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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성난 민심(民心)

촉루락시(燭淚落時)에 민누락(民淚落)하니,촛농이 녹아서 떨어질때 백성들의 눈물 또한 떨어지니.춘향전 중에서 이몽룡이 변학도 잔치에서 읊은 싯귀절 중 한귀절이다.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성난 민심이 똘똘 뭉치면 그 파괴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똑바로 보여 주고 있다.

 

6.10항쟁 21주년을 맞아 가장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지난 2002년 효순 미선양 추모 촛불 집회와 2004년 노무현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집회에 이어 40여일간이나 비폭력적으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이번 촛불 집회는 참가자들의 연령대와 계층이 다양해졌다는 것.쇠고기 협상이 졸속으로 끝났을때 "광우병 걸린소 먹고 죽기 싫다"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10대들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아이들이 어른들의 잠든의식을 깨운 셈이 되었다.

 

처음에는 청소년들이 집회를 주도했지만 6.10항쟁 때처럼 넥타이 부대와 유모차를 앞세운 주부들까지 가세했다.실제로 촛불집회에서 넥타이 부대의 모습이 늘어난 것은 경찰의 폭력 진압이 시작됐던 지난달 31일 이후였다.넥타이 부대는 사무직 샐러리맨을 말한다.

 

1987년 6월 명동성당에서 농성하던 시위대가 6월15일 명동성당에서 철수하면서 점심시간에 이 철수 광경을 목격했던 주변의 많은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근무복으로 입고 있었던 금융업 종사자들이 시위에 참여하면서 그 때부터 언론에서 '명동넥타이부대'라고 불렀던 것을 지금은 그냥 넥타이 부대라고 부르고 있다.

 

넥타이부대나 유모차부대가 더욱 성난건 국정난맥상이 지나친데다 폭력대응에 분노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물 대포와 군홧발에 쓰러지고 짓밟힌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고 항변한다.

 

정부의 느닷없는 배후설 제기와 살수차까지 동원하며 시위대를 밀어 붙인 것이 결국 불난 곳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돼 버렸다.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 모두가 피부에 와닿는 위험성을 느끼고 거리에 나선 것이지 무슨 배후가 있다는 말인가.

 

정지소흥 재순민심(政之所興 在順民心)정치가 흥하는 것은 민심이 따르는데 있고 정지소폐 재역민심(政之所廢 在逆民心)정치가 황폐해 지는 것은 민심을 거슬리는데 있다고 했다.제발 국민의 뜻을 헤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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