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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깨 진 코리안드림

주로 유신독재에 저항한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70년대 미국으로 이민 가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한국인은 많다. 세탁소 잡역부로 출발하여 억척스럽게 일한 결과 부동산 재벌이 된 사람도 있고 10억달러 자산가치의 벤처기업을 일군 사업가도 있다. 미국 전역에 이름이 알려진 유명 정치인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높은 지적능력과 몸에 밴 근면·성실성이 ‘무한한 가능성의 사회’에서 적응력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민자 모두가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아니다.


 

초창기 이들의 미국생활은 비참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언어장벽과 인종차별, 생활문화환경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좌절한 사람들도 많았다. 양적으로는 이미 2백만 코메리칸 시대를 열었지만 동포들 대부분이 상업과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같은 민족끼리 갈등과 불화를 빚는 일도 정착을 못한 한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90년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중국 조선족이나 태국·필리핀·몽골 등 아시아 저개발국 사람들에겐 한국은 이미 ‘코리안드림’의 대상국이 돼 있다. 해마다 수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나라에 몰려들고 그중에는 러시아 등 동구권 사람들도 많다. 10월말 현재 외국인 근로자수는 27만여명에 이르며 이중 불법체류자만 전체의 65%에 달하는 18만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한국은 결코 ‘무한한 가능성의 나라’는 아니다. 한 달 고작 기십만원을 벌기 위해 대부분 3D업종에 취업해 있는 그들에게는 열악한 근로환경, 임금체불, 사기·폭행 등 인권의 사각지대를 벗어날 힘이 없다. IMF이후 거리에 내몰린 국내 실업자들 틈속에서 몸둥이 하나로 코리안드림을 실현하겠다는 욕심 자체가 허상일지도 모른다.


 


엊그제 김제 모 제조업체에서 화마로 목숨을 잃은 몰다브인 불법체류자의 비극이 새삼 가슴을 친다. 우리가 아메리칸드림에서 겪었던 좌절을 그는 코리안드림으로 재연한 것이다. 이땅에 사는 가난하고 힘없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 언제까지 외면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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