 하는 생선이름을 듣게 된다. 'ㅇ로늘은 넙치가 물이 좋다'느니 '가자미가 신신하다'느니로부터 그 이름은 들추어진다.그러나 나의 미각으로는 곧 구분이 되지 않는다. 같은 바닷물고기 생선회가 아닌가, 그맛이 그맛이었다. 미각뿐이 아니다. 몇 번인가, 주방의 조리사에게 넙치와 가자미의 다른 점을 묻기도 하였다.'가자미는 두 눈이 오른쪽에, 넙치는 왼쪽에 몰려 붙어있다는 숙수의 설명을 듣고도, 정작 실물을 대하면 오른쪽·왼쪽의 구분도 잘 안간다. '저게 넙치인가, 가자미인가' 도로아미타불이 되고만다.앞사설은 이만 줄이고, 저 시집의 표제시를 챙겨본다.'이 둘의 몸은 마치/거울을 마주보는 듯/한 쪽은 어둡지만/다른 쪽은 환하구나/옆으로/눕는 버릇도/기막히게 같구나/'이 둘의 눈은 모두/어두운 곳에 있지만/왼쪽과 오른쪽으로/서로 달리 솔렸구나/무엇이/그리 미운지/눈흘기고 있구나'이 동심의 시에서 말하고 싶었던 김시인의 속내는 무엇이었던가. 나는 이 시를 읽으며 오늘의 세상꼴에 생각이 미치기도 하였다.이것은 나의 한 버릇인지도 모른다. 옛책을 읽으면서도 거기에만 침혹하질 못한다. 으레 오늘의 세상꼴이며, 사람살이가 어려들기 때문이다. 얼마전 사마천(司馬遷)의 《사기열전》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저 이야길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 《안자춘수》(晏子春秋)를 꺼내본다.두 가지 이야기에 다시금 정이 간다. 그 하나는 월석보(越石父)와의 이야기. 월석보가 한때 죄를 입어 종살이를 하고 있었다. 안자는 수레를 끌던 말 한 필을 풀어 대속(代贖)해 주고 자신의 수레에 태워 집으로 돌아왓다. 집에 돌아와선 아무런 인사도 없이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석보는 화를 내며 안자에게 절교를 청하였다. 까닭을 묻는 안자에게 석보는 다음과 같은 대답이었다.'군자란 자신이 공이 있다고 남의 신분을 경시하지 않으며, 상대가 공이 있는 자라고 해서 그에게 몸을 굽신거는 짓도 아니하는 것입니다.'안자는 바로 사과하고 술동이를 챙겨 예를 행하여 그를 눌러앉혔다는 것이다.다른 하나는 안자가 제(齊)나라 재상이었을 때, 그의 마부(馬夫)를 추천하여 대부(大夫)를 삼아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출입의 수레를 챙길때마다 으레 거들먹거리던 마부가 하루는 스스로 행동을 억제하고 낮추는 것이었다. 평소와 다른 행동을 묻는 안자에게 마부의 대답은 이러했다.제 계집의 말에 깨달은 바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아내의 충고란 '재상께서는 출입에 항산 자신을 낮추고 계시는데 당신은 마부인 주제에 득의만만하니 그 이제 헤어져야겠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안자는 그 마부의 대부로 삼았다는 이야기이다.안자의 이야기에서도 오늘은 챙기게 된다. 사람의 세상살이라면 반목 아닌 충고와 우의를 높이사야 하지 않을까.
△ 애니메이션의 성격과 이해류우동 부산 고신대 외래교수가 초보자들을 위해 애니메이션의 기초와 기법·기능, 종류, 제작과정 등 애니메이션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를 시도했다. 북한 애니메이션과 세계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소개도 재밌다. 신아출판사 펴냄 / 1만2천원△ 월간 열린전북 3월호이사장으로서 10년동안 이끌어온 사단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를 떠난 한승헌 변호사 인터뷰와 '여성후보, 어떻게 볼 것인가?', 정치판의 여성후보들이 말하는 '여성후보, 왜 나를 찍어야 하는가?'를 특집으로 2004년도 3월호를 엮었다. 3천원△ 다시 하고 싶은 말최행자씨가 딸들에게도 속속들이 보여줄 수 없었던 인생 여정을 첫 수필집에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가족과 친구, 삶의 길목에서 만난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인생의 즐거움과 슬픔, 지혜를 담았다. 수필과 비평사 펴냄 / 8천5백원△ 잘난턱 예쁜턱12쌍 중 9쌍의 뇌신경 및 분지가 턱관절 주위를 통과한다. 동서양의 다양한 치료법을 종합해 '턱관절의 기능적 뇌척주요법'을 창안한 한의학 박사 이영준씨가 턱관절 관련 질환과 예방, 운동법을 정리했다. 도서출판 빵봉투 펴냄 / 9천원 △ 섬진강 찔레꽃전하연씨의 첫번째 개인 수필집. 전라도의 멋을 담은 향토적인 작품부터 세세한 가족사, 인생의 깨달음까지 그의 글은 솔직담박하다.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고 이성적으로 차분히 풀어나는 글맛이 작가의 글쓰기 10년 세월을 말해준다. 수필과 비평사 펴냄 / 8천원
한국문인협회 김제지부(지부장 문충곤)가 2003년을 정리하는 '김제문학' 제10호를 발간했다.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시인부터 회원, 청소년들의 작품까지 뒤늦게 펴낸만큼 폭넓은 작품을 만나는 재미를 선물한다.3년여의 산고(産苦) 끝에 탄생한 김제시비조각공원 준공과 대하소설 '아리랑'을 상징하는 '아리랑 문학관' 개관, 김제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과 전시활동을 위한 창작스튜디오 등 지난해는 김제문학계의 뜻깊은 한해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김제문화체육공원에 세워진 시비 작품과 창작스튜디오 개관 기념 시화전, 김제문화체육공원 시비 작품 등을 특집으로 소개했다. 김제지부 회원으로 '월간 한국시'와 '수필과 비평'에 각각 당선된 고정태 시인과 송순녀 여류수필가의 작품과 미협 김제지부와 함께한 제3회 모악문화제 우수 수상작품을 부록으로 엮은 것도 이번 호의 특징. 백제예술대 김동수 교수가 펼치는 문학특강 '문학과 삶'은 문학에 대한 열망으로 살아온 김제지부 회원들과 작가 지망생들에게는 귀한 지면이다. 김제만이 지닌 삶의 무늬가 '김제문학'에 골고루 녹아있다.
'부활절입니다. 이 부활절은 예수님을 위한 부활절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부활절입니다. 당신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2000년 갑작스런 암 발병으로 한 쪽 눈을 잃는 투병에도 아픔과 고통을 신앙으로 이겨내고 있는 서호승 신부(45·대한성공회 전주희망교회 관할사제)가 사순절 묵상집 '믿는자여 어이할꼬'를 펴냈다.사순절은 예수가 40일간 금식하며 영적 훈련을 행한 것을 근거로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해 부활절 전날까지 참회하는 교회절기. 그러나 서 신부는 교회력으로 정해져 있는 기간만이 사순절이 아니라며 "부활의 꽃을 피우기 전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날들은 수행하는 사순절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 신부에게 사순절은 곧 마음의 수행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부활의 꽃을 피우는 절기다.이번 묵상집은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 제40일을 지나 부활 주일에 이르기까지 사순절 기간 동안 예수의 기록들을 영혼 깊이 묵상하면서 직접 느끼고 체험한 것을 담았다.성경 구절과 함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그의 묵상들은 독자의 가슴에도 깊은 울림과 깨달음을 남긴다. 사람의 모든 병이나 불행은 그 원인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서 신부는 지난 2월 자전적 묵상집 '뼈아픈 니고데모의 참회'를 펴냈었다.
"비빔밥과 콩나물 해장국의 고장에서 태어난 내 '식복의 행운'은 더 들먹일 것이 없다. 남들이 어릴 적 추억에 곁들여 은근히 제 고장 음식을 자랑할 때마다 넉넉한 마음으로 웃고 있으면 된다.”이 책에 실려 있는 소설가 최일남의 고향음식 자랑이다. "나는 먹는다, 그리고 추억한다”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이 책은 최일남, 박완서, 신경숙,공선옥, 성석제 등의 소설가를 비롯 문화계 각 분야에서 활약 중인 13명이 추억으로 차려낸 따뜻하고 유쾌하며 가슴 뭉클한 음식 이야기이다.토장국 한 가지에 밥을 먹는 사람은 세상에 죄 지을 일이 없다고 한다. 세상의 죄란 죄는 진수성찬, 산해진미 찾는 사람들이 짓고 산다는 말도 있다. "오늘 내가 먹는 이 밥 한 그릇은 당당함으로 얻은 밥인가 비굴함으로 얻은 밥인가 묻게 된다"(공선옥)는 글을 읽으며 새삼스레 밥 한끼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본다./홍지서림 전무
'年年是好年 日日是好日'(해마다 오는 해가 좋은 해요, 날마다 오는 날이 좋은 날이다). "올 한해 이 말씀을 새기며 살아야겠다”던 한 시인은 요즘 '탄핵'에 살맛이 안 난다고 토로했다. 반대서명에 동참하며 목소리도 높였지만 찜찜한 마음을 모두 털어 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번 일도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촌각마다 곱씹는단다. 김용옥 시인(57)은 지난해 입적한 청화스님의 '가장 행복한 공부'(시공사 펴냄)를 소개했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비어 있는 이치를 강조하는 이 책은 스님이 전하는 맑고 깨끗한 열 가지 법문을 통해 끝없는 하심(下心)과 치열한 구도 정신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감정이란 '마음먹기에 달렸다'가 아니고, '마음이 빚어내는 것'이예요. 기쁠 때는 즐거워하고, 슬프고 괴로울 때는 울고…. 내 마음을 열고, 내 마음의 구원이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억지로 무엇을 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 시기와 장소에 따라 대응하면서 집착하지 않고 번뇌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면, 원망하지 않고 둥글게 '매일 매일이 좋은 날' 될 수 있을 것이란 가르침이다. 어려운 참선을 소재로 했지만 책장을 넘기는 손은 가볍다. 스님의 법문 어투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스님을 직접 뵙고 가르침을 듣는 것 같아서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종교를 다룬 책을 무턱대고 싫어하는 경향이 있죠. 이 책은 종교와 관련 없이 모두에게 권합니다. 책을 덮고서도 한참동안 긴 여운과 감동이 남거든요.”이 달 23일부터 기전여대 평생교육원에서 문학강좌를 여는 시인은 문학동아리·문학단체 활동, 글짓기 교실 등의 활동으로 분주하다. 게다가 지역의 '철없는 후배들' 챙기기에도 여념이 없다.
시인들이 애송시집을 내며 시(詩) 길라잡이로 나섰다. 독자들에게 좋은 시를 소개하고, 수준 낮은 시가 화려하게 포장돼 시를 사랑하려는 초심자들이 그릇된 방향으로 수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시인이 동료들의 작품을 소개한 이런 류의 시집은 시인·시·독자의 삼중주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시인들이 '노트 한 쪽에 적어 두었거나, 다시 읽고 싶어 시집의 한 귀퉁이를 접어 두었던' 시에는 그들의 애정 어린 감상도 소중하게 담겨 있다. 시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시집을 묶기로 마음을 굳히니 온갖 시들이 떠올랐다.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마음이 활짝 개던 수많은 시인들의 시집과 시들…. (중략) 다시 또 많은 시들이 새로 돋아나는 풀잎들처럼 내 마음의 시밭을 뚫고 솟아난다.' 김용택 시인이 사랑하고, 감동하고, 희구하고, 전율하는 시를 모은 '시가 내게로 왔다2'(마음산책 펴냄)의 서문이다. 3년전에 낸 1권에 넣지 못해 줄곧 안타까웠다던 우리 근·현대시 52편과 외국시 3편을 묶은 책이다. "특별한 이 기억의 시들이 독자들의 가슴위로도 꽃잎처럼 날아가길 바란다”는 시인은 각각 시에 대한 느낌이나 시인과의 인연 등을 함께 엮었다. 예를 들어 박남준 시인의 '흰 부추꽃으로'에선 '나는 이 시를 보고 감동했다. 남준이가 드디어 시인으로 환생한 나비가 된 것이다. 나는 이 시를 보듬듯 지금도 안고 있다'고 감상을 적었다. 안도현 시인의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나무생각 펴냄)은 시인이 문학에 눈 뜰 무렵인 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애송하는 한국 현대시인들의 시 71편을 모아 감상노트를 붙인 시집이다. 시인은 김선우·유하·이윤학·신현림·이정록·함민복 등 젊은 시인들의 시를 소개하며, 우리 시의 보자기 한 끝을 팽팽하게 잡고 있는 시인을 예감하거나 제비처럼 밝고 맑은 시인의 마음을 읽었다. 우리 시단 대표작가들의 사랑시 55편을 뽑아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시'란 부제를 단 '헤어져 있어도 우리는 사랑이다'(휴먼앤북스 펴냄)와 '문정희 시인이 길어 올린 시와 언어의 옹달샘물'이란 부제를 단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중앙M&B 펴냄)의 느낌도 따뜻하다. '도서출판 작가'가 지난해 문예지에 발표된 시 중 좋은 작품들을 골라 엮은 '2004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작가 펴냄)에는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문태준 시인의 '맨발'과 송수권 시인의 '아내의 맨발', 손택수 시인의 '방심' 등이 실려있다. 시 전문 비평가인 김재홍씨가 한국 현대시사 1백년을 통틀어 명시 4백5편을 고른 뒤 계절에 맞춰 4권으로 정리하고 해설을 붙인 '현대시 100년 한국명시 감상사전'(문학수첩 펴냄)도 챙겨보면 좋다. 그는 좋은 시를 '정치적 입장과 시의 경향을 떠나 생명과 인간, 자연을 존중하고 총체성을 살리는 시'로 꼽는다. 정치적 이유로 배제되거나 당대에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던 시인을 포함시켰다. 정끝별 시인이 어린 두 딸과 친구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동시 40편을 골라 해설을 붙인 '시가 말을 걸어요'(토토북 펴냄)는 어린이들에게 시를 쓰는 게 쉽고 즐거운 일이며, 주위에서 충분히 소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동시집. 교사와 중학생들이 함께 읽고 고른 '국어시간에 시 읽기1·2'(이명주 엮음·나라말 펴냄)도 눈에 띈다. 유명시인의 작품뿐 아니라 중학생들이 직접 쓴 시도 포함됐다.
전북출신 소설가인 윤흥길·양귀자씨와 소설가이자 전북대 영문과 명예교수인 서정인씨의 작품이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한국의 책 100'에 선정, 외국어로 번역돼 내년 10월 한국을 주빈국(主賓國·Guest of Honor)으로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을 알리는 책으로 특별 전시된다. 선정작품은 14·15세기 문예부흥 시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서정인씨의 '말뚝'(작가정신 펴냄·스페인어 번역)과 70년대 한국사회가 앓던 계층간 단절을 소시민적 지식인의 기막힌 인생유전으로 그려낸 윤흥길씨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문학과지성사 펴냄·독어 번역), 탄탄한 구성으로 군더더기 없는 세련된 문체를 선보인 양귀자씨의 '슬픔도 힘이 된다'(문학과지성사 펴냄·영어 번역). 이 사업은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도서, 한국문학번역원 추천도서, 출판사 신청 도서 등 3천 5백여 종의 도서를 대상으로 선정위원회(위원장 황지우·위원 23명)의 심사를 거쳐 모두 1백종이 선정됐다. 선정위는 "한국을 대표하는 명저나 베스트셀러라기보다 한국 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동시에 해외의 일반 독자에게 쉽게 접근 가능한 도서 중심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선정된 책은 다음 달부터 내년 1월까지 번역기간을 거치며, 한국문학번역원은 이 달 말까지 선정된 책의 번역을 맡을 번역자를 공개 모집했다. 문의 02)732-1442
불황에 허덕이던 서점업계는 지난해 말 MBC '느낌표' 책 코너가 끝난 뒤 시름에 잠겼다. 방송의 영향으로 상승세였던 매출이 최근 들어 좋아 봐야 예년의 절반이기 때문이다. 대구·광주에서 대형서점의 부도 소식도 들리고, "신학기 아니었으면 문 닫았다”는 도내 서점들의 푸념도 들린다. 그러나 전주의 서점가에는 이상현상이 불고 있다. 기존 대형서점들의 분점과 새로운 대형서점들의 신장개업이 잇따르고 있는 것. 지난해 7월 문화서적(대표 문병호)이 전북대 근처에 분점을 내며 전주와 익산에 모두 세 곳으로 확장됐고, 전주대 대학로에 있는 호남문고(대표 최홍석)는 지난해 12월 서신동에 65평 규모의 분점을 냈다. 홍지서림(대표 양귀자)도 지난해 12월 효자동에 분점을 내면서 3년전 낸 아중점과 함께 모두 세 곳으로 확장됐다. 사회과학서점으로 유명했던 금강문고(대표 송연희)는 20여년간의 경원동 생활을 접고 3년전 서신동으로 옮겼다가 지난해 11월 송천동으로 이전, 3층 130평 규모로 확장됐다. 신규 서점도 늘고 있다. 7년전 경원동 전북예술회관 맞은편에 2백여평 규모의 일도문고(대표 조명국)가 생긴 것을 시작으로 2년전 평화동에 120평 규모의 웅진서적(대표 안남순)이 자리잡았다. 또 지난 달 28일부터 전주 시내 중심가에 대한문고(대표 심지웅)가 1층에 한해 부분 영업을 시작했다. 익산의 대표 서점인 대한서림에서 파생됐지만, 분점이 아니라 재정·인력 등 독립된 형태로 운영된다. 팔달로 외환은행 맞은편(옛 고려당제과) 건물 세 채를 리모델링한 대한문고는 지상 4층 건물에 1층과 2층 각각 2백여평 규모의 서점이 들어서고, 3층은 50명 이상을 수용할 세미나실과 외국어카페·청소년상담소 등 문화시설을 갖춘 도내 최대 규모다. 서점매장은 총 4백여평. 아직은 빈 공간이 눈에 뜨이지만 모두 채우면 일반도서·전문서적·학수논문집·아동도서·참고서·잡지코너·학회지·향토간행물 등으로 구분해 약 50여만권의 도서가 채워진다. 2층은 의학·한의학 전문서적 코너가 별도로 운영된다. 최근 서점들이 학생과 직장인·주부들의 약속장소뿐 아니라 인터넷방과 휴식공간 등 적극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앞세우고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홍지서림이 지난 2001년 건물 지하에 마련한 북카페는 도내 서점의 서비스 개선에 관한 대표적인 예. 지금은 개장초기처럼 활발하진 않지만, 출판기념회나 소규모 동아리의 모임장소, 대학생들의 전시공간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민중서관(대표 강준호)도 지난 1월 인테리어를 새롭게 했고, 주부들과 아이들의 발걸음이 많은 웅진서적도 창가 옆에 휴식공간이 있다. 또 대부분의 서점들이 고객용 도서검색대를 마련, 안내데스크의 서비스와 함께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했다. 2층과 3층 인테리어를 마무리하고 이 달 26일 공식 문을 열 대한서림은 1층에 아이들이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놀이공간과 영상기기를 갖췄다. 2층 20여평을 통유리로 된 북카페로 만들어 지적 분위기도 높였다. 또 사무실 벽을 없애 고객과 거리도 좁혔다. 특히 3층은 전주대학교와 함께 운영, 외국인 교수를 상주시켜 원어민 교수와 정기적인 대화시간을 마련하고, 외국어로만 운영될 카페도 들어선다. 전문상담인력을 배치한 청소년 상담소와 특강, 청소년 미술작품 전시회 등 청소년들의 발길을 붙잡을 계획이다. 대한문고 심지원 관리부장은 "전북은 토종 서점들이 자리잡고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고객 서비스 등을 통한 공정한 경쟁으로 독서 인구를 늘리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객의 품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대형서점들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전주의 서점 문화가 새로워지고 있다.
살다보면 버리고 다시 시작하게 되는 일이 있다. 그리고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것도 있다. "결국 시작과 끝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시인은 무겁게 짊어지고 있던 짐을 버린다는 생각으로 첫 시집을 냈다고 말했다.김월숙씨(43·임실고 교사)가 시집 '아직도 그가 서 있다'를 펴냈다. 사물 속에 숨겨져 있는 속살을 드러내 사유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시들은 일상에서 포착된 사소한 것들에 시인의 감성을 더한 결과물이다.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된 그의 작품들은 양지바른 곳에 앉아 볕을 쪼이고 있는 듯한 기분처럼 맑고 따뜻하다. '시인'이라는 이름이 아직은 낯설고 부끄러운 그는 시 쓰는 작업은 '알몸보다도, 가장 내밀한 상처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시를 쓸 때면 항상 조심스럽고 온 힘을 다할 수 밖에 없다. 김씨가 생각하는 문학은 생활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시심을 발견하고 소중히 키워나가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대학교 3학년부터 꾸준히 습작해 온 작품 77편이 실렸다.
한국문예연구문학회(회장 변종환·이전안)가 여섯 번째 동인지 '텃밭'을 냈다. 이 문학회는 지난 달 창간 10주년 행사를 치른 계간 '문예연구'로 문단에 입성한 문인들로 구성된 동인모임. 동인지들이 대개 그렇듯 창간기념행사와 신인상 수상자 시상식, 문학기행, 세미나 등 회원들의 한해살이를 담은 화보들이 책의 첫 페이지를 장식, 더 정겹고 훈훈하다. 2003년 신입회원들인 이봉희·이영주·추인환·심재숙·이명화·전호춘·권영이·황점복·신유은·이윤진씨의 시·수필·평론·소설 작품과 부산지부 회원들인 이충곤·이상열·안태봉·강갑재·변종환씨의 작품을 특집으로 엮었다. 선배 문인들의 시와 수필, 소설이 그 다음 차례. 특히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배순아씨의 글은 더 반갑다. 그의 수필 '남편에 대한 보고서'에서 배씨가 왜 '더군다나 남편이 중년의 이 나이까지 살아온 것 역시 기적이다'라고 쓸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찾는 것도 즐거운 탐색이 될 것 같다. 그의 남편은 올해 '다롱이의 꿈'으로 한국일보 동시부문에 당선된 이옥근씨다.
번쩍이는 재치와 기발한 상상력, 그리고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지난 해 우리나라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독점하다시피 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 이 책은 70여만부가 팔린 지금도 여전히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이에 출판사인 '열린책들'은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최초로 <과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기발한 발상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하는 <나무2 문예공모>를 인터넷을 통해 실시하였고, 그 결과 선정된 31편의 우수작을 '나무2'라 하여 새롭게 내놓았다.두달 동안 응모한 286편에서 추려낸 이 책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뛰어난 상상력을 지닌 우수한 작가 지망생이 무척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반면에 직업작가의 소설집이 아닌 만큼 한편 한편 읽다보면 허황되고 엉성한 작품들도 있지만 그들만의 상상력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평가하자면, 이 책은 분명 빈곤한 우리 문학계에 작지만 참신한 묘목이 될 수 있을 것 같다./홍지서림 전무
시와 유물론적 사유 / 푸른사상 펴냄 / 2만원한평생 하나의 주제를 선택해 시를 쓴 시인. 오후 3시, 병원 일을 마감하고 나면 내과의사였던 그는 시인이 된다. 시를 쓰고 책을 읽고, 힘들고 고될지언정 시와 시인의 길을 걸어감에 있어 쉬임이 없는 진헌성 시인. 전 중부대 이운룡 교수(66)가 과학철학론을 시 속에 담아온 진헌성 시인의 작품 평설을 엮어 '시와 유물론적 사유'를 펴냈다. 이 교수는 "하나의 주제를 표상하고 있는 1천5백62편의 단시와 연작 장시는 과학철학의 유물론적 사유와 사상에 의해 언어의 미의식 세계를 형상화했다는 점만으로도 남다르다”며 "무겁고 깊고 큰 주제의 확산은 타인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진 시인을 극찬했다.주로 연작시를 써온 진 시인의 특징을 이 교수는 연작시 안에 우주과학은 물론, 우주 안에 편재된 인간과 물성의 원리를 담아 내면을 창조적으로 직관하고있다고 평가했다.진 시인의 시전집에 수록된 다섯권의 단행본마다 각각 '인생, 현실, 본질에의 변증법적 정관' '공간사상과 토속적 의식구조' '유심, 유물 꿰뚫은 21세기 화두' '다원적 감성과 범신론적 세계정신' '관념문화와 과학철학의 진실게임' 등의 평설을 실었다.이 교수는 정서에 호소하는 언어예술만이 시의 정도라고 보는 대부분의 견해 속에서 과학지식이 시가 되고 물성의 원리와 물리법칙이 시가 되는 것을 증명한 진 시인의 시작활동을 높이 샀다. 진안 출생으로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세계한민족작가연합부회장을 맡고있는 이 교수는 2003 한국문예예술진흥원문학우수도서로 선정된 시집 '그 땅에는 길이 있다'를 비롯해 20여권의 저서를 냈다.
△ 긍정적인 밥 '69인의 좋은 시를 찾아서'라는 부제의 이 책은 강연호 시인(원광대 교수)과 김완하·이재무 등 세 명의 중견시인이 현대시 69편을 선정, 시평을 곁들여 소개했다. 고은의 '문의 마을에 가서', 신경림의 '여름날', 이용악의 '낡은 집' 등이 수록됐다. 문학평론가 유성호씨(교원대 교수)가 쓴 '현대시의 흐름과 전망'도 함께 실려 있다. 화남 펴냄/9천5백원.△ 다시 태어나도 이 한 몸 '敎育에 불태우다'정답도 없고 시대와 환경, 교육 대상에 따라 저마다 달라지는 교직·직업관이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교직원들에게 선배들의 한마디는 훌륭한 밑거름이 된다. 교육 현장에서 은퇴한 서득룡씨가 자신의 교육관과 함께 20여명의 교직·직업관을 엮었다. 신아출판사 펴냄 / 1만원△ 한국 현대 수필의 탐색창신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정목일씨가 40여명 수필가의 작품론과 수필평론을 묶었다. 작가의 주제의식, 소재의 분석, 구성상의 방법, 문장의 개성, 수필문학의 전개방향 등 현대수필의 특징과 작가별로 긍정적 평가를 시도했다. 신아출판사 펴냄 / 1만원△ 전북예총 제18호사단법인 한국예총 전북연합회의 기관지. 전북대 이정덕 교수의 '축제와 예술제', 이동희 시인의 '문화·예술적 삶을 생각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원광대 나종우 교수의 '축제 이대로 좋은가' 등을 특별기획으로 다뤘다. 10개 협회의 2003년도 사업과 회원활동 등을 소개하고, 지난해 전북예총과 지역 문화예술계를 돌아본 화보도 담겨 있다. 비매품. △ 세상에 정말 사랑이 있을까 사이버 세상에서 활동해온 이휘령씨가 오프라인 독자들과 만남을 시도한 장편소설집. 핑크빛 사랑이야기는 아니다. 마음의 병과 육체의 병을 모두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남녀가 만나 펼치는 현실의 사랑이야기. 여성노숙자를 주인공으로 시대의 후미진 공간을 비춰냈다. 읽을수록 가슴이 쓰리고 아프다. 온라인서점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로맨스북 펴냄 / 9천8백원 △ 전주시 자원봉사 활동터전 안내2004년은 전주시 자원봉사의 해. 전주시와 전주시자원봉사종합센터가 전주시 동별 자원봉사수요처 모음집을 펴냈다. 봉사를 하고 싶어도 어디서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 막막할 때, 이 모음집 하나로 관련 정보와 함께 자원봉사의 보람을 찾을 수 있다. 비매품
"그냥 지나쳤거나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지요. 예를 들어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서 동성애나 폭력적인 면을 발견합니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도 전혀 새롭게 분석했어요.”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정인섭 시인(49·해성고 교사)은 생각과 달리 도발적인 문장으로 가득한 '성의 페르소나'(예경 펴냄)를 권했다. 9백15쪽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에다 촘촘한 글씨로 가득한 이 책은 두께만큼 야심만만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책을 보면 성을 둘러싼 여러 유형의 '페르소나'(가면)가 벗겨집니다. 서양작품을 주로 다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문학작품들의 성적인 이념들을 분석해 놓은 사례들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지역 문학인들이 아무리 성화를 부려도 학교와 집, 성당과 서점, 네 꼭지점을 맴도는 생활을 꽤 오래 반복하고 있는 그가 한 달에 읽는 책은 30여권.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이제 마음껏 책을 사서 볼 수 있겠구나, 싶어 좋았다”는 그이기에 수십년간 이어진 그의 책 탐구는 새삼스럽지 않다. "새로 나온 시와 소설은 빠짐없이 봅니다. 인문·사회과학 서적은 열심히 보려고 하죠. 관심 있는 영역은 철학과 심리학입니다.”그동안 독서습관도 바뀌었다. 한 권이 아니라 여러 권을 동시에 본다. "어느 순간 직장과 집에서 읽는 책이 달라지더군요. 집에서도 거실에서 읽을 때와 책상에서 읽을 때, 잠들기 전에 읽는 책이 다르게 되고….” 시인이 그리운 사람들은 전주의 한 서점에서 그를 기다리면 된다. 2년전 펴낸 네 번째 시집 '꿈을 꾼 뒤에'(문학동네)의 흔적도 살펴보면서….
'봄의 그 눈짓은/제주에서 두만까지/우리가 더딘/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중략)//이제 올/너그러운 봄은,/삼천리 마을마다/우리들 가슴 속에서/움트리라.//움터서,/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를/눈 녹이듯 흐물흐물/녹여 버리겠지.'(신동엽의 '봄은'중에서) 찬바람이 콧속 깊이 맴돌지만 봄은 어김없이 기지개를 편다. 1백년만의 폭설, 그 무거운 눈 밑에서도 파릇한 싹이 움트고 있다. '봄'은 시인들에게도 좋은 소재. 안도현 시인은 '저 얼음장 위에 던져 놓은 돌이/강 밑바닥에 닿을 때까지는'('봄이 올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했지만 꼭 그럴 필요 있을까.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온다'(이성부의 '봄')고, 주위를 둘러보면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윤동주의 '봄')들이 피어나고 있다.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중략)/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하며 봄비에 새 희망을 가득 담은 고정희 시인의 '봄비'나 '배꽃들은/황토산 자락에/연분홍 첫살의 숨결을 토해놓지'하는 곽재구 시인의 '배꽃'에 어린 풍경을 상상하면 3월 눈보라의 황당함도 씻은 듯 사라진다. 한 시인은 '나 찾다가/텃밭에/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예쁜 여자랑 손잡고/섬진강 봄물을 따라/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김용택의 '봄날')하고 두 손 털고 매화꽃 보러 갔지만, 지금 우리의 봄처녀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 어렵고 힘든 시기인 만큼 봄처녀를 기다리는 마음이 급하다. 봄에 어울리는 시 한편을 감상하다보면, 봄처녀의 손짓이 더 가까이 다가오겠지. △ 이문구의 동시집 '산에는 산새 물에는 물새''옛날 아이들은/장난감이 귀해서/겨울이 가면/풀밭에서 놀았는데/풀물이 들고/꽃물이 들어서/깁고 기운 옷인데도/봄 냄새가 났다나요.'('옛날 아이들') 지난 해 2월 세상을 떠난 소설가 이문구씨가 "손자 손녀들에게 이런 얘기만은 꼭 들려주고 싶어서” 썼다는 유고 동시집 '산에는 산새 물에는 물새'(창비 펴냄)는 노래로 흥얼거려도 좋을 만큼 경쾌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 60여편의 동시를 한데 묶은 이 책은 잊혀진 시골마을의 풍경과 나무 새 풀벌레 등 뭇 생명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배추꼬랑이는 '내년 봄에/노랑 물감 같은/장다리꽃을 피우기 위해서'('씨도리 배추') 눈으로 목을 축이며 밭에서 견디었고,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빨랫줄에 모여 앉은 제비들이 '뜰에서 주워 먹은 콩이 비리고 비리고 비립디다'('제비')라고 이야기를 나눈다. 동시를 통해 옛 농촌의 일상을 구수하게 풀어놓은 데는 자연과의 교감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있다. △ 유안진의 시집 '봄비 한 주머니''320밀리리터 짜리/피 한 봉다리 뽑아 줬다/모르는 누구한테 봄비가 되고 싶어서/그의 몸 구석구석 속속들이 헤돌아서/마른 데를 적시어 새 살 돋기 바라면서'('봄비 한 주머니') 언제나 소녀로 남아 있을 것 같은 유안진 시인이 치열함과 원숙함으로 절창을 토해 놓은 시집 '봄비 한 주머니'(창비 펴냄). 35년 간의 시 작업이 농축된 70편의 시가 수록된 이 시집은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도 없이 푹 빠져볼 수 있다. 한 방울의 피를 누군가를 위해서 흘려본 적이 있던가. 시인은 눈물나는 삶을 위해 기꺼이 피 한 줌 뽑아주지만, '멀쩡한 누군가가 오염될까' 걱정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짓은 이 짓거리뿐'이라고 반성한다. 그리고 '봄비'가 온 세상을 돌고 돌아 따뜻함이 넘쳐나는 세상을 꿈꾼다.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들꽃 언덕에서') 연한 버들잎을 입에 물고 온 산천을 뛰어다니는 치기 어린 이미지, 순백의 미색이다.
"평소 제자 두기에 인색했는데, 대학시절 사제(師弟)로 인연맺은 이병천 작가에게 '내가 자네를 제자로 칭한다면 받아들이겠는가'하고 말한 적 있습니다.” 겸손하기로 소문난 스승이자 문단의 대선배인 전북대 최승범 명예교수의 제안을 흔쾌하게 받아들였다는 자랑스러운 제자, 소설가 이병천씨. 지난 6일 오후 4시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열린 이씨의 장편소설 '神市(신시)의 꿈'(한문화 펴냄) 출판기념회는 이례적인 한판 잔치로 관심을 모았다. 문단에 들어선 지 23년. 그동안 십여권이 넘는 작품집을 펴내면서도 이렇다할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았던 그의 지인들이 작가를 밀어내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마련한 자리였다. 행사 당일 '목장갑'을 끼고 일하던 안도현 시인이 출판기념회를 만든 주모자. 전북민예총, 전북문인협회, 전북작가회의, 한문화 멀티미디어, 문화저널, 아름다운사회를위한작은모임, 전주MBC 편성국, 전주고 52회 동창회장 등 여러 단체와 대표들이 초청인이 됐다. 1백여년전 인물인 홍암 나철이 뒤늦게나마 조명된 것을 뚜렷하게 각인시키듯 하늘에선 '3월에 1백여년만에 내린 최고의 폭설과 추위'를 안겼지만, 참석자들의 발길은 내내 이어졌다. 즐거움을 나누고 술 한잔 허물없이 마실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배려뿐 아니라 나철의 영혼과 좀 더 가까이 가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는 제대로 발휘된 셈이었다.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이어진 출판기념회에 모여든 축하객은 3백여명. 최승범 허소라 김남곤 라대곤 소재호 김용택 안평옥 서정일 오하근 김용옥 진동규 곽진구 등 선후배 문인들을 비롯해 국악·연극·언론 등 문화예술인, 전북대 두재균 총장, 열린우리당 이광철·박영자 중앙위원, 한문화출판사 우종무 대표, 전북대 김기현 교수 등 참석자들은 막걸리 한잔 나누는 정겨운 즐거움을 앞세워 작가를 축하하고 격려했다. "이병천의 소설을 읽고 작가의 폭 넓은 지식과 지혜, 열정에 새삼스레 놀라게 됐다. 한민족의 앞날을 생각할 때 꼭 챙겨서 봐야 할 소설”이라는 최승범 교수의 축사는 작가에게 더없는 선물이었다.흩날리던 눈발에 맞춰 해금연주자 고유정씨(전주시립국악단 단원)의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에 이르기까지'의 서정적인 선율과 김옥자씨 등 야인 소리꾼들의 판소리 연창까지. 격식을 털어낸 작은 문화 한마당의 정겨움이 추위를 몰아내고있는 동안 80년대를 떠올린 문화예술인들의 민중가요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소설가 이병천씨의 '신시의 꿈'(한문화 펴냄) 출판기념회가 6일 오후 4시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열린다. '신시의 꿈'은 독립운동의 아버지인 홍암 나철의 삶을 조명한 장편소설이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그간 지역 내에서 이씨가 보여온 다양한 활동을 확인시키듯 여러단체가 초청인이 됐다. 전북민예총(회장 최동현) 전북문인협회(회장 소재호) 전북작가회의(회장 김용택) 한문화 멀티미디어(이사 우종무) 문화저널(발행인 유휴열) 아름다운사회를위한작은모임(회장 진호) 전주MBC 편성국(국장 최태주) 전주고 52회 동창회(회장 홍수기) 등이다. 문의 063-287-6300(한옥생활체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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