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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 김경숙 '오늘 또 토요일?'

똑같은 토요일이 다섯 번 반복되는 판타지 동화다. 주인공 장일주가 겪는 토요일의 반복은 무엇을 말하려하는 걸까 궁금했다. 낯선 동네에 이사 오자마자 벌어지는 일을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본인 말고 다른 등장인물들은 새로운 오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주에게는 변화무쌍한 토요일이 반복된다, 마주치는 동네 어른들과 또래의 아이들, 문방구에 서있는 블랙이라는 개까지 일주에게 친근한 이는 하나도 없다. 이사 온 첫날부터 다투기 시작하는 엄마와 아빠, 일주는 집에 있지 않고 자기를 배척하는 이들 속으로 매일 나간다, 하지만 날은 변하지 않고 갈수록 태산으로 큰일만 생긴다. 그리고 여전히 토요일이다, 전 동네에서 절친했던 민재에게까지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로 아무도 일주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 누구나 오늘을 산다. 아주 만족했던 날, 아주 낭패 본 날, 그저 그런 날 등등 다양한 하루를 산다. 그날을 살았던 감회에 따라 오늘을 만족하고, 후회하고, 그저 밋밋하게 지나간다, 만약 안 좋은 일이 있었던 오늘이었다면 다시는 그런 날을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 일주는 그런 혼란 속에서 지혜를 배운다, 똑같은 다섯 번의 토요일이지만 엄밀히 보면 하루도 같은 토요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자신의 아이 전학경험을 배경으로 하듯 내게도 ‘이제야 말한다.’라는 숨겨둔 비밀이 있다. 군인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기억 안 나는 이사를 13번을 했다. 그 중에 유일하게 기억나는 사연이다. 아버지가 군대 예편을 하고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 막 한 달이 채 안되었을 때였다. 그런데 서울로 간 학교 화장실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잠깐 다닌 학교의 화장실은 그야말로 화장실이었다. 교장 선생님이 매일 비질을 해서 어디보다 깨끗했다. 짐작되겠지만 서울 학교는 그냥 변소였다. 도저히 갈 수 없었던 나는 ‘싸고 말리고를 반복하다 집으로 탈출한 기억이 난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변하는 건 없었다. 틈틈이 교직원 화장실에 잠입했었다. 작가는 전학시킬 학교에 미리 갔을 때 선선한 날임에도 땀을 흘리는 아이를 봤단다. 누구나 첫 경험은 다 있다. 매일 마주치는 일이 어제와 다른 그리고 같은 오늘이다. 작가의 말에 아이의 걸음마를 인용해 말하는데 비단 그뿐 아니라 어른들도 직장에 나가는 첫날이나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쓰고 있다. 매번 쓰는 서평이지만 ‘나는 왜 여기까지일까?’ 수시로 낯붉히며 원고를 보낸다. 하지만 그만 두지 않는 이유는 서평이 나올 때마다 하나래도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걱정은 커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앞으로 나가야 한다면 부딪치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장일주처럼 지혜가 생긴다. 낯설음이 농이 짙게 익어가는 날이 온다.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당선, 2018년 동양일보 동화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레오와 레오 신부>, <가족이되다>, 오디오북 <구멍난 영주씨의 알바보고서>, <너의 여름이 되어줄게>공저. <크리스마스에 온 선물>, <사춘기, 우리들은 변신 중>이 있다. 현재 아이들과 동시쓰기를 함께 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7.30 19:24

한국문인협회 전주지부 '전주문학'(통권64호) 발행

한국문인협회 전주지부에서 <전주문학>(문맥통권 64호)를 간행했다. 이번 호에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회원 22명의 글이 수록됐다. 특집 ‘광복 80주년 기념’에는 부모님 세대가 겪은 고통의 시간을 헤아리며 한 줄 한 줄 써내려간 오영자의 ‘올해로 광복 80주년이다’를 비롯해 광복 염원의 마음을 담은 성민재의 ‘자유의 뿌리, 광복의 빛’ 등 국가적 성취를 엿볼 수 있는 시와 수필이 담겨 있다. 또한 작고 문인 특집을 별도로 마련해 박성숙 수필가, 송재옥 시인, 이희정 시인, 조기호 시인의 시와 수필이 실렸다. 지역사회의 참된 어른이자 후배 작가들의 귀감이 된 4명의 문인들을 추억할 수 있는 글들을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회원들의 시와 수필, 소설, 동화 등을 비롯해 전주문학 정기총회와 문학기행 사진 등이 실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주문인협회 김현조 회장은 여느 글을 통해 “글씨를 쓰는 사람들은 최고의 명필을 예찬하는 말로 ‘문득 쓰고 싶어 쓴 글씨’라는 글귀를 인용한다”라며 “문학도 마찬가지다. 퍼뜩 지나가는 문장은 바로 기록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고, 문득 글을 쓰고 싶을 때 한달음에 글을 써 놓고 탈고하면서 완성할 때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득 글을 쓰고 싶어질 때가 있다면 맹렬하게 완성해 보시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30 16:58

사춘기 청소년들의 성장통⋯'사춘기, 우리들은 변신 중' 발간

"우린 지금 고치 속 애벌레처럼 변신 중이야. 애벌레는 귀엽고 나비는 예쁘지만, 중간쯤인 고치 속 애벌레는 정체를 알 수 없어. 하지만 변신을 마치면 고치에서 나와 날개를 펴고 높이 날아오를 거야!"(동화 '사춘기, 우리들은 변신 중' 발췌) 5명의 동화작가들이 사춘기 아이들의 고민을 솔직하게 그린 동화집 <사춘기, 우리들은 변신 중>(단비어린이)이 출간됐다. 이번 동화집은 국내의 중경 동화 작가 5인, 김근혜·전은희·박지숙·서성자·김영주 작가가 함께 집필했다. 각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들의 다양한 고민을 그려낸다. 책 속 주인공들은 10대가 되면서 겪는 신체적, 육체적, 심리적 변화를 중심으로 여러 고민에 휘말린다. 외모에 대한 불만,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 이성 친구와의 어색한 관계, 전학 온 친구에게 느끼는 묘한 질투, 친구들과의 갈등과 화해 등 사춘기 아이들이 겪는 문제들을 다룬다. 첫 번째 이야기인 김근혜 작가의 ‘사춘기, 우리들은 변신 중’에서는 호르몬 변화로 인해 몸에서 특유의 냄새가 나는 아이들의 고민을 사실적으로 풀어낸다. 두 번째 이야기, 전은희 작가의 ‘단추 다이어트’는 통통한 체격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며 거식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외모 스트레스와 청소년기의 치유 과정을 다룬다. 세 번째, 박지숙 작가의 ‘달콤하고 쌉싸름한 솜사탕’에서는 사춘기 소년이 이성 친구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배우는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네 번째 이야기, 서성자 작가의 ‘줄무늬 원피스와 줄무늬 원피스’는 여자아이들이 겪는 미묘한 질투와 우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마지막으로 김영주 작가의 ‘너도 사춘기니?’에서는 지방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도시 아이와 다문화 가정 아이 간의 갈등과 우정을 다룬다. 작가들은 책의 서문에서 “사춘기는 마치 ‘들어오지 마시오, 변신 중!’이라고 적힌 방 같다”며 “우리는 그 방을 살짝 열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순간들을 들여다본 기록으로, 어설프지만 동시에 반짝이는 변신의 순간들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 책은 사춘기를 맞은 친구들에게 작은 손전등을 건네는 것과 같기를 바란다”며, “어두운 방 안을 비추며, 사춘기 청소년들이 자신의 변신 여정을 밝혀가는 데 작은 빛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30 16:53

꽃보다 눈부신 날들, 김연주 수필집 '붉은 햇살 품은 나이테' 출간

올해 미수(米壽)에 접어든 김연주 작가가 진솔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수필집 <붉은 햇살 품은 나이테>(창조문예사)를 펴냈다. 작가는 모진 세파를 헤쳐 나가듯 파도에 밀려온 추억을 되뇌며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향한 글을 쓴다. 이번 수필집에는 그가 세상을 살면서 느꼈던 기대와 희망, 절망과 환희 등 깊은 감정의 층위를 41편의 에피소드로 진솔하게 풀어냈다. 1부 끝나지 않는 이야기에서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아온 작가 개인의 이야기와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 등이 수록됐다. 2부 별 헤는 언덕에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인간관계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3부 붉은 햇살 품은 나이테와 4부 우리의 소원은 통일에는 작가의 인문학적 소양을 엿볼 수 있는 글들로 빼곡하다. 마지막 5부 꿈을 좇는 어른 아이에는 어른이자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과 애정을 따뜻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풀어냈다. “이 나무는 왜 베어졌을까. 나무의 수명은 영양 상태가 좋으면 무한히 살 수 있다는데, 어디서 살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환생하였는지 의문이 든다. 그래도 이 나무는 베어져서도 또 다른 삶을 살아내듯 아름다운 붉은 햇살 품은 나이테를 자랑하며 새로운 의미를 품고 있다”(‘붉은 햇살 품은 나이테’ 중에서) 40년 가까이 교직에 몸담은 그는 여든을 훌쩍 넘긴 노구임에도 성실히 다져온 글쓰기를 바탕으로 수필집과 동시집 등을 출간하며 문단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김연주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내 안에 서성이던 추억 하나, 둘 모여 앉아 피워내는 이야기 꽃을 담아본다”며 “삶의 여정을 힘껏 이겨 내고, 나 아닌 너가 되었던 그 흔적이 살아나 나를 보듬는다”라고 밝혔다. 1999년 시와 산문에서 수필로 등단한 김연주 작가는 2017년 소년문학에서 동시로 다시 등단했다. 저서로는 수필집 <마음 밭에도 풀꽃을 심어>, <세월이 바람처럼 흘렀다> 와 동시집 <작은 꽃별들>, <세상에서 제일 큰 꽃밭>, <꿈을 찾은 아이들>, 시집 <그 섬에 가다> 등이 있다. 제4회 작촌예술문학상과 제8회 녹색수필상 등을 받았다. 현재 전북문인협회, 전북 PEN 문학, 시와산문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30 16:52

한분순 시인, 시조집 '그대의 끼니가 아름답기를' 펴내

“정좌해 명상하는/ 잘 헹군 밥공기/ 당처럼 내어 주며/ 포만을 나른다/ 달그락 울리는 기도/ 품 넉넉히/ 밝은 몸”(시 ‘그대의 끼니가 아름답기를’ 전문) 시인이 정성껏 지은 시 한 그릇이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운다. 한분순 시인이 시조집 <그대의 끼니가 아름답기를>(동학사)를 펴냈다. 이번 시조집은 ‘1 사랑이라 쓰려다 너의 이름을 쓰며’, ‘2 고독의 방생’, ‘3 기적이 조용히’, ‘4 바람이 바람에게 반하여’, ‘5 그대의 끼니가 아름답기를’ 등 총 5부로 구성돼 있으며, 모두 75편의 시조가 수록됐다.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이번 작품집은 일상 속 사물과 풍경을 빌려 삶의 본질과 내면의 고요를 성찰하는 시편들로 가득하다. 시조집 속 시인의 속삭임은 선동보다 강력하고, 글은 착한 척을 넘어 인류 본성을 응시하며 생활과 선문답의 경계를 오간다. 꽃잎처럼 정화된 시어들은 때로는 예언처럼, 때로는 축원처럼 울린다. 시는 예의와 상냥함을 세계관 삼아 생의 근원을 조명하고, ‘끼니’라는 구체적 사물로 은총을 물질화해 평범한 일상에 시적 권위를 부여한다. 시인의 작품 해설을 맡은 이봄 시인은 “문학은 연인이면서 동시에 구원”이라며 “시인은 낱말의 마술로 좋은 파르마콘(치유와 독의 이중성을 가진 약)을 건넨다”고 평했다. 이어 “한분순 문학은 마법과 혁명 체계 안에서 삶을 대하는 축원”이라고 덧붙였다. 한 시인은 197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으며, 시집 <실내악을 위한 주제>, <한국대표명시선 100 서정의 취사>, <저물 듯 오시는 이>, <시인은 하이힐을 신는다>, <손톱에 달이 뜬다> 등을 펴냈다.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명예이사장, 한국여성문학인회 고문, 한국시인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30 16:52

김종화 작가, 열한 번째 산문집 '아버지 그 이름의 무게' 출간

김종화 작가가 11번째 산문집 <아버지 그 이름의 무게>(한국문학신문)를 펴냈다. 이번 산문집은 ‘1부 아버지, 그 이름의 무게’를 비롯해 ‘2부 글쓰기 정년은 없다’, ‘3부 삶은 드라마다’, ‘4부 아내에게 부치는 편지’ 등 총 4부로 구성돼 있으며, 40여 편의 수필을 담았다. 표제작 ‘아버지 그 이름의 무게’에는 아버지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이 절절히 담겼다. 작가는 “내가 괜찮은 아들은 아니어도, 못된 아들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면서 “그 생각만 하면 회한으로 범벅된 그리움이 장마에 무너진 제방처럼 휩쓸려 내린다”고 썼다. 책에 수록된 글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잔잔한 개울물처럼 친숙하고 정겹다. 일상의 단상에서 출발한 이야기들은 섬세한 묘사와 치밀한 구성으로 산문정신의 진수를 보여주며, 개인의 체험이 어떻게 문학으로 승화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임수홍 한국문학신문 발행인은 추천사에서 “산문정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책”이라며 이번 산문집을 높이 평가했고,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은 “공감 가득한 삶의 흔적 줍기”라고 표현하며 “작품 하나하나에는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추천했다. 김종화 작가는 전남 함평 출신으로, 1995년 국방일보 주최 제47회 국군의 날 문예공모에서 ‘소대장 일기’로 가작에 당선되며 문단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30여 년의 군 생활을 마무리하고 1999년 문예사조 수필로 재등단, 시·소설·수필·평론·시나리오 등 5개 장르에서 등단하며 활발한 창작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23 18:17

김용택 시인의 글쓰기 비법 담긴 '삶은 당신의 문장을 닮아간다' 출간

43년의 시력을 지닌 김용택 시인이 글쓰기 자서전 <삶은 당신의 문장을 닮아간다 : 김용택의 하루 한 줄 글쓰기 수업>(오후의 서재)을 펴냈다. 이번 책은 2013년 어린이들을 위한 <뭘 써요, 뭘 쓰라고요?> 출간 후 새롭게 손을 봐 재출간 됐다. 꽃과 풀 그리고 어린이와 함께 평생을 살아온 시인이 한결 같은 무구함으로 써 내린 글이라 더욱 값지다. 오랜 시간 학교에서 어린 시인을 길러냈고, 글쓰기 강연을 하면서 쌓아 올린 김용택 시인만의 글쓰기 노하우도 담겨있다. 특히 쓰고 보니 진짜 ‘시(詩)’가 되어버린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글을 만나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다. “아빠가 늦게 집에 들어오셨다/아빠는 힘들어 보였다/아빠가 중얼거렸다/희미하게 들렸다/욕이었다”(‘집에 들어온 아빠’ 전문 ) “달이 무거운지/ 땅 가까이 내려왔다/폴짝 뛰면/네 얼굴이 만져질 것 같다”(‘달’ 전문)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는 글쓰기 시작을 위한 마음가짐과 기술보다는 용기를 중심에 둔 태도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제2부에는 인연을 맺은 아이들과 아이들의 눈높이로 써 내려간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제3부는 김용택 시인이 쓴 시와 시에 관한 생각들이 실려 있다. 김 시인은 머리글에서 “글쓰기는, 내가 살아온 세상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내가 살아갈 세상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라고 정의하며 “이 책은 고등학교를 나와 우연히 초등학교 선생이 되어 책을 읽고 시를 쓰다 보니, 다른 글들도 써졌던 나의 ‘글쓰기 자서전’”이라고 소개했다. 1948년 임실군 진메마을에서 태어난 시인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2008년 30년간의 교사 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1982년 창작과 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에 연작시 ‘섬진강’을 발표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섬진강> <나비는 숨은 어린나무> <모두가 첫날처럼> <사랑 말고는 뛰지 말자>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23 18:17

서예에서 인생을 배우다…이경화 에세이 '선을긋다'

서예가로 10년 이상 커리어를 쌓은 이경화 작가가 자신의 서예 인생을 정리한 에세이 <선을긋다: 서예와 캘리그라피에서 인생을 배우다>(머메이드)를 펴냈다. 취미활동으로 시작한 서예가 직업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에세이에는 서예와 캘리그라피에서 배운 ‘인생’에 관한 깊이 있는 사유가 담겨있다. 저자는 결혼과 육아로 ‘나’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았고, 불안했던 일상에서 마주한 서예에 매료됐다고 고백한다. 선을 긋고 문자를 완성해 나가는 행위에서 안정감과 위로를 얻은 것이다. 타고난 몽상가였던 그의 관심사는 붓을 잡고 글씨를 쓰는 방법에서 시작해 예술과 역사, 사회와 문화 영역을 넘나들며 ‘문자예술’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된다. 나아가 그의 사유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부여된 역할이 아닌, 나로 살기 위한 ‘욕망’이 응축되어 있다. “그냥 해오던 나의 일과 서예가 주체적 관점으로 바뀌었고, 이러한 변화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바꿔주었다. 붓을 잡고 있을 때 나로 존재함은 글과 문자로 표현되며, 함께 공감하는 대상을 만날 때의 설렘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했다”(p.306) 책은 총 7개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7장에는 서예를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붓 잡는 법, 선 긋는 방법, 자음‧모음 쓰기 방법 등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또한 한글 궁체에 현대적 해석이 더해진 작가만의 화풍이 담긴 서예 작품이 담겨 있어 시각적 즐거움을 더한다. 이경화 작가는 에필로그를 통해 “선을 긋고 선을 넘는 삶은 ‘나’를 넘어 새롭게 펼쳐질 세상으로 한 발 내딛는 용기와 도전이었다”라며 “자신을 한정 짓던 경계의 선에서 이제 한 발 내디뎠을 뿐이다. 나와 발걸음을 함께한 당신에게도 문자의 향기가 깃들길 바란다”고 밝혔다. 작가는 전주대학교 한문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석사를 수료했다. 전북서예협회 초대작가, 현대서예문인화협회 초대작가이며 지난해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우수상을 수상했다. 서예와 캘리그라피를 가르치는 기업 ‘가연’의 대표이며 어디서든 쓰기란 콘셉의 붓글씨 키트 ‘문자향’을 제작하기도 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23 18:1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작가 – 정창근'남사당의 노래'

그를 처음 만난 건 2004년 여름 전북작가회의 사무실에서다. 젊은 작가들과 어울리고 싶다며 입회원서를 쓰겠다고 했다. 한 뼘 높이의 스프링노트를 내밀고, 무작정 한글 워드 작업도 부탁했다. 일흔 중반의 노(老) 작가가 볼펜으로 힘주어 쓴 글자들은 그 자체로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일제강점기나 6·25전쟁은 뻔한 소재가 아니에요. 그 역사에서 우리는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했잖아요. 더 파고들어야 합니다. 젊은 작가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저도 조국 통일에 도움 되는 글을 쓸 겁니다. 내 남은 생을 온통 소설 집필에 바칠 겁니다.” 몇 차례의 만남에서 그는 글쓰기에 대한 당위와 다짐을 들려줬고, 그 후 20여 년 동안 쉬지 않고 소설을 쓰며 약속을 지켰다. 지난봄 작고한 정창근(1930∼2025) 소설가 이야기다. 소설가 정창근은 누구도 넘보기 힘든 수식어가 있다. 첫째는 남과 북에서 자기 뜻으로 소설을 발표한 유일한 국내 소설가다. 독일 국적으로 살던 1989년 북한 문인들의 초청으로 2주간 북한을 방문한 그는 월간지 『통일문학』(조선문인협회)에 ‘동진’이란 필명으로 소설 「들쥐」를 발표했다. 한국전쟁 후 사회개혁을 외치던 지식인들이 변절하는 상황에서 개혁의 뜻을 굽히지 않던 한 젊은이의 방황과 좌절을 그린 중편소설이다. 둘째는 90대까지 왕성한 필력을 보여준 장편소설의 장인이다. 전주 출신인 작가는 5·16 군사쿠데타 이후 민주화운동에 몸담았다가 1974년 간호사인 아내와 함께 독일로 갔고, 그곳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솟아난 노래」(1985)를 시작으로 『남산 위의 저 소나무(전 5권)』(1994)와 『포츠담 인터체인지』(1995)를 냈다. 1997년 귀국해 정읍에 터를 내리고는 오직 소설 쓰기만 매달렸다. 고희인 1999년에는 『소설 정여립』을 냈고, 2000년 ‘남북 두 조국에 보내는 독일 망명객의 사랑 이야기’를 부제로 한 『브란덴부르크 비가』, 2013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인 『슬픈 제국의 딸: 데이신다이』, 2014년 임진왜란 때 역관 홍순언의 일대기를 다룬 『마자수의 별이 되어』 등 쉬지 않고 발표했다. 국내외 문예지에 중·장편소설을 연재하고, 퇴고를 거쳐 다시 세상에 내는 일도 반복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쫓기는 심정으로 글쓰기에 몰입했고, 구상이 끊기지 않도록 펜을 잡으면 몇 날 며칠 쉬지 않고 단숨에 써 내려갔다. 심지어 90세를 넘기고도 장편소설 『보복』(2020), 『쪽발이』(2021), 『북소리』(2022)를 발표하며 상상 초월의 필력을 보여주었다. 그의 소설 쓰기가 멈췄다는 비보를 듣고 첫 만남에서 받은 『남사당의 노래』(모시는사람들·2003)를 다시 펼쳤다. 이 작품은 침묵과 인(忍)으로 힘겹고 고달픈 세월을 끌어안고 유랑했던 남사당패의 삶에 동학농민혁명을 녹여낸 그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혁명에 참여한 남사당패가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영웅이 아니라, 백성 그 자체임을 역설한다. 정창근 소설가가 평생 숱한 문장으로 전하고자 했던 고단한 삶의 애환과 예인의 혼, 폭압에 대한 항거, 시대의 해학, 따뜻한 위로가 행간 가득 스며있다. 스스로 남사당이 돼 통일의 노래를 불렀던 작가가 뱉어낸 피의 언어다. 최기우 극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 <이름을 부르는 시간>,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쿵푸 아니고 똥푸>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7.23 18:16

고향에 대한 그리움 시가 되다…김도수 시집 '진뫼 오리길'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감각적인 시어로 묘사해 온 김도수 시인이 신간 <진뫼 오리길>(푸른 사상)을 출간했다. 시인은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자신의 고향, 임실 섬진강가 진뫼에 대한 그리움을 길어올려 시를 써왔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그리움으로 점철된 고향 진뫼의 아늑한 풍경을 섬세한 필치로 보여준다. 진뫼는 시인이 나고 자란 곳이자 떠나온 곳이며 오랜 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돌아온 곳이다. 시인을 살아가게 한 근원이자 영혼이 때때로 깃들고자 했던 심적(心跡)인 존재인 것이다. 이 때문에 시집 <진뫼 오리길>에는 고향을 바라보는 시인의 그윽한 시선과 고향을 향한 애정어린 마음을 담은 60편의 시로 채워졌다. 특히 유려한 호흡으로 문장을 끌고 나가는 힘과 시적 사유의 깊이가 도드라지는 문장들이 곳곳에서 선명한 빛을 발한다. “복지께 덮어/아랫목 이불 속에 넣어둔/윤기 좌르르 흐르는 흰쌀밥 생각나/엎어져 무릎에 피가 나도/손 탈탈 털고 일어나/바지 내려가는 줄 모르고/신나게 달리던/진뫼 오리길”(‘하굣길’ 전문 ) 문신 시인은 “김도수 시인에게 그리움의 대상이자 도달하지 못할 세계는 단연코 ‘진뫼’다”라며 “그는 진뫼에서 나고 자라 진뫼를 떠나고 다시 진뫼로 돌아온 것일까. 그의 영혼이 때때로 깃들고자 했던 마음의 자취를 살펴보고 싶다”라고 해설을 통해 밝혔다. 시인은 임실 섬진강가인 진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직장 따라 오랫동안 객지의 삶을 살았고 퇴직한 뒤 다시 고향 진뫼로 돌아왔다. 저서로는 산문집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 , <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 , 시집 <진뫼로 간다> 가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23 17:13

전라정신 깃든 고승의 발자취⋯향토학 시리즈 첫 책 ‘남원의 고승’ 출간

전라도 땅에서 태어난 고승(高僧)들의 삶과 사상을 정리한 첫 향토학 시리즈가 발간됐다. (사)전라정신연구원은 향토문화 복원과 지역 정체성 회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전라정신 향토학 시리즈’의 첫 번째 권으로 <남원의 고승>을 출간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책은 고대부터 통일신라, 고려,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남원에서 태어나 불교계는 물론 정치·사회적으로도 깊은 영향력을 발휘했던 고승 14인의 행적을 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지역의 사상사와 불교사를 통합적으로 조망한 작업이 드물었던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원은 이번 저술에 앞서 고승의 범위를 규정하기 위해 세 가지 전제를 설정했다. 첫째, 본관이 남원이거나 부계 또는 모계가 남원에 연고를 둔 인물, 둘째, 대방군(帶方郡) 또는 용성(龍城)에서 출생했거나 본관으로 둔 인물, 셋째, 고려시대 봉작 명칭이 ‘대방공’으로 내려진 경우도 지명적 연고에 따라 남원 출신으로 분류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선별된 고승은 법경대사, 원각국사, 현오국사, 원오국사, 부휴선수, 백암성총, 남악태우, 용담조관, 회계휘종, 용운처익, 통허치성, 용성진종, 구산수연 등 14인이다. 이 가운데는 묘지명 등을 통해 확인된 고승도 포함됐다. 김인술 전라정신연구원장은 발간사를 통해 “우리 고향에는 위대한 고승들이 많이 탄생했지만 아직까지 누구도 정리하는 작업을 못했다”며 “인불여남원(人不如南原)이란 의미도 우리 고향에 고승들이 많음을 인지한 말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향토학 시리즈를 연속해 발간하고자 계획했다”며 “그 첫 번째로 <남원의 고승>을 출간하게 됐다. 일을 시작함에 있어 비문의 훼손으로 판독이 어려워 끝을 맺기는 어려움이 있지만 시작한 일이니 인내를 갖고 이어가도자 한다. 많은 분들의 질정(叱正)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23 16:25

잊힌 문화유산의 가치 재조명하다… '전북의 비지정 문화유산'출간

전북특별자치도문화원연합회가 도내 14개 시·군에 흩어져 있는 비지정 문화유산을 조사해 <전북의 비지정 문화유산>을 발간했다. 이번 책은 제도권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점차 잊혀져가는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기획됐다. 책에는 각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비지정 문화유산의 역사적·문화적 의미가 담겼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들 유산은 조상의 삶과 지혜가 깃들어 있으며,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어왔다. 연합회는 이러한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것이 곧 지역 정체성을 지키고, 다음 세대에 전승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전북자치도는 지난해 ‘국가유산기본법’ 시행 이후 변화된 문화유산 정책 환경에 대응해 향토문화 조사 및 기록화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화원연합회 또한 지역사회와 협력해 비지정 문화유산의 체계적 보존과 활용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발간에는 수차례의 현장 답사와 자료 조사, 집필 작업에 힘쓴 연구자들의 노고도 담겼다. 책은 향후 지역 문화유산의 보존 방향을 모색하고, 도민의 문화 자긍심을 되새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병태 전북특별자치도문화원연합회장은 “비지정 문화유산은 그동안 정책의 사각지대에 머무르며 보존과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이 책이 전북의 소중한 문화자산을 널리 알리고, 보존과 활용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지역의 문화유산이 지속적으로 조명되고, 우리의 역사와 전통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번 책이 그 작은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23 16:25

정양 시인 추모의 밤, 기억을 잇는 시(詩)의 시간

“한국 시단에서 정양 시가 차지하는 역할이 큽니다. 자기를 핍박의 대상을 허용하고, 농경언어를 활용해 독보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한국 시단에 정양의 시는 기억될 겁니다. 정양 시인이 생전에 힘을 쏟아 시작(詩作)한 작품을 읽고 기억하는 한, 시인도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전북작가회의 사무실. 정양(1942~2025) 시인의 오랜 문우인 윤흥길 소설가의 추모사에 일순간 숙연해졌다. 정양 시인의 49재에 맞춰 열린 ‘정양 시인 추모의 밤’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윤흥길 소설가, 김용택·김사인·안도현 시인 등 문화예술계 지인과 그가 가르쳤던 신흥고, 우석대 제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120여 명의 인파가 몰려 일부는 사무실 내부로 진입하지 못하기도 했다. 추모의 밤 참석자들의 발언이 길어지면서 오후 6시 30분에 시작된 행사는 9시를 넘겨서야 마무리됐다. 윤흥길 소설가는 1970년대 초 정양 시인의 가족사를 듣고 완성한 소설 ‘장마’ 와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다. 윤흥길 작가는 “새벽에 소설을 탈고하고 통행금지 시간 풀리자마자 건네줬다”며 “(소설을 건넨 뒤) 이튿날 만났는데, 소설이 어떻다는 이야기는 없고 그저 ‘짜식’이라고 말하더라. 속으로 ‘내 작품이 성공했구나’ 싶었다”고 했다. 정양 시인에게 가르침을 받은 신흥고등학교 3학년 2반 제자들의 감사 인사도 이어졌다. 제자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이은홍 만화가는 학생들에게 친구처럼 형처럼 대해준 따뜻한 분이라고 회상했다. 이은홍 만화가는 “오랜 시간 선생님과 만남을 이어가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말씀을 못 드렸던 것 같다”며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동철 시인이 정양 시인을 생각하며 쓴 헌시 ‘보리누름’ 낭송에 이어 박남준 시인은 은희의 ‘고향생각’을 직접 기타로 연주하며 노래했다. 김헌수 시인은 대표작 <내 살던 뒤안에>를 낭송했고, 김수예 시인은 <가을밤>을 낭송하며 시인의 작품세계를 함께 음미했다. 이번 추모의 밤을 주최한 전북작가회의 유강희 회장은 “정양 시인은 문학적 스승뿐 아니라 어두운 한 시대를 이끈 어른이셨다”며 “49재를 맞아 이제는 닿을 수 없는 그곳에서 부디 평안하시길 빈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병초 시인은 “아직은 선생님의 죽음이 객관화가 안된다”며 “추모의 밤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 안도현 시인과 강형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그리고 유족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 전한다”고 했다. 1942년 전북 김제 신풍리 출생인 정양 시인은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천정을 보며’가 당선되며 등단했고, 1977년에는 윤동주에 관한 평론 ‘동심의 신화’로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됐다. 원광고와 신흥고 우석대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전북작가회의 창설에 주도한 시인은 2016년 안도현·김용택 시인 등과 함께 지역 출판사 ‘모악’을 창립해 독립 문학 출판 생태계 조성에 앞장섰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20 15:48

유응교 시인, 한영번역시조집 '한국의 시조 꽃' 발간

한국 전통 시 양식, 시조의 세계화를 위한 책이 발간됐다. 유응교 시조시인이 새롭게 펴낸 한영번역시조집<한국의 시조 꽃>(신아출판사)가 출간된 것. 이번 시조집은 제5부 126수로 구성됐다. 제1부는 26편 29수로 한국의 브랜드 파워로 한국의 전통 건축과 예술 문화를 시조로 표현했다. 제2부는 잘 알려진 꽃 23개를 단수로 각각 노래했고, 제3부는 시인의 종가인 운조루 찬양과 그 외 시제로 21편 31수이다. 제4부는 동화 이야기 24가지를 단시조화 했고, 제5부는 세계적인 건축물의 아름다움에 대해 16편 19수를 시조화했다. 유 시조시인은 “시조의 세계화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중에 이정자 박사의 번역 시조집을 대하고 크게 감동을 받아 이번 영문번역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하며 이번 한영번역시조집을 발간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연히 언론을 통해 하버드대학교 맥캔 교수와 유타네 학교 피터슨 교수가 미국의 학생들을 상대로 시조 경연 대회를 매년 여는 걸 알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며 “우리의 시조가 일본의 하라쿠를 뛰어넘는 놀라운 시라고 격찬한 맥캔 교수를 생각할 때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겼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 시조를 다시 조명하고, 사랑하고, 육성해 세계에 우뚝 서도록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남 출신인 작가는 전남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전북대 학생처장, 전북예총 부회장 등을 지냈다. 또 그는 한국예총 예술문화상 대상과 해운문학상 바다사랑상, 전북문학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까만 콩 삼 형제>, <기러기 삼 형제>, <해바라기 삼 형제><거북이 삼 형제>, <동화 나라 삼 형제>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16 17:06

반구천 암각화 모티브…책마을해리 그림책 '바위고래의 춤'

한반도 선사시대 문화의 정수 ‘반구천 암각화’를 모티브로 한 그림책 <바위고래의 춤>(책마을해리)은 다양한 감각을 활용한 화면 전환으로 책장이 경쾌하게 넘어간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 제147호 천전리 각석과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를 아우르는 명칭이다. 조영진 작가의 감각적인 그림과 김남수 작가의 생생한 필치가 돋보이는 그림책 <바위고래의 춤>은 석벽에 영원히 박제된 고래들을 통해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동화적 상상력이 담긴 이야기와 정갈한 색감, 세밀한 묘사로 완성된 그림은 최소 3000년 전 선사시대 사람들이 새겨둔 예술작품인 반구천 암각화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감각적 자극을 제공하기 위해 색의 질감을 풍성하게 활용하고 이를 통해 시‧청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림책 <바위고래의 춤>에 그림을 그린 조영진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암각화를 보고 현실에 존재하는 동물들 사이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기괴하고 아름다워 선각(선을 새겨 넣는 방식)을 찾게 됐다. 모험에 대한 심리를 굵은 선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신석기 인류의 고래사냥 흔적을 바탕으로 상상력이 더해진 그림책 <바위고래의 춤>은 고래들이 춤추면서 높이 뛰는 모습을 말의 운율로 표현해 흥겹게 따라 읽을 수 있다. 또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역문화유산을 그림책으로 쉽게 풀어내 흥미롭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16 17:06

시대와 사람을 품다…박송월 시집 '수선화 꽃불 켜다' 출간

화려한 수사나 상징보다는 맑은 심상과 삶의 근원적 의미를 담담하게 전달하는 박송월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수선화, 꽃불 켜다>(북매니저)가 출간됐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로 오랜 시간 흔들림 없는 시의 지층을 다져온 박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절제된 언어로 시대와 사람을 품는다. 시적 대상을 포착하는 시인의 눈은 섬세하고 조심스럽다.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며 행복이든 불행이든 치밀하게 들여다본 생의 단면을 실마리 삼아 풍경으로 그려낸다. “내려놓고 또 내려놓고/다 내려놓아야/살 수 있는/생(生)의 원리/어찌 알았을까//비우고/또 비워야/높이 올라 제 길을 찾는/삶의 이치/어떻게 터득했을까//뿌리 내릴/한 줌 흙만 있다면/주저거림 없이/내려앉은 민들레 꽃씨 하나//이제부터는/신의 가호가 있기를/간절히/기도하는 시간”(‘민들레 꽃씨 하나’ 전문) 그가 작품으로 형상화한 세상은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애처롭다. 시편에서 시인은 어떤 악조건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민들레 꽃씨를 우리의 인생으로 빗대어 표현한다. 87편의 시를 총 5부로 나눠 수록했다. 수록된 시들은 고통을 드러내면서도 절규하기보다는 침착하게 마음의 균열을 어루만지며 조곤조곤한 서정으로 위로를 건네 큰 울림을 준다. 소재호 시인은 평설을 통해 “시란 감동적 정서의 언어 예술이라고 할 때 박송월 시인의 시 갖춤은 필요, 충분조건을 확보했다”며 “삶의 일상이, 인간학의 시적 변용을 거쳐 박송월의 시에 당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는 철학도 과학도 종교도 아니지만 시적 철학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지닌다. 서정시다우면서 곰곰이 명상을 유발하는 시의 체지에 박송월 시인의 시는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박송월 시인은 군산 출생으로 1997년 <문학 21>로 등단했다. 청사초롱문학 동인, 군산문인협회와 전북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멍텅구리 사랑>, <네게로 가서>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16 17:06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복원을 위한 생활 담론, 수필집 '죽어서 삼일'

“좀 더 사랑했어야 했다. 좀 더 용서했어야 했다. 좀 더 나를 내주었어야 했다. 사랑하기 위한 지혜를 기도로 간구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아쉬운 세월을 뒤로하고, 이제야 내게 남아 있는 불확실한 짧은 기간이나마 여한이 없도록… 훌훌 덜어 여한이 안 남도록 죽어서 삼 일을 마치며 본향으로 갈 수 있도록,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수필 ‘죽어서 삼일’ 중에서) 수필가 이의가 등단 18년 만에 세 번째 수필집 <죽어서 삼일>(좋은땅)를 펴냈다. 이번 책은 노년에 접어들어 더욱 또렷해지는 삶의 의미, 인간관계, 자연에 대한 사유를 고요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제목처럼 생과 사의 경계를 응시하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저자 특유의 사색과 기도 같은 고백이 담겼다.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꿀벌의 실종, 플라스틱 쓰레기 같은 현대의 환경문제부터 매화차 한 잔에 깃든 봄날의 기억, 가족과 문우들의 따뜻한 모습까지 삶의 파편들이 정성스럽게 엮였다. 격정 없이 묵묵히 걸어온 세월의 끝자락에서 저자가 전하는 이 수필들은, 삶이 익어가는 한가운데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감각들을 일깨운다. 수필집의 해설을 맡은 김영 시인은 이번 책을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복원을 위한 생활 담론”이라 평했다. 김 시인은 “이번 원고를 읽으며, 저자가 철저히 자신을 점검하고 돌아보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음을 느꼈다”며 “환경, 신앙, 사회문제를 아우르며 생활 철학을 성찰하고 풀어놓은 글들”이라고 평가했다. 또 “수필가는 스스로의 삶에서 저지른 오류와 잘못을 정신적 이약(醫藥)을 통해 반성하고 발효시키고 있다”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절대자, 사람과 자연의 공생에 대해 깊이 사유한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이의 수필가는 2007년 <대한문단> 수필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수필집 <여자 나이 마흔둘 마흔셋>, <오이밭의 새둥지>를 펴낸 바 있다. 행촌수필문학상, 이더스에세이 작품상, 완산벌문학상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16 17:06

윤기묵 시인, 시와 산문으로 ‘기억의 복원’을 노래하다

시인 윤기묵이 시집과 산문집 두 권의 신간을 나란히 펴냈다. 푸른사상 시선 206번으로 출간된 시집 <곰팡이도 꽃이다>와 같은 출판사의 산문선 58번으로 나온 역사에세이 <교하와 염하 사이: 한강 하구 조강 이야기>다. 형식은 다르지만 두 책 모두 과거를 되짚고 기억을 복원하려는 ‘시간의 문학’이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시집 <곰팡이도 꽃이다>에는 시인이 과거를 성찰하고 기록하며, 새로운 역사의 진행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식이 녹아 있다. 윤 시인은 정약용의 말을 빌려 “나라를 걱정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고, 시대를 슬퍼하고 세속을 개탄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며, 역사가란 결국 승자의 기록이며 기억을 둘러싼 쟁투의 결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렇기에 역사란 권력을 쟁취한 이들의 전리품일 수도 있다는 비판적 시각에서, 시인은 역사의 교훈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허위와 기만을 드러내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시인의 시선은 이름 없는 존재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한 시들로 이어진다. 곰팡이도 결국 꽃을 피워 간장을 띄우고 술을 빚듯, 낡고 버려진 것 속에서도 생명이 움트는 경이로움을 포착하고 있다. 이병국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지난 역사를 반성하고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통해 우리의 어리석음을 부끄러워하며, 이를 바탕으로 모든 존재를 포용해 새로운 역사를 기록해갈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며 “앞으로의 역사는 그렇게 다시 쓰여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전하고 있다”고 평했다. 역사에세이 <교하와 염하 사이>는 김포를 중심으로, 파주 교하에서 강화 말도까지 이어지는 한강과 조강 유역의 지리와 역사를 탐색한 책이다. 조강은 한강과 임진강이 합수하는 교하에서 시작해 김포와 강화를 지나 예성강이 합류하는 교동도 앞 말도까지 흐르는 물길을 뜻한다. 이 물길은 한성 백제의 위례성, 고려의 개경, 조선의 한성을 잇는 한반도 역사의 큰 흐름과 함께해왔다. 책은 ‘조강물참’, ‘갑비고차’, ‘평화누리’ 등 3부로 구성돼 23편의 이야기를 통해 시간의 층위를 따라 공간의 기억을 복원하고, 우리가 지나쳐온 땅의 역사를 어떻게 계승해야 할지 묻는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지역의 숨은 이야기들이 윤 시인의 시선으로 되살아난다. 윤 시인은 “현대에 이르러 조강은 남북한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중립수역이 됐다”며 “지금은 군사분계선을 나타내는 부표만 강물 위에 떠다니지만, 언젠가는 배를 띄워 조강을 건널 날이 꼭 오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통일 한국이 오면 조강과 김포는 다시 한반도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16 17:0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영종 시인 - 유종화 시집 '그만큼 여기'

바깥이 아득한 것들은 눈 밟는 소리를 냅니다. 건조대에서 나부끼는 옷의 실밥 같죠.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 같죠. 만져도 손을 베지 않습니다. 그러나 알갱이는 잘 여물어 있습니다. 그림의 마크 로스코가 그러죠. 색의 면은 힘세고 단순하지만, 가장자리는 숨결같이 나풀거립니다. 시의 유종화가 그러죠. “공황장애로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는” 화자와 “할아버진 나만 좋아해 하며 짱짱한 개망초꽃님으로 오시는”(‘얼굴’ 중) 손녀의 메시지는 진하지만, 안으로 팔을 잡아끄는 언어는 연하죠. “좋은 노래는/ 끝으로 갈수록/ 첫 소절 입김이었// 다”(‘짹!’ 전문). 첫 입김을 보면 그 노래를 판가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첫’은 시작을 보여주는 것만은 아닙니다. 나아갈 곳을 가리켜주죠. 왜 거길 가야 하는지도 알려줍니다. 첫울음, 첫맛, 첫걸음, 첫말, 첫돌, 첫인상, 첫사랑, 첫날, 첫비…… 헤아릴 수 없죠. 순수와 무서움과 설렘이 펄럭이죠. 발끝에 차이는 이슬 소리가 새로이 들리죠. 뇌를 ‘띠옹’하게 하는 냄새가 나죠. 부러져 잔디밭을 뒹구는 햇발 같죠. 은빛 테두리를 뽐내는 구름 같죠. 하지만 끝으로 가는 길은 복숭아씨같이 단단합니다. 그 길은 한걸음 한걸음 따복따복 걷는 것이죠. 온몸이 짜임새 있게 짜여 걷는 것이죠. 가는 곳을 짐작하고 걷는 것이죠. 처음부터 끝까지 팔과 다리를 한결같이 움직이며 걷는 것이죠. “오른쪽이 내장산이야/ 근데 왼쪽도 내장산이야/ 그 줄기거든”(‘당신’ 전문). 좌우가 다를 바 없습니다. 단풍 빛깔이 무르지 않고 야무지기 때문입니다. 빗발이 그 사이로 발을 쏙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나에게/ 넌 ‘우우’를 잘하는 놈이야,라고 말한다// 이 사람 저 사람을 연결하여 한 판 만드는 일을 잘한다는 말인데/ ……// ‘우우’의 말뜻은 말야/ 함께 가는 거기부터가/ 선물 같은 생의 길이라는 거야”(‘우우’ 중). 사람을 잇는 일을 시인은 ‘조금 심란하고 무책임한’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함께 가면 꽃무릇 같은 것이라 합니다. “하늘이 높은 까닭은/ 땅 위가 편하라고 그랬다는 걸/ 나처럼 철없는 놈도 맘 편하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개울물은 많으나 적으나 흘렀고/ 나도 그만큼 그만큼 여기다”(‘하늘이 높은 것은’ 중). 시인은 철이 없어 날이 서있지 않습니다. 아니, 철이 덜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중심은 흔들림 없이 강한데 변두리는 헝겊처럼 여립니다. 중심엔 묵직한 한 방이 있죠. 아니, 가운데가 어딘지 모르고 힘차게 날리는 바람 자루 같죠. 아니, 볼 때까지는 보이지 않죠. 하늘엔 천장이 없습니다. 장대를 짚고 날아도 머리를 찧지 않습니다. 비행기가 10km 남짓 상공을 보며 여행해도 콩~ 코를 부딪치지 않죠. 시인은 땅 위가 편하라고 그랬다 합니다. 적으나 많으나 그만큼, 그렇게 ‘아프고, 사랑하고, 살아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영종 시인은 2012년에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에 선정돼 2023년에 첫 시집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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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6 16:44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