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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마지막 졸업식

올해도 또 도내에서 농촌 초등학교 세 곳이 '마지막 졸업식'을 치렀다. 듣기 좋은 말로 마지막 졸업식이지 대를 이을 학생이 모자란다고 학교 문을 강제로 닫아버리는 것이니, 사람 일로 치면 멸문을 당하는 것임에 다름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디 정 붙이고 살만한 구석이 없어 마음을 다잡지 못하던 판에 자식 공부시킬 학교마저 대못질을 당했으니, 몇 남지 않은 농민들 두 발 뻗어놓고 울고싶은 심정일 것이다.

 

정부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라는 경제논리를 앞세워 소규모 농어촌학교 통폐합을 지속적으로 추진, 모두 3천여 곳을 폐교시켰다. 더구나 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이 정책을 밀어붙여 오는 2009년까지 1백명 이하 농어촌학교 1천9백76 곳을 추가로 통폐합시키기로 했다. 만약 이 통폐합안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도내 초등학교의 40%가 문을 닫아 웬만한 규모의 면지역에서는 초등학생 구경하기가 옛날 대학생 구경하기만큼이나 힘들게 될지 모르겠다.

 

여기다 더욱 심란한 일은 지금도 농촌인구가 시나브로 줄어 초등교 신입생 자원이 씨가 말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전국 초등교 입학생 분포도를 보면 신입생이 단 한명도 없는 곳이 54개교, 한명만 받은 곳이 57개교나 됐다. 우리 전북도 신입생이 고작 한명에 그친 곳이 7개교에 달했다.

 

정부가 농어촌학교 통폐합을 계속 밀고나가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반드시 그 해법이 옳느냐에 대해서는 지극히 회의적인 견해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아예 농촌을 폐쇄시킬 요량이라면 몰라도, 조금이나마 농촌의 존재를 인정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 농촌이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은 갖춰야 할 것이 아닌가. 학생이 모자라서 학교를 폐쇄하고, 학교가 없으니 인구가 줄어들어 학생이 더 없어지는 악순환을 정부가 아니면 누가 끊을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비무장지대(DMZ) 안에 자리잡은 대성동초교의 초미니 졸업식이 이 땅의 학부모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전교생 9명에 졸업생이라야 단 한명인 이 학교의 졸업식장에는 군사 정전위 수석대표와 중립국 감독위원회 각국 대표, 그리고 외부 초청인사와 마을 주민 60여명이 참석, 구제원군(13)의 졸업을 축하했다. 구군은 이날 11개나 되는 상장과 표창을 독차지하는 기쁨도 누렸다. 우리 농촌학교 모두가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허망한 생각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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