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 외딴 곳 그 작은 집수필의 소재로 기피되어 온 분단의 문제, 무거운 좌우익의 이념에서 애끓는 모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진솔한 표현으로 풀어낸 양미경씨의 수필집.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망각의 강을 넘어' 연작을 비롯해 마흔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수필과비평사 펴냄 / 9천원. △ 무궁화 - 무궁화란 어떤 꽃인가?1998년 임업연구관으로 명예퇴직한 송원섭씨가 나라꽃 무궁화에 대한 총서를 출간했다. 산림청 산하 임목육종연구소에서 10여년간 무궁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3백품종에 달하는 무궁화를 일목요연하게 집대성했다. 나라꽃이 된 유래, 식물학적 특성, 재배방법, 품종설명 등 총5편으로 엮었다. 세명서관 펴냄/2만원. △ 작골 이야기전형민씨의 첫번째 소설집. '작골'과 '도라지'를 '작골 이야기'로 묶어냈다. 작가의 출생을 전후한 1920년대 말에서 1930년대 후반 진안이 배경. 당시 시골의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냈지만, 짧은 문장이 사건의 진행을 빠르게 한다. 도서출판 나라 펴냄/8천원.△ 든든이의 발칙 깜찍 일기 '아이큐는 두자리 잔머리는 세자리''든든이'는 작가 정상영씨의 또다른 이름. 올해로 열여덟이 된 '든든이'의 초등학교 6년동안의 일기다. 발렌타인데이 이야기나 포경수술 할 때 일기는 어린이다운 순수함이 묻어나지만, 몸살이 난 엄마를 묘사할 때는 어른스러움도 엿보인다. (주)강마을 펴냄/9천원
전북시인협회(회장 정희수)가 2003년 제5집 '詩의 땅'을 펴냈다. 회원들의 부지런한 시작활동으로 신작시가 두툼하게 실린 연간사화집이다.첫 장을 펴면 최승범 시인의 권두시 '日向寒蘭記'가 조용히 가슴에 와 안긴다. 작촌 조병희 선생의 '한벽당 외 4편'·백양촌이란 필명으로 잘 알려진 신근 선생의 '신생 외 4편'·김민성 선생의 '바다는 외 4편'·이세일 선생의 '구름 외 4편'등 유고시인들의 귀한 작품들을 모아 특집을 마련했다. 전북시인상 수상자 최영 시인의 작품을 통해 시인을 집중조명하고, 우리 고장 출신 김년균·문두근·민경헌·박종철·이충이·정복선씨 등 출향시인들의 작품을 한 데 묶었다. 온갖 유혹들이 난무하는 시대, 새로운 정의의 칼날을 세워 보통 사람들에게 구원을 줄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일 것이라는 정희수 회장의 권두언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문예·문학창작교육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전문적이고 밀도있는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학 장르별 특성에 따른 대응 양식이나 접근법이 고려되지 않고 현장에서 교육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표현문학회(회장 이동희)가 문예·문학창작실기 교육의 전문적이고 효율성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공론화 장을 마련했다. '表現' 2003 하반기 제43호 특집 '문예창작 교육의 현황과 전망'.한양대 이상호 교수가 대학 문예·문학창작교육 현실과 바람직한 방향을 담은 논문 '대학의 시창작 교육의 실상과 전망'을 발표했다. 이교수는 "시인 배출 목표에 급급한 나머지 지나치게 창작기술을 습득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시문학의 기능이나 가치를 현대적 의미로 확장하고, 문학창작교육의 범주를 시적 상상력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로 대폭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몇몇 대학 문예창작학과에 개설된 교과목들을 분석해 사례 중심으로 현장성을 살렸다.문학평론가 노창수씨는 '사물시조의 분석 이해를 통한 생활시조 쓰기'를 통해 시조 장르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전통적 양식의 시조가 생활문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이동희 회장의 '문화교육, 시문학 교육론'은 학교교육의 입장에서 논의를 전개, 문학교육의 원론적 방법론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방법론을 시도하고 있다.문학과 미술의 조화로운 발전을 기대하는 '표현화랑'은 표지화를 장식한 서양화가 이동근씨의 '아프리카를 가다'전으로 꾸몄다. 이회장이 '객체에 투영된 원숙한 정신미'라는 글로 생생하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아름다움을 읽어준다.느즈막하게 내놓은 이번 호는 회원들의 반년간의 결실이 그 어느때보다 알차다.
현대 문명사회는 '과학'의 힘으로 만들어 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하면 차가운 실험실과 하얀 가운을 입은 무표정한 과학자를 떠올린다. 그리고 과학은 딱딱하고 차가운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태평양 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는 이 책의 저자 이은희 씨는 그동안 차갑게 인식되어 온 과학에 자유롭고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입혀 부드럽게 설명해 주는 남다른 이야기꾼이다. 다음카페의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운영자로 이미 그 능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이 책을 통해 과학의 속성을 도전정신, 다양성, 아름다움, 창조성 그리고 휴머니즘으로 세분하여 들려준다. 책 속에는 수많은 과학 이야기가 우리의 고정관념과 호기심, 상상력을 자극하며 등장할 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과학의 남다른 재미를 저자만의 톡톡 튀는 언어로 예쁘게 포장하여 읽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해 준다./홍지서림 전무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인데, 연초에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읽고 있죠. 페이지마다 침묵이라는 단어가 수도 없이 들어가지만 그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안도현 시인은 몇 일 전 막스 피카르트의 산문집 '침묵의 세계'(까치글방 펴냄)를 다시 펼쳤다. 시인의 독서습관은 '잡독'(雜讀). 닥치는 대로 읽고, 굳이 끝까지 읽으려고 고집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눈에 뜨이거나 생각이 날때 다시 읽으면 되기 때문이다. 시인마저 이런저런 소음에 시달리는, 침묵이 은폐됐거나 몰수된 소음의 대량 생산시대. 이 책은 시인의 책장에 정해진 자리가 있다. '시는 침묵에서 온다. 그리고 침묵을 동경한다. 그것은 인간처럼 하나의 침묵에서 다른 침묵에로 여행한다… 침묵은 대화자 사이에 있는 것이며 그것을 듣는 자가 침묵이며 침묵은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시와 침묵' 부분) 시인은 사물과 침묵, 사랑과 침묵, 시간과 침묵, 자연과 침묵 등 여러 주제로 침묵을 예찬하는 이 책은 읽을 수록 잊혀지지 않는 여운이 있다며 "눈 내리는 겨울밤에 읽으면 더 어울리는 깊이 있고 아름다운 책”이라고 소개한다. "침묵이란 단어 하나로 책을 가득 채우고 있어요. 침묵을 거론하면서 작가는 침묵에 대한 수다쟁이가 된 셈이지만 오히려 시적이죠. 산문집이 아니라 산문시집이라고 할까…” 침묵의 세계를 전하는 시인도 침묵의 수다쟁이가 됐다.
시(詩)의 해석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그렇다고 제멋대로 해석될 수도 없다. 시의 언어는 해석의 범위를 제한해 그 한계를 긋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오하근 교수(원광대 국어교육과)는 최근 펴낸 '한국 현대시 해석의 오류'(집문당 펴냄)를 통해 "시의 말은 다른 말과는 달리 꼭 해석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의 현대시는 유명 시인의 작품조차 해석되지 않은 것이 많고 해석이 되었다고 해도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힌 오교수는 "해설로 해석을 대신해 전체 윤곽만을 추상적으로 설명하면서 작가론이나 문학사의 예문으로 삽입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강조한다. 오교수는 '해석의 오류' 대표적인 예로 민요론과 한의 정서로 먹칠된 김소월의 시를 꼽았다. 이 책은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이거나 그 자체가 뛰어난 작품, 해석에 논란을 일으킨 작품 등을 골라 지금까지 고정화되어 있던 통설에 문제를 제기하고, 반론하고, 스스로 해답을 구한다.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정형시와 자유시의 중간형태인가, 신체시나 신시인가, 모작시나 번안시인가, 아니면 단순한 구호에 불과한가 등 구체적인 궁금증을 작가의 행적과 당시의 시대상을 살펴 시어와 시의 내포적 의미를 치밀하게 분석했다. 주요한의 '불노리', 김소월의 '초혼',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 서정주의 '꽃밭의 독백' 등 한 시대를 호령했던 작품들도 이 책을 통과하며 새로운 옷으로 말끔하게 갈아입었다. 특히 익산출신 가람 이병기 시조시인과 부안출신 신석정 시인은 고인의 삶과 철학을 정감 있는 어조로 세세하게 거론하며 쓰여졌다. 가람의 시조를 전기와 후기로 나누는 것은 편의상 시대구분이 아니라, 고인이 시를 쓰지 못했던 시기의 원인과 시대가 그의 시풍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가람은 1942년부터 1년 동안 옥고를 치르고 낙향한 뒤 농사에 전념하던 중 해방을 맞았다. 그가 시를 쓰지 못했던 5∼6년의 세월 동안 급변한 시대적인 환경은 가람의 시풍에 충격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던 것. 오교수의 주장처럼 가람의 후기 시조는 옥중의 감회와 해방의 감격으로부터 시작된다. 1930년대 최고의 평론가인 김기림으로부터 '목가시인'으로 불려진 신석정 시인은 1947년 자신의 두 번째 시집을 '슬픈 목가'(낭주문화사 펴냄)로 이름 붙이며 화답했다. 하지만 석정은 훗날 이른바 '목가시'를 쓴 자신을 부끄럽게 여겼다고 한다. 오교수는 영국의 목가문학과 중국 남북조시대의 한시, 우리의 고전문학 등에서 찾아지는 목가적 경향을 분석해 "'촛불'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등 시인의 작품은 허무주의의 현실도피적 은둔사상의 목가시가 아니라, 원시주의의 현실비판적 인간 본성의 자연시”라고 주장한다. 석정의 시는 일상을 아름다운 시의 언어로 새겨 넣은 '생활을 승화시킨 시'라는 것. 오교수는 부정적인 현대 문명과 일제하의 조국 현실이 목가시나 전원시라는 아이러니의 언어를 산출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현대시 해석의 오류'는 이론서·연구서의 성격이 강해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는 않지만, 밑줄 그으며 읽다보면 시에 대한 또다른 해석과 해설에 구미가 당긴다. 수능세대에게도 적절한 답을 내려줄 수는 없지만, 문학전공자나 학력고사세대, 논술을 준비하려는 이들에겐 특별한 가치를 안기는 책이다.
책을 펼치니 '심안(心眼)'이란 시가 눈에 들어온다. '아침이 더이상 아침이 아닐 때' '들을 수 있는 것만도 축복일까' '삶을 바라볼 심안이라도 찾을까 더듬거리며' 1997년 투병중이던 시인이 실명위기를 맞고 쓴 시 한 편에 회색빛 쓸쓸함이 가득 묻어난다. 군장대 박충식 교수(61·산업시스템경영학과)가 시 속에 자신의 감상들을 고스란히 담아 첫번째 시집 '심안(心眼)'을 펴냈다. "투병생활로 지난 10여년을 보내며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절규하듯 중얼거리는 버릇이 생겼다”는 그는 "그때 그때의 생각과 느낌을 일기 쓰듯 짧은 글로 적게 됐다”고 말했다. '이럴 수도 있을까!' '어느 병실 이야기'등 투병생활의 희망과 좌절을 담고있거나 생활 속에서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찾아낸 시들이 '인생의 아주 어려운 대목을 지내왔다'는 그의 고단한 삶을 말해준다.섬세한 은유나 복합적인 심사를 역설적인 시어로 연결한 시적 표현이 돋보인다. 음악성을 살려 큰 감동의 울림으로 남는 서른편의 시가 실렸다.전남 완도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남광주 세무서장·교보생명 기획조정실 이사를 지냈다.
우리는 설과 추석에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제례를 차례(茶禮) 또는 차사(茶祀)라 부른다. 그런데 이름은 차례라 하면서도 제상에 차(茶)는 보이지 않고 술이 오른다. 술을 올리면서 왜 주례라 하지 않고 차례라는 말을 그냥 쓸까.이런 궁금증은 전통 생활문화 전문가인 이연자 선생의 새책 "명문종가 이야기”에 의해 말끔히 풀린다. 기록에 의하면 이미 1600년 전부터 제례에 차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많은 세월 동안 수없는 변란을 겪으면서 차는 쇠퇴기를 맞고 차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숭늉이나 물, 또는 술로 차를 대신 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저자가 전국 여기저기에 자리 잡은 명문 종가 18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굳게 닫힌 솟을대문 빗장을 열고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의 내력을 담아낸 이 살아있는 답사기록을 통해 선조들의 생활문화를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 보자./홍지서림 전무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십여년. 늦깎이 작가 여산 이영자씨(60)가 첫 수필집 '아름다운 인연'을 세상에 내놓았다.그는 "서투른 자화상을 그려 서둘러 책을 내려니 망설여지고 부끄러워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지만, 부지런한 습작 과정을 거친 그의 글은 목구멍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달콤한 차 한잔 같다. '글은 곧 그 자신이다'라는 뷔퐁의 말을 가슴 속에 묻고있는 이씨는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소재 삼아 고해성사라도 하듯 경건하면서도 담담하게 글을 풀어낸다. '우리 집도 일레븐' '할아버지와 손자'등 가족간의 끈끈한 정과 유대관계를 보여주며 가정사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도 이씨 작품의 특징이다. 수필을 주로 써왔지만 열린시창작회 회원인 그는 시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맑고 깨끗한 시어와 단순명료한 이미지를 탄탄한 구조 속에 담아낸다. 이씨는 전북 여산 출생으로 2000년 '지구문학' 봄호 신인상 수필부문에 당선, 등단했다. 현재 한국문협·지구문학작가회의·전북문협·전북수필문학·전북여류문학 등 여러 문학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현대문학이론연구현대문학이론학회(회장 김춘섭·전남대 교수)에서 펴낸 스무번째 학술집. '소설 혼불의 텍스트성'을 특집으로 윤평현·임환모·김동근씨의 글이 실린 것을 비롯해 장창영씨의 '다매체시대의 문학교육론', 문호성씨의 '김용택 시의 서정미학' 등 곱씹어 볼만한 논문들이 많다. 1만5천원. △ 유·초등 연계교육의 이론과 실제유·초등교육의 과제가 시급한 현실에 꼭 필요한 책. 유·초등 연계교육의 배경과 발전과정, 본질과 특성, 교사의 자격과 교육,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교육과제 등이 세밀하게 담겼다. 서해대 유아교육과 고정곤·최태식 교수 공저. 양서원 펴냄/1만8천원. △ 김용택 선생님이 챙겨주신 3학년 책가방 동화 초등학교 1·2학년에 이어 7달만에 펴낸 3학년을 위한 동화집. 섬진강가 김용택 선생님이 어린이들에게 꼭 읽혀 주고 싶었던 '달님은 알지요'의 작가 김향이 등 국내 유명 작가들의 단편동화 7편을 엮었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창작 동화. 김용택 특유의 감상문도 덧붙여져 있다. 파랑새어린이 펴냄/8천원. △ 야구방망이를 들고있는 남자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한 이 지역 출신 작가 신현근씨의 소설집. 한국사회가 안고있는 이데올로기 비극을 다룬 '우기의 늪', 인생을 느끼게 하는 '추가', 작가의 치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탈바꿈', 삶의 집념과 처절한 인간애를 밀도있게 짠 '떡국'등 열한편의 단편소설들을 묶었다. 푸른사상 펴냄/1만원.△ 무궁화 - 무궁화란 어떤 꽃인가?1998년 임업연구관으로 명예퇴직한 송원섭씨가 나라꽃 무궁화에 대한 총서를 출간했다. 산림청 산하 임목육종연구소에서 10여년간 무궁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3백품종에 달하는 무궁화를 일목요연하게 집대성했다. 나라꽃이 된 유래, 식물학적 특성, 재배방법, 품종설명 등 총5편으로 엮었다. 세명서관 펴냄/2만원. △ 작골 이야기전형민씨의 첫번째 소설집. '작골'과 '도라지'가 '작골 이야기'로 함께 묶였다.작가의 출생을 전후한 1920년대 말에서 1930년대 후반 진안이 배경. 당시 시골의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냈지만, 짧은 문장이 사건의 진행을 빠르게 한다. 도서출판 나라 펴냄/8천원.△ 든든이의 발칙 깜찍 일기 '아이큐는 두자리 잔머리는 세자리''든든이'는 작가 정상영씨의 또다른 이름. 올해로 열여덟이 된 '든든이'의 초등학교 6년동안의 일기다. 발렌타인데이 이야기나 포경수술 할 때 일기는 어린이다운 순수함이 묻어나지만, 몸살이 난 엄마를 묘사할 때는 어른스러움도 엿보인다. (주)강마을 펴냄/9천원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5일 오후 3시 전주우석빌딩 7층에서 열린다. 올해 수상자는 시 부문 문신(31·'풍경(風磬) 끝에 매달린 물고기나 되어'), 소설 부문 최영두(38·'흰 닭이 날아가는 곳'), 수필 부문 김성구씨(55·'오카리나'). 당선자들의 가족·친지를 비롯해 지역 문학인 1백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전주문화원(원장 김광호)이 발행하는 향토종합지 '갈재'2003년 겨울호가 나왔다. 지난해 '노령'에서 이름을 바꾼뒤 두번째 선보인 '갈재'는 구수한 전주이야기들로 지난호보다 훨씬 풍성해졌다. '전주 사당(祠堂) 순례'의 첫번째 순례지는 완산칠봉 산기슭에 자리한 '완산사'. 신라 흥덕왕 10년에 흥무대왕으로 추봉된 김유신 장군의 위패와 영정을 봉안한 곳이다. 농민운동에 평생을 바친 이수금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의 '조카에게 들려주는 농부이야기'와 '문화예술인들에게 들어본 전주의 한 꼭지'는 우리 고장 사람들의 따스함이 새삼스레 묻어나는 지면이다. '교동·풍남동 한옥마을' '아산 외암리의 민속마을' '서울의 북촌한옥마을'을 함께 엮은 기획특집 '도시의 한옥마을'은 전통이 조용히 흐르는 곳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소개한다.지난 호에 이은 '동문거리 워크숍', 이종진 전주문화원 사무국장의 '우리시대에 만들어야 할 전주세계소리축제', '전주의 명장 순례' 등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전주의 소중한 것들이 가득하다.
전북시인협회(회장 정희수)가 수상하는 제4회 전북시인상(회장 정희수)에 시인 송희씨(47)가 선정됐다.전주 출생으로 96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한 송씨는 지난해 첫 시집 '탱자나무 가시로 묻다'을 펴냈다.지역사회에서 활동중인 향토시인 중 시 창작성과 문학성이 높은 시인을 발굴·시상하고 있는 전북시인상은 송씨 특유의 언어의 조탁성과 이미지성을 높이 평가했다. 전북시인협회 이사로 활동중. 시상식은 24일 오후 5시 민촌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시인 최영씨(59)와 문학평론가 호병탁씨(55)가 표현문학회(회장 이동희) 제17회 표현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표현문학의 문학성과 전통 그리고 역대 수상자들 크기에 비해 자신이 너무 왜소하여 두렵다”는 최씨는 "앞으로도 진솔한 시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84년 월간 시문학을 통해 등단, 94년부터 2년간 표현문학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시집 '개구리'를 비롯해 '미룡동의 참새' '내가 살아온 이야기들'을 펴냈으며, 수상록 '은파에서 째보선창까지' 수필집 '내 아침의 그림 그리기'를 발표했다. 제5회 한국시학상·제10회 전북문학상·제3회 전북시인상을 수상했다.'한국현대소설의 대화적 상상력' '이상과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비교문학적 연구' 등 깊이있는 연구논문들을 발표해 온 호씨 역시 "반세기라는 긴 세월동안 선배들께서 공들여 쌓아온 표현의 위상과 명예에 흠이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호씨는 "늘 뒷전에서 배우는 자세로 서있겠다는 등단할 때의 초심을 지켜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북문인협회 평론분과위원장을 맡고있다. 시상식은 17일 오후 5시 민촌아트센터.
문화는 사람의 손을 거치며 생생하게 소리를 내고 숨을 쉰다. 갑신년에도 전북 문화의 꽃망울을 틔워내려는 젊은이들의 움직임이 활기차다. 올해 전북의 문화계에 변화를 이끌고 결실을 맺을 사람들. 전북 문화의 희망이 떠오른다.'문 밖을 나서기가 더 두려워지면/산골 뜨뜻한 절 방에 들어앉아/해가 꼭 저 누울 자리만큼 길어날 때까지/동지 지나 한 열흘 더 화톳불이나 일구어 놓자'(김형미의 시 '동지'부분)"요즘 시 많이 썼어요” 목소리가 밝고 힘차다. "견디기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그 아픔에 맞서는 일이 시를 쓰는 일밖에 없어 일기를 쓰듯 시를 쓴다”던 그가 난데없이 다작(多作)을 자랑하는 모습이 생뚱맞다. 지난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시·'후리지아를 든 남자')를 통해 세상을 연 김형미 시인(28). 한동안 우울한 일을 겪었던 그가 유독 밝아진 이유는 지난해 가을 고향인 부안으로 내려오면서부터다. 회귀. 출판사·문학잡지사 등에서 필력을 다졌던 짧은 서울생활을 털어낸 것은 '시가 잘 써지지 않아서'였고, '시 쓰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였다. 그의 첫 인상은 제각각이지만 시에 대한 평가는 한결같다. "시를 참 잘 쓴다”는 것. 시인입성 4년. 올해 그의 첫 시집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껏 쓴 시편들도 시집 몇 권 분량은 넘는다. 그러나 시인은 "부족한 게 많아서 욕심이 없다”며 "몇 년이 걸리지 모르겠지만, 유영금·서정춘 시인처럼 마음이 넓고 세상을 이해할 줄 아는, 쓰고 싶은 글을 고집스럽게 쓸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시집을 내겠다”고 다짐한다. 그의 2004년 첫 시집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신인다운 상상력과 치열하고도 넉살좋은 언어'와 '적절한 어휘와 교직된 나무랄 데 없는 심상의 완결미'가 전문가들이 뽑는 시인의 시평. 등단을 하던 그 해부터 시인은 시를 세상에 선보이는 일에 부지런을 떨었다. 진주신문사에서 실시한 가을문예공모를 통해 또 한번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 월간 '문학사상'에서도 신인상을 수상했다. 약간 급한 경사의 계단 오르기. 시인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를 썼다”며 당당하지만 원광대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하고, 원광문학회에 들어가기 전까지 교과서에 나오는 시인들 외에는 알지 못했다. 새내기때부터 선배들의 주목받았고, 각 대학에서 주최한 문학상도 받으며 시의 맛을 알아갔다. 그의 대학후배이자 룸메이트였던 김정경씨(혼불기념사업회 간사)는 "시를 쓰기 시작하면 아침에 나가면서 봤던 자세와 저녁에 돌아와 보게 되는 자세가 똑같다”며 그를 '지독하고 질긴 사람'이라고 말한다. 물을 마시거나 펜을 움직이는 것을 제외하곤 미동. 그의 글쓰기 습관이다. 시인은 자신을 "기가 세다”고 표현했다. 서울에 있을 땐 자칭 길거리 도인이라 부르는 이들을 하루에 대여섯명씩 매달리기도 했단다. 그는 자신의 문학의 동력을 "끊임없이 이어지는 정신적인 허기와 고독에 있다”고 말한다. 당당히 허기와 고독을 밝히는 시인. 그래서 그는 언제나 생동감 있고 새로운 일을 하지 않으면 육체부터 아파 오기 시작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서울에서 몇 번 자리를 옮기며 겪은 사무직도 예외없이 참을 수 없는 권태와 나태에 빠트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지금 부안의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는 일은 매일매일 새로운 직업을 대하는 것처럼 싱싱하단다. 지난해에는 전북작가회의나 부안문인협회의 기관지에 시편을 발표하며 선배 문인들에게 전라도 땅에 재입성했음을 알리기도 했다. 그리고 귀한 글벗들도 생겼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통해 목소리를 들어야 하루가 안도되는, 그렇게 살아가는 문우들이 꼭 다섯 명 있어요. 모두 다 가슴에 한 가지씩의 아픔과 고통이 들어 있어 단 한순간만 방심해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험인물들이죠” 그의 올해 계획은 현재 모습을 유지하는 것. 시인은 당분간 이들과 서로 부둥켜안고 의지하며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서로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이들을 만나면서 광범위한 소재와 치밀한 구성, 중성적인 언어, 감정을 한꺼번에 쏟아 붓게 하는 시의 끝자락 등 그의 매력도 더 진한 울림을 냈기 때문이다.
겨울방학은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심어주고 독서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부모들이 독서지도를 하면서 참고하면 좋은 아동도서 3권을 소개한다.△100년 후에도 읽고 싶은 한국 명작동화(한국명작동화 선정위원회 엮음·예림당)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 학생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어린이 문화의 꽃을 피운 선구자 방정환의 작품에서 1991년 등단한 김향이까지 우리나라 동화문학 80년을 돌아보고 엄선한 명작동화만을 선정했다.즐거움만을 편식하는 요즘 어린이의 마음에 진중한 무게감을 실어주고 언제나 행복한 미소를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 그리고 무한한 상상력을 길러줄 환상적인 이야기등 다양한 작품을 담고 있다.자신도 어려운 형편에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옷을 벗어주는 창남이의 이야기를 다룬 방정환의'만년샤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감동을 선사한다.명작들만을 모았기에 이원수 ·채효석·권정생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작가들 작품이다.홍지서림 김경희씨는 "세계 명작들은 잘 읽히는 반면 우리나라 명작동화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 명작동화를 널리 소개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부자가 된 신데렐라 거지가 된 백설공주(글 그림나무·을파소)직장인들을 위한 마케팅·재테크 전략서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초등학생들에게 딱딱한 경제교육과 '돈'에 대한 관념을 가르치는 것은 이른감이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하지만 영어 조기교육처럼 돈에 대한 관념도 어려서 부터 제대로 쓰고 아낄줄 아는'똑똑한 어린이'로 키워야 한다.어린이들에게 익숙한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를 비롯 인어공주·성냥팔이 소녀등을 패러디해 돈 모으는 것과 관리하는 법 그리고 저축하는 습관 등을 덧붙여 재미있게 각색했다.어른들의 논리구조에 맞추기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해력·상상력에 기초해 이야기를 전개했다.△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저자 오진희·파랑새)영화 '집으로'로 감동이 아직 생생하다. 그때 감동을 책에서 발견했다. 어린시절 자연에서 뛰어놀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도시 아이들이 처한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기만 하다.이책은 꽉막힌 도시의 아이들에게 순수하고 따뜻한 시골 내음을 선사한다.'짱뚱이'는 펄쩍펄쩍 뛰는 물고기 짱뚱어처럼 천방지축 뛰어놀던 동화작가 오진희씨의 어릴적 별명이다.무지개 어린이 서적 송기상씨(57)는 "지난 시절 어머니들의 고향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소개하고 "도시 어린이들이 자연의 감흥을 책으로 느끼기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늘 산에 오른다. 그 산이 동네 어귀의 야트막한 산이든, 하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알프스의 설봉이든 간에. 그런데 왜 사람들은 산에 오르는 걸까? 누군가 말했듯이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일까.이 책은 스물일곱 명의 산쟁이들이 겪었던 좌절과 환희의 순간들을 흥미롭고 재미있게 엮어낸 "진정한 산(山) 이야기” 이다.월간 <산>의 기자이기도 했던 저자의 탄탄한 글솜씨와 함께 우리나라 산 사진의 일인자인 김근원 선생의 작품사진이 잘 어우러진 이 책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산의 다양한 모습처럼 산사람들의 태생과 삶의 방식, 그리고 산에 대한 각양각색의 생각들을 글과 사진으로 풀어내고 있다. 산이 좋아 산에 오르는 사람들, 산이 좋아 산에 제 영혼을 묻은 사람들, 산이 좋아 산에서 희망과 생명을 얻는 사람들...이 책을 통해 그들의 짝사랑을 짐작해 보자./홍지서림 전무
지난 한 해를 꼼꼼하게 정리한 문학단체와 동인회의 기관지(동인집)가 새해 벽두 쏟아졌다. 쌀쌀한 날씨에도 촘촘히 어깨를 맞댄 회원들의 열매가 생생하게 살아있어 반갑다. 홀로서기 또는 마주보기-동인지회원들의 화려한 등단이력으로 2003년을 흐뭇하게 보낸 행촌수필문학회(회장 이종택)의 '행촌수필'. 회원들의 수필을 '행촌가족 수필산책'이란 제목으로 엮어 유난히 정겹다. 유상신씨의 '애들아, 황금똥 누어라'에 담긴 글쓴이의 똥 철학과 똥 인사법은 필독 페이지. 회원들의 한해살이를 엮은 화보집과 등단작품들도 한 섹션으로 묶었다. 전주시립도서관 부설 온고을시민대학 문예창작반(지도교수 김동수) 수강생들로 구성된 온글문학회(회장 최정아)의 '온글'도 회원들의 한해살이와 계절별 행사를 담은 화보집과 등단작품들을 한 테마로 엮었다. 정일근 시인과의 인터뷰, 우리고장의 얼을 찾아서(진안 이산묘·전주 금석) 등 특집이 많다. '3집을 내면서 삼각형이 되었다. 앞으로 사각형, 오각형, 동그란 원으로 끝없이 이어질…'하는 이혜숙씨의 편집후기가 참여자들의 마음을 대신한다. 금요시담동인회(회장 박영택)의 '금요시담'은 불가사리·피조개·개불·소라귀 등 바다의 산물을 소재로 한 김기찬 시인의 발랄한 상상과 '층층이 동백 붉다'('목탁꽃' 부분)처럼 과감한 생략이 돋보이는 유대준 시인의 시편들에 특히 눈길이 간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를 제목으로 11편의 연작시를 소개한 김현조 시인의 공력도 만만치 않게 시화집을 감싼다. 1997년 문학동아리 '달마을 글동산'으로 발족한 전주기린문학회(회장 정기환)의 '기린문학'은 제6회 한림문학상 수상자인 이기반 시인의 대표작과 지난 여름 세상을 등진 수필가 황문성씨의 유작·추모글을 추모특집으로 엮었다. 문학단체 결속력 다지는 글감 잔치-기관지가장 쉬울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게 아동문학. 전북아동문학회(회장 심재기)의 두번째 기관지는 '꽃마음 내마음'을 제목으로 냈다. 대부분의 글이 소석호씨의 동화 '산중의 방귀시합과 줄다리기' '곰돌이 형제'처럼 '아동'이 아니어도 피식 웃음이 날만큼 새롭다. 심 회장의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또는 인간의 삶 속에서 캐고, 다듬고, 끊임없이 혼을 불어넣어 문학이란 예술을 창조한다'는 권두언에 울림이 깊다. 전주문인협회(회장 조기호)의 스물 한 번째 기관지 '문맥'. 회원들의 알토란같은 결실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설가 염상섭의 1930년 전후 경향을 이해할 수 있는 단편소설 '세 식구'와 박은주·시소향·송희·심옥남·임춘자·유인실·은송 등 일곱 명의 여류시인들을 특집으로 앞세웠다. 차갑고 날카로운 시어를 사용했지만 따뜻한 감성을 담아낸 임춘자씨의 시작노트와 시의 '포근한 품에 기대어'(장태윤의 '고덕산 가는 길' 부분) 볼 것을 권한다. 군산 문학의 풍성함을 자랑한 군산문인협회(회장 황현택)의 '군산문학'. 이번 제19호는 장화자 시인의 시집 '존재의 텃밭'을 특집으로 했으며, 안도현 시인의 시평을 함께 실었다. 출향문인인 김봉렬 전 군산지회장의 시 3편도 초대시로 담았다. 제7회 군산 벚꽃백일장 전북대회 수상작품들은 특별부록.
한 시인이 풍경의 덫에 걸려 풍경과 연애를 하나싶더니 여행길에 바람이 나버렸단다. 평소 수줍음 많고 차분차분한 시인이 '바람'이 났다고 하니,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박성우 시인(33)의 여행 일기 '남자, 여행길에 바람나다(중앙M&B 펴냄)'. 나고 자라고 아버지를 그 땅에 모신 정읍을 시작으로 이웃 마을로 차츰 그 영역을 넓혀가면서 전라도 근방을 산책하듯 다녔다. 3년간의 여행 단상들을 한 권으로 묶은 이 책에는 그가 보낸 연애편지 같은 서른 세장의 여행기가 실려있다. 남원 광한루원·전주 동물원·김제 금산사·부안 내소사·정읍 내장산 등 깊은 곳에 숨겨진 곳도 아니고 한참을 가야할 먼 곳도 아니지만, 시인의 짧은 글로 그 곳의 풍경들은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이미 한 번 다녀온 곳이라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시인의 감상에 괜시리 샘이나 '다시 한번 가봐야지'하고 마음 먹게 된다. 마치 내가 흘리고 온 풍경의 소중한 것들을 시인이 주섬주섬 담아온 것 같은 마음에서다.곰의 형상을 닮은 웅포의 옛 선착장에 서서 '혓바닥에 올려진 나를 곰이 삼켰는지 나는 온데간데 없고 쓸쓸함만 뼈다귀처럼 뱉어져 있다'고 말하는 시인에게 말의 두 귀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마이산은 치부를 드러내고 누운 여자의 봉긋한 가슴 같다. 염전이 된 부드럽고 관능적이었던 개펄은 억척스러운 가장이 된 자상하고 부드러웠던 어머니 모습이고, 아버지 산소 앞에 놓았던 자신의 첫 시집에 피어난 붉은 곰팡이들은 붉은 꽃이라며 시인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기도 한다. "쉽게 말을 못 붙이는 성격 탓에 물어보면 쉬운 길도 혼자 헤매며 고생한 적이 많았다”는 그는 사실 책 제목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사랑'이라는 말이 아까워 아직 자신의 시에서도 못 쓰고 있는데, '바람'이라니. 또다시 여행기를 펴낼지는 미지수지만, 앞으로 시인의 여행은 '정착'의 의미를 안고있는 '섬'으로 이어진다. 책 한 쪽 한 쪽을 넘길 때마다 짭짤한 바다 바람이, 향긋한 꽃내음이, 텁텁한 막걸리 맛이 전해진다. 사각 프레임 안에 여행지의 풍경들도 가득 담아왔다.
'첫 만남에서 신석정 선생에게 압도당한 느낌이었다. 키가 크고 날씬한 몸매, 그리고 코가 유난히 크고 얼굴 윤곽이 마치 희랍 조각과 같았다. 깎아 만든 것처럼 강한 인상을 내게 심어 주었다.'석정시인이 전주 태백신문사 편집 고문으로 있을 때, 석정을 찾아가 준비한 시 한 편을 얼른 내밀었다는 이병훈 시인. 그가 풀어놓은 석정의 첫인상은 '매사 깔끔하시고 속됨이 없는 난초와 같은 기품을 남기고 가신 분'이다.석정에 의해 문단에 데뷔한 고 황길현 시인도 '가람 이병기 선생은 신석정 선생을 우리 나라에서 유일한 서정시인이라고 극구 찬양했다'고 전한다. '어느 수업 중, 책상들 사이로 걸으며 책을 읽어주시던 선생님이 걸상 옆에 약간 나온 내 발을 지긋이 밟고 한참 놓지 않으셨다. 그분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전주고 재학 시절, 작문 선생과 제자로 만나 특별한 인연을 이어간 강일부씨는 석정 선생과의 추억들을 도란도란 이야기한다. 석정의 인간적인 면모를 특히 잘 드러내주는 대목이다.석정시인이 세상을 뜬지 30주년. 석정문학회(회장 허소라)가 '석정문학 2003년 겨울 제16집'을 펴냈다. 학술적 연구성과와 순수문예의 측면을 잘 아우른 결실이다. 기획특집으로 엮은 '석정시인의 회억'은 청소년과 어린이를 사랑하고, 식물을 잘 알고,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는 시인을 추억하는 글들.'이따금씩 누구누구의 아들이라고 소개받는 것이 부끄럽기만 하온데'라며 써내려간 석정의 3남 신광연씨의 절절한 편지가 가슴 한 켠을 아리게도 하지만, 학술논문을 통해서는 접할 수 없었던 석정의 인품과 일화들이 새록새록 피어나는 귀한 지면이다.석정의 최초 발표시 1924년 조선일보 '기우는 해'를 비롯해 1947년 신천지 '움직이는 네 肖像畵', 1961년 민족일보 '다가온 春窮'등 석정 작품이 실린 지면을 그대로 옮긴 '신석정 미수록(시집) 시 원전(原典) 다시보기'는 특히 눈길을 모은다. '신석정 연구'도 기획특집으로 함께 마련됐다. 강희안씨는 시집 '永河'를 중심으로 한 '상실감과 자아 확립의 공간 체험'이라는 글에서 "석정의 초기 시는 윤리적 실존 근거로서의 역사적 현실을 거부했거나 지향적 모티브를 상실했기 때문일 세계와 대결을 회피하면서 관념적으로 내화된 경향을 띤다”고 말했다. 또한 "중기 시에 축조된 공간이 어떻게 이상과 현실을 통합하고 존재론적 지향을 보여주는가 하는 점은 석정 시의 내재적 의미 체계와 상징의 체계를 동시에 밝히는 일”이라며 "중기 시에 구체적인 현실과 인간이 등장하는 것은 실존의 공간에서 방황하던 무력한 자아가 대사회적 관점으로 열려 가는 의식의 궤적이며 시인으로서 새로운 자각에 이른 결과”라고 덧붙였다. 군산대 허소라 명예교수의 '신석정 시의 文體論的 고찰', 서울대 오세영 교수의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원광대 오하근 교수의 '植民地와 理想鄕과의 距離', 오창렬씨의 '신석정과 「촛불」'등의 논문은 석정의 작품세계 분석을 통한 깊이있는 통찰과 시세계의 밀도있는 연구 성과를 보여준다.허소라 회장은 "석정 추모30주기인 올해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로 선생의 문학혼을 알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140년 만에 되살아난 ‘전라감영 접빈례’, 옛 외교의 품격을 잇다
전주 MBC 특집다큐멘터리 ‘치유의 손길 생명을 잇다’
전주문화재단, 2025 이팝프렌즈 예술상 수상 후보자 공모
[지방팬 생존기] ②"돈 안 쓰면 팬 아닌가요?"⋯같은 마음 다른 방식
여산장학재단, 제5회 여산문화상 시상 및 장학증서 전달식 성황
[한자교실] 허심탄회(虛心坦懷)
조승우-강혜정, 열애설뒤 공식석상 첫만남
여성계 '젠더축제'로 하나 된다
제3회 전북특별자치도 예술·관광상 공모
예원대 국내 최초 코미디연기학과, 18일 첫 학위수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