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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박치기

386세대이전의 사람들은 박치기하면 바로 프로레슬링에서 호쾌한 박치기로 상대를 쓰러트려 게임을 마무리하였던 김일선수가 떠오르기 쉽다. 그런데 최근 레슬링의 박치기와는 다른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박치기’가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주고 있다. 이 영화는 1968년 일본 교토(京都)를 배경으로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의 고단하고 힘겨운 삶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은 조총련계 고교를 다니는 청소년들로 이들은 일본인에 대한 분노와 울분을 '박치기'로 상징되는 폭력과 싸움으로 풀며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단순 갈등을 그린 영화가 아니라 남여학생의 순수한 사랑을 통해 일본인과 재일동포의 진심 어린 화해를 모색하는 영화이다. 특히, 이 영화가 눈길을 끄는 것은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이 모두 일본인으로 구성된 일본영화라는 점이다. 그리고 대사가 모두 우리말로 되어있다는 점에서 어눌하지만 일본동포의 정서를 느끼게하고 있어 더욱 애잔한 감동을 준다. 특히, 화해의 상징으로 나온 소재가 일본에서 그 당시 금지곡이었던 남과 북의 분단을 상징한 ‘임진강’이란 노래라는 점이다.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흘러 내리고/물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가니 / 임진강 흐름아 원한싣고 흐르느냐 "란 노랫말과 구슬픈 노랫가락은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는 남북의 분단과 일본사회에서의 재일동포와 일본인 사이의 분단을 상징한 것인데 일본 남학생이 교토의 강을 건너고 금지곡인 임진강을 부르며 화해의 노력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이 영화는 서울에서만 그것도 단 한곳의 상영관에서만 상영하고 있는 우리 현실이 너무 답답함을 보여주고 있다. 관객 천만명을 동원한 한국영화의 성공속에 비록 일본 영화이지만 우리 민족의 분단으로 우리가 외면했던 재일동포의 꿋꿋한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를 극장 1곳에서만 상영케 한 우리의 현실이 결코 떳떳해 보이지 않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같다. 차제에 한국의 독립영화와 디지털영화의 중심지를 자임하는 전주에서 전주국제영화제동안이라도 이 영화가 상영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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