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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사투리와 선거

조상진(논설위원)

"여보 나유, 시방 집 배카티 나와 있슈. 아까 순이 엄니랑 짐치를 담는디…". 이러한 전라도 사투리를 표준어로 번역하면 어떻게 될까? "여보, 나예요. 지금 집 밖에 나와 있어요. 아까 순이 엄마랑 김치를 담그는데…"다.

 

만우절인 1일 검색 사이트인 구글(Google)이 팔도사투리를 번역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홈페이지에 올렸다. 물론 깜짝 이벤트다. 이를 클릭하면 "구글의 만우절 페이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가 나온다. 농담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글마 토끼따!"(그 아인 벌써 멀리 도망갔는 걸!), "우야노!"(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아?) 라는 경상도 사투리도 예시돼 있다. 사이트를 한국에 토착화시키려는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지만 발상이 기발하다.

 

사투리는 어떤 한 지방에서만 쓰이는 토박이 말이다. 언어학에서는 방언(方言 dialect) 또는 토어(土語)라 한다. 한 언어가 분지적(分枝的)으로 발달하여 지역적으로 몇 개의 다른 언어체계로 분화한 것이다. 같은 사투리를 쓰는 사람끼리는 끈끈한 고향 의식을 공유한다. 그것이 때로 지역주의 냄새를 짙게 풍겨 배격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투리는 문화 다양성을 나타내는 징표다. 커다란 화단에 장미 한 종류만 심는 것보다 다양한 종류의 꽃을 심는 것이 더 아름다운 이치와 같다. 만일 판소리에 전라도 사투리가 없었다면 제 맛이 나겠는가.

 

시인 김억은 '사투리'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좋건 나쁘건 사투리란 것이 댕글하게 남아서 그 지방 사람들의 혀끝에서 떨어지지 않을 뿐더러 그 사투리를 그대로 납신거려야 비로소 내 잔에다 내 술을 따라 마시는 감을 가지게 되니, 사투리라고 새삼스러이 떼어 버릴 것이 아니외다."

 

이런 사투리가 선거판에서 금기시되고 있다. 다른 지역 출신들에게 반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한나라당은 이번에 '18대 국회의원 필승가이드'를 전국 시도당에 배포했다. 여기를 보면 후보자의 자세와 관련, 자칫 저지르기 쉬운 실수를 들고 있다. 목욕과 이발은 대중탕에서 할 것, 수행원을 많이 대동하지 말것, 차에 탄 상태로 모임에 입장하지 말 것, 그리고 타 지역 사투리를 삼갈 것 등이 그것이다. 다른 것은 그렇다 해도 사투리 문제는 우리의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보는 것같아 씁쓸하다.

 

/조상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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