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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혁신' 지우기

말도 정권을 잘 만나야 할듯 싶다. 한때 잘 나가다 정권과 함께 몰락의 길을 걷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부때 '새마을'이나 '재건운동' 등이 그러했다. 이후 '보통 사람' '세계화' '제2의 건국' 등도 뒤를 따랐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균형발전' '동북아' '혁신' '로드맵'등이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실용' 이 휩쓸고 있다. 이중 다시 새겨볼 용어가 '혁신'이 아닐까 싶다.

 

이 용어는 참여정부를 대표하는 키워드였다. 출범과 함께 혁신의 기치를 높이 쳐들었고 나라 전체에 혁신의 깃발이 나부꼈다.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에 혁신 전담부서가 생겼고 혁신평가가 정례화되었다.

 

혁신(革新)은 가죽을 의미하는 혁(革)과 새로움을 의미하는 신(新)의 합성어다. 가죽을 뜻하는 한자어로는 혁뿐 아니라 피(皮)라는 글자도 있다. 피는 동물에서 갓 벗겨낸 가죽이다. 혁은 짐승의 가죽에서 털을 없애고 무두질하여 새롭게 만든 가죽이다. 말하자면 혁신은 변화와 새로움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대학(大學)'에 나오는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진실로 하루를 새롭게 하고, 날마다 새롭게 하며, 또 날로 새롭게 하라)'과 통한다. 중국 은(殷)나라 탕(湯)왕이 자신을 경계하기 위해 세숫대야에 새겨 넣은 글귀로 유명하다. 좌우명인 셈이다. 요즘 중국에서는 혁신보다 창신(創新)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또 이것은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와 맥락을 같이 한다. 케인즈와 더불어 20세기 전반의 대표적 경제학자였던 슘페터는 관행의 궤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비연속적 발전을 가져오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혁신이라 정의했다. 그리고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혁신을 통한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경영학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 역시 '혁신가만이 살아 남는다(Only the Innovator Survive)'고 주장했다.

 

이러한 혁신이 이명박 정부 들어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다. 새 정부가 '혁신 지우기'에 나선 탓이다. 대표적으로 혁신도시 흔들기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전북은 토공과 주공의 통합, 농촌진흥청의 연구기관화로 그 피해가 무척 클 것 같다. 다음 정부에서 '실용'이라는 말이 어떻게 대접받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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