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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변별력’중독증

대학수능시험 결과가 발표되면서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특히 성적우수 학생들의 경우 변별력이 거의 없어 ‘판세분석’이 어려우며 진학지도에도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것이다.

 

변별력이 떨어질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는 몇몇 세칭 일류대학 관계자들이라면 몰라도 다른 사람들이 이를 두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자기 자식만이 ‘피해’를 입을까 조바심하는 것도 어줍지 않지만 대학 서열화의 문제점을 제기하던 사람들마저 ‘변별력 타령’을 늘어놓는 것은 더욱 볼썽사납다. 더구나 ‘전인교육’에 ‘대안학교’를 떠들어대던 언론들이 앞장서서 전 수험생을 일렬로 세우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크게 보아 이러한 ‘변별력 중독증’의 기저에는 모든 것을 계량화하여 그 등위를 먹여야만 직성이 풀리는 묘한 우리의 문화풍토가 자리하고 있다. 모든 대학과 학과를 서열화하고 모든 수험생에 등수를 매겨 차례 차례로 배정해야만 속이 시원한 것이다.

 

대학 서열화야말로 대입문제로 집약되는 파행교육의 핵심고리라 할 수 있다. 한 단계라도 높은 등위의 대학에 보내기 위해 그 많은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피를 말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서열이 엄존하는데 이런 경향만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서열이 비정상적인 것이라는 데 있다. 전공의 영역이 엄연히 다른데 대학마다, 학과마다 순위대로 줄을 세운다는 것이 어디 가당치나 한 일인가?
이번 ‘변별력의 실패’가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다행스러운 일일 수 있다. 일류로 평가받지 못하는 대학에서도 우수 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은 열린 것이다. 물론 이것도 대학지원을 증권투자 하듯 엄밀한 ‘판세분석’에 의존하여 한다면 물 건너간 일이지만 말이다. 이를 계기로 순위 매기기 문화가 조금이나마 완화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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