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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 오른 선거운동, 정책으로 당당히 승부하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오늘부터 13일간의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갔다. 거리마다 유세차가 들어서고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지며 바야흐로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선거의 시간’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운동 개막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가 깊다. 그동안 전북지역 선거판이 보여준 행태가 정책과 비전은 실종된 채 고소·고발과 비방만 난무했기 때문이다. 우선 도지사·교육감 선거에서부터 정책대결과 멀어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전북도지사 선거전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후보 간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진실공방과 맞고발이 주를 이루었다. 미래 먹거리나 청년 자립을 위한 촘촘한 각론 대신 중앙정치권의 대리전 구도로만 소비되며 도민들의 정치 피로감을 극에 달하게 만들었다. 전북교육감 선거 역시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자리거래 의혹이나 과거 기고문에 대한 대필·표절 시비 등 정책 외적인 폭로전이 이어지며 교육 선거마저 진흙탕에 빠지게 했다. 전통적인 특정정당의 ‘텃밭 정서’에 기대어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안일함에 빠진 후보들은 주민의 삶을 바꿀 정책 발굴을 게을리했다. 그 결과 공약집에는 중앙당의 거대담론이나 굵직한 슬로건만 복사해 붙여 넣은 수준의 선심성 공약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공식선거운동에서 이제라도 상대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를 과감히 멈추고, 실현 가능하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거창한 토목개발이나 장밋빛 슬로건 대신, 당장 고물가에 신음하는 농어촌 주민들의 일상을 바꿀 생활 밀착형 복지,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도울 실질적인 커뮤니티 인프라 구축 등 전북 고유의 특성에 맞춘 각론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마땅하다. 혼탁한 선거판에 브레이크를 걸고 선거 분위기를 정책 대결로 전환할 주체는 유권자뿐이다. 근거 없는 비방과 선심성 공약은 과감히 거르고, 우리 시·군의 제한된 예산으로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냉정한 안목이 필요하다. 후보들은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오만을 버리고 도민의 삶 앞에 겸손하게 정책으로 심판받아야 한다. 향후 13일간의 레이스가 전북의 미래를 구하는 품격 있는 정책경쟁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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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최우선 지정해야

정부가 추진하는 ‘RE100 국가 산업단지’ 조성 정책은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 대한민국의 산업지도를 다시 짜는 국가전략이다. 그 출발점은 당연히 새만금이어야 한다.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100%를 태양광·풍력·수력·지열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적 캠페인인 ‘RE100’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기준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를 지향하며 오래전부터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해온 새만금이 RE100 국가산단 조성의 최적지라는 점은 명확하다. 광활한 부지와 풍부한 태양광·풍력 자원, 항만과 공항을 연계한 물류 인프라, 그리고 이차전지와 데이터센터 등 미래산업 집적 가능성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정부가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열고 새만금을 대한민국 재생에너지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선포식 이후 비록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관련 인프라가 상당 부분 구축됐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보다 출발선도 앞서 있다. 특히 지난 2022년에는 새만금국가산단이 국내 최초로 ‘스마트그린 국가시범산업단지’로 지정돼 에너지 자립, RE100 산업단지 실현의 든든한 토대를 확보해놓았다.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조성에 대해서는 지자체는 물론, 전북도민의 의지도 확고하다. 지난 19일에는 전북애향본부와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군산 새만금개발청 앞에서 ‘RE100 산단 새만금 유치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에 도민의 열망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조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또 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에서도 19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전북 7대 광역공약’을 발표하면서 ‘새만금 RE100 선도 산업단지 조성’을 약속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RE100 산업단지 정책이 여러 지역에 분산돼 상징성과 효율성을 잃는다면 국가 차원의 전략사업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선도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 최적지가 바로 새만금이다. 정부는 새만금을 대한민국 RE100 산단 정책의 핵심 거점으로 명확히 설정하고, 국가 차원의 뒷받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오목대

블랙홀된 전북지사 선거전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도지사, 교육감을 비롯, 전북지역 14명의 시장과 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등 260명의 지역 일꾼을 뽑는다. 특히 이번에는 2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있기에 평범한 이들도 바로 주위 이웃사람이 출마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등록한 사람만 무려 451명이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거와 관련해 이런저런 뒷얘기가 나돌기 마련이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하다. 단 하나의 선거, 즉 도지사 선거전이 블랙홀이 되다시피 모든 이슈를 삼키고 있다. 평소 가장 이목을 끌기 마련인 시장군수 선거조차 관심권 밖으로 밀리는 느낌이며, 교육감이나 국회의원 보궐선거조차 묻히는 분위기여서 후보나 캠프측이 발을 동동 구를정도라고 한다. 1995년 첫 민선단체장 선거가 시작된 이래 민주당 계열의 후보 선출 과정에서 치열한 경합이 있었을뿐 제대로 된 본선이 없었던 전북에서 이처럼 본선이 뜨거운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전북지사 선거전은 대리비 지급, 식사비 대납의혹, 제명과 무소속 출마, 안호영 의원의 단식과 당 대표의 공정성 논란 등 메가톤급 이슈가 이어지면서 이젠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당에서 제명되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관영 현 지사간의 팽팽한 양자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선거 결과는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적인 화두로 등장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세 속에서 무소속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중앙선관위 여론조사 결과 참조) 우열을 가리기 힘든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것은 그간 전북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민주당 계열의 전북지사 후보는 후보가 몇명이 나오든 득표율이 최소60%대, 많으면 80%대에 이르는게 상식이었다. 지난 8번의 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가장 격차가 적었던 것은 2006년 치러진 제4회 선거였다. 열린우리당 김완주 후보가 48.08%, 민주당 정균환 후보가 36. 53%를 얻으면서 그 격차가 11.55%에 불과했다.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여파로 민주당이 난파상태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당시 정균환 후보의 득표율은 매우 놀라운 수치였음에 틀림없다. 어쨋든 선거다운 선거 한번이 없었던 전북에서 시장, 군수도 아닌 도지사가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는 것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유권자 입장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유종근 전 지사가 재선하던 당시, 단독 후보로 나섰던게 전북의 실상이었다. 전북지사 선거전이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선거가 갖는 함의가 크다는 거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향후 지역정치권은 물론, 중앙당 풍향계에도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거다. 단순한 추인 절차에 불과했던 전북지사 선거전이 적어도 이번 만큼은 도민 한사람, 한사람의 결정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진정한 선거의 의미를 되찾는것 같다. 그래서 블랙홀은 꼭 나쁜게 아니다.

데스크창

“민주당 공천이 당선?”···강제된 투표, 선택은 유권자 몫

지난 15일 마감된 6·3지방선거 후보 등록 결과 전북에서는 도의원 25명, 기초의원 21명이 경쟁후보 없이 무투표 당선을 확정했다. 이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으로 유권자의 선택조차 받지 않은 채 당선이 결정됐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호남정치의 고질적 구조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선거는 본래 정책과 비전, 후보자의 자질을 놓고 유권자가 선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 속 지방선거는 경쟁보다 결과가 먼저 정해진 듯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권자들은 후보 개인보다 정당 간판을 보고 투표하고, 선거는 민주적 경쟁이 아닌 사실상의 확인 절차로 변질되고 있어서다. 특히 시·도의원 선거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방의원은 주민 생활과 밀접한 예산과 정책을 다루고 행정을 감시해야 하는 자리다. 그럼에도 상당수 선거구에서는 민주당 공천 여부가 당락을 좌우하면서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 의정역량에 대한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경쟁후보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유권자의 선택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이러한 정치구조가 또 다른 왜곡 현상까지 낳고 있다. 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정치인들이 다시 시·도의원 선거로 체급을 낮춰 출마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같으면 기초단체장급 정치인이 지방의원 선거로 내려오는 것을 정치적 후퇴로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 아래 전략적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원직이 주민 대표성과 정책 역량 중심의 자리라기보다 공천 경쟁만 통과하면 안정적으로 당선될 수 있는 정치적 안전지대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지방의회의 기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지만, 특정 정당 중심으로 의회가 구성될 경우 비판과 토론 기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정치적 기반 안에서 움직이는 의원들이 행정을 날카롭게 견제하기보다 안일한 의정활동에 머무르는 사례도 반복된다. 유권자들의 정치적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호남에서는 “어차피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과 기대 역시 낮아지고 있다. 주민들은 후보 간 정책 차이나 능력을 비교하기보다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 또는 정당만 보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는 자유로운 선택이라기보다 사실상 강요된 투표에 가깝다. 물론 특정 정당에 대한 호남 지역민의 지지는 역사적·정치적 경험 속에서 형성된 결과라는 점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특정 정당 독점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 또한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경쟁이 사라진 정치권은 긴장감을 잃고, 공천권만 바라보는 정치문화가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지방정치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정당은 지역독점에 안주하기보다 책임 있는 공천시스템과 경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유권자 역시 정당이 아니라 후보 개인의 정책과 역량을 보다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단순히 당세를 재확인하는 무대가 아니다.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지방선거의 주인은 정당이 아니라 유권자인 만큼, 이제는 공천만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구조를 넘어 경쟁과 검증을 통해 주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정치구조를 되돌려줘야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딱따구리

축제가 돼야 할 선거, 혐오와 막말로 얼룩진 전북 정치

선거는 민주주의의 대축제다. 원하는 후보를 선택하고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선거는 경쟁이지만 동시에 축제여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전북의 도지사 선거판을 바라보면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한둘이 아니다. 정책과 비전 경쟁은 실종되고, 혐오와 막말, 조롱과 편 가르기만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극성 지지자들의 행태는 도를 넘고 있다. 상대 후보를 향한 원색적 비난과 욕설은 기본이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상대를 조롱하는 글들이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장점과 정책을 알리기보다 상대 후보를 흠집 내는 데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심지어 한 극성 지지자는 단체 대화톡방에 “서로 힘 모아 미친X 김관영 XX버리자. 이원택 홧팅”이라는 입에 담기 힘든 표현까지 올렸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를 말리는 분위기보다 일부 참여자들이 ‘엄지척’으로 동조했다는 점이다. 정치적 반대는 있을 수 있지만, 상대 후보를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는 혐오 표현과 집단 조롱이 아무렇지 않게 소비되는 현실은 분명 심각하다. 선거가 과열되면서 이른바 수십 편의 장문 글을 연달아 올리며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데, 겉으로는 “존중한다”고 적어놓고 결국 끝은 상대 비난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논리도 맞지 않는 음모론과 과장된 주장까지 뒤섞이면서 사실상 흑색선전에 가까운 모습도 적지 않다. 선거 구도 역시 과열 양상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무소속 김관영 무소속 후보를 향해 날 선 공격을 이어가는 모습은 솔직히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사무총장까지 나서 이미 제명된 무소속 후보를 집중 공격하는 장면은 마치 거대 정당이 한 사람을 몰아세우는 듯한 인상까지 준다. 더 우려되는 것은 김관영 후보를 지지하는 도민들까지 ‘해당행위 조사’ 운운하며 압박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힘을 가진 정당이라면 무소속 후보와 정책과 비전으로 당당하게 경쟁해 승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당 전체가 특정 후보 공격에 집중하는 모습은 오히려 조급함과 불안감으로 비쳐진다. 그만큼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가 초접전이라는 뜻일 것이다.

최근칼럼

민주주의 광장에 세워진 졸속 정치 조형물

민주주의의 광장이자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 깃든 역사적 공간인 광화문이 선거를 앞둔 서울시장의 치적 쌓기에 의해 훼손됐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6.25 참전 22개국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다는 ‘감사의 정원’이 개장했다. 지상부의 ‘감사의 빛’ 조형물과 지하 미디어 체험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나 지상부의 조형물이 광화문을 연병장처럼 만들어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조형물은 시장이 직접 밝혔듯 ‘받들어총’형태의 6.25m 석재 조형물 23개로 구성됐으며, 이는 22개 참전국과 한국을 상징한다고 한다.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고, 당초 22개 참전국의 석재를 모두 기증받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확보된 석재는 7개국에 불과하다. 가장 먼저, 왜 하필 지방선거를 20일 앞둔 시점에 개장했냐는 의구심이 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시가 밝힌 ‘감사의 정원’의 완공 목표 시점은 2027년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긴 까닭인지, 앞서 밝혔듯이 조형물의 핵심 콘텐츠인 석재 기증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 설치된 7개국을 제외하고, 5개국은 연내 추가 조성될 예정이라고는 하나, 나머지 10개국은 아직 기증하겠다는 의사조차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7개의 조형물에는 기증한 나라의 국기와 명패, 설명 안내문 등이 함께 설치되어 있지만 15개의 기둥은 안내문 하나 없이 비어있는 상태다. 완성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준공식을 강행한 것이고, 이로 인해 선거용 졸속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장소이다. 광화문광장은 수많은 시민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역사적 공간이다. 4·19혁명과 6월 민주항쟁의 함성이 가득했던 곳이고, 촛불집회와 ‘빛의 혁명’을 통해 시민 주권의 힘을 보여준 곳이다. 그 한복판에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대형 조형물을 급하게 설치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더욱이 불과 4~5km 거리에는 대한민국 전쟁사와 참전국 추모 기능을 이미 갖춘 용산 전쟁기념관 이 자리하고 있다. 감사와 추모라는 사업 취지를 고려하면 공간적 맥락 측면에서도 용산 전쟁기념관이 훨씬 더 어울리는 장소였을 것이다. 거대한 총기 형상의 조형물 디자인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단순히 ‘미관을 해친다’, ‘양갈비를 닮았다’는 평에 더해 일부 시민들은 ‘미국대사관을 향해 받들어총을 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종대왕과 동상과 한글 글자마당 사이를 가로막는 위치에 설치되면서, 세종대왕이 마치 창살 안에 갇혀 있는 듯 보인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공간 연출이 단순히 이벤트성 혈세 낭비를 넘어, 시민들에게 왜곡된 역사 인식을 주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의 상징적 공간인 광화문 한복판에 군사적 상징물을 전면 배치함으로써, ‘빛의 혁명’으로 이어져 온 역사를 국가주의와 권위주의적 상징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의 역사와 기억이 축적된 광화문광장은 한 정치인의 치적을 과시하는 전시장이나 잘못된 역사 인식이 투영된 공간이 돼선 안 된다. 졸속으로 추진된 사업 전반을 점검하고, 시민 모두의 가치를 담는 열린 광장이 될 수 있도록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공론화와 숙의 과정을 거쳐 광화문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것, 그것이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을 차기 서울시장의 역할이다. 박희승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장수임실순창)

새만금 행정통합, 샌프란시스코에서 배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두 도시, 북부의 샌프란시스코와 남부의 로스앤젤레스는 프로야구·농구·미식축구에서 저마다 독자적인 팀을 보유하며, 지역 라이벌 의식만큼이나 도시 발전의 궤적도 뚜렷이 다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1883년 뉴욕 고담스(New York Gothams)로 출발해 1886년 뉴욕 자이언츠로 개칭한 뒤, 1958년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겼다. 월드시리즈 우승만 8회. LA 다저스 역시 같은 해인 1883년 브루클린에서 창단되어 1958년 LA로 이전했으며, 월드시리즈 우승 9회를 자랑한다. 두 팀은 역사의 뿌리도, 이전 시기도 똑같지만, 지금은 리그 최고의 라이벌로 매 시즌을 불태운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두 팀의 승패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만(灣) 일대의 도시들이 걸어온 광역 협치(廣域 協治)의 경험이다. 샌프란시스코만 주변에는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산호세·프리몬트·헤이워드·버클리 등 크고 작은 도시들이 만을 에워싸고 있다. 이들은 각각 독립된 자치단체이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고속도로망이 뻗어나가고 교외 주거지가 급팽창하면서, 교통·주택·환경 문제가 더 이상 한 도시의 경계 안에 머물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1961년, 지역 공통 현안을 광역적 시각으로 다룰 필요성을 인식한 지방정부 지도자들은 캘리포니아 최초의 지방정부협의회인 ABAG(Association of Bay Area Governments, 베이 지역 정부 연합)를 결성했다. ABAG는 출범 이후 주택·교통·경제개발·환경 등 광역 현안을 꾸준히 다뤄왔으며, 1970년에는 베이 지역 최초의 종합 광역계획인 「지역계획 1970~1990」을 수립했다. 2021년에는 약 4년의 작업 끝에 2만여 명의 주민 의견을 반영한 「Plan Bay Area 2050」을 채택했다. 주택·교통·경제·환경 4개 분야에 걸친 35개 전략과 1조 4,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비전으로, 2050년까지 영구 저렴주택 100만 호 공급, 저소득층 대중교통 요금 개혁, 일자리 훈련 및 기본소득 도입 등을 담고 있다. 강제력 없이도 101개 도시와 9개 카운티를 하나의 테이블에 모아 60년 넘게 광역계획을 이어온 것, 그것이 ABAG의 가장 큰 성취다. 새만금 권역은 만경강과 동진강을 품은 광활한 방조제 안쪽에 대규모 호소(湖沼)가 자리하고, 그 주변으로 수변도시·산업단지·연구단지·관광단지·농업용지·공항·철도·항만이 층층이 포진해 있다. 기존의 군산·김제·부안 세 자치단체가 권역을 에워싼 채 각자의 행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새롭게 조성 중인 새만금수변도시(인구 4만여 명 규모)는 그 틈새에서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중이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 속에서 네 주체를 단번에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법·제도적 정비는 물론, 주민 공감대와 정치적 합의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샌프란시스코만의 경험은 하나의 나침반이 된다. 행정통합이라는 최종 목표를 중장기 과제로 두되, 우선은 군산·김제·부안과 수변도시가 광역 협의체를 구성해 공통 현안부터 함께 풀어가는 것이다. 광역교통망 구축, 통합 도시계획, 환경 관리, 산업 기반 조성 같은 과제들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서로 모르던 두 사람이 시간을 두고 만남을 이어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마침내 한 가정을 꾸리듯이, 새만금 행정통합 역시 신뢰와 협력의 축적 위에서 단계적으로 완성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통합이 아니라, 함께 시작하는 용기다.

소설과 영화 ‘잃어버린 지평선’으로 보는 샹그릴라

1933년에 출간된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은 우리에게 샹그릴라를 선사하였다. 설산 아래 금빛 찬란한 라마교 사원이 있고, 빙하· 호수· 대초원이 있으며, 방마다 산더미처럼 책들이 쌓여있는 곳, 나이 들어도 늙지 않는 곳, 황금이 널려 있는 곳……. 무엇보다 세상에 만연한 병폐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곳. 지리적으로는 히말라야 동부 티베트 어느 지역쯤으로 묘사된다. 소설은 발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일으켰다. 미국은 연방 공무원 휴양소 이름을 샹그릴라로 명명(훗날 ‘캠프 데이비드’로 개명)하는가 하면, 콜롬비아사에서는 두 번(1937년, 1973년)에 걸쳐 영화를 만든다. 히틀러는 소설의 배경이 될 만한 히말라야 동부에 특수부대를 일곱 번이나 파견한다. 탐험대의 일원이었던 두 사람이 네팔 주둔 영국군에게 잡혔다가 티베트로 탈출하게 되고, 그들의 티베트 생활상이 논­픽션으로 발표된다. 영국은 훗날 〈티벳에서의 7년〉이란 영화를 만드는데, 중국은 이 영화가 자국의 티베트 강점이 주제라는 이유로 반 중 영화 1호로 낙인찍는다. 소설에 기반한 동명 영화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1937)>를 중심으로 샹그릴라에 다가가 본다. 주인공 ‘콘웨이’는 인도 바스쿨의 영국 영사관 근무자다. 토착민들이 폭동을 일으키자 백인들을 피난시킨 후 일행 4명이 낯선 비행사가 조종하는 비행기로 이곳을 떠난다. 비행기가 히말라야 상공으로 추정되는 곳을 날고 있는데……. 이 부분 책의 묘사를 보자. ‘만월이 떠오르고, 마치 하늘의 등불 켜는 사람처럼 봉우리들을 하나씩 비추자 마침내 검푸른 밤하늘을 배경으로 긴 지평선이 빛나면서 나타났다.’ 잠시 후 흔들거리던 비행기는 눈 쌓인 산골짜기에 불시착한다. 한참 뒤 난데없이 나타난 현지인들의 인도로 라마사원에 도착한다. 이 일대가 이른바 샹그릴라(Shangri-La)라는 것. 1734년 카톨릭 ‘페로’신부가 산에서 길을 잃고 이곳 라마사원에 도착했다. 불로의 영약과 산속 정기를 마시고 건강한 몸이 되어 90세 나이에 라마교 교두가 되었고, 지상낙원을 설립하였다. 이곳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던 중 콘웨이는 페로 신부를 만난다. 신부는 자기 뒤를 이을 ‘하이 라마’(승정을 이르는 말)로 콘웨이를 지목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들 일행은 사고를 당한 게 아니고 이곳에 초청된 것이라 해야 할성싶다. 신부의 말이 이어진다. “……. 요즘 세상을 보시오. 강대해진 국가들이 제각기 분별없이 세력만 팽창시키고 살상적인 전쟁 무기가 증강돼서 무장군인 한 명이 한 군대와 맞먹게 되오. 지배욕과 광기로 혈안이 된 인간들이 인류의 위대한 문명을 파괴하는 것도 봤소.” 이곳 블루문 계곡에서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며, 자기 뒤를 이어달라고 부탁한 후 앉은 자세로 절명한다. 콘웨이는 일행의 성화로 결국 이곳을 떠나는데, 동행자들은 눈사태와 사고로 행방불명 되고 홀로 구조된다. 병원에서 탈출을 감행하는데, 단신으로 설산을 헤매다가 극적으로 다시 샹그릴라에 도착한다. 평화와 안락 속에서 생존과 투쟁이 아닌 삶이 환희로 다가오는 곳을 꿈꾸지 않았는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불로의 샘, 인간이라면 누구나 갈구할 신비의 꿈 샹그릴라. 그런데 샹그릴라는 ‘디칭’ 토속어로 ‘내 마음속의 해와 달’이란 뜻이라니 아이러니다. 제목에 나오는 ‘지평선’도 환영의 소산이 아닐지……?

전북은 민주주의 성지다

국민이 주권을 가지고 스스로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는 정치제도가 민주주의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평등한 주권재민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국민에게 온전한 주권이 주어져 화평을 이루었다면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가 꽃을 피운 것이다. 백성의 평등 권리인 대동사상을 외쳤다 하여 조선의 집권 세력은 당사자는 물론 함께하였던 올곧은 1000여명의 유능한 천재 선비들을 참혹하게 참사하여 결국 임진왜란까지 당하게 한 사태가 바로 기축옥사이다. 대동계를 조직하여 서기 1589년에 대동사상과 민주주의의 원초인 공화주의를 주창하였던 위대한 정여립 선생은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고 진안 죽도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지금으로부터 430여 년 전 일이다. 그로부터 200년 후인 서기 1894년에 권력자의 탄압에 백성을 구하고자 동학농민혁명을 일으켜 주권재민의 쟁취를 위하여 선봉에 섰던 전봉준 장군의 탯자리도 전북 정읍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민주 영토를 이룩한 대동사상과 동학사상이 도도하게 흐르는 전북에 때아닌 주권재민의 함성이 처처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바로 6.3 선거를 두고 일어난 사태이다. 정당정치는 민주사회의 기본 통치 이념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당은 그 나름대로 정강이 있어야 하고 오직 국민을 위하고 바라보는 설계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이 나오는 당을 여당이라고 하며 그 상대당을 야당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여당 대표에게 주어지는 권한은 비밀 아닌 비밀로 막강하여 국정운영의 한가운데 있다. 이 집권 여당의 당정 활동이 주인인 국민에게 얼마나 헌신했는가 더 나아가 나라를 위하여 얼마나 노력하였는가에 따라 다음 꼭지에서 운명이 갈리게 된다. 즉, 국민들은 그동안의 성과를 선거로서 심판을 하게 된다. 그 심판의 중간 과정이 바로 전국동시지방선거이다. 도지사를 비롯하여 교육감 및 시장·군수·지방의원들을 선출하는 날이다. 대한민국 어느 지역이든지 그 지역민들이 주인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주인은 도민들이다. 어떤 과정이든 주인에게 주어진 기본적 권리와 권한을 무모한 압력으로 제한을 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작금에 집권 여당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불평등한 잣대를 도민들에게 내비치는 처사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 황당한 것은 어느 누가 보거나 들어도 불평등이 확실한 처사에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자를 겁박하고 감찰하라는 철없는 행위는 사태의 해결이 아니라 불 난데 부채질하는 꼴이 될까봐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위험스런 선거놀이가 계속된다면 멀지 않는 대선과 총선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하며 집권 여당의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 인선 과정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국민을 위하여 헌신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혹여 검은 먹줄이 튀지 않을까 우려스럽고 전북도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행위의 결과에 전국민들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 한가운데 있는 도민들이야말로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되며 만약 이런 불합리하고 불평등이 지속된다면 전북도민은 상대가 누구이든지 민주주의의 텃밭을 지키는데 주저하지 아니할 것이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였다. 정성껏 가꾸면 그만큼 보답을 받을 것이고 게을리하면 막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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